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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탑클래스, 악마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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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작품등록일 :
2023.08.24 10:44
최근연재일 :
2023.11.06 06:5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29
추천수 :
1
글자수 :
45,596

작성
23.08.24 10:59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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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돈 받고 몸 팔던 여자

DUMMY

바비 인형이 민망한 듯 서둘러 주문대로 도망치자 젊은 아줌마들이 다 들리는 목소리로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 저 집 남편도 참 아까워요. 명망 있는 사법계 집안에 능력 있고 훈훈한 변호사가 나왔나 했더니 하필 여자 보는 눈이··· 그 집 어르신들이 그렇게 많이 배웠다고 자랑질을 하더니 결국 설거지 제대로 한 거죠. 아무리 그래도 돈 받고 방송에서 알몸 노출하고 이상한 짓 하던 여자를 며느리로 들인 건 이해할 수가 없네요. 저렇게 명품으로 휘두른다고 근본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


“ 제가 듣기론 남편도 저 여자 후원자였대요! ”


“ 그럼 그 양반도 벗방인지 뭔지 그런 저급한 방송을 시청했다고요?! 그럼 완전 깨는데··· ”


“ 그건 아니고. 저 여자가 신분 세탁하려고 벗방 그만 두고 너튜브로 옮겼는데 거기서 알게 된 거 같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그 남자도 처음엔 완전 속아넘어간 거죠. ”


“ 어쨌든 나중에라도 자기 여자가 벗방한 건 알았을 거 아니에요. 그걸 알고도 결혼을 강행한 거면 결국 똑같은 인간이라는 거죠. 자기들이 여자들이 옷 버는 술집에 하도 다녀서 벗방하는 여자가 더럽다는 생각을 못 하는 거 같아요. 하여간 좀 괜찮다는 남자들은 여자 보는 눈이 하나같이 왜 그 모양인지 모르겠어요. 제 고등학교 동창도 이번에 클럽에서 만난 여자랑 결혼했는데 그 여자가 유명한 원나잇 죽순이였대요. 걔도 반반하고 인성도 괜찮아서 학생회장까지 했던 얜데 결혼은 완전 망한 거죠. 나중에 그 집 애들이 엄마가 그런 걸 알아봐요. 나 같으면 쪽팔려서 집 나갔을 걸요. ”


그 말에 내가 바비 인형의 아들이라 생각해 보니 나중에 인터넷에서 엄마가 중요한 신체 부위를 노출하면서 남자들한테 돈을 구걸하는 영상을 보게 되면 충격으로 아무 것도 못 할 거 같았다.


게다가 그 영상을 내 친구들이 보거나 나중에 내 장인어른 되실 분깨서 보게 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 근데 다들 그거 알아요? 사실 저 여자가 지금 남편 만나기 전에 불법 스포츠 도박장 운영하는 남자랑 사귀었는데 저 여자한테 20억 뜯기고 버려져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대요! 그때 갈아탄 남자가 현 남편이고요. "


“ 어휴. 격 떨어져. 저런 여자랑 이웃이라는 게 정말 쪽팔리네요. 이러다 우리 집값도 떨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애초에 입주민들 신상 조사 해서 격에 맞는 사람들만 받았어야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돈 받고 몸 팔던 여자는 좀 그렇네요··· ”


" 내 말이요. "


아줌마들의 시선이 동시에 바비 인형에게 꽂혔다. 그 눈초리에 난자당한 바비 인형은 테이크아웃잔에 나온 커피를 받아 들고 도망치듯 이 자리에서 벗어나려 했다.


“ 안녕히 가세요. ”


그때 애나가 유일하게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 예. 고마워요. ”


바비인형은 그게 고마웠던지 듯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인사를 한 후에 천천히 걸어서 퇴장했다. 그러자 주위 아줌마들의 원성이 쏟아져 나왔다.


“ 작가님! 격 떨어지게 저런 여자를 왜 상대해 줘요! ”


“ 같은 동네 주민이잖아요. 인사하고 지내면 좋죠. ”


애나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 여자한테는 이 세상에 선과 악의 구분없이 모든 게 다 선으로 물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벗방하는 여자를 옹호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나도 나름 보수적인 사람이라 그런지 돈을 받고 사람들한테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를 대건 도무지 이해해줄 수가 없었다.


물론 부모님이 많이 편찮으셔서, 학비가 필요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여자가 그랬다면 아는 즉시 바로 헤어졌을 거다.


“ 아이 참. 하여간 우리 작가님은 착해서 문제라니까. 근데요 저런 여자들 이해해주잖아요? 그럼 안 그런 사람들만 억울해져요. 세상에 돈이 안 필요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 사람들이 다 몸 파는 것도 아니고, 다들 열심히 해서 일해서 정당하게 돈 벌려고 노력하는데 같은 취급을 해버리면 오히려 역차별이죠. 작가님 마음 약한 건 알겠는데 돈에 미친 저런 여자보다는 성실히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더 생각해 주세요. ”


저 아줌마들은 자기들도 스스로 돈 안 버는 주제에 참 말은 잘했다. 하지만 그 말에 틀린 건 하나도 없었다. 고작 저런 여자를 동정할 거면 나처럼 없는 집안에서도 아르바이트를 뛰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을 응원하고 지원해 줬으면 소원이 없겠다.


