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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뜨는 흥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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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뜨는집
작품등록일 :
2021.05.12 13:03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6,773
추천수 :
150
글자수 :
161,648

작성
21.05.15 13:00
조회
213
추천
5
글자
9쪽

흥신 철학

DUMMY

발바리는 한 동안 눈알에 힘을 주더니 이윽고 손을 내릴 것인지 시선을 돌릴 것인지 고민하는 기색이 역연했다. 박종구의 눈빛이 사시미칼처럼 예리했기 때문이었다.


박종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발바리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윽!”


발바리의 거구가 푹 주저앉았다.


“개다리파 칼제비 형님이 보내서 왔다. 앞으로 여기 나타나면 죽는다.”


박종구의 엄포에 발바리가 일어나 머리를 한 번 숙이고 다리를 절룩거리며 돌아섰다.


“야, 발바리.”


덩치만 컸지 순진해 보이는 발바리가 안쓰러워 박종구가 불러 세웠다. 발바리가 다시 다리를 절룩거리며 돌아섰다.


“파스라도 사서 붙여라.”


박종구가 오만 원짜리 두 장을 건네자 발바리가 덥썩 받았다.


“형님은 누구십니까?”


“나는 종구다.”


“감사합니다. 종구 형님. 앞으로 잘 모시겠습니다.”


“그래 만나면 인사라도 하고 지내자.”


박종구는 발바리를 보내고 우체국에 들러 정산을 마친 다음 사무실로 돌아왔다. 한혜진의 차에 붙여둔 위치추적기는 아직까지 작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드론을 사러 간 김동수가 저녁 먹을 시간이 될 때까지 연락이 없자 조미자가 전화를 걸어 보았다.


김동수는 드론을 배우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지금 들어갈 테니까 짜장면 곱빼기를 시켜 달라고 했다.


조미자가 짜장면 세 그릇을 주문하고 전화를 끊자마자 벨이 울렸다. 주민우였다. 나흘이나 지났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어 퇴근길에 전화를 해보았다는 것이었다.


주민우의 전화를 받고 나니 박종구는 괜히 조바심이 났다.


박종구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짜장면을 해치우고 밤이 늦었지만 김동수와 함께 한혜진의 아파트로 가 드론을 띄웠다. 김동수는 초보자답지 않게 드론을 능숙하게 다뤘다.


김동수가 한혜진의 아파트 베란다 가까이 드론을 갖다 붙이자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두 사람이 포착되었다.


둘은 속옷 차림에 연인처럼 딱 붙어 앉아있었다. 주민우가 둘 사이를 남매가 아닌 내연관계로 의심하던 게 사실일 가능성이 커보였다.


다음날 밤에 다시 아파트를 찾아 드론을 띄웠다. 한혜진과 한우혁은 식탁에서 마주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잠시 후 한우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한혜진의 옆으로 가 앉았다. 그러더니 진한 스킨십에 키스까지 나누는 것이었다.


한우혁은 한 동안 키스 세례를 퍼부은 다음 한혜진의 옷을 벗기려 시도했다. 한혜진이 성급하게 나오는 한우혁을 달래며 허리를 감싸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물증을 확보하게 된 박종구는 쾌재를 불렀다.


이튿날 정보형사 조창인(43세)에게 사건 하나 줄 게 있다며 흥신소로 불렀다.


박종구가 노래연습장을 할 때 조창인이 관할 지구대에 근무한 인연으로 지금까지 연락하며 지내고 있었다.


“꽃뱀 커플이 선량한 부부에게 접근하여 가정을 파괴한 사건인데요. 심지어 협박으로 재산까지 뺏으려 한 아주 악질들입니다.”


박종구가 촬영한 영상까지 보고 난 조창인이 대어를 낚은 낚시꾼처럼 만면에 희색을 띠었다.


“생각 같아서는 저것들을 패죽이고 싶었지만 조 형사님 사건 하나 해서 특진하시라고 꾹 참았습니다.”


“고마워, 박 소장. 승진이 늦어서 남들 보기 쪽팔려 죽겠더니만. 흐흐.”


조창인이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


주민우 가족이 수박 한통을 사들고 흥신소에 찾아왔다.


다들 얼굴에 화색이 돌고 단란한 기운이 충만해 있었다. 해 뜨는 집 사람들은 주민우 가족을 보며 무척 뿌듯하고 보람을 느꼈다.


주민우가 다시 단란한 가정을 회복한 데에는 물론 박종구의 역할도 컸지만 무엇보다 정보형사 조창인이 강력계 형사들과 함께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한혜진 남매는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었다. 아니, 남매가 아니지. 둘은 커플이었다. 그것도 꽃뱀 커플.


“소장님께 입은 은혜를 어찌 다 갚을 수 있을까요. 이거 얼마 안 되지만 성의라 생각해 주십시오.”


주민우가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아닙니다. 이렇게 다시 행복한 가정을 찾았으니 됐습니다. 우리도 덕분에 좋은 일하게 되었잖아요.”


박종구가 사양하자 이번엔 윤희숙이 나섰다.


“소장님께서 받아주셔야 저희도 마음이 편합니다. 그래야 배은망덕한 인간은 면하죠.”


“그렇다면 이렇게 하죠.”


보다 못한 조미자가 봉투를 집어 들더니 뭉칫돈을 딱 절반으로 나눠 하나는 윤희숙에게 쥐어주었다.


