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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한 다크 판타지 전문 작가의 서재

위자드라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구선장
작품등록일 :
2020.11.14 00:20
최근연재일 :
2021.01.15 22:08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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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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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수 :
169,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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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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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 공포의 무대포동 정식

DUMMY

코흐의 추천으로 향한 레스토랑은 다름아닌 옛 무대포동 출신의 수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대규모 식육 레스토랑, ‘올 미트 월드’였다.


무대포동의 전성기 시절에는 인육을 판다는 소문이 돌았던 흉흉한 곳이었지만, 무대포동이 어나더 블러드로 편입되고 나서는 노선을 완전히 틀어 평범한 식육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했다는 무서운 이력을 지닌 곳이었다.


“저어···.”

어느정도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던 윙제스터가 께름칙한 표정으로 코흐를 살폈지만, 코흐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먼저 들어가 버렸다.

···정말 괜찮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공주와 로무루스는 코흐의 표정을 보고 따라 들어가 버렸다.

아주 잠시 망설이던 윙제스터도 여차하더라도 코흐가 있으니 괜찮을거라는 기대를 품고 뒤따랐다.


내부는 의외로 넓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고기 익는 냄새가 구수한 극상의 레스토랑이었다.

“굉장한 곳이군요···.”

“해상왕국에 이런 곳이···.”

“핫핫핫! 자, 다들 앉게.”


창가의 자리를 잡은 일행은 웨이터에게 주문을 하려는데,


“이보게 웨이터. 말그록은 여전한가?”

“······?!”

코흐가 누군가의 이름을 지명하자 흠칫하는 웨이터.


“다, 당신 같은 외지인이 어째서 총주방장님의 성함을···.”

“음?! 그 친구 총주방장이 된 건가? 그거 잘 됐군.”

“······!!”

“···그에게 속공의 코흐가 왔다고 전하게. 메뉴는···모처럼 이곳에 왔으니 무대포동 정식을 하나.”

“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빠른 걸음으로 주방을 향해 가는 웨이터를 바라보던 코흐는 두 남학생을 바라보며 짖궂은 미소를 짓는다.

“자네들. 식사는 많이 하는 편인가?”

“······?”

“보통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건 곤란한데. 공주님이 많이 드실 리도 없고 말이지···.”


곤란하다는 듯 미소 짓는 그를 보며 윙제스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 그렇게 걱정하십니까? 정식 하나 가지고···.”

“자네도 모르나보군?”

“···이곳이 10여 년 전엔 인육을 팔았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만···.”

“이, 인육이라고?!”

“히익.”


공주와 로무루스가 그제서야 하얗게 뜬 얼굴로 벌떡 일어나 기겁한다.

“핫핫핫! 두 사람 다 앉게. 그때와 이 가게는 완전히 다른 가게라고 해도 좋으니까.”

“그, 그래도···교수님!”

“······.”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겨우겨우 앉은 두 사람이었지만, 명백하게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

“일단, 무대포동 정식은 전부 먹으려면 보통 성인 남성 8명 이상이 필요하다네.”“······에?”

“···무슨···?”


코흐의 입가에 기어이 짖궂은 웃음이 짙게 드러난다.

“이 가게에만 있는 특선 메뉴인 무대포동 정식은···말 그대로 식용으로 애용되는 동물의 육류를 코스요리로 연달아 제공하는 것일세. 닭, 오리, 꿩, 돼지, 멧돼지, 소, 곰, 코끼리, 생선, 상어, 고래 기타등등··· 전부 다. 한 종류씩.”

“···어째서 그런 메뉴를···.”

“히이익···.”“······.”“그야, 이 가게에만 있는 명물 이니까. 가게 창립 이래 계속 존재한 메뉴라더군.”


곧 식탁에는 정말로 온갖 동물의 고기 요리가 한가득 올라와 식기를 둘 틈도 부족할 지경이 되었다.

“으아아···.”

