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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악마 님의 서재입니다.

보조 헌터가 너무 강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깜냥현자
작품등록일 :
2022.02.17 07:58
최근연재일 :
2022.03.30 13:3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55,171
추천수 :
961
글자수 :
189,812

작성
22.02.21 15:05
조회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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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
12쪽

답이 이거입니까?

DUMMY

당사자인 나도 당황했는데 우리 팀장님이야 오죽하겠는가.

애써 당혹감을 숨기며 떨리는 눈을 내 쪽으로 돌렸다.


“아··· 네에······ 권현석 씨.”

“네.”


하던 일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팀장님에게 갔다.


“이쪽입니다. 저희 팀에서 일하고 있는 헌터 보조인 권현석입니다.”

“아아, 자네인가.”


훑어보듯 그의 시선이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한번 훑었다.


이윽고 작게 픽 웃음을 내뱉었다.


“들었던 얘기 하고는 다르게 평범해 보이는 친구구만.”


아니, 무슨 이야기를 들은 건데.

그리고 평범하면 안 되나.


살짝 욱 하는 감정이 올라왔지만 간신히 눌렀다.


이 하태훈 팀장이라는 남자, 아랫사람을 대할 때 말투가 묘하게 신경을 긁는 느낌이다. 일부로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가.


“이 팀장.”

“네.”

“잠시 내가 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눠도 되겠나.”

“네에······ 뭐 당장은 바쁜 일이 없긴 하지만······.”


이성훈 팀장님이 날 곁눈질했다.

뭔가 불안한 시선이다.


“음? 왜 그러나. 뭔가 문제라도 있나?”

“아, 아닙니다······! 그저 왜 그를 따로 부르시나 해서······.”

“별건 아니고. 이미 협회에서도 조사하긴 했지만, 길드 차원에서도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당사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말이지. 본부장님께서 특별히 부탁하신 사안이네.”

“본부장님께서······.”

“아무튼 잠시 이 친구를 빌리지.”


대답도 듣지 않고 하태훈 팀장이 발걸음을 옮겼다.


난 팀장님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뒤를 따랐다.


***


하태훈.


헌터로 구성된 토벌팀 에이스인 1팀의 팀장으로, 최고 실세인 본부장 다음으로 실질적 권력을 가진 남자다.


이제 30대 중반의 나이로 차기 본부장 자리를 거의 낙점된 만큼 능력 하나는 뛰어난 사람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꺼려지는 인물이었다.


뒤로 흘러나오는 소문으론 본부장의 수족이 되어 한성 길드 내에서 더러운 일을 도맡고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러운 일이란 사람을 자르는 일이다.


물론 길드가 헌터의 회사인 이상, 상황에 따라서는 해고는 필요하다.

적절한 인재를 채용하고 불필요한 인원을 잘라내는 거야 회사의 발전과 그 안에 속한 구성원을 위해서는 좋고 당연한 일이니까.


‘하지만 그게 만약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명분이야 어디까지나 회사와 길드를 위해서다. 그러나 실상을 파보면 하태훈 팀장이 따르는 본부장을 위시한 그 수족들을 위한 정적(政敵) 제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야말로 사내 정치의 중심이다.


물론 보조 나부랭이인 내게 있어 정식 헌터들 사이의 사내 정치와는 아무 상관도 없지만.

일단 같은 길드에 속한 사람으로서 볼 때, 그럴 시간에 토벌 1건이나 더 처리했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출근했으면 일이나 열심히 해야지.


아, 뭐 저 사람들에겐 저게 일일지도.

정적을 제거하고 자신의 지위를 높이고 자리를 공고히 하는 것이.


‘아주 회사 잘 돌아간다.’


아무튼, 그런 권력욕 만땅인 하태훈 팀장이 날 만나러 굳이 3팀을 방문한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3팀은 토벌팀 중에 하꼬 취급을 받기 일쑤였고, 하태훈에게 있어서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특히나 정식 헌터도 아니고, 보조에 불과한 날 그가 찾을 이유는 더더욱 없을 거다.


‘일단 조사차 직접 방문했다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명분이겠지.

과연 진짜 목적은 뭘까.


“이렇게 직접 만나 보는 건 처음이구만. 그래, 길드에서 일한 지 얼마나 됐나.”

“올해로 5년이 조금 더 되었습니다.”

“하하, 이거 일반 회사였다면 정규직이 되고도 남았겠구만.”

“······.”


