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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뜨는 흥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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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뜨는집
작품등록일 :
2021.05.12 13:03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6,780
추천수 :
150
글자수 :
161,648

작성
21.05.18 12:42
조회
173
추천
6
글자
9쪽

스토커

DUMMY

“종구 형님!”


해 뜨는 집에 발바리가 찾아왔다. 민소매에 문신한 어깨가 드러나고 모자를 쓴 얼굴엔 땀이 번들거렸다.


“아이고, 시원하다. 여기는 천국이네, 천국이야. 종구 형님 안 계십니까?”


발바리는 에어컨 앞으로 직행해서 에어컨 바람을 등지고 서서 두리번거렸다.


“화장실 갔는데.”


조미자가 느닷없는 발바리의 출현에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아이고, 형님!”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 박종구를 보자마자 발바리가 득달같이 달려가더니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뭐하냐?”


박종구가 난데없이 큰절을 받고는 어리둥절했다.


“앞으로 종구 형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저를 받아 주실 때까지 일어나지 않겠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그만 일어나.”


박종구가 발바리를 일으켜 세워 소파에 앉혔다. 조미자는 시원한 얼음 주스를 가져왔고, 김동수는 책상 앞에 턱을 괴고 앉아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발바리는 지난 번 우체국에서의 일을 몇 번이나 되뇌면서 이제껏 살아오면서 남에게 인간 대접을 받은 건 그때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들 자신을 보면 피하고 꺼리고 도망가거나, 신나게 패고는 내쫓는 일이야 있었지만 돈을 주면서 파스를 사다 붙이라고 한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양아치라도 은혜는 압니다. 앞으로 종구 형님을 하느님처럼 모시겠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발바리가 다시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아니 어떻게 했기에 발바리가 당신에게 저리 발발거려?”


발바리가 가고 나서 조미자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지난 번 우체국 부국장이 발바리 퇴거를 의뢰했을 때 동수는 드론 사러 나갔고, 나 혼자서 갔잖아.”


“내가 따라가려니까 못 오게 말렸었지.”


“그때 발바리를 우체국 밖으로 불러내 조인트를 까서 쫓아버렸잖아. 불쌍해 보여서 파스 값으로 10만원을 줬더니 저러네?”


“10만원이나 줬어?”


조미자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저런 놈들이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하거든요. 약자는 평소 삥 뜯기고 괴로운 게 당연한 거고, 강자는 피 터지게 패고는 십 원짜리 한 장 주는 게 없거든요. 그런데 인간적으로 약값까지 주니까 황송한 거죠.”


김동수가 나름 분석적인 의견을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앞으로 심부름 시킬 일 있으면 용돈 좀 주고 시키면 되겠네요.”


“시킬 일이 뭐가 있어?”


“뭐라도 있겠죠.”


조미자가 반문하자 김동수가 대답했다.


***


해 뜨는 집에 미모의 여성이 들어왔다. 그녀는 근처에서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는 조영희(29세)였다.


조영희는 첫눈에 호감을 느낄 수 있는 단아한 외모를 하고 있었는데 얼굴에 어두운 기색이 역연한 게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스토커 때문에 미칠 지경이에요. 음대 졸업하고 백수처럼 지내다가 부모님 도움으로 아이들 가르치는 피아노학원을 열었는데 이제 와서 그만둘 수도 없고···.”


조영희는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조미자가 티슈를 빼서 건네주자 조영희가 코를 팽 풀더니 잠시 민망한 기색을 비쳤다. 그러나 이내 표정을 고치고 말을 이었다.


40대 초반의 스토커가 피아노학원 앞에 와서 “조영희는 내 여자다. 나는 조영희의 남편이다. 영희야, 이제 그만 집으로 들어와.” 하며 소란을 피운 게 언제부터인지 조영희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스토커만 생각하면 조영희의 두뇌가 정상 가동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스토커는 처음엔 지하철에서 내려 학원으로 출근하는 조영희의 청순한 모습에 반해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조영희의 신고로 지구대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특별히 처벌 받지 않고 단순한 경고로 훈방되었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죠?”


“현행법으로는 어쩔 수 없어요. 차라리 한 대 맞기라도 하면 폭처법을 적용할 텐데.”


“그럼 제가 저 사람한테 폭행이라도 당해야 조치할 수 있는 거예요?”


“현재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어요.”


스토커의 훈방 조치에 항의하는 조영희에게 경찰관은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스토커는 자신을 신고한 조영희에 대해 반감도 생긴데다가 또한 경찰 조사에도 불구하고 처벌받지 않은 데에 자신감도 붙어 제법 과감해졌다.


전에는 소리 없이 조심해서 뒤쫓아 다녔는데 이젠 뒤에서 큰 소리로 이름도 부르고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해댔다.


“영희는 내 여자다, 영희야 사랑해!”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쳐다봐도 스토커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건 조영희의 몫이었다.


