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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열아홉 바로 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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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작품등록일 :
2023.08.17 13:20
최근연재일 :
2023.10.14 13:21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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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추천수 :
0
글자수 :
53,804

작성
23.10.1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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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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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여전히 예쁘던데

DUMMY

***


도경우가 내 마음에 불을 지피고 간 후로 난 자꾸만 걔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나도 여자라고 예쁘게 보이고 싶은지 귀찮아서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하던 세수도 매일같이 하며 경우가 사다 준 화장품을 찍어 바르고 있었다.



' 이거 겁나 비싼 건데... '


하지만 땡전 한 푼 없는 내가 쓰기엔 너무 고가의 화장품이라 간에 기별도 안 갈 만큼 콕 찍어서 얇게 펴 발라야 했다. 마음 같아선 여기에 피부 화장과 색조 화장도 하고 싶지만 그럴 만한 화장품이 없어 포기했다. 대신 난 너튜브 메이크업 영상을 찾아보며 예습에 들어갔다. 원래 내가 이해하는 머리가 좋아서 딱 한 번 봐도 다 알아먹을 수 있었다. 참 쓸데 없는 곳에서 내 머리가 아직 안 죽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오후 1시가 되고, 3시가 되고, 7시가 돼도 경우는 오지 않았다. 오늘 만나기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괜히 서운했다.


난 엄마가 개통시켜준 10년 전 휴대폰으로 경우의 별스타에 들어가 봤다. 거기서 난 녀석의 지난 10년을 염탐했다.


한국대 의대에 입학한 신입생 도경우. 한국대 병원 인턴이 된 도경우. 그리고 전문의가 된 도경우까지. 녀석의 지난 10년은 언제나 멋있기만 했다. 사진 곳곳에 묻어난 녀석의 시원하고 멋진 미소는 세상 전체가 어두운 나랑은 어울리지 않았다.


경우는 빛의 세계에 사는 인간이었다. 어둠 속에서만 빛을 발하는 나와는 결코 섞일 수 없는 존재였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내가 거리를 두는 게 맞았다.



' 그 동안 고마웠어. 이제 너도 너의 세계로 돌아가. '


그간 하도 포기만 하고 살았더니 이젠 무언가를 포기하는 게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이젠 성취가 뭔지, 성공이란 단어가 뭔지도 까먹었다. 그렇게 난 패배자로 전락한 거다.


하지만 포기가 쉽다 해서 나에게 아무 영향도 없는 건 아니었다. 무언가를 포기할 때마다 내 마음은 점점 더 공허해졌다. 결국 난 이 허전함을 잠으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꿈 속에서는 뭐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오늘도 난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 한국대 병원



그 시간, 오늘도 열일하는 엄친아 도경우의 주위로 철범이 승냥이 같은 얼굴로 슬며시 다가왔다.



" 야, 도경우! 오랜만에 끝나고 진하게 한 잔 하자! 너도 알다시피 이 형이 3개월 후에 결혼하지 않냐. 그 기념으로 비너스에서 거하게 쏜다! "


비너스는 한 번 마실 때마다 몇 백씩 깨지는 술집이었다. 그럼에도 남자들이 기를 쓰고 가려는 이유는 거기 있는 아가씨들 때문이었다. 거기엔 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예쁘고 몸매 좋은 20대 초반의 여자들이 널려 있었다. 클럽은 자유분방하게 놀 수 있어서 좋다면 여긴 1등급 수질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 너 한달 전에도 같은 이유로 우리 데려갔잖아. 도대체 그 놈의 총각 파티는 언제 끝나냐? "


" 당근 결혼하기 전까지! 지금도 시간 없어서 한 달에 한 번만 가는 거지 내가 백수였으면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씩은 갔을 거야! 이제 진짜 놀 시간이 없다고! "


" 엄살 부리지 마. 넌 결혼하고도 갈 새끼야. "


" 넌 나를 너무 잘 알아서 가끔 소름 끼쳐. 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 "


" 글쎄, 나 요즘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서. 다음에. "


