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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뜨는집
작품등록일 :
2021.05.12 13:03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6,772
추천수 :
150
글자수 :
161,648

작성
21.05.13 12:30
조회
271
추천
6
글자
8쪽

꽃뱀

DUMMY

두 번째 의뢰인은 남편의 불륜 증거를 잡아 달라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몸매가 늘씬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인이었다. 저런 여자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 남자가 제정신일까 싶을 정도였다.


한혜진(35세)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주민우(45세)와 열 살의 나이 차이를 사랑으로 극복하고 2년 전 단란한 가정을 꾸렸으나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아이는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사랑이 식어서 그런지 주민우가 6개월 전부터 바람을 피운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주민우가 바람을 피우는 주제에 너무나 당당하고 뻔뻔하다는 것이었다.


한혜진이 여자로서 자존심도 상하고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과는 더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어 이혼을 요구해도 주민우는 위자료 주는 게 아까워 막무가내라는 것이다.


“다 좋다 이거예요. 이제는 사정하는 것도 지쳤고요. 하지만 돈 한 푼 없이 알아서 나가라고 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


한혜진의 크고 깊은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박종구는 얼른 티슈를 빼서 한혜진에게 건네주었다.


“뭐 그런 놈이 다 있어. 같은 여자로서 내가 다 화가 나네.”


조미자가 덩달아 열을 올렸다.


“그럼 이혼 소송에 유리한 증거로써 불륜 현장 사진만 찍어서 드리면 되죠?”


박종구의 말에 한혜진이 고개만 끄덕였다.


이튿날부터 주민우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이미 전날 밤에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주민우의 승용차에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시켰기 때문에 미행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첫날은 주민우가 회사 일 때문에 자정이 다 된 시간에 퇴근하여 곧장 집으로 갔고, 둘째 날은 직원들과의 회식이 있어 역시 자정이 지나서 귀가했다.


미행 셋째 날 주민우가 일찍 퇴근하여 40대의 평범한 여성과 열 살 남짓한 초등학생을 만나 식당으로 들어갔다. 김동수는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한 시간 남짓 후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은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여 ‘비둘기’라는 상호를 단 모텔 앞에서 내렸다. 그리고 함께 모텔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주민우가 모텔을 빠져 나온 건 자정이 다 된 시각이었다. 그는 여성과 함께 모텔을 나와 승용차에 오르기 전 진한 포옹을 나누었다.


다음날 한혜진은 해 뜨는 집에 가서 사진을 건네받고 성공보수 백만 원을 지불했다.


***


세 번 째 의뢰인은 놀랍게도 주민우였는데 한 달 전 박종구가 미행 다니면서 봤을 때보다는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의뢰를 하러 왔습니다.”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주민우가 말문을 열자 박종구는 선입견 탓인지 마음속에서 거부감이 먼저 드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하지만 의뢰인으로 방문했으니 우선 그 사정은 들어봐야 했다. 그게 흥신소의 직업윤리였다.


“아내의 불륜 현장을 좀 잡아주세요.”


주민우의 말에 박종구는 이게 뭔 개소리인가 싶었다. 그렇다면 부부 쌍방이 불륜 행각을 벌였단 말인가. 박종구는 반문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으며 주민우의 말을 계속 들었다.


주민우의 말을 듣다 보니 기가 끅 찼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싶었다. TV 드라마에서나 봤던 일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주민우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러했다.


어려서 길을 잃고 파출소를 통해 고아원에 보내진 주민우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중소기업체에 취업했다.


평소 성실하고 차분한 성격에 상사들에게도 깍듯해서 얼마 후에는 현장근무에서 관리직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주민우는 십년 전인 서른다섯 살에 결혼하여 이듬해엔 아들도 얻었다.


아내 윤희숙 역시 심성도 곱고 성실했기에 파출부, 청소부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서 결혼 후 5년이 지났을 때는 아파트도 한 채 장만할 수 있었다.


