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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미친 계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치북
작품등록일 :
2023.08.17 12:01
최근연재일 :
2023.09.21 09:19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712
추천수 :
30
글자수 :
91,517

작성
23.08.18 23:50
조회
38
추천
2
글자
11쪽

너는 나의 왜, 나는 너의 어떻게

DUMMY

***


한참이 지난 후 눈을 뜬 유연의 옆에는 이신이 화가 났지만 원가 강하게 결의한 얼굴로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녀는 또 살았다는 절망감에 차라리 눈을 감아 버렸고 왕은 잠잠히 그녀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 네가 잠들어 있는 동안 무수히 많은 생각을 하였다. 난 항상 어머니의 선택이 참 궁금했어. 계속 그리 미쳐 있어도 될 사람이 어찌 스스로 목숨까지 내던졌는지. 내 너를 보고 내 어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를 알았다. 그날 누군가 내 어미한테 잔혹한 진실을 알려 준 게야. 네가 그러고 있어 봐자 아버진 결코 오지 않을 거라고. 네가 이리 미쳐 가는 동안에도 네가 사랑하는 남자는 다른 여인들과 아이까지 낳으면 잘 살아갈 거라고. 결국 여기 이러고 있는 너만 X신이라고. 오늘 내가 너에게 했던 말처럼 말이다. 난 그걸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


그 말에 유연이 살며시 눈을 떠서 왕을 바라봤다. 그는 깊은 슬픔을 애써 분노로 억누르고 있는 듯 힘겨워 보였다.


“ 내가 그것들을 살려 둔 이유가 궁금하지? 사실 나도 고작 사랑 따위에 미쳐 스스로 목숨을 포기한 어미를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 차마 어미의 마지막 결단을 그들의 탓으로 돌릴 수 없었던 거야. 그리 치졸해지고 싶진 않았거든. 허나, 누군가가 내 어미에게 고의로 잔혹한 진실을 알게 하여 죽게 하였다면 내게도 그 책임을 물을 이유가 생기지 않겠느냐. 그래서 짐은 결심하였다. 어미의 복수를 하기로. ”


그가 굳게 결의에 찬 얼굴로 말했다.


“ 짐은 너로 인해 복수의 이유를 찾았다. 허니 짐은 너에게 어떻게가 되어 주겠다. 예서 이리 아무것도 안 하고 죽어갈 바엔 나와 함께 복수하자. ”


그게 그가 제 어미에게 가장 바랐던 것이었다.


저 망할 것들을 향한 복수!


“ 어떻게요..? ”


그의 강한 의지에 감복한 유연이 그제야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서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깊이 잠겨 있었으나 연약한 유리 위로 옥구슬이 굴러다니는 듯 고왔다.


연약한 그녀의 목소리에 신은 다시 한 번 이 여인을 무참히 짓밟고 떠나버린 놈이 원망스러웠다.


이 여자도 우리 어머니처럼 망할 놈만 만나지 않았으면 자신을 어여삐 봐줄 남자를 만나 능히 행복했을 여인이었을 거다.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있듯이 이 여자도, 우리 어머니도 남자 하나를 잘못 만난 바람에 이리 처참하게 망가진 거다. 난 그 하나의 선택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 내가 너의 힘이 되어줄 것이다. 허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행하라. 그걸 성공시키는 건 내가 될 터이니. 이리 할 일 없이 떠드는 거 같아도 짐이 이 나라의 왕이니라. 한 마디로 넌 지금 이 나라 조선을 얻은 거라고. ”


그의 말에 유연의 눈은 동공이 커진 채로 일렁였다. 허나 조선을 좌지우지할 엄청난 제안인지라 쉬이 결정할 수 없어 또 입을 꾹 다물고 있어야 했다.


다시 시작된 그녀의 묵언 수행에 갑갑했던 왕은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 내 진심으로 궁금하여 묻는 것인데, 넌 말을 할 수 있는 게냐 없는 게냐? ”


“ 할 수는 있사옵니다··· ”


“ 허면 일부러 짐의 말을 씹은 것이냐? 미친 척을 하면서까지?! ”


그는 아직도 저 계집이 내 말을 계속 씹어왔던 것에 무척이나 화가 났다.