" 또?! 너 저번 주에도 몸 안 좋다고 토꼈잖아. 물고기가 1급수 물을 마다하고, 너 진짜 수상해. 설마 여친 생겼냐?! "


" 여친은 무슨! 아니야! "


" 아니긴! 딱 그거구만. 내 여자 말고는 다른 여자한테 관심 없다는 지고지순한 해바라기 모드! 너 그딴 거 따분해서 재미없다며! 결혼하기 전까진 양다리 마다하지 않고 최대한 많이 만나볼 거라며! 어떻게 사람이 변해?! "


한 번도 해바라기인 적 없었던 철범이가 배신감이 물든 얼굴로 소리쳤다. 이번에도 또 안 간다고 하면 일주일 내내 따라다니면서 빨리 여친 데려오라고 날 귀찮게 할 게 뻔했다. 그럴 바엔 차라리 하루 귀찮고 마는 게 나았다.



" 알았어. 간다 가! "


" 그렇게 나오셔야지. 그럼 풀로 예약해둘게. 나 오늘 집에 안 갈 거니까 너도 들어갈 생각하지 마라. "


내가 간다는 말에 녀석은 신이 나서 콧노래까지 불렀다. 아직 소개 받지는 못 했지만 이 자식이랑 결혼할 예비 신부가 불쌍할 뿐이었다.


쟨 죽었다 깨도 저 바람기는 못 버릴 거다. 아마 기사에 임신한 아내를 두고 술집 여자랑 바람 피는 망할 놈이 나온다면 100% 이 자식일 거다.



# 비너스



퇴근 후 몰래 도망가려다가 철범이한테 검거 당해 난 녀석과 한 차를 타고 비너스에 도착했다.



" 우리 늘 가던 방 비웠지. 늘 먹던 걸로. "


철범이는 비너스 VVIP답게 단 세 마디로 오늘 밤의 일정을 정리했다.


잠시 후, 우리 방으로 오늘의 파티원들이 두 명 더 도착했다. 이로써 한국대 의대 최강의 F4가 한 자리에 모인 거다. 나도 그 호칭이 재수없었지만 사람들은 늘 우리 넷을 그렇게 부르곤 했다. 돈 많고 잘생기고 능력 있는 엄친아들. 그래서 우리 주위엔 항상 여자가 끊이질 않았고, 얘들도 여자에 미친 놈들이었다. 물론 나도 그 중에 하나였다. 나름의 변명을 해보자면 학창 시절 공부만 했더니 보상 심리로 세상의 모든 여자를 다 만나보고 싶었다.



" 오늘 알지? 여기서 제일 예쁜 애들로다가 넷만 들여보내줘. 어릴 수록 좋고! "


특히나 철범이 저 자식은 예쁘고 어린 여자라면 침부터 흘리고 봤다.


결혼하실 분이 한 살 연상이라고 들었는데, 블록버스터를 넘나들 둘의 결혼 생활이 벌써부터 기대됐다.



" 당연하죠. 저희 VVIP 손님들이신데요! 제가 오늘 에이스들로다가 모실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실장이 호언장담을 하고 나가고 5분도 안 돼서 연예인 포스 나는 어린 여자들이 줄줄이 소시지로 묶여 들어왔다.


여자들은 순서대로 입고 있던 원피스를 아래로 내리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게 이곳의 신박한 인사법이었다. 그렇다고 손님들도 아래를 까는 건 아니었다.



" 난 유나! 너 오늘 오빠가 풀로 책임진다! "


그새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었던지 철범이가 가장 먼저 여자를 초이스했다. 역시 여자와 엮인 문제에 있어선 빼는 게 없는 신속한 놈이었다.


난 별로 내키지 않아 녀석들이 짝을 다 정할 동안 기다렸고 결국 내 옆에는 나리라는 오래된 파트너가 앉게 됐다.


난 예의상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한 뒤에 무심하게 술을 마셨다.



" 오빠 오늘 컨디션이 별로 안 좋은가 보다. 뭐 안 좋은 일 있었어? "


그래도 얘가 나랑 몇 번 놀았다고 내 컨디션까지 알아맞혔다.



