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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한 다크 판타지 전문 작가의 서재

위자드라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구선장
작품등록일 :
2020.11.14 00:20
최근연재일 :
2021.01.15 22:08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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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수 :
169,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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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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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화 - 암살자 vs 마도사

DUMMY

“흥. 딸린 애송이가 둘···.”

암살자들의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앞으로 나서서 두 남학생에게 비키라는 고갯짓을 해 보인다.


“······!”

“웃기지 마라! 난 명가 세이즈 가문의 3남이다! 너희 같은 불한당에게 굴하지 않겠다!”


이럴 때는 쓸데없이 자존심을 세운단 말이지.

윙제스터는 슬그머니 그런 세이즈의 뒤에 서며 그를 고기방패 삼아 공주를 도망치게 할 준비를 시작했다.

“어이어이. 꼬마들. 우리 목적은 거기 있는 아가씨다. 얌전히 꺼져.”


암살자답게 최대한 간략하게 상황을 확인시키는 모습에, 윙제스터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정도 암살자 집단이 포위망까지 뚫고 들어왔다면, 두 애송이가 딸린 공주 따위는 순식간에 죽여 버리고 지나갈 수 있었다.


헌데, 일일이 저리 가라며 윙제스터 일행을 치우려 든다는 것은···.

윙제스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큭···! 절대로 굴하지 않겠다! 백주 대낮에 암살이라니! 부끄럽지도 않느냐!”

“······.”


암살자의 복면 너머의 인상이 구겨졌다.

안 그래도 의뢰주가 빡빡한 조건을 거는 탓에 평소라면 하지 않을 대낮의 습격을 불사하고 있는데, 이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에게 발목이 잡혀야 하다니···.


스릉.


천천히 자신의 곡도를 뽑아든 그는 서슬 퍼런 칼날을 자랑하듯 허공에 몇 번 휘둘러 보이며 한 걸음씩 로무루스에게 다가갔다.

“비켜라. 아니면···죽는다.”

“······!”


암살자의 눈동자에서 살기를 느낀 로무루스는 일순 위축되었지만, 이미 그는 그러한 살기를 느껴본 적이 있었다.

바로 윙제스터의 눈에서 느껴지던 것을 말이다.


까득.


이를 악물고 용기를 쥐어짜낸 로무루스가 영창을 마치고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당신이야말로 물러나는 게 좋아! 나는 명가의 마도사다. 그게 무얼 뜻하는 지 알아?”

“······?”

“···바로 이런 거다.”


로무루스는 자신만만한 표정과 함께 최근 배운 새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 스태프를 힘차게 지면에 내리찍었다.

“쇼크 그라운드-!”

“?!”


로무루스를 중심으로 격렬한 전격이 지면을 타고 퍼져나가고, 윙제스터는 즉시 공주를 데리고 근처 상점 건물 옆에 쌓여 있던 곡물 자루 위로 올라섰다.

“5서클?! 이 애송이가!?”


순식간에 지면을 타고 흐르는 전격에 약한 마비효과로 비틀거리는 암살자들.

“지금이다! 튀자!”


로무루스의 외침에 윙제스터는 곧바로 공주를 데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나갔다.

물론 로무루스도 등을 돌려 도망치자, 암살자들의 눈에 핏발이 섰다.

“저 망할 애송이놈들이! 크으으···!”

“대장!”

“상관없다! 우리 목표는 공주 한 명이다! 저 건방진 방해꾼들은 죽여도 좋다!”

“존명!”


원래대로라면 가급적이면 피를 보지 않고 신속히 공주를 유괴했어야 했지만, 당돌한 두 방해자로 인해 암살조 대장의 생각이 확 바뀌었다.

“반드시···! 반드시 저 건방진 놈들을 죽인다!”


열심히 달리고는 있었지만, 공주와 로무루스는 엄연히 평범한 마도사. 한동안 달리고 나자 체력이 방전되어 뒤처지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암살자들은 상가 건물을 이리지리 뛰어넘으며 가볍게 따라잡을 수 있었다.


어느새 다시 포위당한 일행.

이번에는 암살자들도 생각이 바뀌었는지 노골적으로 곡도를 들이밀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명백히 죽이기 위해 쇄도해오는 그들을 보며, 로무루스는 재차 마법을 시전했다.


“쇼크 그라운드-!”

“어리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가볍게 뛰어올라 마법을 피해버리는 암살자들.

오히려 뛰어오르는 기세를 이용해 공주와 로무루스에게 달려든다.

“···흥! 윈드 블로우!”

“스펠 체인?! 말도 안 돼!”


폭발적인 풍압과 함께 뒤로 밀쳐지는 암살자들.

암살조 대장은 밀려나면서도 필사적으로 품속에서 단검을 던져 로무루스의 어깨에 맞추었다.

“크아악!”

“애송이가···!”


공주가 황급히 로무루스의 상태를 살폈다.

단검에는 독이 발라져 있었는지 수상한 푸른빛이 단검으로부터 로무루스의 어깨로 퍼지고 있었다.

“···해독마법을···!”

“거기까지다. 공주.”


