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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거

욘더랜드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추리

완결

혈거
작품등록일 :
2022.06.04 12:38
최근연재일 :
2022.07.22 09:00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2,372
추천수 :
176
글자수 :
283,716

작성
22.06.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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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6

DUMMY

“영배가 아직 우리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고 꿈에서 그러더라.”

“뭐?”

박규민은 그 말을 듣고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자신도 모르게 그때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놀라고만 것이었다.

“그냥 꿈이야. 뭘 그리 놀라고 그러냐.”

“그러게. 그런데 네가 그 말을 하니까 뭔가 미심쩍다. 안 그래도 우리 그걸로 논의한 적도 있잖아.”

“논의 같은 소리 하네. 그냥 우진의 억측이지. 손형민 시신도 나왔고 다 끝난 일이야.”

“정말 예언이 끝났을까?”

김준범은 화가 난 듯 옆에 있던 물을 벌컥 들이마셨다.

“예언 같은 소리 하지도 마. 듣기도 싫다.”

“요즘 드는 생각이 그 방송처럼 욘더랜드라는 가상세계도 정말로 생기고, 물론 그의 예언을 막겠다고 우진이 직접 만든 거지만 말이야. 뉴스를 보니까 이번엔 하프 인공지능이라는 코밧이라는 것도 나왔다고 하더라고. 그 뉴스를 보니까 뭔가 섬뜩하더라.”

김준범은 조용히 그의 말을 듣다가 코밧이라는 단어에 귀가 솔깃했다.

“코밧? 그게 뭐냐?”

“하프 인공지능이라나? 감정은 없는데 사람처럼 지능을 가지고 있다네. 시키는 것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규칙을 찾아낸다고 하더라고. 이러다가 진짜 영화처럼 기계의 반란, 막 이런 거 터지는 건 아니겠지?”

“제발 그만해라. 다시 술기운 올라오려고 한다.”

김준범은 가끔 박규민의 어이없는 상상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입에 풀칠 하나 못하겠나. 정 안 되겠다 싶으면 부모님이 하는 가게에서 일손이나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부모님 두 분 다 나이가 드셔서 장사가 힘들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공무원을 퇴직하고 치킨집을 차리셨고, 다행히 치킨집은 장사가 잘됐다.

“그런데 너 어쩐 일로 날 찾아온 거냐? 설마 농담하려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닐 테고.”

“실은, 마누라가 너한테 한번 가보라고 하도 닦달해서 온 거야.”

“아, 그년이 이혼서류 보내고 너를 정찰병으로 보낸 거구나!”

“그런 거 아니야. 무슨 정찰병이냐 그리고 내 마누라는 너 이혼한다는 것도 몰라.”

“됐다. 가봐라. 나도 이제 가서 정신 차리고 엄마 집으로 가야겠다.”

“그런데 너 정말 이혼할 거냐?”

김준범은 잠시 그 물음에 생각하더니 단번에 “응.”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일어나서 밥값을 지불하고 박규민을 떠나보냈다.

“야, 그러지 말고 더 생각해봐. 그런다고 바로 이혼한다니.”

준범은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는 집으로 가서 집 정리를 했다. 이제 술에 찌든 삶을 끝내야 했다. 마누라도 떠났으니 오히려 홀가분했다. 그는 엄마 집으로 갈 채비를 했다. 가서 다 말씀드리고, 가게 일을 도와드리면 될 것이었다. 이제 그도 양동민처럼 장사를 하게 될 처지였다. 그는 양동민에게 가게 일을 좀 배워둘 걸 후회했다. 나중에 한 번 동민을 찾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집을 나서며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고 사인을 하고 집에 두었다. 언젠가 아내가 와서 직접 가져가길 바라면서.


완연했던 봄기운이 점차 자리를 감추고 이제 더위가 한층 기승을 부릴 준비를 하던 5월, 양동민은 시원한 반소매 차림을 한 채 가게를 직원에게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건대에서 소고깃집을 개업하여 큰 성공을 거두고 양동민은 사장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사건 이후 인지도를 이용해서 소고깃집을 개업했고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금팔찌를 양손에 하고 재력을 자랑하듯 자신의 차가 주차된 곳으로 향했다. 선글라스까지도 낀 그는 적응이 안 되는지 약간 붕 뜬 느낌이었다. 오늘 그가 좀 멋을 낸 이유는 김하규 가족과 만나 영화를 보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영화상영관도 점차 사라지게 생겨서 추억을 남기기 위해 가족과 지인만 입장 가능한 영화 관람이 유행되었다. 욘더랜드로 영화는 3D 입체영상은 물론 직접 느낄 수 있는 게 대세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영화상영관들은 하나둘 문을 닫고 있었다. 그나마 이런 가족 이벤트로 근근이 버티는 영화관만 남았을 뿐이었다. 하규 가족과 동민은 추억의 영화 타이타닉을 볼 계획이었다. 일단 양동민은 하규의 집으로 향했다. 동민이 하규의 집 앞에 도착해서 연락하니 하규 애들이 그를 마중 나왔다.