“이건 말도 안돼···.”

“···여러가지 의미로 굉장하군요···.”

“핫핫핫! 참고로, 카프틴은 이 정식을 혼자 완식 했다더군. 어떤가, 우리 네 사람이서 도전해보지 않겠나?”


마지못해 닭다리를 뜯기 시작한 로무루스.

공주 역시도 망설이다가 한 점씩 조심스럽게 입에 넣기 시작했다.

각자 그렇게 접시를 하나씩 비워서 치워갈 무렵,


달그락.


“······!?”

“돼지 족발과 향신료를 곁들인 멧돼지 수육, 그리고 말고기 구이입니다.”

“또···?!”

기겁하는 로무루스에게 싱긋 웃는 웨이터.

“···여기까지가 전채요리입니다.”

“거짓말···!”

“진심입니다. 마음껏 드시죠.”

“······!!”


식사를 마친 일행은 각자 힘겹게 거리로 나왔다.

“그윽···고기···고기고기고기고기···.”

“······윽.”“어째서···줄지 않아···!”

“크읍. 정말로 평생 먹을 고기를 다 먹은 기분이군 그래···.”


그야말로 고기에 압도당해 포만감을 대가로 고기요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 되었다.


중간에 말그록이라는 이름의 총주방장이 와서 소화에 도움이 된다는 포도주를 서비스해 줬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진즉에 토했을 것이다.


“코흐 선생님···꼭 그걸 시켰어야 했습니까···!”

“그치만, 나도 이야기만 듣고 가게에 와 본 건 처음이라···으음.”

“···이걸 완식 한다니, 카프틴이란 사람 배는 대체···.”


각자 괴로워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방에 도착한 윙제스터와 로무루스는 곧바로 드러누웠다.

“끄응···.”

“젠장, 침대가 고기로 보여···.”

“그러게···.”

“자자···.”


*


다음날.


국왕의 지시가 들어왔다.

놀랍게도 수학여행을 속행하라는 왕명이 떨어졌다.

대신 호위를 맡을 암부 요원들이 대거 급파되었다.

공주가 암살당할 뻔 했다고 일정을 앞당겨 떠난다면 해상왕국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된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일정에 변동 없이, 오늘은 모든 학생들이 다함께 해상왕국의 박물관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곳이 저희 해상왕국이 자랑하는 왕립 박물관입니다.”


박물관의 정원 중앙에는 거대한, 돌을 조각해 만든 기이한 외형의 석상이 우뚝 솟아 있었다.


해상왕국 왕립 박물관.

이곳은 단적으로 말해서 해상왕국의 공인 노획물 전시장 같은 곳이었다.


해상왕국이 해적활동이나 무역활동 외에 개척활동이라 부르는, 오지에서의 각종 활동을 통해 얻은 고고학적 유물이나 공예품 등을 해상왕국의 진취적인 역사의 흔적이라며 전시해놓은 것이다.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니었지만, 최소한 아카데미의 학생들의 견식을 넓히는 데에는 도움이 될 터.


“신기한 것들이 많군요···.”

“남쪽 사람들은 마법을 안 쓰는 건가···?”

“······.”박물관은 세계의 각 지역을 일정한 범위로 묶은 구획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구획 내에는 유물마다 옆에 지도가 그러져 있고 어느 지역에서 발견된 것인지 상세히 적혀 있었다.


“헤에···.”

색깔이 있는 유리구슬을 보석처럼 하여 장식된 여성의 석상을 보며 마음을 빼앗긴 듯 바라보는 공주를, 로무루스는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윙제스터는 조용히 그런 로무루스에게 다가가 그의 등을 툭툭 건드렸다.

“······?”


말없이 고갯짓으로 그녀에게 가서 뭔가 말이라도 걸어보라고 다그치면, 얼굴이 조금 발그레해져선 도리질친다.

패기 없는 녀석 같으니.

