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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한 다크 판타지 전문 작가의 서재

위자드라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구선장
작품등록일 :
2020.11.14 00:20
최근연재일 :
2021.01.15 22:08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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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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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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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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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 비공정 카페 진 팰리스

DUMMY

설계도면은 제슬러가 가져온 것을 조금 변형하여 완성시켰다.

애당초 순항용이 아닌, 순수 고고도 전망용으로 상승과 하강, 고도의 유지만 잘 하면 되므로 선체를 전체적으로 납작한 원통형으로 만들었다.


제슬러가 만들어 둔 엔진 4개를 4방향에 배치하고, 윙제스터가 조달해 온 골렘 하트를 주 동력원으로 삼기로 했다.

왜소한 모습과 달리 제슬러는 제법 육체파여서 건조 작업에도 무리는 없었다.


“이쪽으로!”

“읏차···!”

윙제스터와 함께 두 사람이 세세한 조정이 필요한 부분을 직접 작업하고, 선체의 전반적인 부분은 로무루스의 마법을 동원해 쉽게 조립해냈다.


고고도의 희박한 산소와 낮은 온도에도 쾌적한 실내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마도구를 내부에 집어넣었다.

“온도계는 어디에 달면 돼?”

“기관실이랑 실내에 하나씩. 위치는 입구에서 조금 먼 쪽으로.”


열흘 가량 지나자 선체가 완성되었다.

남은 것은 내부의 레스토랑과 마도구 판매대의 준비와 시험비행 정도.


“제슬러. 시험비행은 맡겨도 되겠지?”

“물론이지. 맡겨두라고.”

“그럼 나랑 베레트는 판매대에서 팔 물품 조달이랑···.”

“메뉴를 알려주면 식자재는 내가 조달해도 될까?”


로무루스의 발언에 윙제스터가 잠시 멈칫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겠네. 메뉴는 여기.”

“아아.”


윙제스터가 미리 준비해둔 메모지를 받아든 로무루스가 먼저 자리를 뜨고, 베레트와 함께 잠시 판매할 물건의 종류에 대해 논의하던 윙제스터도 그녀와 함께 자리를 떴다.


“그럼···!”

제슬러는 기관실에 들어가 계기판의 레버들을 바라보며 벅찬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늘 이런 비행체를 만들어 비행하는 것을 꿈꿔온 것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끼릭.


4개의 엔진 레버를 당겨 엔진을 점화시키면, 바깥쪽에서 가벼운 폭음과 함께 마나를 내뿜으며 거대한 선체가 조금씩이지만 떠오르기 시작했다.


“좋아···이제 고도를···.”

고도계를 바라보며 제슬러는 입맛을 다셨다.


부모님에게 설명하고 물건을 한아름 받은 윙제스터가 묵직한 자루를 메고서 아카데미로 돌아가고 있었다.

문득 하늘을 보면, 아카데미의 건물 위쪽에 뜬 원반 형태의 큼직한 선체가 보였다.

“훗.”


학원제 날 저것을 본 학생들과 외부 방문자들이 뭐라고 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


학원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내부 공사도 마무리되어 몇 번의 시험 비행을 추가로 행하고 있었다.

아주 높은 고고도에서 영업을 할 예정인 만큼, 만에 하나의 사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때? 균형은.”

기관실 문 옆에서 제슬러의 조작을 바라보며 로무루스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당연히 완벽하지! 수평 게이지에 이상 없음. 4개의 엔진의 균형은 내가 보장하지.”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로무루스가 안심하고 주방 쪽에 가서 엄지를 세워 보인다.

요리할 때 선체가 기울어지거나 할 염려는 없다는 뜻.

“아아. 그건 잘 됐군.”


곁눈질로 상황을 확인한 윙제스터는 식기를 마저 씻고 정리했다.

잠시 그렇게 고고도에 머물던 동체는 이윽고 천천히 학생회에게 배정받은 학원제 매대 자리에 착지했다.


