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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님의 집필실 입니다.

강호 운명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괴인h
작품등록일 :
2018.11.12 13:31
최근연재일 :
2019.04.01 11:20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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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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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746

작성
18.12.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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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글자
11쪽

31. 옛 신의 흔적 앞에서(3)

강호




DUMMY

‘뭐 어디까지나 가설이야. 이 추측이 신빙성을 가지려면, 일단 불이 저들에게 과연 통하느냐를 확인해야 해.’

그때 싸움이 시작된 뒤로 한마디 말도 없이 지켜보기만 하던 추교가 불쑥 입을 열었다.

“사용자야. 저것들 약점은 불 맞다. 네가 떠올렸으니 그 정도는 말해줘도 되겠지. 저놈들은 불로 상대해야 한다.”

‘음?’

이게 뭔 소린가 싶었지만, 그를 추궁할 새가 없었다.

‘지금 이거 짭새 이놈이 뭔가 알고 있는 거 같은데, 일부러 아무 말 안 하고 지켜보고만 있겠다는 소리지?’

무슨 이유인지 추궁하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어쨌든 불이 통한다, 이거지.’

통한다는 걸 안 이상, 엉성하지만 조금 전 말한 작전이라도 해봐야만 했다.

아니면 달리 어디서 불이 생겨나겠는가!

그걸 해보자고 다시 말하자, 형산파의 소년이 소녀에게 외쳤다.

“사매! 내가 이 괴물을 맡을 테니 사매가 불을 피워봐!”

“알았어요!”

소녀가 전권에서 이탈하자, 신오진은 품속에서 부싯돌과 화도를 꺼내 던져주었다.

소녀는 그걸 낚아채더니, 불을 붙일 불쏘시개들을 모으려는 듯 주변의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군.’

그 사이 이 철가면과 싸우며 시간을 벌어야 했다.

그런데 그때 신오진은 갑자기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가만?’

철가면 하나는 형산파의 소년이 맡아주고 있어서, 그는 철가면 하나와만 싸우고 있는 상태다.

둘일 때도 그럭저럭 버텼는데, 상대가 하나가 된 상황에다 철가면의 공격에도 익숙해져서 비교적 여유가 생긴 상황이다.

상대는 죽여도 죽지도 않는 튼튼한 적, 놈을 보자 문득 이게 도법을 수련할 엄청난 기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사람(?)에게 직접 초식을 펼쳐보는 것과 혼자 수련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는데 눈앞에 아무리 공격을 퍼부어도 거뜬할 적이 있지 않는가!

‘이거 기초도법이라고 배운 일원도를 실전에서 더 익숙해질 기회 아니야?’

생각해보니 절호의 기회인 것 같았다.

신오진은 철가면을 상대로 일원도의 공격 수법과 방어 수법들을 실전 수련하기 시작했다.

좌로 베고, 우로 베고, 내려 베고 올려치고, 사선으로 베고 찌른다.

실전에서 상대의 공격에 맞서며 일원도의 공격 수법을 펼치면서, 그는 혼자 허공에 수련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을 깨닫고 여러모로 느끼는 바가 컸다.

확실히 상대의 저항과 공격을 상대하며 사람(?)을 직접 베어보는 것과 허공에 도를 휘두르는 건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났다.

‘방어 수법도 수련해봐야지.’

일도개에게 배운 도법의 기본 방어 수법은 막고, 튕겨내고, 흘리고, 발놀림으로 피하고, 마주 베고 찌른다의 다섯 가지다.

그중 보법으로 피하는 것은 여태까지 죽도록 계속하고 있으니 일단 됐고, 다른 것들을 해봐야 했다.

‘아무래도 저 무식한 공격을 막는 것은 좀...’

철가면들의 공격이 단조롭고 단순한 편이라 익숙해지면 피하기는 그럭저럭 쉽다고 하지만, 그 공격 자체는 매우 빠르고 위력이 거셌다.

막는 수법을 수련한답시고 그 공격들을 어설프게 도를 들어 막으려다가 실수라도 하면 크게 당할 위험이 있었다.

‘튕겨내거나 흘리는 것도 당장 시도하긴 좀 그렇군.’

그래서 남은 건 마주 베고 찌르는 방식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받아치기로 상대의 공격에 맞서 마주 베거나 찌르되, 결과적으로 먼저 베거나 찌르는 것이었다.

