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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4.30 22:53
연재수 :
245 회
조회수 :
11,056
추천수 :
683
글자수 :
1,304,125

작성
22.10.12 12:29
조회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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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97. 악으로 깡으로

DUMMY

집행처의 수장, 집행관.

그의 보좌인인 떼르 이시아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좀 알려줄래요? 도대체 언제부터 재판도 받지 않은 이들을 처벌할 권리가 그쪽에게 생겼는지?"


치안군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죄인을 집행처에 넘기는 것까지다.

그들에게 즉결 처형권이 허락되는 것은 오직 속죄일과 관련될 때 뿐이었다.

그녀의 물음에 아훔 부대장은 잠시 주춤대는가 싶더니 강하게 나왔다.


"처음부터 당신들이 일 처리를 제대로 했으면 우리가 여기서 이럴 이유도 없었겠지."

"일 처리?"

"그래!"


그의 뒤로 주욱 서있는 이백에 달하는 무리를 돌아보며 아훔이 말했다.


"여기 있는 자들이 바라고 있는 일이다. 아니! 카밀로테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일이야. 저들의 죽음을 바라고 있다고. 그런데 보호라고?"


이백의 무리가 그의 말을 지지하며 소리를 질렀다.


거봐.

내 말이 맞지?


의기양양한 얼굴의 아훔을 보며 이시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고개를 땅에 처박은 채 지팡이로 바닥을 찍어눌렀다.

크게 들이쉬는 숨소리가 증폭되어 주변으로 퍼져나가는가 싶더니.


"조요오오옹!"


그녀는 증폭된 목소리를 있는 힘껏 내질러버렸다.

크게 울리는 그녀의 소리에 소리를 지르던 무리가 잠잠해졌다.

그녀는 지팡이를 다른 손으로 바꿔 잡으며 기존의 손을 가볍게 털었다.


여전히 증폭된 소리로 그녀의 투덜거림이 퍼져나갔다.


"이 손목은 붙인지가 언젠데 아직도 욱신거리네."


갑자기 소리를 질러 사람을 조용히 시키더니 제 손목이 아프다고 투덜거리는 것은 어떤 경우란 말인가?

아훔을 비롯한 사람들은 그 어처구니 없는 모습에 되려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자. 잘 들으세요. 이번에 저희와 사번대 대장님의 가정을 습격한 자들은 저 뒤에 트리아트 가문이 아닙니다."


무리 가운데 엷은 파문이 퍼져나갔다.


"왜냐하면 습격당한 저희가 여러분들이 저주받은 마법사라 부르는 트리아트 셋. 그 분을 따르는 자이기 때문이죠."


웅성거림이 커졌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저희를 습격한 자들은 그 사실을 알고 공격해 온 것입니다. 저주받은 마법사를 따른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던 것이겠죠. 이번에 저희를 습격한 자 중에는 여러분들이 원수를 갚고자 하는 치안군 대장님께서도 계셨습니다."


그녀가 연이어 터뜨리는 충격적인 소식에 치안군 대원들의 눈빛이 뒤바뀌었다.


"하지만!"


대원들이 이성을 잃고 날뛰기 전에 이시아는 얼른 말을 덧붙였다.


"맹세하건데 저희는 그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는 듯한 얼굴의 대원들을 향해 그녀는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

습격 당시의 상황을 묘사하며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레 공격해 왔기에 교전이 불가피 했다는 점, 그 와중에 희생자가 나왔다는 점, 하지만 그럼에도 습격한 자를 그렇게 잔인하게 죽일 틈은 결코 없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더군다나 치안군 대장은 교전 중 상처를 입히기는 했지만 그는 함께온 동료와 함께 무사히 습격 장소를 벗어났다는 것까지.


그녀는 말을 조금씩 바꾸기는 했지만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

습격자 중에 치안군 대장이 있었던 것도, 상처 입힌 것도, 그를 죽이기 전에 대현자가 난입한 덕에 그를 마무리 하지 못한 것까지 모두 사실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도대체 대장님은 누가 죽였다는 말이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지 악에 받친 소리로 누군가 외쳤다.


"글쎄요... 저희가 추측하기로는 같이 나간 그 동료가 벌인 일이 아닐까 싶네요."

"그게 무슨. 뭘 위해서 그런 짓을..."

"지금 이걸 위해서였게죠."


한창 뜨거워졌던 피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무리가 조용해짐에 따라 그녀의 목소리 크기가 원래대로 되돌아갔다.

할말을 잃고 조용해진 무리 사이로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또렷이 퍼져나갔다.


"물론 다 추측일 뿐. 확실하지 않아요. 그러니 더더욱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야 여러분들의 대장님도 편히 눈을 감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이 그녀의 말에 어느정도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이제 조금씩 흥분을 가라앉히는 무리들 틈으로 누군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말이 중얼거리는 소리지 사실 모두 들으라고 하는 소리나 다름 없었다.


"그러니까 저 사람들은 저주받은 마법사를 따르는 배신자들이고 우리 대장님께선는 배신자들을 공격했을 뿐인 거잖아? 그런 대장님을 상처입힌 것은 저들이고."

