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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악마 님의 서재입니다.

보조 헌터가 너무 강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깜냥현자
작품등록일 :
2022.02.17 07:58
최근연재일 :
2022.03.30 13:3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55,167
추천수 :
961
글자수 :
189,812

작성
22.02.20 12:55
조회
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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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글자
13쪽

날 왜 찾아?

DUMMY

던전을 빠져나오자마자 사후 조사를 받아야 했다.


생존 자체도 기적에 가까웠지만, 보조인 내가 B급 몬스터를 토벌했다는 사실이 상식적으로 믿기 힘들 테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렇게 될 줄 몰랐지만······ 각성을 한 것 같습니다.”


보조 헌터가 정식 헌터로 전환되는 확률만큼이나 아무 드물지만, 추가 각성으로 등급이 오르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매우 희소한 케이스고, 사실 난 각성한 것도 아니니까.


「흠, 그런 식으로 둘러대는 것인가.」

‘그럼 사실대로 말하게? 이 사람들이 믿어줄 것 같아?’


생각으로 답하며 헌터 협회에서 파견 나온 조사관을 보았다.


내 이야기를 꼼꼼히 받아 적곤 있었지만, 간간이 내 옆 발치에 놓인 골렘의 핵을 곁눈질하는 시선에는 의심이 가득하다.


“이야기는 잘 들었습니다. ······사정은 이해하지만, 역시 이야기만으론 믿기 힘들군요.”

“네. 저도 지금에서 돌이켜 보면 어떻게 살아나왔나 싶습니다.”

“아무튼, 무사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일단 응급처치를 하긴 했지만 후유증이 있을지 모르니, 차후 헌터 전문 병원을 방문하셔서 검사받으시는 게 좋겠네요.”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네. 아무쪼록 이번 기회에 편히 쉬시고 빠른 시일 내에 일에 복귀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조사관이 살짝 묵례하고 떠났다.

그제야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아, 평소에 안 하던 거짓말을 하려 하니 기운이 쭉 빠져나갔다.


「본녀가 보기엔 처음 하는 것치곤 꽤나 능숙해 보였다만.」

“기분 탓이야. 의식하고 거짓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놀려대는 말에 대꾸하며 시선을 내려 붕대에 싸인 오른팔을 보았다.


크게 다쳐 붕대로 단단히 감아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미 회복되어 움직이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꽉 묶어놓은 붕대 때문에 움직이기 어려웠다.


‘헌터 보조 따위가 B급 몬스터를 토벌한 것도 믿기 어려운데······ 아무런 부상도 없다고 한다면 난리가 나겠지.’


아직은 내가 가진 전력을 드러낼 때가 아니었다.


보조 헌터가 정식 헌터가 되는 걸 거의 허용하지 않는 현실만큼이나, 대중에게 보이는 것과 달리 헌터 업계라는 꽤나 경직된 곳이다.


초인적인 힘에 기반한 능력과 실적으로 평가받는 치열한 경쟁이 반복되다 보니, 오히려 구조 자체는 매우 경직되어 있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


수많은 경쟁자를 꺾고 힘들게 얻어낸 자리와 입지.

당연히 헌터, 길드, 나아가 업계 전체를 대표하는 협회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어렵게 얻어냈으니 그만큼 소중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어떻게든 경쟁자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깐깐하고 시대착오적인 구조를 만들어놓았다.


보조와 정식 헌터를 나누고.

정식 헌터 사이에서도 등급을 부여해 지위와 권한을 엄격하게 분리한다.


그렇게 헌터 업계는 좋게 말해 수십 년 가까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다르게 말해서는 고이다 못해 썩고 있었지만.


근데 이 상황에서 보조인 내가 갑자기 엄청난 능력이 있다는 게 드러난다면?


‘아마 어떤 식으로든 날 재끼려고 들겠지.’


정식 헌터 중에서도 능력은 있지만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 밀려난 사람도 많았다.


하물며 보조인 나는 말할 것도 없다.


지금은 최대한 숨기면서 적절한 길과 때를 기다려야 했다.


“그럼 먼저 이것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난 발치에 놓인 전리품인 골렘의 핵에 시선을 내리며 고민했다.


***


한성 길드 본부장실.


보고가 끝나자 송한석 본부장은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는 피로한 듯,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그게 사실이야?”

“그렇습니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


송한석 본부장이 날카로운 물음에 하태훈 팀장은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송한석 본부장은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그가 말이 많다는 건 그만큼 기분이 안 좋다는 의미였다.


서둘러 하태훈은 입을 열었다.


“······저도 처음 보고받았을 때 믿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협회에 있는 우리 쪽 인원에게도 확인을 마쳤습니다.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


다시 확인하긴 했지만, 사실 송한석 본부장도 알고 있었다.

