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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뜨는 흥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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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뜨는집
작품등록일 :
2021.05.12 13:03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6,771
추천수 :
150
글자수 :
161,648

작성
21.05.12 15:43
조회
317
추천
7
글자
9쪽

발바리

DUMMY

“그런 거 작업하려면 경비가 많이 나와요. 그러지 말고 그 돈으로 용돈이나 좀 집어줘서 보내지 그래요.”


“용돈도 많이 줬죠. 올 때마다 만 원짜리 1~2장씩에 라면이고 과자고 한 박스씩 안겨줬죠. 그런데 그때뿐이에요. 요즘엔 혹까지 달고 온다니까요. 양아치 한 놈 더요.”


홍 지배인이 돌아가자 해 뜨는 집에서 대책회의가 열렸다. 먼저 박종구가 말했다.


“발바리 그놈 아주 죽도록 패버리면 안 될까?”


“노래방 할 때 생각 안 나? 한 놈 쥐어 팼다가 경찰서에 불려 다니느라 일은 일대로 못해. 합의한다고 돈은 돈대로 깨져. 그냥 개다리파에 맡겨.”


조미자가 아서라는 듯 손을 휘 저어보이자 김동수가 말문을 열었다.


“발바리도 나름대로 자기들 패거리가 있어요. 모여서 같이 약도 먹고 그래요. 섣불리 건들었다간 감당 못해요. 제가 개다리파 애들 지원받아서 처리할까요?”


“걔들 지원 받을 거면 니가 왜 나서. 그냥 개다리파에 맡기면 되지.”


박종구는 휴대폰으로 정인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종구가 개다리파에 있을 때 정인수는 직속 선배였기 때문에 탈퇴 후에도 박종구의 부탁을 곧잘 들어주곤 했다.


“봉투 좀 준비해서 직접 회장님을 찾아가. 흥신소 오픈하고 처음이니 인사도 할겸 말이야.”


정인수의 코치에 박종구는 김동수를 데리고 개다리파 사옥으로 향했다.


개다리파 사옥은 유경훈 소유의 3층짜리 건물이었다. 지하 1층은 홍미라 실장이 운영하는 룸살롱이고, 지상 1층은 정인수 전무가 맡아서 하는 주류도매상, 2층은 사무실, 3층은 회장실과 비서실이었다.


조직명이 개다리파가 된 연유는 유경훈이 개고기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개다리를 즐겼기 때문이었다.


개다리만 먹고 나면 정력도 좋아지고 사업도 잘 되고 해서 유경훈은 사시사철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보신탕집을 찾았다.


3층의 육중한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비서실에 정인수와 홍미라가 소파에 앉아 있었고, 수행비서 한기용(35세)과 여직원 이명희(27세)가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 뒤에 고급 인테리어 장식의 벽체와 회장실로 들어가는 출입문이 있었다.


“회장님 계시죠?”


“그렇잖아도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명희가 회장실 문을 열어주었다.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회장실은 주눅이 들게 할 만큼 넓었다. 일단 들어서면 20여 미터 앞에 청와대에서나 봤음직한 커다랗고 위엄 있는 집무책상이 시야에 들어왔다.


유경훈은 등받이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고 오른쪽에 대형 태극기가 거치대에 세워져 있었다.


원래 회장실은 2층 사무실 한쪽에 비좁고 볼품없이 있었는데 정인수가 유경훈을 펌프질하여 회장실을 키운 것이었다.


서울에 인접한 배천의 폭력조직 셋 중 수장인 개다리파의 위상을 생각해서라도 회장실은 최소한 재벌급은 되어야 한다는 게 정인수의 주장이었다. 물론 정인수가 태어나서 재벌급 회장실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당시 3층은 룸살롱 업주들이 유경훈에게 월세를 주고 협회사무실로 쓰고 있었기 때문에 유경훈은 그동안 받아먹던 월세가 아까워 극구 반대했다.


하지만 정인수가 업주들한테서 월세만큼의 돈을 더 뜯어오겠다고 장담하며 유경훈을 추동했다.


그러자 이번엔 인테리어 비용은 또 어떡하겠냐며 유경훈이 눈을 흘겼고, 그 또한 정인수가 업주들에게 부담시키겠다고 하여 유경훈의 승낙을 받은 것이었다.


덕분에 정인수도 2층에 자신의 사무실을 갖게 되어 개다리파 2인자로서의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하게 되었다.


결국 룸살롱 업주들만 된통 바가지를 쓰게 되었는데 업주들은 업주들대로 개다리파의 양주를 쓰지 않고 뒷구멍으로 난자완스파의 양주를 싸게 들여와 손해를 보전하였다.


이를 룸살롱에 파견된 조직원들이 보고하였지만 정인수는 자신의 선에서 묵살해 버렸다.


박종구와 김동수는 눈을 내리깔고 발소리를 죽인 채 유경훈에게로 다가가 90도로 허리를 꺾었다.