" 그냥 좀 피곤하네. "


" 그럼 우리 호텔 가서 좀 쉴까? "


그 질문에 난 더 피곤해졌다.


이래서 내가 술집에서 만난 여자들이랑은 길게 안 만나는 거다. 몇 번 호텔에 가서 놀아줬다고 툭하면 호텔로 이동하려 했다. 남자 잘 잡아서 신분상승 해보려는 속내가 훤히 보였다. 지난 번에는 안전 장치 없이 해보자고 해서 그때 정이 뚝 떨어졌다. 얘도 오래 만날 여자는 아닌 거 같았다.



" 나 오늘 일찍 들어가서 쉬려고. "


" 야, 내가 말했지. 저 새끼 여친 생겼다니까! "


그때, 소극적인 내 태도를 보고 철범이가 또 끼어들었다.



" 여자친구 아니라고. "


" 여자친구 아니면, 짝사랑? 솔직히 말해라. 안 그럼 너 오늘 호텔에 내가 데려간다. 너 오늘 밤새 안 재울 자신도 있어. 경험하고 싶거든 계속 그렇게 입 다물고 있던가. "


이 자식은 한다면 정말 하는 돌아이라 입을 여는 수밖엔 없었다.



" 미친 새끼. 그냥.. 오랜만에 첫사랑을 만났어. "


그냥 첫사랑도 아니고 무려 20년이나 함께 해온 동네 친구이기도 했다.



" 예쁘냐? "


역시 이 질문이 가장 먼저 나올 줄 알았다.



" 엄청 예뻤지. 국민 여동생 나이유 뺨칠 정도로 청순하고 공부도 잘했어. 우리 학교에서 걔 안 좋아한 남자는 아마 없을 걸? "


" 근데 왜 안 잡았냐? 내 주위에 그런 여자 있었으면 의사 되자마자 사고 쳐서 도장부터 찍었다! "


하여간 생각하는 거 하고는. 내 친구라 그런지 나랑 생각하는 게 완전 똑같았다.



" 나도 그러려고 했지.. 근데 내가 뭘 해보기도 전에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서 얼마 전에 깨어났어. "


" PVS(지속적인 식물인간 상태)? "


" 어. "


" 얼마나? "


" 열아홉살부터 지금까지. "


" 그럼 지금 서른이야?! 그 여자도 인생 망했다. "


" 그럴까..? "


녀석의 부정적인 평가에 난 냉소적으로 물었다.



" 당연하지! 요즘 어리고 예쁜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대학교도 안 나왔을 거 아냐. 그 나이에 고졸로 뭐하냐. "


" 그래도 내 눈엔 여전히 예쁘던데. "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내 눈에 하연수는 여전히 예쁘고 착한 하연수일 뿐이었다. 고작 10년이 지났다고 해서 첫사랑의 기억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게 남자들이 첫사랑에 매달리는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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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열아홉 바로 서른 요약본 몰아보기] 23.10.14 9 0 3쪽
15 갑의 연애 23.10.14 11 0 7쪽
14 내가 불행했을 때 넌 행복했다 23.10.14 8 0 8쪽
13 질투심에 사로 잡힌 소녀 23.10.14 9 0 6쪽
12 고딩이 어디서 술이야 23.10.14 7 0 8쪽
11 파산 직전인 투자의 귀재 23.10.14 6 0 7쪽
10 미모 특강 23.10.14 6 0 8쪽
9 좋은 어른 23.10.14 9 0 7쪽
8 내가 되돌려 놓을 거야 23.10.14 7 0 7쪽
7 돌연변이 인간 23.10.14 8 0 8쪽
6 이기적인 19살 23.10.14 7 0 7쪽
5 내가 싫어하는 건 인간 23.10.14 11 0 7쪽
» 여전히 예쁘던데 23.10.14 13 0 10쪽
3 몰래 온 손님 23.08.22 18 0 10쪽
2 10년만에 몰락 23.08.21 22 0 10쪽
1 열아홉 바로 서른 23.08.17 5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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