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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908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2.11.03 21:15
조회
793
추천
13
글자
11쪽

11.

DUMMY

그런데 천천히 증가하다 확 늘었다가 다시 천천히 증가하기를 반복하던 내공이 어느 순간부터 거의 흡수되지 않고 답보 상태였다.


아직 심맥에 잠들어 있는 많은 약효가 더 이상 운기행공으로 흡수가 안 되고 있었다. 처음엔 조바심 내지 않았던 위진성도 꽤 오랫동안 정체된 상태가 지속되자 답답함을 느꼈다.


“흐음···”


무아지경에서 서서히 나온 위진성의 입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났다.


‘뭐가 문제지?’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잠시 생각하던 위진성은 곧 머리를 젖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며칠 만에 대주천을 해서인지 심신이 안정되었고 활력이 넘쳤다.


“진형 비무가 오전이랬지?”





첫날인 어제 만큼은 아니지만 오늘도 청룡장은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더구나 부슬부슬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것으로 두 가지를 알 수 있었다.


첫째는 사람들은 싸움 구경을 좋아한다는 것

둘째로는 장안이 그만큼 큰 도시라는 것


그런 사람들 사이로 위진성은 진소명이 오를 비무대 쪽으로 향했다. 출전자용 의자에 앉으며 둘러보니 진소명은 아직이었다. 아직 안 온 건가?


대진표에는 진소명이 오늘 세 번째 순서였고 지금 비무대에서는 첫 번째 싸움이 한창이었다. 주변 분위기를 보니 제법 박진감 있는지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비무대만 주시하고 있었다.


위진성도 고개를 들고 비무대를 보니 적의 무복을 입은자가 막 일권을 상대 복부에 날리고 있었다.


팡!


“크억---”


일권을 맞은 상대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우와---”

“첫 판부터 시원시원하구나!”


조용하던 비무대 주변에 함성이 일었다. 곧 두 번째 비무가 시작된다. 이 다음인데 진소명은 아직이다.


‘일이 있나?’


잠시 생각하던 위진성은 곧 다음 비무를 관전했다.


창창~

차차창!


검객 끼리의 비무라 그런지 쇳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아직 정조의 비무여선지 무공이 높진 않았지만 의지 만큼은 강해 보였다.


무명의 낭인 무사나 별볼일 없는 무관, 표국의 무사들은 이런 무림대회에 참가해 일정 순위 이상 오른다면 자신의 몸값을 올릴 수 있다.


그렇기에 삼류 무사라 통틀어 불려지는 사람들도 사력을 다해 비무에 임했다.



쿠쿵


“위형, 뭘 그렇게 넋 놓고 보고 있나요?”

“어? 진형! 늦었군요. 그렇지 않아도 다음 순서인데 안 보여서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소.”

“흐흐. 무슨 일은···. 아무일 없습니다. 단지 비 맞기 싫었을 뿐.”

“비를 싫어 하는지 몰랐소.”

“뭐···. 딱히 꼬집어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비무를 해야 하는데 비에 젖고 싶진 않더라구요.”

“그래요?”


가볍게 말하며 진소명을 보자 입고 있는 옷이 달라졌다. 어제까지는 경장이나 무복을 입었는데 지금은 큼직한 장포를 걸치고 있었다.


위진성도 그렇고 장포를 입고 무림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진소명처럼 과할 정도로 크게 입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 옷을 평소에 입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진소명은 위진성 옆에 앉아 조용히 비무를 관전했다. 소리도 치고 즐겁게 떠들던 어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본인의 비무라 긴장했나?


두 번째 비무도 막바지인 거 같았다. 흑의를 입은 검객이 연신 검을 휘두르며 상대를 몰아붙였다.


챙!

따다당


흑의인의 승리로 두 번째 비무가 끝났다.


웅성웅성


“나름 치열했어.”

“열심히도 싸우네. 비무대가 아니었으면 원수인 줄 알겠어.”


다시 관전자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저마다 비무평을 해댔다.


“진형, 응원하겠습니다.”


진소명이 힐끗 쳐다본다.


“금방 내려오겠습니다.”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 비무대로 향했다. 내리는 비 때문인가? 오늘따라 진소명의 눈코입의 선이 더 유려하고 섬세하게 느껴졌다.


