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혈거

욘더랜드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추리

완결

혈거
작품등록일 :
2022.06.04 12:38
최근연재일 :
2022.07.22 09:00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2,374
추천수 :
176
글자수 :
283,716

작성
22.07.02 09:00
조회
33
추천
2
글자
10쪽

45

DUMMY

‘무슨 전쟁 준비라도 하나?’

갑자기 김하규는 동공에 지진이라도 난 듯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욘더랜드는 그저 가상세계일 뿐이었다. 그것은 인공지능이 아니었다. 김하규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일단 우진이라도 찾아가서 이에 관해서 물어보고 저번에 자신이 봤던 가면 쓴 사내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할 생각을 했다. 그는 다시 동민을 찾아갔다.

“동민아, 오늘은 그만하고 나 따라와라. 할 말도 있고 우진이 만나러 가야겠다.”

“무슨 소리야? 나 아직 할당량 못 채웠어. 이거 못 채우면 보너스도 없다고.”

“아니, 수전노같이 왜 그래? 내가 돈 줄 테니까 오늘은 그냥 잔말 말고 나 따라와.”

“그럼 가야지.”

동민은 들고 있던 부품을 팽개치고 하규를 뒤따라갔다. 하규는 급한 일이 생긴 것처럼 서둘렀고, 동민은 하규가 평소보다 서두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둘은 차를 타고 우진의 회사 욘더로 향했다.


최대호는 요즘 학교생활이 무척이나 편해졌다. 더는 그를 괴롭히는 동급생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낸시가 어떻게 알아냈는지 대호를 괴롭혔던 녀석들을 찾아가 계정의 캐시와 정보를 가지고 협박을 한 모양이었다. 그 뒤로 반 애들 사이에서는 대호에게는 뒷배가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대호도 처음에는 누가 그 뒷배였는지 몰랐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 차츰 알게 되었다. 그 뒷배가 킹오브파이터즈의 일인자면 당연히 낸시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최근 들어 매일같이 가상세계에 접속해도 그녀를 만날 수 없었다. 메일도 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욘더랜드라는 게임이 삭제되고 없었다. 아무리 백업 정보를 보아도 그 게임을 플레이했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욘더랜드라는 게임을 못 깬 것도 아쉬웠지만, 그녀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더 아쉬웠다.

그는 오늘도 집에 오자마자 접속을 시도했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새로운 메일이 하나 와 있었다. 역시나 저번에 보낸 메일에 대한 낸시의 답장이었다. 그녀는 그동안 뭘 했길래 이렇게 늦게 답장을 보낸 것일까. 거의 보름 만에 온 답장이었다. 그녀의 메일에는 특정 주소로 와달라는 말만 짧게 전하고 있었다. 심지어 시간 때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는 메일을 받고 바로 그 주소로 접속했다. 대호는 적힌 주소에 도착해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욘더랜드에는 가상의 만들어진 아름다운 장소들이 많았는데, 대호가 도착한 이곳은 그가 봐 왔던 그 어떤 장소보다 아름다웠다. 큰 나무가 한 그루 있었고 그 주위엔 잔디로 된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그 나무 아래 낸시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호가 그녀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그녀는 왠지 우울해 보였다. 보통 같았으면 먼저 말을 걸었을 싶은데 그녀는 도통 말이 없었다.

“안녕, 낸시. 오랜만이야. 저번에 어떻게 그 게임에서 탈출했어?”

그녀는 그를 잠시 바라보더니 잔디밭에 누워버렸다.

“네가 UFO에게 당하고 바로 게임은 종료됐어. 나도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지.”

그녀의 말을 들으며 대호도 옆으로 가서 편하게 앉았다.

“그보다 여긴 뭐 하는 곳이지? 처음 와본 곳인데 정말 아름답네.”

“당연하지, 내가 만든 곳인데.”

“네가 만들었다고?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이런 걸 만들려면 캐시 아이템으로도 불가능할 텐데.”

“그게 중요해?”

