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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는집의 서재입니다.

해 뜨는 흥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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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뜨는집
작품등록일 :
2021.05.12 13:03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6,776
추천수 :
150
글자수 :
161,648

작성
21.05.19 12:32
조회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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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이간계

DUMMY

그날 저녁 해 뜨는 집에서 직원 회식이 열렸다. 중국집에서 탕수육과 깐풍기, 팔보채 요리를 배달하면서 고량주와 소주, 맥주를 넉넉하게 가져왔다.


오늘은 특별히 발바리가 게스트로 참석했다. 박종구는 스토커 퇴치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발바리의 노고를 치하하고 금일봉을 주며 격려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노라고 인사말씀을 통해 밝혔다.


이어 발바리에게 금일봉이 주어졌고 발바리의 수상 소감이 있었다.


“먼저, 저를 이렇게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신 종구 형님께 감사드립니다.”


“야, 앞으로는 소장님이라고 불러라. 형님이 뭐냐. 뻔히 직책이 있는데.”


박종구가 호칭을 정정해 주었다.


“예, 알겠습니다. 소장님. 그럼 저도 흥신소 직원이 되는 겁니까?”


“아직은. 수습이란 게 있잖냐. 하는 거 보고 다음에 정식으로 채용하든지 할 테니까 당분간은 오늘처럼 심부름할 게 있으면 알바 좀 해.”


“알겠습니다. 소장님. 그럼 이 친구는 어떻게 부를까요?”


발바리가 김동수를 가리켰다. 박종구는 막상 둘의 관계를 정리해 주려다 보니 발바리의 이름은 물론 나이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발바리 넌 이름이 뭐냐?”


“방발희요.”


“뭐. 발바리? 별명 말고 이름을 말하라니까.”


“방발희라니까요.”


“아니 무슨 이름이 그래.”


남의 이름을 갖고 웃으면 안 되는데 박종구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조미자와 김동수도 덩달아 웃었다.


“알았어. 발바리가 동수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이름을 부르고 동수는 형님으로 불러.”


같이 어울려 음식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다 보니 박종구가 처음으로 알아보았던 발바리의 진면목, 가령 단순무식하고 충성파라는 게 제대로 느껴졌다.


발바리는 유복한 집안의 외동아들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면서 공부는 뒷전이고 노는데 열심이었다.


그러다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부모는 즉사하고 발바리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로 병원에 실려 갔다.


목숨을 건지려면 뇌수술을 해야 하는데 병원에서는 보호자도 없는 발바리의 수술에 선뜻 나서지 않았다.


다행히 작은 아버지가 나타나 보증을 서면서 수술은 진행되었고 결국 목숨은 건졌지만 이후로는 오래토록 병원 신세를 져야했다.


작은 아버지는 처음엔 발바리가 받을 유산에 욕심을 내며 병원을 들락거리다가 의외로 병원비가 많이 나오겠다는 계산이 서자 그냥 발길을 뚝 끊어버렸다.


“됐어. 그만. 우리가 인간극장 찍는 것도 아니고 살아온 이야기는 천천히 하자.”


이야기가 길어지겠다 싶으니 박종구가 냉큼 말허리를 잘랐다. 어쨌든 발바리는 해 뜨는 집의 수습직원이 되었다.


***


의뢰인이 찾아왔다. 50대의 중년 남자였다. 그는 자신을 인근 동사무소 사무장이라고 소개했다.


“기초수급자이면서 알코올중독자인 주민 한 사람이 매일 술을 먹고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바람에 직원들이 일을 할 수 없어요.


경찰에게 신고해 봐야 다음날 되면 또 나타나는데 정말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동사무소에 못 오게 하든지, 오더라도 행패 좀 부리지 못하게 할 수 없을까요?”


사무장은 오죽했으면 흥신소까지 찾았겠냐며 수수료를 염가로 해서 일을 맡아줄 수 없냐고 물었다.


박종구는 드디어 공공기관에까지 영역을 확장했다는 기쁨에 흔쾌히 수락하고는 사무장에게 일단 동사무소에 가서 그 사람이 나타나면 알려달라고 말했다.


이튿날 동사무소 문을 열자마자 알코올중독자가 나타나서는 횡설수설에 욕설에 고함에, 그가 할 수 있는 온갖 진상은 다부리기 시작했다.


사무장은 출근하자마자 해 뜨는 집에 전화를 걸었다.


알코올중독자가 잠시 동사무소를 비웠다. 아마 술을 마시러 간 모양이었다. 사무장이 재차 해 뜨는 집에 전화를 걸자 직원이 출동했다고 알려주었다.


동사무소에 발바리가 나타나자 사무장은 더럽게도 재수 없는 날이라고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알코올중독자 하나 처리하기도 버거운데 악성 민원인의 대명사 발바리까지 납시었으니 오죽했으랴.


“사무장님. 해 뜨는 집에서 왔습니다.”


사무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어디서 왔다고요?”


“해 뜨는 집에서 왔다니까요? 소장님에게 전화했다면서요.”


“야! 이 개새끼들아!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아 처먹는 씹새끼들아!”


그때 마침 알코올중독자가 고래고래 욕을 하며 동사무소에 들어섰다. 발바리는 곧장 그 앞으로 다가가 범죄자를 연행하듯이 팔짱을 끼고는 큰소리로 말했다.


“당신을 동사무소 소란 죄로 체포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동사무소에 코빼기도 비춰서는 안 됩니다.”


