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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뜨는집
작품등록일 :
2021.05.12 13:03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6,770
추천수 :
150
글자수 :
161,648

작성
21.05.16 12:48
조회
178
추천
4
글자
9쪽

개다리파

DUMMY

오후 6시.


정인수는 3층 비서실에 앉아 있다가 유경훈이 회장실을 나서자 부리나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꺾었다.


수행비서 한기용이 앞장서고 유경훈이 뒤따라 1층으로 내려갔다. 정인수도 얼른 유경훈의 뒤를 따랐다.


바깥으로 나오자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유경훈의 전용차량 벤츠는 가물치가 벌써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틀어놓은 상태였다.


벤츠 옆에는 홍미라가 대기하고 있었고, 한기용이 재빨리 운전석에 올라탔다.


정인수가 공손하게 뒷좌석 문을 열고 유경훈이 타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문을 닫았다. 홍미라는 왼쪽 뒷문을 열고 탑승하여 유경훈의 옆에 앉았다.


벤츠가 출발하자 정인수가 허리를 꺾어 한참동안 땅바닥을 쳐다보았다.


벤츠는 개다리파 회사에서 불과 1킬로밖에 떨어지지 않은 맘보 호텔에 도착했다. 맘보 호텔 나이트클럽은 개다리파 직영업소였다.


호텔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이트클럽 사장 오용태(48세)가 허리를 90도 꺾어 인사했다. 오용태는 귀빈용 엘리베이터에 유경훈과 홍미라를 태우고 10층으로 올라갔다.


유경훈의 처소는 맘보 호텔 1004호 스위트룸이었다. 고급 아파트가 있었지만 10년 전 이혼하면서 아내에게 줘버렸다.


아이들 양육 조건으로 매달 오백만 원의 위자료를 주기로 하고 아내와 이혼했는데 요즘은 물가가 올라 거의 천만 원을 주고 있었다.


이혼 사유는 외도였다. 유경훈은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미인을 보고는 꼭 건드려봐야 직성이 풀렸다.


지금은 내연녀로 홍미라 하나지만 예전엔 2~3명을 둔 적도 있을 만큼 정력이 탁월한 인물이었다.


“전무님 이제 일어나십시오.”


정인수는 벤츠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땅바닥을 쳐다보다가 가물치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이제부터는 정인수의 시간이었다. 개다리파 2인자에서 1인자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지금부터는 정인수의 지시에 따라 조직이 움직였다.


정인수는 2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직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깍듯하게 인사했다. 2층엔 전무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지만 정인수가 거기에 머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사무실에는 부장 하준석(42세)과 3개 팀의 과장, 대리들이 있었다. 나이트 담당, 룸살롱 담당, 주류도매 담당이 있었고 담당별 과장 한 명과 대리 한 명씩 배치되어 있었다.


나이트 과장은 직영업소인 맘보 나이트 1곳과 조직원을 파견해서 관리하는 나이트 5곳을 담당하고, 룸살롱 과장은 직영인 1층의 룸살롱 ‘슈가’와 조직원을 파견하여 관리하는 룸살롱 13곳을 맡고 있으며, 주류도매 담당은 업소의 술 공급과 주문을 책임지고 있었다.


정인수는 의자에 앉아 주류 대리 박민서(32세)가 타 주는 믹스 커피를 한잔 마시고, 1층 주류도매 창고로 내려가 가물치를 비롯한 조직원 5명의 뒤통수를 한 대씩 때려주며 격려했다.


“전무님, 오셨습니까!”


지하 1층 룸살롱 슈가에 내려가자 청소를 하던 조직원 하나가 군기 들린 채 큰소리로 인사했다. 그 소리에 나머지 조직원들이 쫓아 나와 90도로 절을 했다.


아직 아가씨들은 출근하기 전이지만 새끼 마담인 송아영(35세)이 먼저 나와 있었다. 송아영은 홍미라가 있으면 룸서비스에 투입되지만 그녀의 부재 시엔 아가씨들을 챙기는 역할이었다.


“전무님, 차 한 잔 드려요?”


평소 정인수를 흠모하는 송아영의 눈빛이 은근했다. 그녀는 홍미라처럼 룸서비스를 벗어나는 게 목표였기에 가끔 정인수를 유혹하는 몸짓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정인수는 목석처럼 아무런 감정 없이 사무적으로 대할 뿐이었다.


송아영은 대학까지 나온 재원이라 일개 깡패에 불과한 정인수의 행동이 못마땅할 수도 있었지만 정인수가 일편단심 홍미라인 걸 알기 때문에 그렇게 기분 나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그럴수록 정인수에 향한 마음이 무럭무럭 커지는 것이었다.