지금껏 감히 그 누구도 내 말을 흘려 듣지 못 했거늘. 고작 이딴 계집이 날 능멸하고 말이야. 하여간 인생은 살고 볼 일었다. 나도 왕인 내가 고작 이런 계집에게 개무시를 당하게 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 그것 아닙니다! 소인 정신이 다시 돌아온 건 이곳에 온 후부터였습니다! 자꾸 옆에서 누가 쫑알 쫑알 떠드는 바람에···! ”


“ 쫑알 쫑알?! 지금 짐에게 쫑알 쫑알 떠든다고 하였느냐?! 짐이 말을 하면 얼마나 많이 하였다고! ”


“ 매일이요.. ”


유연은 면목이 없었으나 할 말은 하고 봤다.


“ 그..그건..! 짐이 업무 때문에 피로가 쌓여서 그런 것이고! 하루에 고작 1번이다! 것도 밥 먹는 시간, 쉴 시간 쪼개서! 그래서 짐이 그리도 귀찮았느냐? ”


왕은 자신만 이 관계를 긴밀하게 생각한 듯 하여 서운했다. 허나 그 마음도 모르고 유연은 다시 묵묵부답이었다.


알고 보니 이게 자기 편할 때만 입을 다물었다. 이 고얀 것이!


“ 아무튼! 이제부터 하루 하루가 널 뛰듯 짜릿하고 통쾌할 것이다. 짐과 함께 칼춤 제대로 추려거든 얼른 회복하거라. 알았느냐. ”


이 계집이 하는 짓은 얄미우나 복수를 하려거든 일단 힘과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했다.


모든 것은 다 건강한 몸과 마음에서 나오나니 이 계집에게 시급한 건 말 잘 듣는 순종이 아니라 이미 쇠한 체력을 정상으로 끌어올리는 일이었다.


“ 예.. ”


이게 또 자기 편할 때만 대답했다. 심히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아군으로 엮인 사이라 잠시 참기로 했다.


“ 작전이 세워질 때까지 넌 평소대로 계속 미친 척 하고 있거라. 너도 알다시피 여긴 자신의 경쟁자가 될 법한 이들한테 날카로운 송곳니부터 들이대는 무서운 곳이야. 왜 내가 저번에 말했던 그 표독스러운 3인방 있지 않느냐. 중전과 정빈, 의빈 이렇게 한 묶음이다. 그 셋이 몰려다니면서 사람을 피 말리게 하니 네가 회복할 때까지는 웬만하면 눈에 안 띄는 게 좋을 거다. ”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이 미친 계집, 아니 이젠 미치지 않게 된 유연이의 회복이었다. 유연이가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난 표독스러운 3인방에게서 어떻게든 그녀를 지켜 보일 거다. 복수는 그 다음에 속전속결로 이루어질 거다.


내가 그리 확신한 이유는 간단했다. 내 지난 세월 동안 그들을 원망하고 있기만 한 게 아니었고 매일 이 머리로 그들을 죽일 방법을 하나씩 떠올리며 기나긴 하루를 버텨왔다. 계책은 이미 이 머리에 무수히 들어 있으니 남은 것은 실행뿐이었다.


***


며칠 후, 왕이 내린 임무를 완수한 홍난욱이 그에게 독대를 청했다.


그들은 몰래 엿듣는 쥐새끼들을 따돌리기 위해 북원에 올라 계속 걸으며 사담을 나누었다.


“ 그 미친 계집은 이연악의 딸이라 하옵니다. ”


“ 이연악이라.. 누구..? ”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신은 고개를 갸웃했다.


짐이 왕이 된 지는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아버지 옆에서 지켜 봐온 신하들이 많거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 이름을 가진 자는 만난 기억이 없었다.


대체 얼마나 한미한 가문이기에···


“ 머리가 비상하고 아는 것이 많으나 꼼수를 부리지 못하는 성정탓에 윗사람들에게 밉보여 한직으로 밀려 난 자라고 하옵니다. ”


“ 제 딸처럼 충신의 기질을 가진 자로구나. 그래, 그 자는 지금 어느 소속에 있는가. ”


“ 지금은··· 실종되었다고 하옵니다. ”


“ 실종..? ”


“ 예. 옆집에 사는 평민의 말로는 딸의 혼사가 물거품이 되고 내 그 인간들을 가만히 두지 않을 거라 하고 나간 뒤에 소식이 두절되었다고 하옵니다. 그 후로 이연악의 부인은 화병으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고 하옵니다.. ”


그 안타까운 사정에 왕은 혀를 차며 안타까워 했다.