“음, 저기로 가서 앉지.”


유경훈이 응접 소파를 가리켰다. 박종구와 김동수는 소파로 가서 유경훈이 올 때까지 서있었다.


뭘 하는지 한참 동안 미적거리던 유경훈이 이윽고 소파에 와서 앉자 두 사람도 비로소 자리에 앉았다.


박종구의 눈앞에 골프 연습 타석 매트와 스윙 매트가 보였다. 이전에는 없던 물건이었다.


‘저건 또 누구에게 삥 뜯은 거지?’


“아, 저거. 역전파 손병태 회장이 선물로 준 거야. 나이 들면 운동을 해야 한다면서. 흐흐.”


박종구가 계속 힐끔거리자 유경훈이 말했다.


배천엔 폭력조직이 셋 있다. 개다리파, 역전파, 그리고 난자완스파. 셋 중 가장 세력이 작은 데가 역전파고, 가장 세력이 큰 데가 개다리파다.


역전파는 한 번씩 난자완스파에서 집적이니까 보험 형식으로 개다리파에 이른 바 조공을 바쳐오고 있었다.


“회장님께 부탁이 있어 왔습니다.”


박종구가 봉투 하나를 내밀자 유경훈이 바로 안을 확인했다.


“백만 원입니다.”


박종구가 액수를 말했지만 유경훈은 계수기에 지폐를 넣고 ‘촤라락’ 소리를 감미로운 음악처럼 감상하며 직접 확인을 마쳤다.


“오늘 첫 의뢰인이 왔는데요. 처리할 놈이 지저분하고 징글징글한 놈이라 도움을 요청 드리러 왔습니다. 경찰에서도 학을 떼는 놈이랍니다.”


“백만 원 갖고 되겠어?”


발바리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난 유경훈이 말했다. 박종구는 봉투 하나를 더 꺼내 놓았다.


“오십 만원입니다.”


유경훈이 다시 지폐 계수기에 돈을 넣었다. ‘촤라락’ 소리가 잠시 이어지다가 이내 끊어졌다.


“이런 건 삼백 정도는 받아야 하지만 ‘해 뜨는 집’ 후배라서 봐주는 거야.”


유경훈이 말하는 해 뜨는 집은 오래 전 문 닫은 고아원이었다. 십여 년 전 수녀 출신의 원장이 일흔 다섯의 나이로 죽고 이듬 해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박종구는 겉으론 아주 고마운 척했지만 속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박종구가 개다리파 조직원으로 있을 때부터 유경훈은 돈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칼같이 매정했다.


***


정인수는 칼을 잘 쓰고 제비처럼 몸이 날렵하다고 해서 칼제비라는 별명으로 불렸으며 얼굴에 트레이드마크처럼 칼자국이 있었다.


그는 가물치(30세)가 운전하는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 H마트로 향했다. 가물치는 얼굴이 까매서 본인의 이름 배동근보다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정인수는 발바리 같은 잔챙이 하나에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게 쪽팔리긴 했지만 유경훈의 지시가 내려진 이상 애들에게 시킬 수는 없었다.


“호랑이도 쥐새끼 하나 잡을 때는 죽기 살기로 하는 거야.”


‘호랑이도 쥐를 잡나? 고양이 아닌가?’


정인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었다.


H마트에 발바리가 떴다는 해 뜨는 집의 연락을 받고 정인수는 가물치를 불렀다. 가물치는 무에타이 선수 출신으로 발차기와 팔꿈치 가격이 일품이었다.


발바리가 있다는 지하 1층 식품부에 내려가자 머리를 빡빡 민 발바리가 활개를 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고객들은 발바리를 피해 다녔고 홍 지배인이 직원 하나와 함께 쩔쩔매며 발바리를 수행하듯 따라다니고 있었다.


“야! 발바리!”


정인수가 부르자 발바리가 고개를 돌렸다.


“뭐야! 씨발. 누군데 날 불러.”


발바리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큰 덩치가 지축을 울리는 것 같았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발바리보다 먼저 홍 지배인이 달려와 물었다.


“저놈 잡으러 해 뜨는 집에서 왔습니다.”


가물치의 말에 홍 지배인의 안색이 별안간 환해졌다.


“해 뭐시라고?”


발바리가 반문하다 말고 정인수의 발차기에 나가 떨어졌다. 발바리는 곧장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가물치가 목울대를 발로 꾹 눌러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놔둬봐.”


발바리가 사색이 되는 걸 보고 정인수가 말했다. 발바리가 누운 채로 몸을 뒤척이며 캑캑거렸다.


“앞으로 여긴 코빼기도 보이지 마라.”


정인수의 말에 발바리가 완전히 기죽은 음성으로 “누구십니까?” 하고 물었다.


“개다리파 칼제비 형님이시다.”


가물치가 쪼그리고 앉아 홍 지배인이 들을 수 없을 만큼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발바리가 벌떡 일어나 무릎을 꿇고 앉아 죄송하단 말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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