윙제스터는 내심 비웃으며 자신이 한걸음 나선다.


“맘에 드신 모양이군요.”

“네. 굉장히 아름답네요. 단순히 유리구슬이라고 하니 더 신기해요.”

“보석 세공이 발달한 이곳과 달리, 동쪽의 나라들이나 다른 원시적인 문명권에서는 유리를 보석처럼 다루는 경향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랬군요···그래서 이렇게···.”


마치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듯이 몰래 로무루스를 돌아보며 으쓱 해 보인다.

“큭···!”

이를 바득바득 갈며 분개하는 로무르스.

망설이던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는 이 방법이 역시 적절하다.


곧 로무루스는 없는 배경지식으로 열심히 공주에게 따라붙어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윙제스터는 그런 두 사람을 앞쪽에 보내고 느긋하게 둘러보며 생각에 잠겼다.


세상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훨씬 더 넓을 것이다.

이렇게나 많은 유물들이 우리가 사는 땅 이외의 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이니까.

기회만 닿는다면 살면서 한 번쯤은, 용자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경천동지할 대모험을 해보고 싶었다.


“음···?!”

문득 윙제스터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동쪽 땅의 유물들을 전시해둔 곳에 자그마치 화약 총기가 전시되어 있었던 것이다.


“호오···이것이···.”

엽사 전문점에서 본 것에 비해 훨씬 조악한 형태이긴 했지만, 디자인 측면에서 윙제스터에게 더 큰 참고가 되어줄만한 디자인이었다.

훨씬 단순하고, 개머리판이라 부르는 조금은 거추장스럽던 뒤쪽의 덩어리도 없었다.


“오래 전의 화약 총기인가···.”

한참을 그 앞에서 총기를 감상하다가, 문득 일행과 너무 떨어졌다는 생각에 잰걸음으로 행렬을 쫓았다.


“윙제스터. 이것 봐!”

로무루스의 부름에 윙제스터의 시선이 향한 곳은 동쪽 대륙의 갑옷이었다.

“···그냥 갑옷 아냐?”

“종이로 만들었다는데?”

“···종이?”


찢으면 찢어지고 물에 젖으면 녹아내리는 종이로 갑옷이라니.

동쪽 사람들은 제정신인 건가.

어이가 없어서 갑옷을 자세히 살펴보니, 단순히 종이 한 장을 뒤집어쓰는 게 아니라 여러 겹으로 종이를 겹겹이 뭉쳐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걸로 정말로 방어가 되나?”

“나도 몰라. 근데 동쪽 나라에선 병사들이 저걸 입고 전쟁을 한다나봐.”

“···무기도 종이인건가. 설마.”

“그럴지도.”


박물관 견학이 끝나자 또다시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이번에는 시장에서 군것질을 하며 구경을 해보기로 했다.

오늘도 시장은 시끌벅적했다.


“거기 가는 학생분들! 이 책 좀 보고 가세요! 이 책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동쪽 땅에서 가져온 의복입니다! 한 번 보고 가세요!”


돌아다니며 맛있을 것 같은 군것질거리를 찾아 돌아다녔다.

“저거 괜찮을 것 같네요.”

공주가 가리킨 것은 곰 모양을 한 만쥬였다.

“흐음···무난할 것 같군요.”

“괜찮겠군.”


전날 맛보았던 무대포동 정식의 충격으로 인해 무거워 보이는 음식은 절대로 입에 넣고 싶지 않은 일행이었다.


그렇게 만쥬를 한가득 사서 입에 무는 일행.

“으음. 이 속 내용물은 뭐지···?”

“달군요···.”

“음···이건 적두로군.”

“적두?”

“레드빈. 동쪽 땅에선 팥이라고 부르는 콩의 일종일세.”

“콩이요···?”

“콩이 달다고···?”


처음 맛보는 동쪽의 콩 양념에 벙찐 일행을 바라보며 피식 웃는 코흐.

