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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미친 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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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작품등록일 :
2023.08.17 12:01
최근연재일 :
2023.09.21 09:19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711
추천수 :
30
글자수 :
91,517

작성
23.08.18 20:50
조회
41
추천
2
글자
10쪽

너는 꽃처럼 졌다

DUMMY

미친 계집은 상궁들에게 데려 오라 하고 왕은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거기엔 아까 버려질 뻔한 산해진미들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이미 많이 식은 듯 했지만 여전히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것이 군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하여도 배가 불렀는데, 마음 고생을 해서 그런지 금새 출출해진 거 같았다.


난 오늘 이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이 방에서 나가지 않을 거다. 내 말이 안 들리는 그 미친 계집은 그때까지 내 푸념을 듣고 있어야 할 거다.


“ 어머니, 오늘 예서 한 잔 하고 갈 터이니 속히 극락으로 떠나십시오. 제가 바라는 건 복수도 아닌 어머니의 행복이니까요. 이번엔 제 소원을 들어주시렵니까? ”


여기 온 김에 그는 어머니에게 안부 인사 드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무섭다며 다들 꽁지 빠져라 도망가는 곳이었지만 나에겐 이 곳이 어머니의 치마폭처럼 따듯하고 편한 곳이었다.


하지만 내 이제 다 큰 성인이 되었으니 어머니의 치마폭을 벗어날 때도 됐다. 어머니께서 날 두고 떠나셔도 무탈할 나이가 되었으니 이제 그만 좋은 곳으로 보내드리고 싶었다.


“ 저..전하.. 모시고 왔습니다.. ”


그때, 전 상궁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아뢰었다.


“ 들라 하라. ”


“ 예.. ”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전 상궁이 미친 계집을 업은 채로 들어왔다.


“ 아니 왜 전 상궁이··· ”


“ 다리에 힘이 없으시어.. 제대로 서지도 못하십니다..허으윽···”


“ 이..일단 예 내려놓거라! ”


난 전 상궁이 혼절하기 전에 서둘러 미친 계집을 앉힐 자릴 마련했다.


“ 성은이..망극하옵니다···”


미친 계집을 내려 놓은 전 상궁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가 괜한 일을 벌여 아랫것들을 괴롭게 한 건 아닌지 죄책감이 들었다.


“ 여긴 짐이 알아서 할 테이니 다들 멀리 떨어져서 쉬고 있거라. 아주 멀리. 이왕이면 이 자빈전 밖에서 말이다. 무슨 뜻인지 알지? ”


한 마디로 내 사생활 엿보고 엿들을 생각 말고 저리 꺼져 있으란 말이었다. 내 아무리 신하들에게 상시 노출되는 임금이란 신분이긴 하나 여인과의 일은 오로지 우리 둘 만 아는 비밀로 남겨 두고 싶었다.


“ 예.. 그럼 소인.. 이만 가···보겠습니다··· ”


그렇게 전 상궁이 바닥난 원기를 보충하러 사라지고 난 드디어 술자리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 술이란 것이 말이다 맛도 좋을 뿐더러 마음 속에 있는 근심 걱정을 사라지게 해주니 죽마고우처럼 좋은 벗이었다. 하여 내 절친한 이들보다 이 술을 더 가까이 하니 그 자들이 질투를 하여 나보고 금주를 하라는 얼토당토 않는 소릴 해대기까지 했다.


어림도 없는 소리! 이 술을 끊을 바엔 차라리 내 정치를 끊고 말 거다.


일단 놀란 마음을 진정시킬 겸 난 내 벗을 들이켰다.


인삼주의 건강한 맛이 식도를 타고 내려와 온몸을 따듯하게 데워줘 몸과 마음이 동시에 푸근해졌다. 이런 술은 아무리 마셔도 안 취하는 약주였다.


그렇게 연달아 넉 잔을 비워내지 정신이 기분 좋게 알딸딸 해져 그제야 대답도 없는 미친 계집과 대화를 나눌 기분이 들었다.