이거 일부로 골리려고 하는 말인가.

아니면 지금까지 버틴 걸 순수하게 감탄한 것일까.


뭐 어느 쪽이든 기분 나쁜 건 매한가지다.


정식 헌터가 될 가망이 없는 보조에게는 미래란 영원히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쳇바퀴만 빙빙 돌리는 것이니까.


“자네 같은 사람은 업계에서 보기 힘든 게 사실이지. 길어야 3년 짧으면 몇 개월······ 대게 그 시기에 일을 그만두니까. 그래서 자네 같은 인재는 참 귀하지.”

“감사합니다.”


내가 1년 차였을 때 저 말을 들었다면 살짝 감동하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저게 듣기에 따라서는 “너 참 이런 데도 안 도망간다, 이거 완전 충실한 노예인데”라고 들릴 수도 있다고.


참고로 말하자면 난 안 도망간 게 아니다.

도망갈 타이밍을 놓친 거지.


멍청하게도 말이야.


“그리고 이번 사고도 길드 차원에서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싶네. 본부장님께서도 날 직접 자네에게 보낸 이유도 그 때문이지. 물론 대외적으론 사후 조사라 말하긴 했지만 말이야, 하하.”

“그렇군요.”

“그래서 말이네.”


하태훈 팀장은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고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았다.


“자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게 있네.”


말하기 무섭게 뒤에 서 있던 그의 비서가 매끄럽게 서류 하나를 내 앞에 내밀었다.


웃는 낯으로 날 보는 그를 살짝 보고는 서류로 시선을 내렸다.


곧 날 따로 사무실로 부른 이유를 알았다.


“이게 뭡니까?”

“회사 차원에서 자네에게 새롭게 제안하는 계약서네.”

“······.”

“확인해 보니, 이전부터 이 팀장을 통해 정식 헌터로 전환 신청을 올렸더군.”


이성훈 팀장님은 오랜 기간 보조로밖에 능력을 발휘 못 하는 날 되게 아까워했다.


물론 개인적인 친분도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팀이 성장하기 위해선 능력 있는 인재를 쓰고 싶다는 데 있었다.


“그래서 그 답이 이거입니까?”

“흠? 왜 그러지. 뭔가 문제 있는가?”


문제가 있냐고?

이 인간이······ 누굴 빙다리 핫바지로 보나.


“이건 신입으로 들어오는 정식 헌터와 계약할 때 쓰이는 계약서일 텐데요.”

“그렇다네만. 무슨 문제라도.”

“······.”


능구렁이 같은 인간이 모르고 이랬을 리 없다.


분명 사전 조사는 다 했을 거다.

내가 한성 길드에서 보조로 5년을 일했다는 사실도 내가 말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겠지.


그런데 이런 신뺑이에게 들이미는 고용 계약서 준비하고 내게 내밀었다?


이건 대놓고 5년간 내 노력을 무시하는 거나 다름없다.


“하태훈 팀장님. 제가 ‘보조’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업계에 5년이나 있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 계약서는 너무한 거 아닙니까.”

“너무하다라······. 이거이거 우리 권현석 씨가 현실을 너무 모르는구만.”

“네? 그게 무슨······.”

“언제부터 보조의 경력을 업계에서 경력으로 인정했나. 이 업계에 30년 가까이 있었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로군.”

“······.”


그래, 거지 같지만 이건 하태훈 팀장의 말이 맞다.


보조가 정식이 되기 힘든 이유.


그건 등급의 벽도 있었지만, 보조의 경력 자체를 업계에서 인정해주지 않다는 점도 있었다.


물론 공식적으론 보조 경력이 협회에 기록된다.


단지, 이를 업계에서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이 때문에 오랜 경력을 지닌 보조는 더욱 정식 헌터가 되기 어렵다.


공식적으로 협회에서 경력을 인정하다 보니, 정식으로 전환되는 순간 보조로 일했던 경력에 맞춰 보수와 계약 조건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존심 높은 정식 헌터가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


아예 보조가 정식이 되지 못하게 원천 차단하여 그 엿 같은 프라이드를 지킨다.


“이상하군요. 협회에서는 인정하는 경력인데요.”

“협회에서 인정한다고 길드에서 인정하는 건 다른 문제지. 애초에 각 길드의 운영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자율이지 않은가.”

“······.”

