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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야(紅夜) 님의 서재입니다.

타도천마 독마천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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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5.13 23:48
최근연재일 :
2022.07.14 17:56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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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추천수 :
23
글자수 :
34,372

작성
21.05.19 03:53
조회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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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4. 세명이 온다

DUMMY

진자림은 당소여의 유모(帷帽)를 들췄다. 검은 망사천 뒤에는 독기에 가득 찬 눈이 독마를 올려다 보고 있다.


‘음···!’


진자림은 자신도 모르게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당문이 독곡의 귀화를 모방해 만든 귀령수는 그녀의 얼굴을 반이나 녹여냈다. 귀화였으면? 곧바로 얼굴가죽이 말끔히 떨어져 나갔을 테다.


이런 조잡한 독을 사용한 이유야 뻔했다. 상대에게 평생 지우기 힘든 상처를 주기 위함이다. 장막속에서 가슴을 치며 숨어 살라는 뜻이다.


“내 제자가 되면 얼굴을 고쳐주지.”


“독마님이라도 이미 녹아버린 피부를 되살릴 수는 없을 겁니다. 저는 귀령수를 중화시키기 위해 안해본 것이 없습니다. 모든 노력끝에 자리잡은 것이 지금의 모습입니다. 그저 흉물···. 유모를 돌려주세요. 시선을 견디기 힘듭니다.”


자백제 탓인가. 당소여는 이제까지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마음속 응어리를 내뱉었다.

얼마나 억울하고 한이 되었는지 눈가에 실핏줄이 모두 터져 혈안이 되었다.


“귀령수···. 그걸 너에게 쓴 자가 누구냐?”


“사천당가의 독제국장 당규보!”


들어봤다. 그 역시 우내십독 중 하나였으니.

그러나 의외였다. 같은 사문. 아니 같은 가족에게 저런 끔찍한 꼴을 당했을 줄이야.

허나 그녀뿐일까? 당가 내에는 그녀처럼 소모품 취급당하는 이들이 즐비할 것이다. 당소여를 손에 넣으면 당가를 쓰러뜨리는 일은 한결 쉬워진다.


“내 제자가 되면 당규보의 얼굴에 직접 귀화를 뿌려 얼굴가죽을 벗길 수 있을 것이다.”




“그 말···반드시 지키세요.”


당소여는 섬뜩하게 웃더니 흙바닥에 이마를 그대로 내리찍었다.


쿵!


얼마나 쎄게 내리쳤는지 당소여는 이마가 깨진채로 그대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진자림은 그 강렬한 박치기가 배사지례(拜師之禮)였는지는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다.


‘실험중이던 자백제는 더 이상 사용하면 안되겠군···’


그저 자백제의 부작용에 기겁할 따름이었다.


**

부대주 당위군은 그토록 도망가고 싶었던 구궁팔멸진 안에 다시 들어와 있었다. 무려 삼주 동안이나.


당위군은 대원들이 모아온 시체 위에 독마가 건네준 화골산을 끼얹었다. 사람이 어찌 물처럼 녹아내릴 수 있을까. 살면서 온갖 끔찍하고 더러운 일을 많이 목도해온 그였지만, 독마의 독은 달랐다.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 때 전음이 들려 왔다.


[부대주. 천독문(千毒門) 일곱이 경문(驚門)을 통과했습니다. 일각이면 본대와 당도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두문(杜門)을 돌파한 세 인물입니다. 정체 추정불가! 이제까지 보았던 인물들 중 가장 강력한 상대입니다. 부대주께서 당오룡 소협을 도우셔야 할 것 같습니다.]


냉정하고 상황판단이 빠른 당진철의 보고. 방금 열다섯을 죽인지 한시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전원 위치로.”


“존명!”


그의 말에 대원들이 독마가 나눠준 거미가면을 뒤집어 쓰고 은신을 시작했다. 낙엽이 깔린 부드러운 땅 밑으로, 바위틈으로, 나무 위로··· 모두의 흔적이 사라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삼주야의 시간 동안 다들 이 지옥같은 진법에 익숙해진 모양이군.’


진법이 그들의 그림자 마저 숨겨주고 있었다. 일반인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 그저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자신들은 대주. 당소여가 아니니.


사천당가 백년의 기재 당소여.


‘그러면 무얼하랴··· 차라리 남자로 태어나지··· 아니 내당(內唐)에서만 태어났어도···’


당위군의 주먹에 힘이들어갔다.


사천당가는 독과 암기로 일어선 가문.

가문의 음습한 비밀이 외부에 유출되는 것을 막기위해 엄격한 가풍과 수많은 금기들로 스스로를 가두었다. 일단 당가의 품 안에 들어온 것은 죽기 전에는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그래서 결혼도 데릴세위를 내세웠다. 당가의 여식들과 결혼하려면 자신의 가문도, 성도 모두 버리고 당가의 울타리 안에 들어와 살아야 했다. 어찌 결혼하더라도 당가에서는 이들을 철저히 방계로 취급했다.


당가의 혈통을 이어가는 원류이자 적통 내당인(內唐人), 이들의 지배를 받으며 당가의 허드렛일을 하는 방계 외당인(外唐人). 이 둘은 ‘당’씨 성을 공유했으나 태생적으로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당위군은 가면을 쓰고 앞으로 나아갔다. 얼굴을 가린 것 만으로도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지금이라면 사천당가의 누구와도 싸울 수 있으리라.


독마가 그들에게 가면을 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천당가에서 가장 더러운 일들을 도맡아하는 사냥개 추혼대.

그들은 자신들의 목줄부터 끊어야 했다.


