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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님의 집필실 입니다.

강호 운명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괴인h
작품등록일 :
2018.11.12 13:31
최근연재일 :
2019.04.01 11:20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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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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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746

작성
18.12.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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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1. 옛 신의 흔적 앞에서

강호




DUMMY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솔직히 궁금하고, 가보고 싶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해도, 아직 그는 삼류를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다.

형산파에 뭔가 변고가 생겼다면, 적들도 그만한 힘과 자신이 있는 이들일 테고, 삼류도 못 벗어난 그가 호기심만으로 끼어드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추교는 어떤 선택을 내려도 그건 네가 결정할 일이라는 듯,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 일단은 이동해야겠어.”

호기심 따위로 형산파에 가 기웃거릴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다른 경우를 고려해야 했다.

형산파에서 연기가 난다?

누가 불을 지르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형산파 사람들이 멀쩡한 자파에 괜히 불을 지르진 않을 테니, 적이 습격했다고 가정해야 했다.

‘자칫하면 고래 씨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될지도 몰라.’

추측이 사실이라 치면 여기서 두 가지 위험이 생긴다.

형산파의 생존자들이 사방으로 몸을 피할 경우 그들을 쫓을 흉수들과 마주칠 위험성과 반대로 형산파가 적을 격퇴했을 경우, 도망치는 흉수들과 마주칠 위험성 말이다.

워낙 형산이 넓으니 그렇게 공교롭게 딱 마주칠 가능성은 높지 않겠지만, 어느 쪽이든 곤란한 일이 생길 공산이 컸다.

일단 형산에 온 목적도 이루었겠다.

형산을 빨리 벗어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맞는 판단이다. 하나뿐인 목숨을 가지고 도박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지. 자신의 역량을 냉정하게 파악하는 건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사용자야.”

그 선택을 보고 추교가 위로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을 해주었다.

신오진은 아무 대꾸하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기 올 때 운명록의 안내를 받아 왔기 때문에 길은 잘 모른다.

그래서 그는 형산을 무사히 빠져나가는 방향을 안내해달라고 운명록의 안내용 화살표를 띄워 그걸 따라가는 중이었다.

그렇게 길을 얼마나 따라갔을까?

갑자기 아무 예고도 없이 운명록 임무가 팍하고 눈앞에 띄워졌다.

“뭐?”


운명록 임무 8: 옛 신의 흔적 앞에서.

옛 신의 사도가 부리는 하수인이 다가옵니다. 피할 수 없는 싸움이 다가옵니다. 적을 멸살하세요. 보상: 불명.


“......!”

원래 운명록 임무가 뜨는 것이 그가 예측하지 못하는 시점에 불쑥 뜨곤 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생뚱맞고 예측하지 못한 시점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문제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자세히 생각해볼 시간도 없다는 점이었다.

지금 생겨난 운명록 임무는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고!

운명록 임무는 신오진 그의 운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에 반응해서 생겨나는 것, 다르게 말하자면 운명록 임무가 뜨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뜨는 것이다.

‘결론은 싸움을 피할 순 없단 소리지.’

그런데 상대가, 적이 누구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옛 신의 사도가 부리는 하수인? 그게 대체 뭐야.’

그때 추교가 입을 열었다.

“온다.”

“......!”

신오진은 추교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훽 돌렸다.

그곳에는 두 명의 소년과 소녀가 힘겹게 보신경을 펼쳐 달려오고 있었다.

이제 열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이들로 형산파의 도복을 입고 있었다.

얼굴은 두려움의 빛이 가득했고, 입고 있는 도복은 피와 먼지로 얼룩지어져 있는 것이 꼴이 말이 아니었다.

‘저들이 적이라고?’

그러나 적은 그들이 아니었다.

낭패한 몰골로 보신경을 펼쳐 도망치고 있는 소년 소녀의 등 뒤로 철가면을 쓴 괴한 둘이 쫓고 있었던 것이다.

전신이 피로 물든 철가면들은 몸 곳곳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고 있었지만, 고통 같은 건 느끼지도 못하는 듯 흉흉한 기세로 형산파의 소년소녀를 쫓고 있었다.