크기가 안 맞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간신히 크기가 맞아떨어져 옆의 천막에 피해가 가지 않고 착지했다.

출입문을 열고 나온 로무루스가 혹시라도 있을 문제를 찾아 주변을 훑고 난 뒤에야 최종시험이 종료되었다.

“주변에 어떤 피해도 없어. 아주 안정적인 착지였어. 제슬러!”

“후흐흐···몇 번이나 연습한 거라고. 첫날에 흔들린 것을 드디어 설욕했군.”


몇 번의 시험 이착륙 시에 선체가 흔들리던 것에 분개한 제슬러가 지난 며칠간 거의 밤을 새가면서 작업한 끝에 추진장치들의 밸런스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은 덕분에, ‘진 팰리스(지니의 궁전)’라 명명된 이 고고도 비공정 카페는 가히 놀라운 안정성을 보이고 있었다.


“와우! 이게 너희들의 매대? 굉장한 걸?”

고문을 맡고 있는 마도공학 교수님이 방문해서 내부를 둘러보며 놀라워했다.

“짧은 시간에 여기까지 해 내다니···역시 윙제스터 군은 우수하구나!”


윙제스터는 고개를 내저으며 로무루스를 지목했다.

“애석하게도, 이번 일은 로무루스 녀석의 공이 큽니다.”

“어?”

“그의 안목과 자금력이 없었다면 여러모로 곤란했을 겁니다.”


윙제스터의 치하에 로무루스의 얼굴이 조금 붉어지며 고개를 돌린다.

“헤에-. 한때는 마도결투까지 했던 두 사람이 여기까지 호흡이 맞는 파트너가 되다니, 교수님도 기쁘단다.”


“파트너···라기엔 좀···.”

두 사람이 서로를 피하며 께름칙해하는 사이, 베레트가 교수의 앞에서 웨이트리스 복장을 입고 자랑하듯 한 바퀴를 돌아 보인다.

“오오! 잘 어울리는구나!”

“헤헤. 그렇죠?”


한참 그렇게 흡족해하던 교수는 걱정할 필요 없겠다며 엄지를 세워 준 뒤 길을 나섰다.

윙제스터는 주방에서 차를 내와 일행과 함께 잠시 휴식을 가졌다.


“어떻게든 된 것 같아 다행이군.”

“그러게. 정말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여겼는데 어찌됐든 하니까 되는군.”


기관실에서 나온 제슬러가 땀을 닦으며 의자에 무너지듯 앉는다.

“괜찮아?”

“괜찮아. 기분은 째지니까. 그냥 계기판에 신경을 쓰다보니 정신적으로 조금···.”


계기판에 생기는 이상징후를 제때 파악하지 못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제슬러의 추진장치는 믿을만하잖아? 자부심을 가지라고.”

“하핫. 그거야 알고 있지. 첫 비공정이라 자꾸 긴장을 하게 되는 거야.”


잠시 차를 마시다 헤어진 이들은 각자의 준비를 하며 학원제 전날을 보냈다.


*


아카데미 학원제 당일.

총 3일 밤낮을 전부 써서 행해지는 아카데미의 최대 규모 행사인 학원제는 왕국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행사였다.


아카데미 재학생의 친인척은 물론, 조정의 고관들까지 신분을 숨기고 관람을 오는 중요한 행사였다.

고관들은 학원제를 둘러보며 자질이 높은 학생들을 가려내 벼르고 있다가 그들이 졸업하는 동시에 찾아가서 채용하곤 했다.


그 이외에도 해상왕국이나 용병왕국, 심지어 마왕 직할지에서도 찾아와 마도사를 영입하려고 찾아온다.


학원제라고 해서 화려할 것이라 생각하는 선입견과 달리, 마도왕국 아카데미의 학원제에서 폭죽은 그리 자주 사용되지 않는다.


마지막 날의 종야제에서 대규모의 마도 폭죽을 쓰는 것 외에는 일체의 폭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학생들의 화려한 마도기술이 이를 메워주기에 학원제의 이름에 부족하지는 않았다.


