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올드스쿨한 다크 판타지 전문 작가의 서재

위자드라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구선장
작품등록일 :
2020.11.14 00:20
최근연재일 :
2021.01.15 22:0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2,796
추천수 :
32
글자수 :
169,063

작성
21.01.12 20:54
조회
33
추천
1
글자
11쪽

29화 - 록샤드 본 알프로스

DUMMY

암부 요원의 보고를 접한 국왕은 매우 만족해하며 윙제스터에게 상을 내렸다.


“이건···.”

눈앞의 암부 요원이 가져온 고급스런 로브를 내려다보던 윙제스터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저었다.


“······?”

“정말 황송한 말씀입니다만, 상을 받는다면 따로 받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

감히 국왕의 포상을 멋대로 거절하고 다른 것을 요구하다니, 암부 요원의 눈가가 씰룩거렸다.


“···그런 이야기는 직접 알현한 후에 하도록 해라.”

퉁명스럽게 로브를 넘겨준 요원은 툴툴대며 나가버렸다.

윙제스터는 복잡한 표정으로 품에 떠밀어진 로브를 내려다보고 있다가 곧바로 왕성으로 향했다.


곧 간신히 알현이 허가되어 알현실에 들어와 조심스럽게 몸을 조아린 윙제스터를 흥미롭다는 듯 내려다보던 국왕이 운을 떼었다.


“그래서, 내 포상의 어디가 마음에 안 차는 것이냐? 자네 정도의 청년이라면 순 미스릴 제 로브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 텐데.”

그제서야 자신이 받은 로브가 순 미스릴 제였음을 깨달은 윙제스터가 흠칫했다.

설마 했는데 그 정도의 보물을 선뜻 포상할 줄은.


“정말 황송하기 그지없는 영광이오나, 저는 예전부터 폐하께서 상을 주신다면 꼭 받고 싶었던 것이 있사옵니다.”

옆에 사열해있는 고관들의 눈빛이 따갑다. 기껏 국왕폐하가 하사한 물건이 맘에 안 든다고 떼를 쓰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호오, 어디 들어나 볼까.”

“···제 조부님의 명예를 바로 세워주는 것을 원합니다.”

“······!”


고관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했는데 이런 불경한 제안을 해 오다니.

저 애송이는 정말 하룻강아지와 같다며 키득거렸다.

“용감한 청원이로다. 그것이 무얼 뜻하는지는 알고 말한 게냐?”

“······네.”


1왕자파의 신하들이 입술을 달싹거리며 무언가 호통을 치려고 했지만, 다 안다는 듯이 국왕은 팔걸이를 턱 하고 짚으며 그것을 제지했다.


“어째서 그렇게 조부의 일에 집착하는 것이더냐?”

“···제 연구는 할아버지의 것에서 발전한 것입니다.”

“······.”

“제가 혹시 포상을 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제 할아버지의 포상입니다. 저보다도 먼저 할아버지에게 포상을 드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윙제스터의 발언을 들은 국왕의 입에 찢어지게 미소가 올라왔다.

이 어찌 갸륵한 효심이 아니던가.

이런 올곧은 청년이라면 충성심에 대한 의구심도 필요 없을 터.


하지만 조부의 오명을 씻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것은 곧 국왕인 자신의 결정을 철회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이는 곧 국왕의 위엄에 손상이 갈 수도 있다는 뜻.


“너의 말에 일리가 있도다.”

“구, 국왕 폐하!”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수긍하는 국왕을 본 고관이 필사적으로 몸을 바닥에 팽개치듯 절하며 앞에 나섰다.


“무슨 일이냐?”

“아, 아니되옵니다!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분명 이 청년의 연구는 조부의 것이었을 터! 그러나 그것과 이것은 별개의 문제이옵니다!”

“···그만.”

“······!”


불쾌하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물러가라고 지시하자 쭈뼛거리며 다시 옆으로 물러나는 신하를 바라보며 국왕은 내심 혀를 찼다.

어째서 자신의 주변에는 저 청년처럼 올곧은 자가 이리도 드물단 말인가.


“좋다. 윙제스터여. 너의 간곡한 청원을 들어주도록 하겠다.”

“···폐하!”

“······!”

“그만. 자네들이 우려하는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왕이란 자고로 위엄이 있되 백성들에게는 자비로워야 한다고 했다. 자네는 짐을 폭군으로 내몰 셈인가!”


“그, 그것은···!”

“지금 이 시간부로 윙제스터 군의 조부에 대한 모든 오명을 짐의 이름으로 철회하고, 그에게 드래고낙 코퍼 훈장을 하사한다.”


드래고낙 훈장.

마도왕국의 발전에 혁혁한 공훈을 세운 이들에게 하사되는 명예로운 훈장으로, 급수에 따라 코퍼, 실버, 골드, 플라티나로 나뉘어 있었다.

전투 이외의 훈장 중에서는 가장 급이 높은 훈장이기 때문에, 많은 마도사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훈장이기도 했다.


“부상으로는 내가 하사한 로브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

말을 마친 국왕은 그 길로 근위대와 윙제스터를 대동하고 마차에 올랐다.