“자, 그럼 우리가 반만 받을께요.”


“조양. 왜 그래.”


박종구가 돈을 뺏으려 손을 내밀자 조미자가 얼른 몸을 틀었다. 박종구는 이제껏 바깥에서는 아내에 대한 호칭을 조양이라 했다.


“가만 좀 있어봐.”


조미자가 박종구에게 눈을 찡긋하더니 가진 돈을 아들 정훈에게 내밀었다.


“이건 우리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이야.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야 해.”


그제야 박종구가 화통하게 웃어젖혔다.


물론 주민우와 윤희숙은 극구 사양했지만 박종구와 조미자의 강권에 못 이겨 결국 정훈의 장학금으로 다시 받을 수밖에 없었다.


김동수는 그런 모습이 한편으로는 흐뭇하고 또 다른 속내는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퇴근길에 주민우가 보너스라며 봉투 하나를 주자 기쁨과 보람이 배가되었다.


한혜진 사건을 해결한 이후 박종구는 나름대로 흥신소를 운영하는 흥신(興信) 철학을 가지게 되었다.


일으킬 흥(興)에 믿을 신(信). 즉 믿음을 주는 곳이 흥신소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믿음을 줄 것이냐. 의뢰인에게 믿음을 주어야 할 것이다.


의뢰인이라고 약하고 선량한 피해자만 있는 게 아니라 나쁜 놈, 이상한 놈도 있을 텐데 죄다 믿음을 줘야 하는가. 그건 아니지 않는가.


그래. 나쁜 놈, 이상한 놈에게까지 믿음을 줄 순 없으니까 앞으로 의뢰를 받게 되면 무턱대고 일을 맡을 게 아니라 저간의 사정을 충분히 듣고 난 후 판단을 하자.


“그건 흥신소가 아니라 정의의 사도 아냐?”


박종구의 철학을 들은 조미자가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김동수는 박종구의 말에 동의해 주었다. 김동수 역시 천성이 악하지 않다 보니 홀어머니가 제발 좀 깡패 짓 하지 말라고 사정하니까 개다리파를 나오지 않았던가.


“의뢰인의 사정을 들어보니 선량하고 약자라서 일을 해줬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한혜진 같은 년이에요. 그럼 어떡하실래요?”


김동수가 진지하게 반문했다. 의뢰인의 진술에만 의존하다 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좋아. 그러면 우리 흥신소에도 AS개념을 도입하자. 모르고 넘어가는 거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한혜진 건처럼 알게 된다면 우리가 최대한 도와주는 걸로. 오케이?”


“옛썰! 소장님!”


김동수가 큰소리로 대답했다.


“조양은 왜 대답 안 해.”


“조양이 뭐니, 조양이. 자기는 소장님 소리 듣고, 나는 사무실 커피나 타고 있다고 조양이라면 좀 그렇지 않니?”


조미자가 도끼눈을 뜨고 말했다.


“좋아. 그럼 조양은 앞으로 실장해라, 조 실장. 그리고 동수는 부장하고. 오늘 당장 명함부터 파.”


박종구의 말에 조미자와 김동수가 어깨를 추어올렸다.


이후 흥신소는 개다리파의 정인수와 정보형사 조창인이 일거리를 알선해 줘서 김동수에게 보너스까지 줄 수 있는 형편이 되었다.


정인수는 술값 떼먹고 잠적한 놈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종종 보내주었다. 개다리파는 돈 받는 게 전문이지 사람 찾는 건 초짜나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사실 사람을 찾는 건 시간과 기술이 꽤 요구되는 일이었다.


박종구가 소재만 파악해 주면 개다리파에서 술값을 받아내어 그 중 20프로를 수수료로 떼어주었다.


조창인이 보내주는 의뢰인은 두 부류였다. 술값을 바가지 썼다는 사람과 옛 친구나 군대동기를 찾아달라는 사람이었다.


술값을 바가지 썼다며 경찰을 찾는 경우는 대개 증거가 없어 입건이 되지 않았고, 사람을 찾는 일은 경찰에서 서비스를 해주는 게 아니었다.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경찰을 찾았다가 실상을 알고는 쓸쓸히 발길을 돌리는 민원인에게 조창인은 넌지시 흥신소를 찾아가 보라고 귀띔을 해주었다.


박종구는, 바가지 술값은 정인수에게 부탁하여 그 중 일부라도 되돌려 받도록 조치해 주었고, 사람 찾는 일은 조창인에게 전산열람 등의 도움을 받았다.


“조 반장님도 고맙지만 정 전무도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혹시 사건할 일이 있으면 저를 봐서라도 한번쯤은 봐주세요.”


“알았어. 정 전무가 박 소장뿐만 아니라 룸살롱 사장들한테도 잘한다더라. 건달이지만 인성이 된 사람 같아. 저런 사람만 조직에 있어도 우리 경찰이 정말 편할 텐데.”


박종구 덕분에 경사에서 경위로 특진한 조창인이 흥신소에 들러 조미자가 만들어 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도심 속 매미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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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신 철학 21.05.15 214 5 9쪽
5 적반하장 21.05.14 224 5 9쪽
4 꽃뱀 21.05.13 272 6 8쪽
3 발바리 21.05.12 318 7 9쪽
2 해 뜨는 흥신소 21.05.12 433 11 7쪽
1 프롤로그 21.05.12 482 1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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