대충 확인하고 보고할 정도로 하태훈이 멍청하지 않았으니까.


‘사실이라고 해도······ 이게 가능한 일인가 말이야······.’


여러 길드가 참여해 진행된 던전 공략.


거기서 한성 길드 소속 3팀이 공략 도중 사고가 난 것은 송한석 본부장도 이미 보고받은 사안이었다.


던전에서 헌터가 다치거나 죽는 일은 이 업계 특성상 간간이 벌어지는 사고에 가깝다.


한성 길드에 몸담은 지 30년이 넘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실무의 최고 실세라 하는 본부장 자리에 앉은 송한석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상식적으로 이상했다.


송한석은 다시금 보고서를 확인했다.


사고가 난 던전은 사전 조사로 D급으로 판명된 일반적인 난의도의 던전이다.


B급 헌터 셋과 헌터 보조로 구성된 3팀으로 충분히 공략이 가능했다.


근데 돌연 B급 몬스터인 스톤 골렘이 등장하면서 사고가 났다.


3팀은 긴급하게 던전을 빠져나왔고, 그 과정에서 헌터 보조 하나가 스톤 골렘의 공격을 맞고 던전 안쪽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래, 여기까지는 인명이 희생된 안타까운 사고이긴 하지만 상식의 범주 안이다.


잃은 건 헌터 보조 하나다.

언론을 통해 회사 차원의 유감 표명과 사후 보상 관련으로 유족 설득만 문제없이 한다면 조용히 넘어갈 사안이었다.


하지만 사고 이후 생각과 다르게 사건이 진행되었다.


사고 해결을 위해 협회에서 파견된 토벌팀이 던전에 돌입하려고 하는데, 실종된 줄 알았던 헌터 보조가 본인의 힘으로 던전을 빠져나온 것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기적이나 다름없는데, 그 생존자가 주장하길 사고의 원인인 스톤 골렘을 토벌했다고 한다. 그것도 본인 혼자서.


“녀석이 거짓 진술한 거 아니야? 목격자가 없으니까 되는 대로 말한 것일 수도 있잖아.”

“그게······ 협회에서 파견된 토벌팀도 이를 의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후 조사를 했는데 진술과 일치한다고 합니다.”

“하아, 이거 완전 골치 아프게 됐구만.”


한숨을 푹 내쉬며 송한석 본부장은 보고서를 책상에 툭 내려놓았다.


의아한 얼굴로 하태훈 팀장이 물었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겁니까?”

“뭐?”

“······.”


치켜뜬 송한석 본부장의 시선을 마주하자 뒤늦게 하태훈은 괜한 걸 물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송한석 본부장은 짜증스러운 투로 입을 열었다.


“어이, 하 팀장.”

“······네.”

“자네 팀장 직급을 단 지 얼마나 됐나.”

“······3년 조금 넘었습니다.”

“근데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나? 이래서야 토벌팀 최고 에이스인 1팀의 팀장이라고 할 수 있겠어?”

“죄, 죄송합니다······.”


송한석 본부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문제도 문제고, 다음 후기 기수로 생각한 녀석도 실력은 어느 정도 있지만 눈치가 없어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무튼, 우선은 지금 닥친 문제를 처리해야 했다.


“녀석이 정식 헌터였으면 문제없어. 오히려 좋지, 이참에 에이스 하나 얻었다고 생각하고 언론에도 ‘B급 몬스터를 단독으로 토벌한 한성 길드의 신성(新星)’이라 광고해서 홍보 효과도 톡톡히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렇다면······.”

“하지만 녀석은 보조야. 모르겠어?”

“아······.”


헌터 보조.

정식 헌터가 되지 못한 패배자.


“개천에서 용 나왔다는 문제가 아니야. 괜히 녀석을 띄워주었다간 길드 안에서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에 반발을 살 우려가 있어.”

“······그럼 조용히 묻어버리면 되는 거 아닙니까?”

“하아, 그랬으면 내가 이렇게 고민도 안 하겠지. 이미 협회에서 파견한 토벌팀이 다녀갔다면서. 사건 냄새 겁나 잘 맡는 기자 놈들이 가만히 있겠어? 이미 퍼질 대로 다 퍼졌을 거라고.”


그야말로 어떻게 처리하기도 머리가 아픈 상황이었다.


사실 그대로 밝히자니 업계 전체의 반발을 감수해야 하고, 자칫 조용히 덮으면 언론을 통해 한성 길드의 이미지만 쓰레기가 된다.


송한석 본부장이 고심에 빠진 가운데, 하태훈 팀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본부장님. 괜찮으시면 이 문제······ 제게 맡겨주시면 어떻겠습니까.”

“네가?”


미덥지 않다는 시선이 하태훈 팀장에게 날아든다.