국왕의 전용 마차에 마주 앉은 윙제스터가 잔뜩 굳어 있는 모습을 국왕은 짖궂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일로 자네의 충성심에 대해 의구심을 접기로 했다.”

“···화, 황송합니다.”

곧 공동묘지에 도착한 마차에서 내린 두 사람.


시종들이 부랴부랴 붉은 카펫을 바닥에 펼쳐 길을 내면, 국왕이 선두에서 성큼성큼 걸어가 윙제스터의 조부의 무덤 앞에 섰다.


“이, 이곳은···.”

“······.”

국왕은 말없이 손짓으로 시종을 호출했고, 시종은 후다닥 달려와 고급스런 방석 위에 고이 모셔진, 동으로 만들어진 드래고낙 훈장을 내밀었다.


“귀공의 업적을 이제야 치하하게 되어 국왕으로서 유감스럽기 그지없도다.”

완곡한 사과의 말과 함께 고개를 숙여 조의를 표하는 국왕을 바라보며, 윙제스터는 이를 악물고 흐르는 눈물을 참았다.

이런 자리에서 울면 필시 얕보일 테니까.


국왕은 결코 선심이 헤픈 사람이 아니다.

바렛 스태프라는 물건의 잠재력은 이미 암부 요원의 보고로 충분히 파악한 상태.

이런 인재를 2왕자가 맘대로 휘두르게 두는 것은 국왕으로서 아쉬운 일이었다.


비록 자신의 위엄에 조금 흠결이 생기더라도, 그것으로 저 재능 있는 청년과 그 청년이 만들어내는 바렛 스태프 부대에 강한 충성심을 심어둘 수 있을 것이기에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의 효과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이미 국왕의 민감한 감각에는 뒤의 순진한 청년이 울음을 터뜨리려는걸 억지로 끅끅대며 참고 있었으니까.


이제 저 청년은 그 누가 와서 유혹을 하더라도 절대로, 결코 국왕인 자신에게 해가 될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마나를 이용해 훈장을 아예 비석 최상단에 꽂아 고정해 둠으로서, 윙제스터의 조부는 명실공히 드래고낙 코퍼 훈장을 수훈한 명예로운 마도사로 복권되었다.


조부의 복권 소식을 들은 부모님도 울면서 기뻐했다.

비록 같이 말해준 바렛 스태프의 연구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는 우려하시긴 했지만, 윙제스터가 2왕자가 나서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국왕에게 건의하고 있다고 말하자 안심했다.


일단 이렇게 연구가 양지로 올라오고 나자 연구소에 대한 국왕의 지원도 더욱 전폭적으로 행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윙제스터 역시 염원하던 것을 얻은 덕에 더욱 의욕적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윙제스터가 다음 과제로 삼은 것은···.


“총검술···?”

“네. 총검술이라고 하는 기술이 있는 것 같습니다.”

중간보고를 들으러 온 2왕자와 총검술 훈련에 대해서 상의하고 있었다.


“총검술이라니···총을 검처럼 휘두르는 건가? 기껏 마법을 쏠 수 있는데 너무 멍청한 짓 아닌가?”

“비록 쿼드 팩이 완성되긴 했지만, 그래도 재충전에 20초 정도 걸립니다. 그 시간이면 수준급의 전사라면 달려와서 무기를 두 번 정도는 휘두르겠죠.”


윙제스터의 설명에 심각성을 깨달은 2왕자도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거 위험하겠군. 그래서 총검술인가.”

“네. 이렇게···바렛 스태프의 사출구 하단부에 단검을 꽂아 창처럼 쓰는 기술입니다.”


윙제스터가 자신을 위해 만든 바렛 스태프에 꽂은 총검을 보여주자 납득한 듯 그것을 살펴본다.

“과연. 이거라면 충전 중에 기습을 당해도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하겠군.”

“네. 다만 아무리 그래도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않으면···.”

“숙련된 전사 앞에선 이쑤시개를 휘두르는 꼴이 되겠지. 알았네. 내가 교관을 수소문 해보도록 하겠네.”


다음 달.

2왕자는 자그마치 기사왕국에 공문을 보내어 교관을 몰색 해왔다.


윙제스터와 위자드 블리츠 대원들의 앞에는 곡괭이와 검, 횃불이 교차하고 있는 엠블럼을 갑주 곳곳에 새긴 건장한 체구의 중년 기사의 인사를 받았다.


“록샤드 본 알프로스라고 하네. 오늘부터 귀군들의 창술 교관으로 임관했지. 잘 부탁하네.”

“저희야 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교관님.”


록샤드 경의 옆에 서 있던 2왕자는 엄지를 세워 보인다.

“현재 기사왕국의 자유기사 중에서 단창술, 창술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라더군. 교관으로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지.”

“하하하!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이제 겨우 오러를 조금 다룰 줄 아는 정도인 걸요!”


너스레를 떠는 것도 잠시, 각 대원들에게 적당한 길이의 봉을 하나씩 던져주었다.