‘형산파가 패퇴하는 건가!’

자세한 상황은 솔직히 물어볼 시간도 없었다.

신오진은 도를 뽑아들었다.

‘상대는 둘이다. 과연 나 혼자 상대할 수 있을까?’

추교는 형산파의 무인들 중 그가 조심해야 한다면 아직 어린 애송이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혈기 왕성해서 사고 치기 쉽고, 어릴 적부터 무공을 익혀와서 신오진 그보다 훨씬 강할 터라 상대하기 위험하다고 말이다.

그런 형산파의 ‘어린 애송이’ 둘이서 감히 맞설 생각도 못한 채, 낭패한 얼굴로 도망치게 하는 적들을... 하나도 아니고 둘을 그가 상대할 수 있을까?

두려움에 가슴이 조여지는 것 같았다.

“후우...!”

그래도 생사를 다투는 생사결을 몇 번 치러본 경험이 헛되진 않았는지, 그는 심호흡 한 번으로 두려움을 쫓아낸 다음 철가면을 맞서기 위해 달려갔다.

그런데 그때 형산파의 소년소녀가 그를 향해 출수했다.

“우왓!”

그건 신오진의 실수였다.

겁에 질려 도망치느라 냉정을 잃고 있는 이들이다.

거기에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를 이가 앞을 막아서더니 도를 뽑고 달려드는 모습을 보면, 신오진 그가 저 철가면들과 한패라고 생각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

아직 어리지만, 명문의 무공을 어릴 적부터 제대로 익힌 이들의 공격은 날카로웠다.

공격할 것을 알고 있었어도 쉬이 상대하지 못했을 위력의 공격인데, 허를 찔린 셈이 되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신오진은 막거나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몸을 바닥에 던지며 데굴데굴 굴러 간신히 그 공격을 피해냈다.

동시에 형산파의 소년소녀가 그를 지나쳐 가고, 곧바로 철가면들이 들이닥쳤다.

“크아아!”

갑자기 끼어든 것이 철가면들을 자극했는지, 그들은 괴성을 지르며 아직 채 몸도 일으키지 못한 신오진을 공격해왔다.

“......!”

철가면 하나는 주먹으로, 다른 철가면 하나는 곤(棍)으로 펼친 공격이었다.

자세가 불안정해 저 공격들에 맞설 엄두가 안난 신오진은 사력을 다해 다시 옆으로 몸을 굴린 후, 그대로 뒤구르기로 굴러 일어나며 그들에게 도를 겨누었다.

간신히 일어서 자세를 가눈 것이 무색하게 숨돌릴 틈도 없이 철가면들의 공격이 재차 이어졌다.

방어를 도외시하고 일격에 때려잡겠다는 듯 무지막지한 기세로 쳐오는 그 공격들이 섬뜩한 파공성을 토해냈다.

부아아앙. 쉐에엑!

‘빌어먹을!’

느낌상 철가면들은 상대가 한 명이어도 신오진이 목숨을 걸고 싸워도 이긴다고 자신하기 어려울 강적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둘이었다.

신오진은 변변한 반격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죽어라 무월보를 펼쳐 도망치기 바빴다.

만일 그가 신녀공의 연공을 성공해, 이십 년 수위의 내공을 얻지 못했다면 첫 공격도 제대로 감당 못 하고 피를 토하고 쓰러졌을 것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일단 저 철가면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도망치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철가면이 휘두르는 곤이 일으키는 풍압에 머리가 쪼개져 나갈 것 같았고, 괴성을 지르며 휘두르는 주먹에 걸리면 뼈도 추리지 못할 것 같았다.

반격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전력을 다해 무월보를 펼치며 도망치는 것이 현재 신오진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어떡하지?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어찌해야 하지?’

언제까지나 피해 다닐 수만은 없었다.

이렇게 피하기만 하다, 집중력이 조금만 흐트러지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순식간에 당할 것이다.

아직 힘이 있을 때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침착하자, 침착하게 살펴보자. 뭔가 약점이 있을 거야.’