그러더니 달랑 낚아채서 동사무소 밖으로 끌고 나갔다. 사무장과 직원들은 천지개벽할 일이라며 다들 놀라워했다.


이후 발바리는 눈부신 활약으로 정식 직원이 되었고, 해 뜨는 집은 사람을 찾아달라는 의뢰, 빌려준 돈을 받아달라는 의뢰, 심지어 신변을 경호해 달라는 의뢰까지 줄기차게 이어져 사무실 내에서 즐거운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


맘보 호텔 나이트 사장 오용태는 어떻게 하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 정인수를 쳐낼까 궁리에 궁리를 거듭했다.


정인수 정도야 주먹이면 주먹, 칼이면 칼, 힘이면 힘, 소위 말해 꼴리는 대로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었지만 정인수가 자기 깔치를 상납해서 유경훈의 신임을 전적으로 얻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무작정 쳐내려 했다간 유경훈에게 개박살날 공산이 컸다.


“불곰. 뭐, 좋은 생각 없어?”


오용태가 나이트 상무 구달호에게 물었다. 구달호는 별다른 생각이 없어 허공을 보며 눈만 끔벅거렸다.


“어이쿠. 돌대가리 같은 너한테 물어본 내가 바보다, 바보야. 흐흐.”


오용태가 헛웃음을 터뜨리다가 문득 묘안이 떠오른 듯 탁자를 탕, 내리쳤다. 탁자 위의 유리가 쩍, 하고 갈라졌다. 동시에 구달호가 놀란 불곰 같은 표정으로 입을 짝 벌렸다.


홍미라는 유경훈이 묵고 있는 10층 스위트룸을 나서 1층 로비에 내려와 정인수와 통화하려고 핸드백에서 폰을 꺼내들었다.


“사모님!”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홍미라는 고개를 돌려보았다. 오용태였다.


‘아니 저 인간이 왜 나를 부르지?’


홍미라가 잔뜩 경계하는 시선으로 오용태를 쳐다보았다.


“잠깐 시간 좀 내어주시죠?”


오용태가 부탁조로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홍미라는 평소 오용태가 자신에게 감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오용태의 내연녀가 맡아하던 슈가의 마담 자리를 홍미라가 꿰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 오용태가 보이는 상냥한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잔뜩 경계심을 품게 만들었다.


“무슨 일인데요?”


“차 한 잔 대접해 드릴까 합니다.”


“다음에 하죠.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홍미라는 해코지하려고 오용태가 일을 꾸미는 건 아닐까 지레 걱정되어 제안을 거절했다. 오용태 정도라면 차에다 약이라도 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해코지하려는 거 아닙니다. 사모님 잘못 건드렸다간 회장님께 그날로 모가지 뎅강 날아갈 텐데요.”


오용태가 손날로 자신의 목을 치는 시늉을 해보였다. 오용태가 먼저 납작 엎드리는 자세를 취하자 홍미라는 잠시 고민했다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나이트클럽 안은 자정이 지났는데도 사람들로 넘쳐났다.


빠른 템포의 음악이 굉음처럼 터지며 고막을 때리고 거기에 몸을 맡긴 채 플로어에 모여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흡사 한 무더기의 뱀을 풀어놓은 것처럼 보였다.


홍미라는 한때 무희로 일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잠시 회상에 젖었다가 오용태가 건네주는 담배 한 개비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혹시 정인수를 사랑하십니까?”


오용태의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홍미라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피던 담배를 떨어뜨릴 뻔했다.


개다리파에선 다들 자신을 유경훈의 여자로만 알고 있었다. 따라서 홍미라가 정인수와 밀회를 즐긴다는 걸 아는 사람은 조직 내에서 아무도 없었다.


“무슨 말이에요, 그게!”


홍미라가 한층 톤을 높여 차갑게 쏘아붙였다.


“나는 회장님의 여자예요.”


“그럼요. 회장님의 여자이시죠.”


오용태가 저자세로 목소리를 낮췄다.


“그런데 혹시 그거 아세요?”


은밀한 이야기를 하려는 듯 오용태의 눈꼬리가 한껏 치켜 올라갔다. 홍미라는 이 인간이 또 무슨 말을 할까 싶어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은밀하게 떠도는 소문인데요. 정인수가 출세를 위해서 사모님을 회장님에게 상납했다는 그런 믿을 수 없는 말이 돌아다닙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상납이라뇨?”


홍미라가 언짢아하는 얼굴로 표독스럽게 쏘아붙였다.


“회장님과 관계된 일이라 말하긴 무척 조심스럽습니다만.”


오용태가 난감한 듯 말문을 열자 홍미라는 호기심이 일어 귀를 쫑긋 기울였다.


“6개월 전에 회장님이 저에게 연화를 줄 수 있겠냐고 그러시더군요. 그래서 저는 회장님 앞에 무릎을 꿇고서 차라리 제 목숨을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사내자식이 돼갖고 자기 깔치도 못 지키는 놈은 되고 싶지 않다고 말이죠.”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홍미라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그 며칠 후 사모님이 간택되었죠. 그게 무슨 뜻이겠습니까.”


오용태가 잠시 숨을 고르며 침묵을 지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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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정상회담 21.05.17 179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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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발바리 21.05.12 318 7 9쪽
2 해 뜨는 흥신소 21.05.12 433 11 7쪽
1 프롤로그 21.05.12 483 1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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