“물론 자네를 그대로 정식으로 전환하면 원칙적으로 보조로 일했던 경력을 인정해야 하지. 하지만 그럼 길드에선 영원히 자네를 정식 헌터로 채용하지 않을 걸세.”


그래서 결국 새롭게 정식 헌터로 새롭게 채용한다는 소리였다.


물론 조건은 완전히 ‘신입’으로.


“이게 자네나 우리 길드가 서로 윈윈하는 게 아니겠나.”


하태훈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커피잔을 들었다.


내가 고민할 시간을 주는 건지, 여유롭게 한 잔을 마시곤 입을 열었다.


“보조 경력이 뭐 중할 게 있나. 신입 계약이라고 해도 보조 때에 비하면 엄청나게 좋은 조건이잖나.”


그렇다.


언제 잘릴지 모르고, 던전에서 나오는 부산물에 대한 권한이 아예 없는 데다, 길드에서 제공되는 여러 복지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은 물론. ‘보조’라는 딱지가 붙어 언제나 무시당하기 일쑤인 거에 비하면 엄청나게 좋은 조건이다.


경력만 포기하고 이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난 그날부터 ‘정식’ 헌터가 된다.


헌터 아카데미에서 바랐고, 보조로 5년간 힘들게 일하면서 원했던 바로 그것.


그게 바로 눈앞에 있었다.


“자,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

“여기에 사인만 하면 그날부터 자네는 정식 헌터야.”


나는 계약서를 집어 들었다.


찌익.


그리고 그의 눈앞에서 찢어버렸다.

아주 갈기갈기 종이 쪼가리로.


이거 강해진 힘을 종이를 잘게 찢는 데 쓸 줄은 몰랐네.


“자, 자네······ 이게 무슨!”

“······.”


비서가 뭐라 하는 걸 하태훈 팀장이 제지했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차가웠다.


“이게 무슨 의미지?”

“보시는 그대로입니다, 하태훈 팀장님.”

“······.”

“제가 보조이긴 해도 업계 경력이 5년입니다. 물론 정식 헌터인 팀장님의 경력에 비하면 별거 아닌 거지만요.”


잘게 찢은 계약서를 테이블에 던지듯 뿌렸다.


“하지만 하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

“이딴 종이 쪼가리로 가치를 논할 정도로 헌터라는 이름이 가볍지 않다는 거죠.”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는 할 이야기는 없으니까.


“좋은 조건을 제안해주셨는데 이렇게 무례하게 거절해서 죄송합니다.”

“······.”

“아, 물론 팀장님이 먼저 무례하셨던 거니 기분 나빠하지 않으셨으면 하네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칼 같은 시선을 뒤로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


권현석이 나간 사무실.


“이, 이런 무례한 사람이 있나! 팀장님께서 좋게 생각해서······!”

“그만.”

“아, 팀장님.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화가 나서······.”

“뭘 화를 내고 있나. 자네에게 무례했던 것도 아니잖나. 당사자인 내가 참고 있는데, 자네가 화를 내면 어떻게.”

“죄, 죄송합니다.”


하태훈은 남은 커피를 목에 넘겼다.


방금까지는 따뜻했는데 양이 얼마 없어서 그런지 냉장고에 넣었던 것처럼 차다.


한참이고 하태훈이 말이 없자 비서가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팀장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대로라면 본부장님께서 지시한 게 어렵게 되는 데 말입니다.”

“그렇겠지. 참으로 귀찮게 됐어.”

“팀장님······.”


마치 남 일처럼 말하는 하태훈에 비서는 난감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대수롭지 않다는 기색이다.


잘못해서 이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가기라도 하면 길드 안팎으로 귀찮은 일이 많아질 게 분명한데도.


“너무 걱정할 거 없네. 녀석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보조’라네. 누구도 녀석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지 않겠지.”

“그렇군요. 역시 팀장님이십니다. 저와 다르게 혜안이 남다르십니다.”


언제나 그랬든 듣게 되는 아부를 뒤로하고 하태훈은 빈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뭐, 그건 그렇고 이렇게 된 거 거친 방법을 쓸 수밖에 없구만. 김 비서, 인사처 팀장을 좀 불러주게. 내가 급히 찾는다고.”

“알겠습니다.”


하태훈 팀장은 준비해두었던 진짜 패를 꺼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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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말했다시피 신이다만 22.02.17 3,190 48 14쪽
2 순순히 당할 생각은 없어 +1 22.02.17 3,314 53 14쪽
1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 22.02.17 3,914 6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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