대호는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 분위기는 판타지아 느낌이 강하게 났다.

“여긴 내게 중요한 공간이야. 분명 내 기억 속 공간인데 기억이 조각나서 자세히 떠오르지 않아.”

낸시는 힘없이 말했다. 대호는 그녀가 자신을 부른 이유가 궁금했다.

“그럼 날 부른 이유가 뭐야? 혹시 네 조각난 기억을 찾아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난 그저 평범한 게이머야. 해킹이나 프로그래밍 이런 거 전혀 할 줄 모른다고.”

“그냥 심심해서 불렀어, 바보.”

“자꾸 바보라고 부르네.”

대호는 그러고 보니 그녀가 자신에게 게임을 보낸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것도 하나의 미스터리였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되냐?”

“왜 너한테 게임 선물을 했냐고?”

그녀는 묻지도 않았는데 질문을 알고 있었다. 대호가 신기한 얼굴로 고개를 끄떡였다.

“가면 쓴 아재가 시켜서 보낸 거야.”

“가면 쓴 아재?”

그녀는 그 말을 듣자 다시 침울해졌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보다 뭐 때문에 그렇게 침울해하고 있는 거야? 뭔가 처음 봤을 때랑 너무 다른데.”

대호는 다시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얼굴을 가까이서 보았다. 분명 어디서 본 친근한 얼굴 같았다.

“끔찍한 악몽을 꿨어. 사람들이 다 죽어 나가는 꿈. 이 망할 꿈을 꾸고 싶지 않아. 언제부터 꿈을 꾸더니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보여.”

“피곤하면 꿈도 안 꾼다던데, 여기에만 접속해 있지 말고 좀 움직이지 그래? 게임 실력을 보아하니 종일 접속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더라.”

“그건 타고난 거야, 최대호.”

그녀는 갑자기 일어나서 손짓하더니 갑자기 주위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다른 한 손으로는 머리를 붙잡고 있었다.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아.”

어느새 주위는 학교로 바뀌어 있었다. 오래된 여느 초등학교처럼 보였다. 최대호는 스쳐 지나가듯 4-5이라는 팻말을 보았다. 그녀는 갑자기 머리를 두 손으로 잡고는 고개를 숙이고 앉아버렸다. 대호는 그녀가 괜찮은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순간 번쩍이더니 갑자기 무슨 그림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갔다.

“다영아, 왜 울어?”

“나영아, 아빠한테 사고가 났데.”

다영이라는 아이가 울고 있던 나영이라는 아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한 대화가 갑작스럽게 대호와 낸시의 머릿속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뭐야, 이게?”

대호는 처음 겪는 갑작스러운 경험에 당황했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기억 전이가 이런 것인가.

“네게도 보였구나. 역시 우리는 무관한 사이가 아니었어.”

“도대체 네가 어떻게 우리 엄마 어린 시절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거야?”

“나도 처음 보는 장면이야. 아마도 네 어머니가 열쇠일지 몰라.”

“그게 무슨 소리야?”

낸시는 다시 일어나더니 이제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더 있다간 그에게 혼날지도 모른다고 했다.

“대호야, 너무 슬퍼하지 마. 수많은 사람이 죽더라도 넌 살 거야. 그럴 거야.”

그녀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대호는 좀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갑작스럽게 그녀가 사라져버리자 못내 아쉬웠다. 그도 이제 자리를 뜨려고 했는데 갑자기 얼굴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까 잠깐 본 기억 속에서 한 아이가 눈물을 흘렸던 건지 자신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이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을 뒤로한 채 눈물을 닦고 현실로 돌아갔다. 이상하게 오늘은 엄마가 귀가가 늦었다. 보통 저녁 먹을 시간이 되면 문을 열고 들어오던 어머니가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봐도 받지 않았다. 그는 오늘은 무척 어머니가 바쁜가 보다 생각하고 스스로 저녁을 차려 먹을 준비를 했다.