진소명은 비무대에 먼저 올라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펑퍼짐한 장삼을 입고 두 팔을 내려뜨리고 서 있는 진소명을 밑에서 올려다보니 원래보다 키가 더 커 보였다.


휘잉-----


꽃샘 추위인가? 한 줄기 바람이 불었다. 계단을 올르는 상대를 보는 진소명의 장삼이 펄럭이며 가늘고 긴 팔다리를 드러냈다.


고고해 보였다. 학처럼 긴 다리로 서 있는 듯도 했고.


“월하장의 진소명. 맞으시오?”


긴 목을 가볍게 끄덕였다.


“추명조 최명. 맞소?”

“본인이오.”

“그럼 시작하시오.”


불던 바람이 잦아들었다. 비는 이제 더 가늘어져 안개비가 되어 내렸다. 최명은 신중하게 두 팔을 내려 뜨리고 원을 그리듯 천천히 움직이며 상대를 살폈다.


진소명은 유연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볼 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마치 비무가 아니라 차를 마시며 지나다니는 행인들을 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상대에게서 투기를 못 느껴서일까? 고개를 좌우로 갸우뚱이던 최명은 무슨 말인가 할 듯 하다가 느닷없이 쾌속하게 우수를 내질렀다.


추명조법 중 비조타혈을 펼쳐 선기를 잡으려 한 것이다. 먹이를 노리는 매의 발톱처럼 단단해 보이는 손이 호선을 그리며 진소명의 견정혈을 찍어갔다.


타닥

퍽!!

?


최명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진소명은 언제 움직인 건지 이, 삼보 정도 이동해 있고 왼손이 앞으로 뻗어져 있었다.


찰라간에 벌어진 일이라 중인들은 눈으로 보고도 이해가 안 돼, 머릿속에서 방금 본 장면을 다시 그려봐야 했다.


최명이 짓쳐 들어올 때, 진소명은 추명조법이 위력을 다 갖추기 전에 신형을 날려 왼손으로 월강수를 펼쳐냈었다.


“이야~”

“햐!”


몇몇 탄성이 들렸다.


최명은 우수의 고통이 큰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진소명은 몸을 바로 하고 상대를 주시하고 있었다. 마치 상대의 출수를 기다리는 듯 보였다.


첫 합에서 손해가 커서 그런지 최명은 몸을 딱딱하게 굳힌 채 신형을 좌로 비틀어 진소명을 노려 보고만 있었다.


잠시의 정적이 흐르고···


진소명은 장포를 펄럭이면서 우장을 내질렀다. 비에 젖은 장포가 몸에 붙으며 가늘고 긴 신형이 잘 드러났다.


최명은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우장이 다가오자 맞받아치지 않고 물러났다. 그러면서도 좌수로 몸을 보호하는 걸 잊지 않았다.


파-앗!


진소명은 우장은 그대로 뻗은 채,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최명에게 쇄도해 갔다. 설명은 길었으나 워낙 순식간이라 사람들은 진소명의 우장이 쭈욱 늘어나서 최명을 가격한 것처럼 보였다.


콰직!


“끅”


진소명의 우장과 최명의 추명조가 부딪히며 파열음이 들렸다. 오른손 장력이 추명조를 밀어내며 그대로 왼쪽 어깨를 강타한 것이다.


술취한 듯 휘청이며 걷던 최명은 상체를 기울이고 오른손으로 왼 어깨를 감싸 쥐고 있었다.


“오~, 일방적인데.”

“상대가 안 되는데? 단 두 수만에···”

“대단하긴 한데···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순식간에 끝나서 그런지 사람들은 뭔가 놀랍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것 같았다. 놀라운 것은 진소명의 무공이었고 아쉬운 것은 너무도 빠르게 끝났기 때문이다.


진소명은 어느새 처음 섰던 자리로 돌아와 펑퍼짐한 물기 머금은 장포를 피며 옷매무새를 바로 했다.


“월하장의 진소명 승!”


진소명은 단정하게 포권을 해 보였다.


시끌시끌


이곳저곳에서 관전자들이 입맛을 다시며 비무 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야기꾼들은 각각 저마다의 기준이 있고 잣대를 가지고 평가를 해댔다.