"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 분이 한 짓은 지탄 받아야 마땅하지만 제가 욕한다고 바뀌는 건 없잖아요. 그냥 신이 알아서 벌하시길 기다려야죠. "


신을 운운하는 걸 보니 애나라는 여자도 기독교 신자인 거 같았다. 어쩐지 사람한테서 천사의 향기가 난다 했다.


얼굴도 예쁜데 능력도 있고 거기다 인성까지 좋다니. 뭐 하나 부족함이 없는 그녀를 보며 오늘도 난 신의 불공평함을 느꼈다.


도대체 저 여자한테 흠이라는 게 있을까.


***


집으로 돌아와 대충 씻은 후에 난 침대에 누워 폰으로 애나의 작품을 검색해 봤다.


그간 지연이가 좋아하는 작가라는 것만 알고 있었지 개인적으로 흥미가 없어서 그녀가 어떤 작품을 그렸는지 찾아볼 생각도 하지 못 했는데 오늘 실물을 영접하고 나니 갑자기 알고 싶은 게 많아졌다.


그런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괴상한 그림들만 잔뜩 나와 사람을 당황시켰다.


방금 내가 본 그림엔 날개 6개가 달린 괴생명체가 있었는데 그 날개마다 눈이 수백개씩 달려 있었다. 아무리 순수함을 상징하는 화이트와 핑크빛 염료를 입혔다고 해도 저건 지옥에 사는 괴물이 분명했다. 신을 믿는 사람이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설마 이 여자도 신을 믿는 척 위장하고 있는 악마 숭배자인가.


더 놀라운 건 이런 그림이 200억이 넘게 팔린다는 거다. 내가 정답이 딱딱 떨어지는 공부만 한 이과생이라 그런지 도저히 이 그림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곧 이어 읽은 블로그 글에서 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 이 작품을 산 사람들은 전부 투자한 금액의 10애서 100배의 자산을 더 벌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부유해지고 싶은 부자들이 애나의 그림을 사기 위해서 돈을 싸들고 대기중이라고 한다. 실제로 H그룹의 정 회장은 애나의 그림을 200억에 구매하고 그 해에 주식이 대박나면서 2500억의 이익을 봤다고 한다. >


이 글을 보니 갑자기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투자한 금액의 10배라···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전재산이 2천만 원 정도니까 이걸 다 투자하면 적게는 2억에서 많게는 20억까지 벌 수 있을 거다. 그럼 난 학자금이니 생활비니 돈 걱정없이 무사히 학업을 마치고 의사가 될 수 있을 거다.


문제는 미치지 않고서야 200억이 넘는 그림을 고작 2천만원에 팔아줄 리가 없다는 거다. 결국 이것도 돈 많은 사람들만 돈을 불릴 수 있는 돈 먹고 돈 버는 구조인 셈이었다. 애초에 나같이 가진 거 없는 빈털터리 빛쟁이들은 꿈조차 꿀 수 없는 영역이었다.


***


그저 한 번 스치듯 만난 거뿐인데 이상하게도 그 날부터 자꾸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나도 주체할 수 없는 열망에 점점 사로잡혔다. 그림도 그림이었지만 그냥 다시 한 번 그녀와 스치듯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계속 마주치다 보면 정이 쌓여서 나한테 공짜로 그림을 선물해 주지는 않을까. 가능성 없는 상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머리가 어지러웠다.


다 모르겠고, 그냥 내 하루의 전부가 그 여자에 대한 생각으로 꽉 채워져 다른 것들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게 돈에 대한 갈망인지, 아니면 애나라는 여자에 대한 관심인지 나조차 헷갈렸다.


다행히 오늘은 탑클래스에서 과외가 있는 날이라 그녀를 만날 가능성이 높았다. 난 학교 수업도 듣는 둥 마는둥 하며 그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지연이가 오늘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과외가 끝나고 만나지 못할 거 같다는 문자를 해왔다.


탐커피에서 꼭 커피를 마셔야만 하는 나에겐 곤란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 지우야, 과외 끝나고 형이랑 커피 마실래..? ”


고민 끝에 난 용기내어 지우에게 물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지연이가 없다면 지우의 도움이라도 받고 싶었다.


“ 같은 남자끼리 무슨 커피에요. ”


지우가 불쾌한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마음은 내 백번 이해했다.


“ 너도 좀 그렇지..? ”


“ 당연하죠. 전 남자랑 게임이랑 운동 아니면 같이 안 해요. 커피로 물총 싸움을 하면 모를까 남자끼리 징그럽게 무슨 커피에요. ”


내가 생각해도 이번엔 내가 좀 선을 넘은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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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0억 그림의 주인 23.08.24 10 0 10쪽
» 돈 받고 몸 팔던 여자 23.08.24 13 1 10쪽
1 부자들의 돈지랄 23.08.24 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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