어느새 곡도를 윙제스터의 목에 겨누고 제압한 암살조 대장은 공주에게 해독마법을 쓰는 것을 제지했다.

“윙제스터 군!”

“이 애송이 목이 떨어지는 걸 보기 싫다면 얌전히 따라와 주실까.”


“······.”

“···알겠···.”

“과연 내가 애송이인지 어떤지, 시험해보라고.”

일부러 품속에 감춰두었던 바렛 스태프의 총구를 목에 겨눠진 곡도의 날을 쏘아 그의 곡도를 위로 튕겨내었다.


터엉!


“뭣?!”

“이거나 먹고, 자라!”

곧바로 몸을 돌리며 바렛 스태프의 개머리판 부분으로 냅다 암살조 조장의 머리를 가격한다.


“크억!?”

예상 밖의 일격에 뒤로 나가떨어진 암살조 조장의 모습에, 다른 암살자들이 곧바로 공주를 붙잡으려 달려들었다.


“비켜-!”

곧바로 차고 있던 건틀릿을 작동시키며 암살자들에게 주먹을 내지른다.

인챈트 되어 있던 충격파를 일으키는 마법이 발동하며 암살자 두 명을 날려 보냈지만, 다른 두 명이 이미 공주의 양 팔을 붙잡은 상황.


“공주님!”

“···이거, 놓으세요!”

“···이탈한다!”

프로 암살자답게 동료들을 놔둔 채 과감히 목적인 공주를 데리고 빠져나가려는 그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한 가지 있었다.


마도 왕국의 왕족은 그 많은 마도왕국 마법사들 중 가장 뛰어난 마도사 집안이라는 것.

“···그래비티 프레스!”

“···?!”

쿠우웅-!

아차 하는 순간 막대한 압력을 느끼며 바닥에 납작 엎드리는 두 암살자.

뿐만 아니라 암살자들 전원에게 일어서기조차 힘든 중력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

“···가능하면 마법을 전투에 사용하는 일은 피하고 싶습니다만···어쩔 수 없군요.”


그녀의 손짓에 따라 지면을 뚫고 자라난 나무줄기들이 암살자들을 힘차게 휘감아 눌러놓아 버린다.

“죄송합니다. 나중에 사람이 오면 풀어달라고 하세요.”

“크···으···!”

“윙제스터 군. 로무루스 군의 상태는?”

“···해독했습니다.”

“···어머.”


의외로 이미 해독을 끝마친 윙제스터의 모습에 조금 놀란 공주였지만, 곧 침착하게 그를 데리고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


*


간신히 숙소로 돌아온 일행은 그제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이미 암부로부터 보고를 받은 교수진이 전투태세로 경계를 서고 있었다.

“공주님, 괜찮으십니까?”

“아, 네. 여기 두 사람이 열심히 해준 덕분에···.”

“이런, 로무루스 군이 부상을···! 이쪽으로!”


긴장이 풀리자마자 다리가 풀렸는지 주저앉는 공주를 엉겁결에 옆에서 부축하는 윙제스터.

“무너지는 건 방에 가서 해 주시죠.”

“······.”

“······.”


윙제스터는 툴툴거리면서도 그녀를 방으로 데려다준 뒤 로무루스가 누워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무리 얄미운 녀석이라곤 해도 죽어버리면 곤란하다.


“로무루스는 괜찮은 겁니까?”

“응급처치는 잘 해 둔 모양이더구나. 상처는 깊지 않으니 내일이면 일어날 거다.”

“······.”


로무루스의 상태가 양호함을 확인한 후에야 윙제스터는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무너지듯 누웠다.

“트러블이 많구만···.”

아직도 목에 남은 서늘한 칼날의 감촉에 몸서리치며 이를 악물었다.

이번엔 어떻게 운이 좋았지만, 앞으로는 어떨까.

“···각오는 되어 있지만···.”


바렛 스태프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천을 걷어내자 윙제스터의 인상이 구겨졌다.

바로 가까이에 있던 칼날에 마탄을 터뜨린 탓일까, 총신 부분이 갈라져 있었다.

“끄응···.”


금속제 프레임을 써도 이 모양이라니. 아무래도 제작방식에 대해 좀 더 연구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근거리에서 사용할 일도 분명 있을 것인데 매번 이렇게 망가지면 쓸 수 없다.

“이걸 어떻게 만들면···.”


한숨을 쉬며 다시 천으로 감싸 잘 감춰둔 후, 자신에게 상처가 없는지 살폈다.

목에서 아직도 칼날의 감촉이 느껴지는 것을 빼면 다행히 상처는 없었다.

“운이 좋은 건지···나쁜 건지···.”


이대로라면 공주의 존재로 인해 계속해서 위협을 받을 것은 확실했다.

수학여행이 단축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터.

윙제스터는 간단하게 짐을 싸둘까 라고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다.


*


교수진의 분위기는 심각했다.

어느 정도 예측은 했지만 정말로 공주가 습격을 당한 것이다.

“이대로는 수학여행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크음.”“일정을 단축하는 것이···.”

“···국왕 폐하의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소.”

“그러다가 공주님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려고···!”