첫 날 시작을 알리는 것은 단순하지만 멀리까지 울려 퍼지는 긴 뿔나팔 소리였다.


뿌우-.


아카데미의 교수들이 기거하는 가장 높은 첨탑으로부터 울려 퍼지는 나팔 소리에, 광장에서 매대를 정리하고 있던 학생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곧 있으면 저 나팔 소리를 듣고 각지에서 손님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마도공학 클럽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비공정 카페라는 특수성 탓에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손님도 한정되어 있고, 한번 올라가면 1시간동안은 상공에 머무르도록 해 두었다.

즉 가능한 영업 회수도 굉장히 제한적인 것이다.


“식재 준비는 문제 없고··· 제슬러! 그쪽은 어때?”

“동력, 추진장치 모두 이상 없음! 언제든 뜰 수 있어.”

“좋아. 여기서부터는 웨이터 제군의 일이 막중하군. 홍보 잘 부탁해.”

“걱정 마세요!”

“훗. 내가 있는데 뭘 그리 신경 쓰지? 교내 미남 랭킹 3위권 안에 드는 이 로무루스님이 웨이터로 있는 거다. 교내 여학생들을 있는 대로 긁어와 주겠어!”


각자 자신감을 드러내며 문을 나서는 두 사람과 달리, 하이시엔은 조금 부끄러운 듯 자신의 스커트 자락을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에 빠져 있었다.

“어···.”

“괜찮아. 별로···이런 일이 익숙하지 않을 뿐이야.”

“아.”


격려를 해주려던 윙제스터에게 손사래를 쳐 보이고는 쿨하게 걸어 나간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보이기 시작했지만, 친해지는 것은 쉬울 것 같지 않았다.

베레트와 달리 자신과 타인 사이에 명확하게 선을 긋는 것이 그녀의 방식이었다.


“잘 부탁해.”

윙제스터는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 요리 준비에 몰두하기로 했다.


*


곧 호객행위가 효과가 있었는지 첫 손님들이 모여들었다.

각자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아 주문을 마치면, 기관실의 제슬러가 객실과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발진시의 약간의 진동에 주의해 달라고 한 뒤 추진장치의 레버를 당겼다.


객실 하부에 내장된 골렘 하트로부터 전달된 마력으로 추진장치가 점화를 시작했다.

잠시 아주 약간의 진동이 일어난 후, 큼직한 카페 구조물이 통째로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정말로 떠오르고 있잖아?”

“레비테이션으로 올라가기 힘든 고도까지 간다는 게 정말인가···?”


비행체는 의도치 않게 위치를 벗어나지 않고 위로만 올라가도록 동체와 지면에 4개의 굵고 긴 사슬을 이용해 단단히 연결되어 있었다.


덜그럭거리는 사실을 팽팽해질 무렵, 구름 위의 하늘로 올라간 카페 구조물이 추진장치의 출력을 낮추어 고도를 유지한 채 멈추었다.

“목표 고도에 도달했습니다. 편안한 관람이 되시기를.”


윙제스터가 주방으로부터 완성된 요리를 내어주면, 웨이터 3인이 차례로 테이블에 그것을 서빙하며 첫 영업이 시작되었다.


“구름을 발 밑에 두게 되다니···.”

“뭐라 형언하기 힘든 기분···!”


구름을 발밑에 둔 듯한 바깥 풍경과 함께, 윙제스터가 고안한 푹신푹신한 식감의 슈크림을 중심으로 한 디저트 메뉴가 맞아떨어지며 손님들의 호응이 높아졌다.


그렇게 1시간동안 손님들은 가게에 앉아 티타임을 즐기다가 내키는 대로 매대에 다가가 장신구와 마도구들을 쇼핑하며 색다른 시간을 만끽했다.


객실의 양쪽 벽 대부분을 로무루스가 조달해온 고급 유리를 사용하여 바깥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효과만점이었다.창가 들어온 손님들은 너도나도 창가 자리를 탐냈던 것이다.