혹은 상대가 공격하는 팔을 노리거나, 이쪽은 급소가 아닌 곳을 대주면서 상대의 급소를 마주 베거나 찌르기도 한다.

즉 마주 베고 찌른다고 뭉뚱그려서 말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방식이 있었고 그에 맞춰 수많은 초식이 존재한다는 소리기도 했다.

신오진은 그런 수많은 변초 중 상대의 팔을 베는 방식을 시도하기로 했다.

그가 싸우는 철가면은 곤을 휘두르며 공격하기에 마침 그 수법을 시도해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핵심은 상대의 공격에 맞춰 적당한 시점에 베거나 찌를 수 있느냐다.’

적당한 시점, 그 시점을 맞추느냐 마느냐가 이 수법의 성패를 결정했다.

그래서 이것은 의외로 실전에서는 펼치기 힘든 수법이기도 했다.

상대는 변초도 펼치고 허초도 펼치고, 역으로 이쪽의 공격을 노려 받아치기도 하는 존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철가면은 그런 것 없이 그저 전력으로 공격을 붕붕 휘둘러대는 상대다.

변초도 허초도 없고, 역으로 노리는 노림수도 없이 그저 밀어붙이기만 하는 공격.

눈에 이미 익을 대로 익은 그것은 이 마주 베거나 찌르기의 수법을 시도해보기에 최적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집중, 집중...!’

노리는 것은 저 철가면이 곤을 들고 크게 횡으로 휘두르는 공격이다.

가장 크게 휘둘러지며, 가장 자주 나오는 공격이다.

그 공격에 맞춰 무월보로 외곽으로 빠지며, 곤을 쥔 손을 노린다.

‘하나, 둘, 셋. 지금이다. 자아, 가자!’

곤을 쥔 팔을 뒤로 젖히는 동작에 하나, 몸이 돌아가며 힘이 실리는 과정에 둘, 그리고 팔을 휘두르며 곤을 부웅- 휘두르는 동작에 셋.

거기에 맞춰 최단 거리, 최대 속도로 도를 휘두른다.

써걱.

섬뜩한 소리와 함께 곤을 잡은 철가면의 손이 잘려나가며 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완벽한 성공, 물론 상대가 상대인 만큼 제대로 된 무인을 상대로 성공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였지만, 첫 시도에서 완벽히 성공한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이 한 번의 성공으로 완전히 자신감을 얻은 신오진은 일원도의 공격 수법과 방어 수법을 전부 다 시도해보고, 연계해서 사용해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다.

‘통한다. 통해.’

허공에 혼자 도를 휘두르며 연마하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농밀한 수련에 그는 점차 모든 걸 잊고 일원도를 펼쳐 철가면을 상대하는 것에 빠져 들어갔다.

하지만 그 시간은 결코 길지 못했다.

불을 붙일 만한 것을 찾아갔던 형산파의 소녀가 몇 개의 횃불을 만들어 가져 왔던 것이다.

겨울이 머지않은 늦가을이라 생각보다 주변에서 마른 수풀이나 나무 등을 구하기가 수월했는지, 제법 그럴듯한 횃불을 만들어서 돌아왔다.

“사형!”

형산파의 소녀가 소리치자, 그걸 기다렸다는 듯 형산파의 소년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며 상대하던 철가면을 향해 살초를 뿌렸다.

마치 이 순간만을 참고 기다렸다는 듯, 울분을 토해내듯 펼쳐진 소년의 공격은 철가면이 방어를 도외시하고 휘둘러 대는 공격에 못지 않은 위력이 느껴졌다.

“타압-!”

날카로운 기합성과 함께 뻗어낸 소년의 장력이 철가면의 가슴팍을 강타했다.

퍼엉-!

강렬한 파육음과 함께 타격을 이기지 못한 철가면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형산파 소년의 무공은 명문의 수련을 받은 사람답게 확실히 나이에 비해 대단했다.

그러나 상대는 불가사의한 재생력을 가진 괴물이다.

그의 일격에 맞고 해결될 정도였다면, 형산파가 어린 제자들에게 몸을 피하라고 명을 내릴 정도로 궁지에 몰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소년의 공격은 강력했지만, 철가면을 어떻게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사실을 형산파의 소년도 신오진도 모두 알고 있었다.

“대협!”

무기를 든 것은 신오진 혼자뿐이다.