“최명이 과하게 약한거야, 아니면 저 청년이 심하게 강한 거야?”

“추명조 최명하면 그래도 삼류 취급 받는 자는 아닌데....?”


이야기꾼들의 평가를 받으며 진소명은 계단을 내려와 위진성 옆에 앉았다.


털썩!


“진형, 수고했다는 말을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군요.”

“이렇게 비오는 날 비무대에서 격하게 움직였는데 당연히 수고 했지요, 험험”

“내 말은 두 초식만에 끝나니 놀라워서 한 말입니다.”


빙그레 미소 지으며 위진성이 말을 건넸다.


피식


“그럼 위형이 그런 뜻으로 점심을 사십시오.”

“? 시합을 이긴 건 진형인데 내가 사나요?”


진소명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방금 나를 놀렸으니 그 값으로 밥을 사는 것이죠.”

“허~참! 그럽시다. 진형 승리 기념으로 이 위모가 내지요.”

“그럼 먹어 주겠습니다. 가시죠.”


자리에서 일어난 진소명은 위진성을 몰아세워 점심을 해결한 것이 흡족한지 미소를 지으며 걸어 나갔다.





장안의 남쪽엔 큰 대로인 학관대로가 있다. 그 학관대로에서 동남쪽으로 가면 철방로가 나온다. 용장로라는 나라에서 정한 명칭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방로라고 부른다.


이유는 그곳에 철방을 중심으로 한 점포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곳은 장안의 서민들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곳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서민들을 위한 객잔이나 주점, 기루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다소 번잡한 철방로를 두 청년이 걷고 있다.


나란히 걷는데 허리에 검을 찬 청년이 더 키가 크고 골격이 굵었다. 한편 평퍼짐한 장포를 입은 자는 호리호리한 몸매 때문인지 키가 실제보다 더 커 보였다. 그들은 위진성과 진소명이었다.


새벽부터 내리던 이슬비는 거의 그쳤고 낮고 먹물을 푼 듯한 하늘이 머리 위 가까이 있다. 진소명은 머금은 물기 때문에 자꾸 몸에 들러붙는 장포를 털어가며 걸었다.


“진형. 옷이 불편하면 먼저 갈아입고 식사를 하는 게 어떻겠소?”

“음··· 그게 좋겠네요. 마침 이 거리에 포목점들이 있으니 거기 먼저 들르죠.”

“숙소가 먼가요?”

“뭐, 예. 마침 새 옷이 필요 했었습니다.”

“그럽시다.”


진소명은 근방에서 가장 큰 포목점에 들러 새로 청의 무복을 걸쳤다. 마음에 드는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위진성에게도 새 무복을 권했으나 손사래 치며 길을 나섰다.


“그런데 진형,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뭔가요?”

“왜 오늘 버릴거면서 큰 장삼을 입었던 겁니까?”


무공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몰라서 묻는 것이 조심스럽다.


“좀 그럴 사정이 있었습니다.”

“··· 새 무복이 잘 맞는군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진소명이 말을 이었다.


“위형, 이곳은 크고 화려한 객잔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숨은 맛집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가요?”

“객잔들이 주로 장사치들을 상대해야 하기에 특색이 있어야 살아 남습니다. 가격이 싸거나 가격 대비 맛이 좋거나···”


위진성은 흥미로운 시선으로 진소명을 바라봤다.


“지금 가려는 곳도 그 중 하나입니다.”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위진성은 물었다.


“진형은 그런 걸 어찌 아십니까? 장안에 연고가 있습니까?”

“예, 연고랄 건 없지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진소명은 긴다리로 성큼성큼 걸었다.


철방로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다니는 행인들도 적어지고 가게들도 더 허름해졌다. 작은 가게들이 붙어 있는 곳 중에 풍미반점이라는 곳으로 진소명은 안내했다.


주변 풍경과 어울리게(?) 허름한 가게였지만 점심 시간이 지났는데도 가게 안에는 빈 자리가 없었다. 대부분이 철방로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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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22.11.04 728 11 11쪽
12 12. 22.11.04 747 12 11쪽
» 11. 22.11.03 794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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