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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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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혈거
작품등록일 :
2022.06.04 12:38
최근연재일 :
2022.07.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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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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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DUMMY

김하규는 도쿄의 어느 한적한 라면 가게에서 라면을 시켜놓고 친구 동민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에 핵이 터지고 기계들이 인류를 공격한 지 이미 반년이 흐르는 동안 그는 징집되어 이곳 도쿄 전선에 배치되었다. 친구들과 가족들이 있는 제주도로 와 보름 동안 숨어있었지만, 많은 피난민이 제주도로 몰렸다. 정부의 책임자들은 결국 가장 안전하다는 호주로 사람들을 대피시키도록 지시를 내렸다. 기계들은 모든 나라에서 들고 일어났지만, 유독 대륙 나라에서 심각했다. 중국, 미국, 러시아가 가장 큰 접전지가 되었다. 그래서 모든 나라가 그나마 안전한 호주로 민간인들을 대피시키고 전쟁 준비를 하였다. 이미 세계 정부에서도 이번 사건을 뒤늦게 조사하여 우진의 친구들은 이 사건의 주요인물인 게 밝혀지게 되었다. 그래서 가족들과 친구들 모두는 호주로 이송됐다. 그들은 호주로 가셔 몇 주 동안이나 조사를 받았다. 인류는 기계와 대치 중이면서 동시에 나타난 UFO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UFO는 핵 시설과 우라늄 자원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가오는 기계는 물론 인류마저 공격했다. 다행인 것은 그들이 먼저 공격은 하지 않았지만, 핵과 관련된 것에 접근하면 기계고 인간이고 가리지 않고 공격했다.

어느덧 석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전선은 적도를 기준으로 둘로 나뉘어 위로는 기계들이 점령하고 아래로는 인류가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점점 전선은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자 각국 정부는 하나의 정부를 만들고 사람들을 징집하기 시작했다. 그 징집에 이끌려 양동민과 김하규는 일본인 도쿄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호주와 남아프리카, 브라질에 마지막 보루를 두고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김하규는 징집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온갖 피난민들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었고 그의 가족은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았다. 양동민도 어머니와 대호를 대신해서 징집에 참여했다. 대호는 아직 어려 대상은 아니었지만, 지낼 곳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인류는 무기도 자원도 식량도 모두 역부족인 상황이었지만, 세계 정부는 뒤로는 코밧의 핵심 서버를 공격할 준비도 하고 있었다. 모든 것에 원인이 코밧으로 밝혀지자, 인류는 전 세계에 퍼진 서버를 핵심 공격대상으로 삼았다. 그래서 한 달 전에 한반도에 남아있던 서버 하나를 폭발시킬 수 있었고 덕분에 전선이 일본까지 밀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전선이 반대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멕시코는 이미 기계의 땅에 떨어졌고 동남아도 마찬가지였다. 조만간 호주는 물론 브라질도 기계들의 공격이 시작될지 몰랐다. 이미 많은 사람이 패배감에 빠져 있었다. 그들은 실제로 기계들의 위력과 잔인함을 목격했다. 기계들은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최적의 방법으로 사람을 죽였다. 심지어 아기들과 임산부도 가차 없이 죽여버렸다. 만약 기계가 핵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면, 인류는 진작에 종말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특히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로봇은 영화에서나 나오던 ‘에드-투오나인’이었다. 그 로봇의 파괴력은 정말 어마무시했다. 360도에서 오는 인간의 모든 공격을 감지하고 360도로 반격까지 가능했다. 인간이 만든 로봇 무기를 코밧이 업그레이드를 하여 더욱 강력해졌다.

김하규는 라면을 기다리며 어제 죽었던 동료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모두 처참히 죽어 나갔다. 김하규는 자신이 살아있는 게 기적 같았다. 어쩌다가 전선도 최전선으로 올라와 개죽음당할 날만 기다리게 됐는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그는 살아 돌아와 이렇게 맛있는 라면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언제 또 기계들의 공격이 계속될지 몰랐다. 일본은 호주로 가는 길을 막는 최전선이었다. 인류가 한반도에 있던 서버를 부숴버리자, 기계들은 일본에서 물러나 한반도에 다시 진을 쳤다. 양동민은 화장실을 다녀왔던지 보급받았던 전투복 바지가 흘러내려 와 있었다. 그는 살 때문에 맞는 바지가 없어서 벨트도 없이 줄로 바지를 묶고 다녔다. 그가 오자 라면이 나왔다. 라면 가게 주인은 이미 진작에 죽었고, 같은 병사 중 하나가 라면을 끓여서 그들에게 갖다 주었다.

“이러다가 우리도 오늘내일이다. 어제 기계들 싸우는 거 보는데 도망만 다녔다. 운이 좋아서 이렇게 살아있네.”

양동민은 이 와중에도 입살 좋게 라면을 먹으며 말했다.

“이미 인류는 끝났어. 절대 못 이겨. 그보다 내 마누라 생각이 자꾸 난다.”

하규는 라면을 바라보며 먹지도 못하고 우울하게 말했다. 그 말에 동민은 정다영을 생각했다. 그녀는 정말 남극에 살아있을까. 민재가 분명 그녀가 남극에 있을 거라고 했다. 동민은 그 뒤로 맨날 남쪽을 바라보며 그녀를 생각했다.

“네 라면 안 먹을 거면 내가 먹을까?”