“ 지금까지 내 인생만 이리 기구한 줄 알았더니 그 계집의 인생은 나보다 더 기구하구나. 이런 일을 겪고도 미치지 않으면 진짜 미친 거겠지. 계속해 보거라. ”


“ 이연학에게 딸이 하나 있었사온데··· 그 딸이··· ”


“ 저 팔푼이겠지. 고작 사랑 때문에 미쳐버린 멍청한 계집 말이다. ”


“ 제 아비를 닮아 엄청난 수재였다 하옵니다. 그 머리가 어찌나 영민하던지 잔꾀에 관해서는 그 마을 일인자였다 하옵니다··· ”


너무 놀란 나머지 왕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고 말았다.


“ 저런 것이 수재···? 말도 안 되는 농이다. 그럴 리가 없어.. 그리 영민한 계집이 왜 저러고 있어! ”


“ 뭇사람들의 말로는 이연악 영감이 잔꾀를 부리지 못해 밀려났던 지난 날을 뼛속 깊이 후회하며 하나뿐인 제 딸에게 자신이 습득한 모든 지식을 쏟아 부었다고 하옵니다.. ”


“ 아니야.. 아무래도 네가 사람을 잘못 알아온 거 같구나. 다시 알아오도록! “


허나 홍난욱은 자신이 알아온 정보의 정확성을 신뢰하듯 자신만만한 얼굴이었다.


저런 계집이 수재란 소리를 듣으며 자랐다니. 아무래도 이 나라에 망조가 든 게 분명했다. 내 암담한 조선의 미래가 걱정되어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그럼 그 새..아니 저 계집을 저리 만든 그 사내는 어떤 자더냐. ”


“ 박찬혁이란 자로 최근 열린 과거 시험에서 병과로 급제하여.. ”


“ 갑을병 중에 병? 짐의 기대보다 그리 영민한 자는 아닌 듯 하구나. ”


왕이 깔보듯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내 과거에 합격한 모든 이들을 존중하는 바이니 내 미친 계집에게 몹쓸 짓을 한 그 자식은 어떠한 꼬투리를 잡고 늘어져서라도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고작 병과 주제에 장가 한 번 잘 들었다고 설치기는! 내가 너의 이름을 안 이상 요직에 등용하는 일은 결단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그 후에 교서관에 있다가 혼인을 하기 바로 직전에 승문원으로 옮겼다고 하옵니다. ”


“ 한 마디로 외가 덕에 중요한 자리로 옮겼다는 말이구나. ”


승문원은 과거에 급제한 이들이 요직으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는 곳이었다. 하여 과거 시험에서 합격한 자들 중에서도 갑과와 을과의 상위에 속하는 이들이 배정되는 곳이었다. 반면 교서관은 책을 만드는 곳으로 주로 병과에 합격한 이들이 배정 받는 한직이었다.


헌데 병과가 권력의 핵심으로 배정되었다니. 이는 자신의 사위를 어떻게든 요직에 집어넣으려는 김상조의 작품이었을 거다. 하여간 이 영감탱이가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특히 그의 누이는 내 어미를 죽게 한 후궁들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 미친 계집과 나의 원수가 하나로 일치하니 우린 결국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던 거다.




추천 한번씩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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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너의 사내는 망할 거다 23.08.20 24 2 11쪽
13 내 계집을 가졌다기에 대단한 사내인 줄 알았다 23.08.20 2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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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그 누구와도 널 나누지 않아 23.08.19 3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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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궁에는 슬픈 여인들이 많아 23.08.19 37 3 10쪽
» 너는 나의 왜, 나는 너의 어떻게 23.08.18 39 2 11쪽
6 너는 꽃처럼 졌다 23.08.18 42 2 10쪽
5 나는 너와 취할 것이다 23.08.18 47 2 9쪽
4 너 내 말 들리지? 23.08.18 44 2 10쪽
3 날 사랑하지 않는 것들 23.08.17 48 2 10쪽
2 왕이 미쳤다 23.08.17 52 2 10쪽
1 빗속의 미친 계집 23.08.17 9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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