“ 자기 발로 걸을 힘도 없는 계집이 거기까지 잘도 갔다? 내 말이 그리도 듣기 싫었더냐! 짐이 말을 하면 얼마나 많이 한다고! ”


순간 열이 뻗쳐 나와 다시 인삼주를 들이켜야 했다.


사람들이 내 맘을 이리 몰라주니 내가 술고래가 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래도 내 자제력이 없는 사람이 아닌지라 매일 마시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딱 하루 날 잡아서 진득하게 취해보는 거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다.


근데 이 계집이.. 아직도 답이 없네..?


이 가소로운 것이 짐이 이리 능멸하니 교육이 시급했다.


“ 너도 네 처지가 한심해서 말도 안 나오지? 고작 남자 하나 때문에 목숨이나 걸고. 못 듣는 척, 말 못 하는 척 하면 뭐가 나아지더냐. 네가 그리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고 세상은 여느 때와 같이 흘러갈 거다. 우리 어머니가 예서 순정을 바치는 동안 우리 아버진 발길 한 번을 안 들이셨고 다른 년들과 희희낙락 즐기기만 하셨지. 봐라. 네가 그리 연모하던 그 사내도 사랑스러운 부인과 정답게 지저귀며 행복에 겨워하고 있을 거다. 아이도 순풍 순풍 낳으며 백년해로도 하겠지. 너만 여기서 죽어갈 뿐, 아무도 네 진심 따윈 신경 쓰지 않아. 결국 너만 X신이 되고 마는 거지.. ”


말하다 보니 어머니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 하며 속 안에 있던 말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냈다.


이 이야긴 결국 이 미친 계집이 아니라 혼자만 바보가 되고 만 내 어머니의 가슴 시린 이야기였다. 그렇게 어머닌 아직도 내 가슴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


어느새 만취에 쓰러져 잠이 든 이신은 술병이 쓰러지는 바람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고작 그거 몇 병 마셨다고 이리 정신을 잃다니. 요즘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느라 기력이 쇠한 모양이었다. 어의들이 알면 또 금주를 재촉할 게 눈에 훤히 보였다.


그런데 방안을 둘러보니 이 미친 계집이 또 안 보였다. 이게 또 내 말이 듣기 싫어서 내뺀 거다.


' 자기 힘으로 걸을 힘도 없는 계집이! 내 잡히면 절대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니 각오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거다! '


난 그 계집을 데려오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 계집이 있을 곳은 뻔했다. 아까 발견된 연못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거다.


이미 취기가 잔뜩 오른 그는 비틀거리며 연못이 있는 뒤뜰로 향했다. 헌데 내가 찾는 계집은 없고 연못 위에 커다란 연꽃이 피어 있었다.


“ 내가 이렇게나 술에 취했나..? ”


살아 생전 저리 큰 꽃은 본 적이 없었기에 난 눈을 부비며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허나 아무리 눈을 감았다 떠도 꽃잎은 여전히 그 자리에 떠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보니 그 꽃잎이 참··· 허름한 거 같았다. 마치 오래 입에 해진 싸구려 천 같달까.


모든 최고만 들어오는 궁에 그런 천이 있을 리가···


이내 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원래 이 궁에는 없었지만 최근에 분명 저 따위 천을 입은 계집 하나가 들어왔었다. 그건 나의 미친 계집이었다!


“ 유연아! ”


그는 미친 계집의 이름을 부르며 급히 달려갔다.


벌써 이번이 두번째였다. 벌써 두 번이나 내가 아끼는 여인들이 이 연못에서 스스로 목숨을 내던졌다.


“ 이번엔 안돼. 이번엔 절대 못 보내! ”


그는 거침없이 차가운 연못으로 들어가 유연을 건져 올려 밖으로 끌고 나왔다. 허나 이미 시간이 지난 듯 그녀는 미동도 않고 잠들어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얼른 손을 써야 했다.