어느새 자신이 먹던 라면을 다 먹은 동민은 입도 안 댄 하규 라면을 노리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도 라면을 맛있게 먹는 동민을 보며, 하규는 그가 지킬 가족이 없으니 그럴 수 있다 생각했다. 하규는 동민에게 자신의 라면을 주었다. 그는 입맛이 없었다.

“너나 많이 먹어라. 이 와중에도 먹을 게 입으로 들어가냐? 네 동료 죽어 나가거나 팔다리 날아가는 거 보지도 못했냐?”

“잘 몰라. 숨었으니까. 내가 총을 쏴도 맞는지도 모르겠고, 일단 살고 보자 였다.”

“하···, 이건 절대 못 이겨. 미래까지 예측하는 놈을 무슨 수로 이기냐? 아마 일본을 내준 것도 다 계획된 것일지 몰라.”

김하규는 불안한 마음이 점점 켜졌다. 탈영하고 싶었지만, 이 섬나라 일본에서 어디로 도망간단 말인가. 사방이 바다였다. 거기다가 가족은 호주에 묶여 있었다. 차라리 그때 영배가 알려준 대로 남극으로 떠났어야 했었을까. 그러나 이젠 끝난 일이었다. 김하규는 박규민을 생각했다. 박규민은 친구들과 호주로 막 왔을 때 남아있던 기계들의 공격을 당해 팔을 심하게 다치고 말았다. 덕분에 박규민은 징집을 피할 수 있었다. 이미 왼손 뼈가 심하게 부서져 팔을 제대로 올리지도 못했다. 김하규는 박규민이 부러웠다. 차라리 그때 자신이 다쳤다면 호주에서 가족과 있을 수 있었다. 계속해서 후회스러운 일만 떠올랐다.

김하규는 라면집을 나와 막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모든 게 축축했다. 밤이 깊어서 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 겨우 막사로 와 그의 총이 잘 있는지 확인 후 지저분한 야전침대에 몸을 눕혔다. 또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기계 때문에 틈틈이 잠을 자 두어야 했다. 그는 누워서 조우진을 생각했다. 그의 마지막 모습과 최영배의 모습도 같이 떠올렸다. 우진의 선택이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을까. 그는 서울에서 핵폭발로 죽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래도 지금의 자신의 처지는 나은 거라 생각했다. 그러자 다시 죄책감이 생겼다. 그때 우진이 대호를 보냈더라면, 영배와 대호 목숨으로 예언은 끝났을지 몰랐다. 그렇다면 기계와의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지 몰랐다. 하규는 우진의 선택이 원망스러웠다. 결국, 그의 선택으로 인류는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의 자식들은 무슨 죄인가.

양동민도 라면을 다 먹고 막사로 돌아왔다. 대충 총은 던져놓고 하규가 누워있는 맞은편 야전침대에 그도 몸을 눕혔다.

“배 안 고프냐? 여기 에너지바라도 먹을래?”

보급으로 나온 에너지바를 꺼내며 동민은 하규에게 손짓했다. 그러나 하규는 움직임이 없었다. 동민은 조심히 그의 침대맡에 에너지바를 두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하규는 소리 죽여 울고 있었다. 동민은 그 모습을 보고 조심히 자신의 침대로 돌아왔다. 더 말을 걸었다간 하규가 대성통곡을 하며 덤벼들 것 같아서 차마 그러지 못했다. 동민도 평소처럼 태평한 척했지만, 실은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그는 특히 물을 무서워했고 평소에도 무서움이 많았다. 김준범과 우열을 다투기 힘들 정도로 스키를 타러 갔을 때도 준범 다음으로 초보 코스를 벗어났었다. 그러나 하규 앞에서는 최대한 내색하지 않았다. 곧 죽음이 닥칠 걸 받아드리니 한결 마음은 가벼웠다. 아마 이곳 일본에서 죽을 게 분명했다. 어제의 전투에서 그는 깨닫고 말았다. 육해공으로 밀려오는 기계들을 보고 그들은 모두 후퇴만 할 뿐이었다. 일부러 일본을 내준 듯 기계의 공세는 거셌다. 이렇게 된 이상 그는 마지막까지 하규를 지킬 생각이었다. 꼭 옆에 붙어 있기로 했다. 그라도 살아서 꼭 가족을 다시 볼 수 있도록 친구로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2시간 정도 지났을까, 사방에서 시끄럽게 움직이는 소리에 동민은 잠에서 깨고 말았다. 갑자기 경보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기계가 하루도 쉬지 않고 또 쳐들어왔는지 사방에서는 외국말과 한국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동민이 고개를 들자 하규가 그에게 소총을 던져주며 서두르라고 말했다. 동민은 전투화를 대충 신고 소총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밖은 사이렌 소리와 야간 등이 적을 찾고 있었다. 동민과 하규는 어제 배치된 진지로 들어가 총을 겨누었다. 그런데 기계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멀리서 헬리콥터 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헬리콥터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는 듯했다. 분명 한반도 방향에서 이곳까지 날라오는 것은 헬리콥터 한 대뿐이었다. 야간 등이 헬리콥터를 비추자 사람 하나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마도 공격을 하지 말라는 뜻 같았다. 헬리콥터가 착륙하자 2명의 사내가 내렸다. 하규는 소총에 달린 조준경을 확대해 누구인지 확인해보았다. 하규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는 잘못 본 건지 눈을 비비며 다시 확인했다. 그러나 그가 조준경으로 본 얼굴들은 분명 알고 있는 얼굴들이었다. 그는 동민에게 따라오라고 소리치고 직접 확인하러 달려갔다. 김하규는 거기서 김준범과 최대호의 얼굴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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