독마는 당소여를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였다. 어릴때부터 당소여를 친 여동생처럼 보살폈던 당위군은 그녀의 선택을 이해했다. 그녀의 선택이 당가를 배신하는 일일지라도.

아니, 당가가 그녀에게 했던 짓을 떠올리면 독마라는 거대한 우산 밑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지금이 적기다.


독마는 추혼대를 살려주었다. 당오룡의 수신대와 독제국의 정찰대는 잔인하게 죽였으면서 그들 무공의 발끝에도 따라오지 못하는 자신들의 목숨은 지켜주었다. 의도하는 바는 명확했다. 추혼대 모두는 독마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제 그들은 당가로 돌아갈 수 없다.


“너희들의 대주, 당소여의 얼굴을 되돌리는데는 한달의 시간이 필요해. 아무 방해도 없이. 그러니까 너희들이 한달동안 진법 안에서 침입자들을 막아줘야겠어.”


‘한달이라···.’


당위군의 발길이 상문(傷門)을 벗어나자 눈 앞에 안개가 자욱해지더니 이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얼른 독마에게 받은 환약을 꺼내 혀밑에 넣고 눈을 감았다. 이 안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감각을 통제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진법을 헤메는 귀신이 되리라.


‘오른쪽으로 세발, 앞으로 일곱발··· 다시 좌측으로 아홉발···’


그의 몸은 순식간에 안개를 뚫고 사라졌다.



**


“뱀?”


천마신교 서열 십육위 혈영난귀 망형근은 갑자기 나타난 뱀 가면의 사내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소매가 없는 백색의 무복을 입고 있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질리는 엄청난 두께의 팔뚝을 가지고 있었다.


“언제 나타난거야? 저녀석?”


키가 크고 늘씬한 붉은 경장차림(輕裝)의 미소녀, 하월백이 날카롭게 쏴 붙였다. 그녀는 천마신교 서열 칠위. 우내십독의 일인인 홍락태제 마해타의 애제자였다. 독마의 절진을 뚫는데는 위험한 독물을 감지하는 그녀의 타고난 감각이 주효했다.


그런 그녀가 겨우 사람한명을 놓쳤다?


“하는 테를 봐서는 계속 여기 우릴 기다린 모양입니다”


마지막 한사람. 일곱자루의 검을 등에 맨 백목자 천윤경. 그는 천마신교의 일원은 아니었지만 사파에서는 나름 검술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로, 승부에서 이긴 상대의 무기를 빼앗는 것으로 유명한 자였다. 그의 관심은 오직 곡주의 신물인 만곡령. 마교의 일행들과 뜻이 맞아 진법 공략을 함께 해오고 있었다.


“허허.. 우리가 이녀석의 기척도 못 느꼈다는 건가?”


“기분나쁜 녀석이니 후딱 죽여버리죠.”


혈영난귀가 백목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진법을 뚫고 오는 와중에 독물과 함정은 지겹도록 만났어도 사람 그림자는 구경한번 하지 못했다. 장시간 식사와 물을 마시지 못한 탓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아니, 그보다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아마 몇 시진만 더 흘렀어도 백목자의 목을 먼저 비틀어 버렸을지 모른다.


피. 녀석의 피로 갈증을 풀자!


혈영난귀는 피가 끓어 오르며 단숨에 상대에게 뛰어 들었다.


뱀가면의 사내. 당오룡은 혈영난귀의 신영이 좁혀지자 뒤로 빠르게 신법을 펼치며 허리에 감아둔 채찍을 풀어 휘둘렀다.


[패앵!!]


‘응!?’


생각보다 강한 파공음! 자신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드는 채찍끝을 혈영난귀는 본능적으로 젖혀 피했다.


그 사이 당오룡은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더 위력적인 초식 전개를 위한 기수식 마저 끝낸 뒤였다.


“건방진 녀석!“


[붕~ 붕~]


당오룡이 채찍을 빠르게 휘두르기 시작하자 수백마리 벌떼가 날개짓을 하는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점점 더 빠르게.


채찍의 범위는 적어도 2장. 그 안에 있는 나뭇가지며 작은 바위마저도 닿는 족족 부서져 나갔다.


그러나 혈영난귀는 이런 싸움에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장병기, 특히 편(鞭)을 다루는 이에게는 거리를 허용해서는 안된다. 초근접으로 다가가 단숨에 붙잡아야 한다. 그의 악력과 조법이라면 붙잡힌 부위가 어디가 되었건 치명적으로 찢겨 나갈 것이 분명했다.


그는 자신 옆에 놓여진 커다란 바위를 뽑아 들었다. 근육이 터질듯 부풀자 성인 남자 상반신만한 바위 덩어리가 당오룡에게로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당오룡의 채찍에 한순간 편기가 스며들어 바위덩어리를 조각내는 순간!


“잡았다!”


혈영난귀는 자신의 별호에 그림자를 넣게 해준 북두환형신법을 극성으로 발휘해 당오룡에게 근접했다. 당오룡이 채찍을 급하게 거두려는 순간, 이미 혈영난귀에 손에 잡힌 그의 왼팔은 통째로 으스러진 뒤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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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봉천(封天) 22.07.14 36 1 15쪽
5 5. 칠상팔하구불활(七上八下九不活)(수정) 21.05.20 57 2 10쪽
» 4. 세명이 온다 +2 21.05.19 44 5 10쪽
3 3. 송곳은 언젠가 주머니를 찢고 나온다 21.05.14 48 4 14쪽
2 2.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 21.05.13 88 5 15쪽
1 1. 한명은 살고 두명은 죽는다 21.05.13 71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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