첫 영업 종료와 함께 비공정이 천천히 착지하고, 손님들은 즐거움을 간직한 채로 가게 문을 나섰다.

“성공적이군.”

“물건도 생각보다 호응이 좋아요!”


그렇게 성공을 확신한 순간, 윙제스터와 로무루스의 얼굴이 굳었다.

두 번째 손님들 중에 아는 얼굴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여어-. 윙제스터! 네가 주방을 맡다니, 요리 괜찮은거냐?”

“로무루스. 여벌의 집사복을 가져가서 뭘 하나 했더니···.”

바로 코흐와 로무루스의 가족이었다.


두 남학생은 여러모로 복잡한 표정으로 자기 자리로 황급히 돌아가야만 했다.

특히 로무루스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었다.

안 그래도 마도결투 이래로 집안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는데, 이런 부끄러운 모습까지 보이다니···.


슬그머니 눈을 돌려 곁눈질로 가족이 있는 창가를 보면, 어머니가 깐깐한 표정으로 흘겨보는 것이 느껴져 심장이 따끔거렸다.


-13화 END-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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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2.20 18:38
    No. 1

    진 팰리스 묘사가 디테일하게 되어 있어서 박수 치며 봅니다! 설정이 탄탄해서 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오늘도 재밌게 읽고 갑니다~ 추천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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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옙! 연재 날짜를 토 일 주말 전체로 확장합니다! 20.11.14 55 0 -
33 32화 - 첫 출전(3) 21.01.15 29 1 12쪽
32 31화 - 첫 출전(2) 21.01.14 40 1 11쪽
31 30화 - 첫 출전(1) 21.01.13 33 1 12쪽
30 29화 - 록샤드 본 알프로스 21.01.12 33 1 11쪽
29 28화 - 방첩활동 21.01.11 36 1 11쪽
28 27화 - 위자드 블리츠(2) +1 21.01.08 47 1 11쪽
27 26화 - 위자드 블리츠(1) 21.01.07 51 1 12쪽
26 25화 - 왕립 마도공학 연구소 +1 21.01.06 49 0 11쪽
25 24화 - 제 2왕자 그리펠로스(3) +1 21.01.05 54 1 11쪽
24 23화 - 제 2왕자 그리펠로스(2) 21.01.04 67 1 11쪽
23 22화 - 제 2왕자 그리펠로스(1) +2 21.01.01 69 1 13쪽
22 21화 - 패자들의 재전(再戰) (2) 21.01.01 64 1 12쪽
21 20화 - 패자들의 재전(再戰) (1) 20.12.30 66 1 12쪽
20 19화 - 졸업 논문(2) 20.12.29 63 1 11쪽
19 18화 - 졸업 논문(1) +2 20.12.28 78 0 11쪽
18 17화 - 세이즈 저택 +1 20.12.25 79 0 12쪽
17 16화 - 한여름의 특훈(2) 20.12.24 73 0 11쪽
16 15화 - 한여름의 특훈(1) +1 20.12.23 79 0 11쪽
15 14화 - 가족, 대면하다 20.12.20 82 1 11쪽
» 13화 - 비공정 카페 진 팰리스 +1 20.12.19 95 1 11쪽
13 12화 - 마도공학 클럽 탄생(2) 20.12.18 88 1 12쪽
12 11화 - 마도공학 클럽 탄생(1) 20.12.17 92 1 13쪽
11 10화 - 공포의 무대포동 정식 +2 20.12.13 102 1 11쪽
10 9화 - 암살자 vs 마도사 20.12.12 98 1 11쪽
9 8화 - 뉴 핑크섬 거리(2) +2 20.12.06 106 1 11쪽
8 7화 - 뉴 핑크섬 거리(1) +2 20.12.05 107 0 12쪽
7 6화 - 제 3왕녀 20.11.29 101 1 12쪽
6 5화 - 마도 결투(2) 20.11.28 10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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