"...!"

"막말로 기회가 안되어서 못 죽인 것이지 만약 운이 없었어봐. 다른 사람들처럼 우리 대장님도 죽었을 거란 소리잖아? 도대체 저 사람들을 공격한 사람들이 잘못한 게 뭔데?"


누군가의 혼잣말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혼잣말하는 이에게 집중되었다.

그는 가주 회의의 중간 상황을 아훔에게 보고했던 부하였다.


"저주받은 마법사로 인해 사람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는데... 그 사람을 따른다는 말을 하고 싶을까?"


모두에게 들리는 혼잣말을 마친 그는 이시아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염치로 아직까지 살아있는 겁니까? 그게 뭐 자랑이라고 이렇게 당당하게 떠들고 다니냐 이 말입니다."


제다카가 들리고.


키이잉


곧바로 정의의 숨결이 쏘아졌다.


이시아를 향해 제다카가 겨눠지는 것을 보자마자 유드바 이번대 대장은 제 아내의 앞을 막아섰다.


화르륵


그의 손에 쥐어진 청백색의 불꽃 창이 휘둘러지자 정의의 숨결이 불꽃 창에 휩쓸려 사라졌다.


"... 성격이 정말 급한 친구로군."


이를 악무는 유드바의 소매를 이시아가 끌어당겼다.

더 난리를 치면 안된다는 말이었다.

만약 그가 여기서 저 성질 급한 대원을 공격한다면 그때는 설득이고 뭐고 모두 끝이었다.


"그 창으로 우리 대장님을 공격한 것입니까? 이제는 제 차례겠군요?"

"공격은 너부터 했는데?"

"정의를 따랐을 뿐입니다. 저주받은 마법사를 따르는 자를 용납할 수 없으니까요."

"일단 진정하고 대화로 풀면 안될까? 난 그대들과 싸우고 싶지 않은데."

"이제는 협박입니까? 힘 있는 자는 참 편하네요. 뜻대로 되지 않으면 힘으로 찍어 누르면 될 테니까요."

"... 여러모로 꼬인 친구네."


키이이잉


또 다시 그의 제다카 끝으로 정의의 숨결이 맺혔다.


"이게 진짜..."

"여보 명심해. 막기만 해야 해."

"끄응. 알고는 있는데..."


그러나 유드바가 성질 급한 대원의 정의의 숨결을 막는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콰아아앙


성질 급한 대원 밑으로 폭발이 일었다.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었다.

순식간에 그의 몸은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그의 주변에 있다가 폭발에 휩쓸린 사람의 수도 적지 않았다.


"이번대 대장! 이게 무슨 짓인가!"


이번대 대장을 향한 아훔 부대장의 고함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리 가운데에서 정의의 숨결 세 줄기가 유드바와 이시아를 향해 날아들었다.


"... 하. 이거 일이 정말 뭐같이 돌아가는 거 같은데?"


유드바는 날아오는 붉은 빛을 막기 위해 창을 휘둘렀고 그와 동시에 무리 가운데에서 폭발이 연달아 일었다.



콰아앙


폭발에 휩쓸린 사람들이 또 죽었고 다쳤다.

무리 중에 터진 폭발이 유드바 대장의 소행이라고 확신했는지 아훔 부대장은 공격을 지시했다.

그의 명령에 멀쩡한 대원들과 마법사들의 지팡이 끝으로 마법이 맺혔다.


유드바는 억울함에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일어난 폭발이라는 것이 직격하면 죽겠지만 사실 그렇다고 위력이 그리 엄청난 것도 아니었다.

만약 그가 저들을 공격하고자 폭발 마법을 일으켰다면 저런 어줍잖은 폭발은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

제대로 된 마법으로 한 번에 쓸어버린다면 몰라도 말이다.


자기 부대 대원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쳤으며 그게 실제로 공격 마법의 정석이기도 하다.

유드바에 대해서 좀 아는 사람이라면 아니 조금이라도 부대에서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면 그들 가운데에서 이뤄진 공격이 굉장히 작위적이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런데 저들은 철썩같이 유드바의 짓이라 믿고 있으니 속이 터질 수밖에.


집광체들이 터지며 마법을 쏟아내는 찰나 유드바와 이시아 옆으로 디넷 오번대와 디율 사번대가 붙었다.


"내가 한 짓 아니야!"


오해를 받는 것이 그리도 억울했는지 유드바는 다가온 두 대장에게 해명부터 했다.


"압니다."

"일단 저것부터 막죠."


위급한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디넷이 유려한 손놀림으로 지팡이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쭈욱 그었다.

지팡이가 매끄럽게 움직이는 동안 수많은 집광체가 만들어지고 터지기를 반복하며 희끄무레한 막이 퍼졌다.


"저건 저 혼자 무리에요. 도와주세요."

"이미 하고 있다."


디넷이 부탁하기 전부터 디율 역시 마법을 재현하고 있었다.

그녀가 만들어낸 방어막 주위로 그의 방어막이 덧대어졌다.


"아직 부족해요."


날아오는 정의의 숨결의 수와 다른 마법들을 눈대중하더니 그녀가 말했다.