“크흠!”


헛기침을 한 사람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다음순간 교수진의 표정에 안도가 떠오른다.


속공의 코흐.

대마법사로 유명한, 교수진 내에서도 연배가 가장 높고 실력도 드높은 그가 인솔 교수 중 한 명으로 와 있는 것이다.

“코흐 교수님···!”

“공주님 조의 인솔은 내가 맡겠소. 일단 폐하의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는 일정을 소화하도록 합시다. 이 수학여행은 8년에 한 번 뿐인, 학생들의 견문을 넓힐 기회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그렇게 하는 것으로···.”


회의가 끝난 후 코흐만이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제 3공주의 존재는 학생 신분으로 국내에서도 철저히 감춰져 있었을 터···그 정보가 도대체 어디서 새어나간 것인지···.”


제 3공주의 존재 자체는 국내외에 알려져 있었지만, 그녀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극비에 붙여져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국왕이 기거하는 궁전의 좌측에 딸린 별궁에서 기거한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었다.


정작 본인은 아카데미의 학생으로 재적하는 것으로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것이 해상왕국에게 새어나갔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해상왕국 놈들의 정보력이 이정도일 줄은···.”


코흐는 왕국의 앞날을 걱정하며 침음성을 흘리고 있었다.

국왕의 통치력이 쇠약해진 것은 아니지만, 왕국에는 새로운 바람이 필요했다.

빠른 시일 내에 두 왕자의 경합이 마무리 되어 태자가 정해져야만 할 터였다.


다음 날.

윙제스터 일행은 뒤에 코흐까지 달고서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단검에 부상을 입은 로무루스는 쉬고 있으라는 교수진의 만류에도 극구 동행을 강행했다.


“정말 괜찮은 것이냐? 로무루스 군.”

“물론입니다. 남자가 돼서 고작 이런 상처로···!”

본심은 아팠지만, 로무루스는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자신이 언제 공주와 이렇게 가까이 있을 수 있을지 모르니 필사적이었다.

윙제스터는 그런 로무루스를 보며 내심 코웃음을 치고 있었지만.


“로무루스 군은 의외로 심지가 강하군요.”

“아, 뭐···가문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으니까요! 누구랑은 다르게···!”

하하 웃으며 윙제스터를 째려보며 씨익 웃어 보이는 로무루스.

하지만 윙제스터는 고개를 내저으며 피식 웃고 있었다.

저 녀석이···라고 내심 이를 갈며 고통을 참아내는 로무루스.


“어제 못다한 식사라도 하러 가심이 어떠신지요. 공주님.”

코흐의 제안을 받아들인 공주는 일행을 데리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9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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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화 - 첫 출전(3) 21.01.15 29 1 12쪽
32 31화 - 첫 출전(2) 21.01.14 40 1 11쪽
31 30화 - 첫 출전(1) 21.01.13 33 1 12쪽
30 29화 - 록샤드 본 알프로스 21.01.12 33 1 11쪽
29 28화 - 방첩활동 21.01.11 36 1 11쪽
28 27화 - 위자드 블리츠(2) +1 21.01.08 47 1 11쪽
27 26화 - 위자드 블리츠(1) 21.01.07 51 1 12쪽
26 25화 - 왕립 마도공학 연구소 +1 21.01.06 49 0 11쪽
25 24화 - 제 2왕자 그리펠로스(3) +1 21.01.05 54 1 11쪽
24 23화 - 제 2왕자 그리펠로스(2) 21.01.04 67 1 11쪽
23 22화 - 제 2왕자 그리펠로스(1) +2 21.01.01 69 1 13쪽
22 21화 - 패자들의 재전(再戰) (2) 21.01.01 63 1 12쪽
21 20화 - 패자들의 재전(再戰) (1) 20.12.30 66 1 12쪽
20 19화 - 졸업 논문(2) 20.12.29 62 1 11쪽
19 18화 - 졸업 논문(1) +2 20.12.28 77 0 11쪽
18 17화 - 세이즈 저택 +1 20.12.25 78 0 12쪽
17 16화 - 한여름의 특훈(2) 20.12.24 73 0 11쪽
16 15화 - 한여름의 특훈(1) +1 20.12.23 79 0 11쪽
15 14화 - 가족, 대면하다 20.12.20 82 1 11쪽
14 13화 - 비공정 카페 진 팰리스 +1 20.12.19 94 1 11쪽
13 12화 - 마도공학 클럽 탄생(2) 20.12.18 88 1 12쪽
12 11화 - 마도공학 클럽 탄생(1) 20.12.17 92 1 13쪽
11 10화 - 공포의 무대포동 정식 +2 20.12.13 101 1 11쪽
» 9화 - 암살자 vs 마도사 20.12.12 97 1 11쪽
9 8화 - 뉴 핑크섬 거리(2) +2 20.12.06 106 1 11쪽
8 7화 - 뉴 핑크섬 거리(1) +2 20.12.05 107 0 12쪽
7 6화 - 제 3왕녀 20.11.29 101 1 12쪽
6 5화 - 마도 결투(2) 20.11.28 10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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