김준범은 오늘도 어머니 몰래 술병을 챙겨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술을 자주 마시다 보니 그새 많이 늘어서 한 병까지고는 이제 성이 차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 일을 돕고자 집으로 왔지만, 막상 치킨집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거의 없었다. 이미 그의 부모가 하던 치킨집은 대부분 로봇이 모든 일을 하고 있었다. 서빙부터 청소, 배달, 심지어 요리까지도 말이었다. 그나마 요리에서 로봇이 못하는 부분은 어머니가 도맡아서 했다. 그가 집으러 왔을 때 한 달 동안은 부모에게 욕만 먹었다. 왜 잘 다니던 직장을 관두냐부터 그동안 벌어둔 돈은 어쩌고 왔느냐, 아내랑은 왜 연락이 안 되는지 등 처음부터 쉽지 않은 난관이었다. 그러나 그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가 예전 학생 때 쓰던 방 그대로였다. 예전 무서웠던 어머니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가 그를 포기해 버린 모양이었다. 나중 가서는 더는 캐묻지 않았다. 어머니는 항상 식탁 위에 용돈을 두고 갔다. 이미 그의 부모도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을 해둔 모양이었다. 그는 그 용돈을 챙기며 어쩌다가 자신의 인생이 이렇게 망가지게 됐는지 다시 되돌아보았다. 모든 것은 무인도 사건 때문이었다. 그 일만 겪지 않았어도 그는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 믿었다. 조우진과 정민재는 이제 자신보다 훨씬 잘나가고 있었다. 그에 비해 자신은 재산과 아내, 집까지 모두를 잃게 되었다. 그는 그 우울한 마음을 술로 달랬다. 어머니가 준 용돈으로 술을 사다 마셨고, 가끔은 바람을 쐬러 차를 타고 서울 나들이도 가보기도 했다.

그는 문득 나들이에 나섰다가 예전 민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도 은둔형 외톨이로 3년을 지냈다고 했다. 그때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자괴감에 빠져 자살까지 생각했었다고 했다. 준범은 이제 그의 마음이 조금 이해가 갔다. 그가 잘나갈 때까지만 해도 그는 민재가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준범은 민재를 맨날 허구한 날 꿈 타령이나 하는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했다. 그는 갑자기 어린 시절 꿈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그는 정말로 꿈이 없었던 건가. 그에게도 꿈이 있었던 적이 있긴 했다. 그런데 그 꿈이 그가 생각하기에도 조금 어처구니가 없는 꿈이기도 했다. 그는 타임머신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초등학생 때 꿈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그는 거기서 타임머신을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같은 반 애들이 모두 그를 비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욘더랜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4 64 22.07.22 32 0 10쪽
63 63 22.07.21 87 0 10쪽
62 62 22.07.20 22 0 11쪽
61 61 22.07.19 18 0 10쪽
60 60 22.07.18 22 1 10쪽
59 59 22.07.17 25 1 10쪽
58 58 22.07.16 23 1 11쪽
57 57 22.07.15 32 1 11쪽
56 56 22.07.14 20 1 11쪽
55 55 22.07.13 29 1 10쪽
54 54 22.07.12 24 1 10쪽
53 53 22.07.11 23 1 10쪽
52 52 22.07.09 20 1 13쪽
51 51 22.07.08 50 0 10쪽
50 50 22.07.07 20 1 11쪽
49 49 22.07.06 40 1 10쪽
48 48 22.07.05 19 1 13쪽
47 47 22.07.04 40 2 10쪽
46 46 22.07.03 24 2 10쪽
» 45 22.07.02 34 2 10쪽
44 44 22.07.01 27 2 10쪽
43 43 22.06.30 39 2 10쪽
42 42 22.06.29 36 2 10쪽
41 41 22.06.28 31 2 10쪽
40 40 22.06.27 32 2 10쪽
39 39 22.06.26 31 3 9쪽
38 38 22.06.25 38 2 10쪽
37 37 22.06.24 25 2 9쪽
36 36 22.06.23 33 2 10쪽
35 35 22.06.22 22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