워낙 철가면들의 공격이 빠르고 흉흉해서 피하기 급급한 만큼, 침착하게 그들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그래도 해야 했다.

그저 피하고 도망 다니는 것만으론 적을 쓰러뜨릴 수 없었다.

적을 살펴서 뭔가 저들을 쓰러뜨릴 실마리를 찾아야 했다.

“......!”

그렇게 적을 살핀 것이 헛되지 않았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오진은 몇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공격이 너무 정직하고 단조로워. 아니 오히려 조잡하다고 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철가면들의 공격이 워낙 빠르고 기세가 흉흉해 미처 의식하지 못했었다.

자세히 보니 그들의 공격은 별다른 변화도 없었고, 단조롭다 못해 조잡하기까지 했다.

방어나 상대의 대응 같은 건 염두에 두지 않은 채, 그저 온 힘을 실어 붕붕 휘두르고 후려치는 공격들.

자세히 보니 그 공격들은 동작도 엄청 컸고, 방어를 거의 도외시하고 공격하느라 곳곳에 허점이고 약점이었다.

저들이 정말 기초적인 허초 정도만 사용할 줄 알아도, 아니 하다못해 동작이 조금만 더 작거나 빠르기만 했어도, 아마 절대 그가 이런 식으로 피해 다닐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저렇게 훤히 드러나는 허점을 공격하면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지금 공격을 포기하고 오로지 회피에만 집중하고 있기에 어찌어찌 저들의 공격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소리는 그가 철가면 중 하나를 공격하는 그 순간, 다른 철가면이 퍼붓는 공격을 피하지 못할 거란 이야기였다.

‘제길. 안 돼. 어설프게 공격하려다간 끝장날 거야. 적어도 저 중 한 놈의 주의를 누군가 끌어주거나 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하지만 지금 그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추교는 싸움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암혼객 때처럼 우연히 지나가던 고수가 도와주는 그런 일도 일어날 가능성이 없었다.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었다.

이대로 있어도 결국엔 파국, 승부수를 걸고 싶어도 그럴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니 암울한 상황이었다.

“헉!”

상황이 너무 암울해서 내심 한탄하다 순간 집중력이 흔들려서일까?

철가면이 퍼붓는 공격을 무월보로 피하는 것이 미묘하게 한 박자 늦고 말았다.

덕분에 무리하게 공격을 피하느라 신오진의 균형이 한순간 크게 무너져버렸다.

그 순간, 마치 그러기만 기다렸다는 듯 곤을 든 철가면의 공격이 흉악한 기세로 그의 머리를 날려버리겠다는 듯 날아왔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

죽음의 공포로 신오진의 등골에 소름이 오싹 돋는 찰나, 그의 몸은 자신도 모르게 도를 들어 그 일격을 막아가며 동시에 뒤로 몸을 던지고 있었다.

카앙-!

곤과 도가 충돌하는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신오진이 뒤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상대의 힘에 저항하지 않고 그 방향으로 몸을 날려 공격의 힘을 죽이는 동작이었다.

“크윽...!”

하지만 충격이 없진 않았다.

불안정한 자세로 제대로 힘을 쓸 수 없었기에, 철가면의 곤을 도로 막으면서 받은 충격이 매우 컸다.

손가락이 마비가 되었는지 칼자루를 힘있게 잡을 수가 없었고, 충격이 머리에도 미쳤는지 제대로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그런 그를 끝장내겠다는 듯, 철가면 둘은 무서운 기세로 덮쳐오고 있었다.

‘......!’

다리가 풀려서 제대로 무월보를 펼칠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끝장이란 단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절체절명의 순간, 갑자기 고함소리와 함께 신오진의 뒤편에서 공격이 날아들어 철가면들을 노렸다.

‘음?’

철가면들도 이 공격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건지, 공격에 맞아 뒤로 나가떨어졌다.

놀란 신오진이 고개를 휙 돌리니, 거기엔 아까 철가면에 쫓겨 도망치던 형산파 제자로 보이던 소년, 소녀가 서 있었다.

“무사하십니까?”




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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