유경훈의 내연녀인 홍미라는 원래 정인수의 애인이었다. 정인수가 맘보 호텔 나이트 사장일 때 홍미라는 댄서였다. 늘씬한 몸매에 탄력이 넘치는 춤 솜씨로 뭇 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어느 날 경찰서장과 구청장 접대 차 맘보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식사 후 나이트에 들른 유경훈은 스테이지에서 섹시댄스를 추는 홍미라를 보고는 그만 한 눈에 반해버렸다.


유경훈은 그 달이 가기 전에 기존 내연녀를 갈아치우고 홍미라를 데려왔다. 덕분에 홍미라는 나이트 댄서에서 슈가 마담으로 보직 변경이 되었다.


그게 6개월 전의 일이었다. 그때부터 정인수와 홍미라는 견우와 직녀의 신세가 되어 유경훈의 눈을 피해 도둑 연애를 하고 있었다.


***


유경훈과 홍미라를 호텔 스위트룸에 들여보내고 오용태는 지하 나이트에 내려왔다. 그는 유도선수 출신에 177센티 80킬로의 다부진 체격으로 무자비한 성격이었다. 그래서 별명도 무시무시한 개작두였다.


오용태는 원래 유경훈의 오른팔로 조직의 2인자였다. 그런데 한 순간에 유경훈의 심기를 건드려 나이트 사장으로 밀려나고, 당시 나이트 사장이던 정인수가 오용태의 자리를 꿰차며 2인자가 되었다.


“나오셨습니까. 사장님!”


영업 준비를 하던 조직원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하며 허리를 90도 꺾었다. 오용태는 고개만 까딱하고는 사장실로 들어갔다.


“오늘 기분이 언짢으신 것 같습니다. 형님.”


나이트 상무 구달호(45세)가 따라 들어와 담배를 꺼내든 오용태에게 불을 붙여 주었다. 구달호는 181센티 130킬로의 거구로 씨름선수 출신이었으며, 생긴 게 꼭 불곰처럼 우락부락해서 별명도 불곰이었다.


구달호는 정인수와 동갑 친구였지만 조직 내 서열 차이가 있어 열등감이 심했고, 따라서 사이가 썩 좋지 않았다.


“정인수 저 새끼 보내버릴 방법 없냐?”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오용태가 구달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구달호인들 딱히 묘안이 떠오를 리 만무해서 괜히 허공만 보며 눈을 끔벅거렸다.


오용태는 정인수만 생각하면 혈압이 올랐다.


“아무리 깡패로 출세하고 싶어도 그렇지. 어떻게 지 깔치를 상납할 생각을 할 수 있냐고.”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구달호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홍미라 말이야. 원래 정인수 이거였잖아?”


오용태가 새끼손가락을 까딱거리며 구달호의 동의를 구했다.


“그랬죠. 그거야 나이트 내에서 소문이 다 났었죠.”


“그런데 지금 회장님 이거잖아?”


오용태가 다시 새끼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렇죠. 회장님 깔치가 됐죠.”


“이 새끼. 깔치가 뭐냐, 깔치가. 넌 사모님이라고 해야지.”


오용태가 재떨이를 들어 던지려는 시늉을 하자 구달호가 얼른 커다란 두 팔을 올려 커버링 자세를 취했다.


“불곰 넌 회장님이 뺐었다고 생각하냐, 정인수가 줬다고 생각하냐.”


“뭘 말씀입니까?”


구달호가 커버링을 풀며 반문했다.


“홍미라 말이야!”


오용태가 다시 재떨이를 들어 올리자 구달호도 반사적으로 커버링을 올렸다. 거구에서 순간적으로 나오는 동작이 전광석화 같았다.


“이 새끼 머린 안 돌아가도 동작은 존나 빨라요.”


오용태가 너털웃음을 터뜨리자 구달호도 덩달아 웃으며 커버링을 내렸다.


“홍미라 대답 안 해? 뺐었냐, 줬냐.”


“잘 모르겠는데요.”


구달호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용태는 다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말문을 닫았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고, 부하 앞에서 정인수 욕하려다 유경훈까지 싸잡아 욕할 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오용태가 2인자의 자리에서 밀려난 건 그 일 때문이라고밖에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어 보였다.


6개월 전 오용태는 개다리파 2층 사무실에서 조직을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슈가의 마담 이연화(38세)가 그의 깔치였다.


오용태는 조직원에게는 엄격하고 냉혹하며 가차 없는 마초였지만 여성에게는 순정남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유경훈이 불러서 가보니 이연화를 달라는 것이었다.


“회장님. 죄송합니다. 차라리 제 목숨을 달라면 드리겠지만 사내자식이 되어갖고 지 깔치 하나 못 지키는 못난 놈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회장님.”


오용태는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 그러자 유경훈이 탄복했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로 더 이상 이연화를 달라는 소리는 없었다.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유경훈의 인사 발령이 내려졌다. 딱 네 명에게 해당하는 것으로 보직 이동이었는데 오용태와 정인수, 이연화와 홍미라가 자리를 맞바꾸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인사 발령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유경훈의 내연녀도 홍미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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