소년의 부름에서 그 뜻을 알아챈 신오진이 싸우던 철가면을 따돌리고, 아직 쓰러져 있는 다른 철가면에게 쇄도해 그 목을 향해 도를 휘둘렀다.

쓰러져 있던 철가면의 목이 다시 뎅겅 잘려나가는 순간, 형산파의 소녀가 보신경을 펼쳐 달려오더니 만들어 온 횃불을 잘려나간 머리통 쪽의 단면에 들이댔다.

“끄에에에엑!”

잘려나간 목의 단면에 불길이 닿는 순간, 철가면의 목이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부르르 떨었다.

잘려나간 머리통이 비명을 지르며 드드드득 흔들리는 광경은 끔찍하기 짝이 없었지만, 모두 거기에 신경 쓸 여유 같은 건 없었다.

그들의 정신은 오직 저 괴물의 재생의 원천으로 보이는 그 괴이한 촉수 같은 것에 불이 통하느냐 안 통하느냐에 쏠려 있었던 것이다.

“효과가 있다!”

그랬다. 분명 효과가 있었다.

잘려진 목의 단면에서 스물거리고 기어 나오던 예의 촉수들이 불에 닿자 마치 촛농이 녹듯 흐물흐물 녹아들며 쉬이 탄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탄화하는 부위는 점점 넓어지더니, 이윽고 철가면의 잘린 머리통 내부가 잿더미로 변한 후 파삭 무너져내렸다.

남은 것은 잿가루와 타지 않고 남은 철가면 뿐이었다.

머리가 타서 사라진 예의 철가면의 몸통이 꿈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머리가 없어서 그런지 어딘지 그 동작은 엉성하게 느껴졌다.

‘통한다. 놈들을 처리할 수 있어!’

하지만 화력이 너무 약했다.

불은 분명 잘 먹혔지만, 지금 만들어 온 횃불 정도로는 철가면 둘의 몸체 전부를 단숨에 소각처리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신오진과 형산파의 사남매는 거의 동시에 깨달았다.

‘어떡하지?’

더 큰 화력, 더 큰불을 당장 어떻게 구해야 할지 순간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저들을 단숨에 태워버리려는 생각만 버리면 어떻게든 될 수 있었다.

“형산파의 소협들, 불이 저들에게 통하는 걸 확인했으니 저들을 이제 끝장냅시다. 한 분은 계속 태울만한 것을 가져다 이곳에 불을 피워주시고, 남은 한 분과 내가 저 괴물들을 상대하다, 다리와 팔을 잘라 무력화한 후 잘라낸 부위들을 불 속에 집어 던지고, 마지막에 몸통도 토막 내어 태워버립시다! 저들을 단숨에 태울 큰불은 못 내겠지만, 저들을 잘라서 더 작은 조각 조각으로 태우는 건 가능하지 않겠소?”

“묘안입니다!”

잘라낸 목을 작은 횃불로 처리가 가능했으니, 적당한 크기의 불을 피워두고 거기에 저 철가면들을 토막 내서 따로따로 태우면 큰 화력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처리가 가능하다는 계산이었다.

일단 공감대가 형성되자 모두들 기민하게 움직였다.

형산파의 소녀는 근처의 수풀 등에서 태울 만한 것들을 부지런히 날라와 쌓은 후, 만들었던 횃불을 꽂아 불을 피웠고, 신오진과 형산파의 소년은 아직 멀쩡한 철가면을 견제하면서, 목이 달아난 철가면을 공격해 두 다리를 날려버렸다.

머리가 사라진 상태라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다리가 잘린 철가면의 몸통이 바닥에 철퍽 쓰러져 박박 기었다.

잘려나간 다리의 단면에서 예의 괴이한 촉수 같은 것이 스물스물 기어 나오며 다시 서로를 이어가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 기괴한 모습에 구역질이 나려는 걸 참으며, 신오진과 소년은 잘려나간 다리를 불 속에 밀어 넣고, 바닥을 박박 기는 남은 몸체를 공격했다.

“불쏘시개를 더 넣어!”

“알았어요, 사형!”

소녀는 계속 바쁘게 뛰어다니며 주변에서 뭔가 태울만한 것들을 구해다 불 속에 집어 던지고 있었다.

늦가을이라 초목이 건조하고, 낙엽도 구하기 쉽지 않았다면 이런 작전은 실행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운이 따라줬어!’

일단 공략법이 세워지자, 그 뒤론 오히려 쉬웠다.





운명록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 주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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