당사자는 자신이 있는지 목을 꼿꼿이 폈다.


“네. 맡겨주십시오. 어차피 헌터 보조 아닙니까. 적당한 말로 구슬리면 조용히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


확실히.

고작 헌터 보조를 설득하고 구슬리는데 토벌팀의 최고 실세인 본부장이 나서는 건 모양이 빠지는 일이다.


팀장 라인에서 조용히 처리하는 게 모양새가 좋다.


“좋아. 이번 건은 하 팀장에게 맡기겠어. 이번에는 실망시키지 말고 잘하라고.”

“알겠습니다!”


보고를 마치고 하태훈 팀장은 본부장실을 뒤로했다.


***


혹시 있을지 모를 부상이나 후유증을 확인하기 위해 헌터 전문 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다행히 몸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무엇보다 내심 걱정하고 있던 루미르네와의 계약으로 인한 이상 현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았느냐. 본녀의 존재가 그리 쉽게 들키지 않는다고.」

“결과적으로 그래서 다행이지만, 혹시 모르는 거잖아.”


들키면 변명해야 하는 건 나라고.


괜히 잘못해서 실험 대상으로 정체도 모르는 기관에 끌려갈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아무튼, 병원에서 무사히 퇴원하고 다음 날 평소처럼 길드에 출근했다.


“현석아······.”

“팀장님.”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다!”


이성훈 팀장님이 눈이 촉촉해져 날 껴안았다.


무사 귀환을 반기는 거야 알지만, 이렇게 격하게 반겨주니 쑥스러웠다.


“뭘 어린애처럼 그러십니까. 제가 무사하다는 소식 듣지 않으셨나요?”

“이 녀석아······! 소식으로 듣는 거 하고 직접 만나는 건 또 다르잖냐. 아무튼,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다. 처음 네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이지······.”


먹먹한 감정을 꾹꾹 참듯 팀장님은 내 어깨를 꽉 잡았다.


“현석 씨,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아, 네. 감사합니다.”


이어서 우리 두 사람을 지켜보던 이한영 헌터가 조심스레 말했다.


평소 사람을 냉담하게 대하긴 해도 잔정이 많은 사람이다. 아마 팀장님만큼은 아니어도 걱정을 했을 거다.


이어서 나머지 후배들과도 안부 인사를 나눴다.

모두 다친 데는 없었다. 오히려 날 걱정하며 안부를 물었다.


“오늘 하루쯤은 휴가를 쓰지 그러냐.”

“괜찮습니다. 이제 몸도 다 나았는걸요.”

“그래······ 너무 무리하지 말고.”


팀장님의 걱정을 뒤로하고 자리에 앉아 업무를 시작했다.


병원에서 퇴원하고 출근하기 전까지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둔 바가 있지만, 일단 닥친 일들을 정리하는 게 먼저였다.


떠날 생각이라도 유종의 미는 거둬야지.

굳이 더럽게 하고 떠날 필요는 없으니까.


똑똑.


막 오늘 업무를 시작하려던 찰나.

팀 사이를 구분하는 파티션을 누군가 노크하듯 두드렸다.


“큼큼, 이성훈 팀장 있는가.”

“아, 하태훈 팀장님!”


1팀 하태훈 팀장이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이성훈 팀장님이 버선발로 나가 하태훈 팀장을 맞이했다.


직급은 같았지만, 경력이나 나이와 지위에서 하태훈 팀장이 우리 팀장님보다 위였다.


“하 팀장님께서 저희 팀에 무슨 일이십니까?”

“아, 아······. 뭐 같은 팀은 아니더라도 같은 길드 식구 아닌가. 그런 일이 있었는데 내 직접 확인해야지. 그래, 별일은 없고.”

“아, 네. 하 팀장님께서 신경 써주셔서 모두 무사했습니다.”


웃는 낯으로 이성훈 팀장님이 듣기 좋은 말을 늘어놓았다.


저런 걸 보면 아무나 팀장을 못 할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하태훈 팀장이 언제부터 우리 팀을 신경 써줬다고.

수익이 떨어지는 미처리 던전이나 떠넘기지 않으면 다행이지.


당연히 내가 알고 있는 걸 팀장님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도 저리 사람 좋게 대할 수 있는 걸 보면 역시 팀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크흠, 그렇구만. 근데··· 그 던전에서 실종되었다가 살아나온 자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순간, 하태훈 팀장의 말에 눈치를 보고 있던 모든 직원이 나를 바라봤다.


응? 날 왜 찾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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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말했다시피 신이다만 22.02.17 3,190 48 14쪽
2 순순히 당할 생각은 없어 +1 22.02.17 3,314 53 14쪽
1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 22.02.17 3,914 6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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