그는 유연을 안아 들고 신하들이 대기 중인 문 밖으로 달려갔다.


“ 지금 당장 어이를 불러라! 어서! 전 상궁은 날 도와 이 여인을 보살핀다! 이 여인이 죽으면 너희에게도 책임을 물을 것이니 얼른 속히 움직여! ”


물에 빠진 왕의 몰골에 벙쪄 있던 신하들은 우레와도 같은 왕명에 천벌을 피하려는 인간들처럼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전하께서 저 꼴이 되시고 안 그래도 하루살이 같이 위태로운 이 목숨까지 언급하며 내리신 명이니 지키지 못할 시엔 엄벌이 떨어질 터, 무슨 일이 있어도 저 계집을 살려야 했다.



# 방안



상선이 목숨을 걸고 물러온 어의가 잔뜩 겁 먹은 얼굴로 방안에 누워 있는 유연을 진맥했다.


상선 영감이 환자에게 큰 일이라도 생기는 날엔 우리 둘 다 교수형에 쳐해질지도 모른다고 하도 겁박을 해서 그런지 진맥실을 잡은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 다행히 아직 숨은 붙어 있사오나.. 원체 몸이 많이 쇠하시어.. ”


“ 무조건 살려라. 이 여인이 죽으면 네 목도 남아나질 못할 거다. ”


왕은 칼날 같이 차갑고 날카로운 얼굴로 어의에게 살해 협박을 했다. 이에 어의는 이미 저승사자를 만난 듯 새파랗게 질려서 혼절하기 직전이었다.


이리 목숨을 가지고 협박하여 미안한 바지만 난 어떻게 해서든 이 여인을 살려야 했다. 두 번 다신 같은 아픔을 겪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정말로 미쳐 버려 선대의 어떤 왕처럼 궁인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다 족칠지도 몰랐다. 짐이 성군이 되려면 이 여인이 있어야 했다.


“ 허니 제발 죽지 말거라.. 부탁이다.. ”


그 날 밤 성군이 되고자 했던 왕은 밤새 그녀의 손을 붙잡고 간절히 기도했다.


이 미친 계집이 나에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답을 찾기 전까진 이리 허무하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허니 내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때까지 멋대로 내 곁을 떠나는 건 결코 허락하지 않을 거다. 네가 저승으로 가겠다면 옥황상제님께 빌고 빌어서라도 다시 되찾아 올 거다. 그게 내 말을 듣고도 안 들리는 척 무시한 벌이라 생각하고 달게 받거라.




추천 한번씩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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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나의 미친 계집' 요약본으로 몰아보기 1] 23.09.20 34 1 14쪽
15 복수하고 싶으면 내 침소에 들거라 23.08.20 25 1 11쪽
14 너의 사내는 망할 거다 23.08.20 24 2 11쪽
13 내 계집을 가졌다기에 대단한 사내인 줄 알았다 23.08.20 27 2 10쪽
12 네 하루의 전부가 되어야겠다 23.08.20 32 2 11쪽
11 그 누구와도 널 나누지 않아 23.08.19 32 1 10쪽
10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바쳐 이루리다 23.08.19 37 1 10쪽
9 너를 안는 데 추억은 필요 없어 23.08.19 31 2 10쪽
8 궁에는 슬픈 여인들이 많아 23.08.19 37 3 10쪽
7 너는 나의 왜, 나는 너의 어떻게 23.08.18 38 2 11쪽
» 너는 꽃처럼 졌다 23.08.18 42 2 10쪽
5 나는 너와 취할 것이다 23.08.18 47 2 9쪽
4 너 내 말 들리지? 23.08.18 44 2 10쪽
3 날 사랑하지 않는 것들 23.08.17 48 2 10쪽
2 왕이 미쳤다 23.08.17 52 2 10쪽
1 빗속의 미친 계집 23.08.17 9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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