또한 회사에서는 주민우가 과장으로 승진하여 관리자가 되었다. 그 즈음 서른 살의 한혜진이 인턴으로 입사하여 관리과에 배치 받았다.


한혜진은 늘씬한 몸매에 빼어난 미모로 남자 직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장도 한혜진에게 수작을 걸어 보고픈 마음이 있었지만 호랑이 같은 마누라가 경리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어 언감생심 내색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다들 한혜진과 커피라도 한 잔 마셔보려고 안달을 냈는데 단 한 사람 관리과장 주민우만큼은 예외였다.


주민우는 오로지 업무와 관련한 부하직원으로 한혜진을 대할 뿐이었다. 이에 한혜진은 목석같은 주민우를 상대로 오기가 발동하는 했다.


또한 한눈팔지 않고 성실한 주민우가 재산도 제법 모았다는 소문이 회사 안에서 돌고 있어 잘만하면 꿩 먹고 알 먹고, 님도 보고 뽕도 따겠다는 계산이 서는 것이었다.


어느 날 퇴근 무렵 한혜진이 드릴 말씀이 있으니 술 한 잔 사달라고 주민우에게 말했다. 주민우는 관리자의 입장에서 부하직원의 의견을 청취할 겸 흔쾌히 승낙했다.


“과장님은 어릴 때 고아원에서 컸다면서요?”


반주를 곁들인 저녁식사 자리였다. 한혜진의 질문에 주민우는 뜬금없다 싶었다.


“우리 아빠도 어려서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고생을 엄청 하신 분이에요. 과장님을 보니 돌아가신 우리 아빠가 생각나서요.”


문득 한혜진이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주민우는 손수건을 꺼내 한혜진에게 건넸다.


“이 손수건, 제가 가져도 되죠? 아빠 생각날 때 한 번씩 꺼내 보게요.”


한혜진이 그렇게 말을 하니 주민우는 돌려달라는 소리를 할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혜진은 뛰어난 언변과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여 술자리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고, 주민우는 마치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한혜진이 익숙하게 느껴져 제법 술을 마셨다.


이후 두 사람은 종종 퇴근길에 저녁을 먹고 술을 마셨으며 어느덧 모텔을 함께 가기도 했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주민우는 한혜진과의 달콤한 외도에 푹 빠져 급기야 조강지처와 이혼을 결심하기에 이르렀고, 5살짜리 아들이 마음에 걸렸지만 한혜진이 극구 반대하여 양육권도 포기했다.


주민우의 이혼 의사를 확인한 한혜진은 그녀의 남동생 한우혁과 함께 윤희숙을 괴롭히고 협박하여 무일푼으로 쫓아내었다.


주민우는 착하디착한 조강지처를 위자료 한 푼 없이 쫓아낸 데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이미 한혜진에게 넋이 나가 그녀가 하자는 대로 하는 꼭두각시가 되어버렸다.


주민우와 한혜진은 조강지처와 아들을 쫓아낸 아파트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그렇게 처음 몇 달 동안 주민우는 신혼의 달콤함에 취해 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우혁이 집을 나왔다며 주민우의 아파트에 들어왔다. 며칠만 있을 거라던 당초의 약속과는 달리 한우혁은 아예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에 주민우가 불만을 터뜨리자 한혜진은 ‘갈 곳 없는 처남을 내쫓으려 하느냐’며 그걸 빌미로 각방을 선언했다.


이후 한혜진 남매는 주민우가 벌어오는 돈으로 무위도식하고 심지어 주민우가 출근하고 나면 외출하여 어디서 무얼 하는지 싸돌아다니다가 밤늦은 시간에 귀가하기 일쑤였다.


주민우는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강지처와 아들을 쫓아내고 엉뚱한 사람을 먹여 살리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혜진 남매에 대한 의구심도 서서히 꼬리를 물었다. 한우혁이 남동생이 아니라 내연남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남매라기엔 둘의 스킨십이 예사롭지 않았고 둘 사이에 흐르는 기류도 야릇했다.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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