"부족한 건 내가 막지."


유드바가 불꽃 창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그 사이에도 디넷은 손을 멈추지 않고 놀려 두 번째 방어막을 만들어냈다.

두 번째 방어막이 완성된 시점에 맞춰 치안군 무리의 마법이 그들이 있는 곳을 덮쳤다.

잘 버티는가 싶었던 방어막이 차례로 깨져나갔고 정의의 숨결 몇 줄기가 힘을 잃지 않고 그들에게 뻗어왔다.


"흐읍."


방어막을 뚫고 나오는 공격은 유드바가 적절히 요격해냈으며 그 밖에 자잘한 파편들은 디율이 날려보냈다.


"어떻게 해야하지?"


첫 번째 공격을 막은 직후 유드바가 물었다.

지금이야 무사히 막아냈지만 저들은 지금 제다카를 쓰고 있다.

제다카라는 게 굉장히 성가신 것이 막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의 대장이 세 명이면 제다카를 연발하기 전에 적들을 쓸어버리면 되는 일이었지만 지금 이들은 저들을 공격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제다카를 막아내기에는 저 군용 지팡이가 갖고 있는 비상식적인 위력의 공격은 쉴 새 없이 쏟아질 터였다.


키이이이잉


아니나 다를까.

정의의 숨결 특유의 소리와 함께 붉은 빛이 비산하기 시작했다.


"..."


대장 세 사람이 막아내는 동안 뒤에 선 이시아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마땅한 답이 없었다.

일단 당장 그녀가 이트나에게 전해 들은 경우의 수 중 이런 경우는 없었다.

물론 계획을 전달받을 때 이트나가 이에 대해서 언급을 하기는 했다.


- 설마 그렇게 강수를 두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저희들도 모두 전투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대현자가 모르지 않을텐데...


그런 와중에 넷이 참전하게 되면 그녀 역시 혁명단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 뻔했다.

넷의 몸을 원하고 있는 대현자의 입장에서 넷은 철저히 선인으로 남아야 했다.

그러니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트나의 생각이었다.


- 그게 맞는데... 흠.


마직막에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는지 이트나가 말끝을 흐리긴 했다.

적들이 둘 리 없다는 강수를 둘 줄 알았다면 그때 왜 말끝을 흐렸는지 물어볼걸.

의미없는 후회는 제쳐두고 이시아 역시 부족한 힘이나마 방어에 힘을 보탰다.


두 번째 공격을 막는 것은 좀 더 힘겨웠다.

하지만 숨 돌릴 틈도 없이 이미 세 번째 공격이 날아오고 있었다.


"하... 이러다가 다 죽겠는데?"


유드바가 다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불꽃 창을 고쳐쥐고 있으니 그들 뒤로 두 사람이 다가왔다.

하람과 율트나 부부였다.

하람이 말했다.


"아무래도 저쪽에서 전쟁을 벌이기로 작정을 한 것 같네요."

"네. 저희가 좀 버거워서 그런데 좀 도와주시겠어요?"

"일단 이번 공격까지는 막을 수 있죠?"

"아... 음."

"그래도 대장분들이 세 명이나 되시는데."


저렇게까지 말하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막아야 했다.


"이번 공격까지 막으시고 뒤에 집까지 오세요."


대장 셋이 쏟아지는 공격을 막는 동안 하람과 율트나는 그들이 나왔던 집 주변을 돌며 망가진 땅을 제자리로 돌렸다.

세 번째 공격까지 막은 직후 대장 셋은 부부가 말한 집까지 서둘러 몸을 빼냈고 그와 동시에 백여 발의 정의의 숨결을 능히 막아내던 방어막이 다시금 집 주변으로 펼쳐졌다.


하람이 말했다.


"일단 버텨보죠."

카밀로테 작명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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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19. 너 방금 다른 여자 봤지 +1 22.11.21 48 2 12쪽
118 118. 잘 듣고 문제에 답하세요 22.11.17 46 2 12쪽
117 117. 내가 누군 줄 아니 22.11.16 43 2 13쪽
116 116. 말할 수 없어 말하고 싶은데 +1 22.11.15 5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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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2. 다음 +1 22.11.08 51 2 12쪽
111 111. 백만 스물하나 백만 스물둘 22.11.07 44 2 12쪽
110 110. 축배를 들어라 22.11.03 43 2 12쪽
109 109. 내 옆에 있으라고 했다지만 +1 22.11.02 36 1 12쪽
108 108. 장난 그만해 진짜 재미없어 +1 22.11.01 34 1 12쪽
107 107. 이것들은 회의만 주구장창 22.10.31 50 2 12쪽
106 106. 개벽 22.10.27 41 2 12쪽
105 105. 내 옆에 계속 있어 22.10.26 146 1 12쪽
104 104. 왜 이제 왔어 기다렸잖아 22.10.25 45 2 12쪽
103 103. 검은 용이 울부짖었다 +1 22.10.24 38 2 12쪽
102 102. 민낯에 자신 있는 편 22.10.20 5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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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7. 악으로 깡으로 22.10.12 4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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