“그래. 자네들은 모르는 게 동쪽 땅에는 차고 넘치지. 나도 직접 가본 적은 없네만···.”

“가본 적은 없으신 거군요.”

“그야, 먼 곳이니 말이지···.”

만쥬를 입에 물고서 이야기하는 코흐의 옆모습에서 깊은 연륜이 느껴졌다.

세 사람 모두 코흐를 바라보며 잠시 동안 그 연륜의 느낌에 휩쓸렸다.


“자. 슬슬 가세.”

다 먹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 코흐가 세 사람을 다시 손짓으로 일으켜 세웠다.


밤이 깊어갈 무렵, 방에 나란히 누운 두 남학생의 표정은 첫날의 그것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잘 자라.”

“···너야말로.”


여전히 서로를 껄끄럽게 여기고는 있었지만, 전과 같은 적대감은 많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윙제스터는 모르고 있었지만, 로무루스에게는 어느새 인생에 있어서 새로운 목표가 생겨나 있었다.

전까지는 그저 형이나 누나처럼 훌륭한 대마도사가 된다는 막연한 꿈이었지만···.


지금은 그의 앞을 가로막은 윙제스터의 존재가 로무루스에게 전혀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10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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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2.13 20:42
    No. 1

    아무리 탈바꿈 했어도 인육이라니 으...찜찜하군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추천 누르고 갑니당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2 구선장
    작성일
    20.12.13 20:52
    No. 2

    무대포동의 이야기도 차후에 쓸 예정입니다만, 그쪽 내용은 19금이 확정일 정도로 무지막지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찜찜하신 게 당연한 거예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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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 첫 출전(2) 21.01.14 40 1 11쪽
31 30화 - 첫 출전(1) 21.01.13 3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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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8화 - 방첩활동 21.01.11 36 1 11쪽
28 27화 - 위자드 블리츠(2) +1 21.01.08 47 1 11쪽
27 26화 - 위자드 블리츠(1) 21.01.07 51 1 12쪽
26 25화 - 왕립 마도공학 연구소 +1 21.01.06 49 0 11쪽
25 24화 - 제 2왕자 그리펠로스(3) +1 21.01.05 54 1 11쪽
24 23화 - 제 2왕자 그리펠로스(2) 21.01.04 67 1 11쪽
23 22화 - 제 2왕자 그리펠로스(1) +2 21.01.01 69 1 13쪽
22 21화 - 패자들의 재전(再戰) (2) 21.01.01 64 1 12쪽
21 20화 - 패자들의 재전(再戰) (1) 20.12.30 66 1 12쪽
20 19화 - 졸업 논문(2) 20.12.29 63 1 11쪽
19 18화 - 졸업 논문(1) +2 20.12.28 78 0 11쪽
18 17화 - 세이즈 저택 +1 20.12.25 79 0 12쪽
17 16화 - 한여름의 특훈(2) 20.12.24 73 0 11쪽
16 15화 - 한여름의 특훈(1) +1 20.12.23 79 0 11쪽
15 14화 - 가족, 대면하다 20.12.20 82 1 11쪽
14 13화 - 비공정 카페 진 팰리스 +1 20.12.19 94 1 11쪽
13 12화 - 마도공학 클럽 탄생(2) 20.12.18 88 1 12쪽
12 11화 - 마도공학 클럽 탄생(1) 20.12.17 92 1 13쪽
» 10화 - 공포의 무대포동 정식 +2 20.12.13 102 1 11쪽
10 9화 - 암살자 vs 마도사 20.12.12 98 1 11쪽
9 8화 - 뉴 핑크섬 거리(2) +2 20.12.06 106 1 11쪽
8 7화 - 뉴 핑크섬 거리(1) +2 20.12.05 107 0 12쪽
7 6화 - 제 3왕녀 20.11.29 101 1 12쪽
6 5화 - 마도 결투(2) 20.11.28 10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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