“잠시 쉬었다가 그 봉으로 훈련을 시작하도록 하지.”

“괜찮으십니까? 아직 이곳에 적응 이라던지···.”

“사람 사는 곳이 다 그게 그거 아니겠소. 뭐, 마법사들의 나라라고 하니 내가 보기에 신기한 게 좀 많을 수야 있겠소만···.”


어깨를 으쓱 해 보인 그가 연병장 한 곳에 자리한 바위 위에 걸터앉아 부대원들의 훈련모습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흐음···.”


신체조건은 나름대로 괜찮은 젊은이들이었지만, 척 봐도 제대로 된 전투훈련을 받은 기색이 없었다.

그가 가르칠 보람이 있을 거라는 의미였다.


그의 훈련은 매우 엄격했고, 또한 효과적이었다.

동작 하나하나를 힘 있게 할 것을 강조하면서도 실전에서 각 동작이 어떤 효과를 갖는지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상단 찌르기의 중요한 점은, 상대의 목을 정확하게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단단히 쥐고 허리에 힘을 주어 중심을 단단히 잡고 창을 솟구치게 한다는 느낌으로···!”


쓰악-!


봉이 섬뜩한 바람 뚫는 소리를 내며 솟구치듯 대련용 허수아비의 목 부분에 정확하게 닿는다.

“굳이 목 중앙을 노릴 필요는 없다. 목은 인체의 가장 큰 급소니까. 상대가 막거나 피하더라도 그 자체로 다음 동작을 저지하는 효과가 있다.”


“자, 이 동작을 50회!”

“넵!”

연병장에 바람 뚫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리며 대원들이 그가 가르쳐주는 동작을 열중해서 수련했다.

몇몇 서투른 대원들이 아예 애먼 곳을 찌르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다가가서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다리를 어깨 넓이로. 허리에 힘을 더 주도록! 허리가 흔들리면 타점이 같이 흔들리니까!”

“거기! 자네도 좀 더 하체에 집중하도록! 창술의 기본은 견고한 하체라고 몇 번을 말했나!”

“알겠슴다!”


“좋아, 거기서 내려치기!”

“하아압-!”

기습적으로 다른 동작을 지시했지만, 이미 여러 번 해온 일들이기에 대원들은 지체 없이 찌르기 동작에서 자연스럽게 내려치기로 연결했다.


“다시 목 찌르기!”

“이얍!”

“거기 허리 흔들리잖나! 다시!”

“이야압-!”


-29화 END-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위자드라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주중연재로 전환합니다. 20.12.21 22 0 -
공지 옙! 연재 날짜를 토 일 주말 전체로 확장합니다! 20.11.14 55 0 -
33 32화 - 첫 출전(3) 21.01.15 29 1 12쪽
32 31화 - 첫 출전(2) 21.01.14 40 1 11쪽
31 30화 - 첫 출전(1) 21.01.13 33 1 12쪽
» 29화 - 록샤드 본 알프로스 21.01.12 34 1 11쪽
29 28화 - 방첩활동 21.01.11 36 1 11쪽
28 27화 - 위자드 블리츠(2) +1 21.01.08 47 1 11쪽
27 26화 - 위자드 블리츠(1) 21.01.07 51 1 12쪽
26 25화 - 왕립 마도공학 연구소 +1 21.01.06 49 0 11쪽
25 24화 - 제 2왕자 그리펠로스(3) +1 21.01.05 54 1 11쪽
24 23화 - 제 2왕자 그리펠로스(2) 21.01.04 67 1 11쪽
23 22화 - 제 2왕자 그리펠로스(1) +2 21.01.01 69 1 13쪽
22 21화 - 패자들의 재전(再戰) (2) 21.01.01 64 1 12쪽
21 20화 - 패자들의 재전(再戰) (1) 20.12.30 66 1 12쪽
20 19화 - 졸업 논문(2) 20.12.29 63 1 11쪽
19 18화 - 졸업 논문(1) +2 20.12.28 78 0 11쪽
18 17화 - 세이즈 저택 +1 20.12.25 79 0 12쪽
17 16화 - 한여름의 특훈(2) 20.12.24 73 0 11쪽
16 15화 - 한여름의 특훈(1) +1 20.12.23 79 0 11쪽
15 14화 - 가족, 대면하다 20.12.20 82 1 11쪽
14 13화 - 비공정 카페 진 팰리스 +1 20.12.19 95 1 11쪽
13 12화 - 마도공학 클럽 탄생(2) 20.12.18 88 1 12쪽
12 11화 - 마도공학 클럽 탄생(1) 20.12.17 92 1 13쪽
11 10화 - 공포의 무대포동 정식 +2 20.12.13 102 1 11쪽
10 9화 - 암살자 vs 마도사 20.12.12 98 1 11쪽
9 8화 - 뉴 핑크섬 거리(2) +2 20.12.06 106 1 11쪽
8 7화 - 뉴 핑크섬 거리(1) +2 20.12.05 107 0 12쪽
7 6화 - 제 3왕녀 20.11.29 101 1 12쪽
6 5화 - 마도 결투(2) 20.11.28 108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