피아노학원 앞에서는 가관이었다. 초등학생들 앞에서 “너희 선생님과 나는 사랑하는 사이야.”라며 얼굴을 붉히게 만들었다. 하지만 경찰은 기껏 범칙금을 통고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너무 걱정 마세요. 법으로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그런 놈들 혼내 주는 게 우리 일이니까 며칠만 참고 계세요. 깨끗하게 처리해 드릴께요.”


박종구는 눈물 범벅이 된 조영희를 진정시켜 보내고 발바리를 불렀다.


“더 큰 문제 만들지 않을까요?”


김동수가 걱정스럽게 반문했다.


“괜찮아. 발바리는 단순무식한 놈이라서 대가리 굴려가며 일 만들지도 못해.”


“단순무식해서 사고 칠까 봐 걱정하는 거 아냐.”


박종구의 말에 조미자가 끼어들었다.


“그럼 현장에 나가서 멀찌감치 지켜보지 뭐. 사고 칠 것 같으면 바로 정지시키게.”


박종구가 한 발 물러서며 발바리 카드를 고수했다.


***


“종구 형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발바리가 다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큰절을 올렸다. 충성 맹세치고는 너무 잦은 게 흠이었지만 박종구는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스토커를 쫓아 보내기만 하고 절대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하며 발바리를 현장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박종구는 잠시 후 김동수와 함께 발바리의 뒤를 따라가 보았다.


피아노학원은 건물 1층에 있었고, 2층은 웅변학원, 3층은 논술학원이었다. 하교 시간에 맞추어 학원 앞은 등원하는 초등학생들로 붐볐다.


“조영희, 사랑해!”


너무나 평범하게 생긴 40대 남성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등원하는 학생들이 스토커를 피해 학원으로 들어갔다.


“나는 조영희 남편이다! 조영희는 내 여자다!”


지나가는 행인들도 눈살을 찌푸리며 스토커를 피해갔다.


“야, 임마!”


발바리가 고함을 치며 스토커 앞에 나타났다. 스토커는 자신보다 덩치는 훨씬 크고 인상은 더럽게도 험악한 발바리를 보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뭐요? 당신.”


“뭐요, 당신? 이 씨발놈이 눈에 뵈는 게 없나?”


발바리가 뱃고동처럼 우렁찬 목청을 자랑하며 시비를 걸었다.


“씨발놈이라니. 당신 뭔데 선량한 시민에게 욕하는 거야!”


그러자 스토커도 처음의 당황해하던 기색을 감추고 미간을 찡그리며 응수했다.


“선량한 시민? 이 씨발놈. 남의 여자를 희롱하는 주제에 선량한 시민이라니!”


“남의 여자? 누가. 조영희가 니 여자야?”


“그래 씨발놈아 조영희가 내 여자다!”


스토커를 쫓아 보내라고 했더니 도리어 발바리가 스토커처럼 굴고 있었다. 박종구는 혹시 학원 안에서 조영희가 듣고 있으면 원생들 앞에서 난처해질까 봐 전화를 걸었다.


“스토커가 한 명 더 늘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조영희가 걱정스런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


박종구는 스토커 한 명이 더 늘어난 게 아니라 해결사가 투입된 거라고 설명해 주었다. 조영희는 하마터면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할 뻔했노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여기 나타나지 마라. 알았어?”


발바리가 엄포를 놓으며 커다란 주먹을 쥐고 인정사정없이 벽을 쥐어박았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주변의 공기가 미세하게 떨렸다.


“니 말대로 못 하겠다면?”


왜소한 스토커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발바리는 방금 벽을 힘껏 때린 주먹에 통증이 느껴졌지만 내색하지 않고 다시 주먹을 들어 올려 벽을 한 번 더 쥐어박았다. 주먹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죽, 는, 다.”


발바리는 주먹에 가해진 통증을 참느라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 통증으로 인상이 저절로 찌그러져 발바리의 험상궂은 인상이 더욱 험악해졌다.


“니가 가봐라.”


발바리의 협박이 스토커에게 먹힐락 말락 하고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낀 박종구가 김동수를 출전시켰다.


“이 씨발새끼는 뭐야! 뭔데, 남의 가게 앞에서 지랄이야, 지랄이.”


김동수는 대뜸 스토커에게 눈을 부라리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땅땅한 체격에 시커멓고 야무지게 생긴 얼굴이 달라붙자 스토커는 당황해하고 발바리는 기고만장해졌다.


“빨리 가! 씨발놈아. 이 새끼한테 걸리면 뼈도 못 추려. 알아?”


발바리가 엄포를 놓을 때 김동수는 느닷없이 킥을 날려 스토커를 위협했다. 일부러 스토커를 피해서 킥을 날렸지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고스란히 스토커에게 들렸다.


“이 좃만한 새끼, 빨리 안 튀어?”


발바리가 다시 엄포를 때리고 김동수는 미친놈처럼 아악, 고함을 치며 허공에다 대고 분노의 발차기를 대여섯 번 날렸다. 그러자 스토커가 꽁무니를 사리며 현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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