“헐크 삼촌! 제발 엄마한테 우리도 헤드기어 사주라고 말해줘. 내 친구들은 아바타7을 욘더랜드에서 본단 말이야.”

양동민은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을 하는 애들을 바라보며 고민이 많아졌다. 일단 애들을 데리고 다시 하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들어가니 하규의 아내 예지가 그를 반겼다. 오늘 모임을 계획한 것은 바로 예지였다. 그녀는 타이타닉이라는 영화를 워낙 좋아해 이번에 가족 상영관에서 직접 관람하기로 한 것이었다.

“엄마, 우리도 아바타 보고 싶단 말이야. 아바타 보면 진짜 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데. 우리 친구들은 다 봤어.”

요즘 욘더랜드에서 상영 중인 아바타7은 엄청난 인기였다. 욘더랜드 오픈과 더불어 인기몰이하는 영화였다. 욘더랜드에서 영화를 보면 실제로 오감을 자극해서 몰입감을 한층 높여줬다. 물론 오감이라고 하나 가상세계에서는 통증이라는 감각은 제외되었다. 이것 때문에 처음 욘더랜드는 논란이 많았다. 실제로 통증도 구현할 수 있기는 했지만, 잘못하면 악용될 우려가 있어 법적으로 제외되었다. 하규의 아이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인 아바타를 보고 싶었지만, 예지가 아직 가상세계를 믿을 수 없다면서 계속 미뤄왔던 것이었다. 실제로 이 대단한 기술에도 이걸 거부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아직 안전한지 모르겠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애들의 접속은 막는 부모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부모들도 욘더랜드에 접속하고 그 효과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아이들의 접속을 반대할 수만은 없었다. 심지어 정부조차도 나이 제한을 많이 풀어버렸다. 학교에 들어가는 8세 이상이면 모두 욘더랜드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예지는 끝까지 아이들의 접속은 반대했다. 이미 고등학교에서는 욘더랜드 접속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고 내년부터는 중학교도 시작한다는 뉴스가 나왔었다. 최대한 피해 보려고 했지만, 큰 애가 내년엔 중학교에 들어갈 것이었다.

“어서 와요, 동민씨”

예지는 애들을 데리고 온 동민을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동민도 반갑게 인사했다.

“애들이 헤드기어를 사달라고 하는데 제가 사다 드릴까요?”

“동민씨!”

애들이 동민을 바라보며 간절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저희가 돈이 없어서 안 사는 게 아니에요. 아직 안전한지 확실한 것도 아니고 성장기에 있는 애들이 헤드기어 쓰고 온종일 있다가 잘못되면 동민씨가 책임질 거에요?”

안 그래도 욘더랜드는 언론에서 제대로 언급은 안 되지만, 이미 사회적으로는 많은 물의를 일으키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욘더랜드에 푹 빠져나오고 싶어 하지 않는다든가, 전문가들은 욘더랜드가 마약보다 더한 중독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닙니다. 예지씨 말대로 해야죠.”

“헐크 삼촌, 미워! 덩치만 산만 하지 우리 엄마도 못 당하네.”

“어, 너희들 말 함부로 하면 안 되지, 어서 삼촌한테 사과해.”

“아닙니다.”

동민은 어서 이곳을 피해 하규를 찾아보기로 했다. 하규는 침대 누워서 TV를 보고 있었다. 그는 7년 전과 비교하면 배가 더 나온 것 같았다. 이러다가는 동민과 배 싸움을 해도 막상막하일 것 같았다. 김하규는 동민이 온 것을 보더니 TV를 끄고 입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하규야, 너도 운동 좀 해야겠는데. 조만간 내 꼴 날 거 같다.”

“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그런 소리 하지 마라. 그보다 오늘 제대로 챙겨입었네. 장사는 여전히 잘 되나 보네?”

“응, 안 그래도 엊그제 준범이 찾아와서 가게에서 손님 상대하는 방법도 가르쳐주고 그랬다. 준범이놈, 이제 장사한다더라.”

묻지도 않은 준범의 이야기를 하는 거 보니 동민은 좀 더 자기 자랑을 하고 싶었나 보았다.

“아, 그놈은 요즘 왜 그러냐? 잘 나가다가··· 정 힘들면 내 회사로 오라고 하지. 우리 회사는 일손이 부족해서 문제인데.”

“그래? 내가 갈까? 난 어차피 가게 애들한테 다 맡겨뒀는데.”

“넌 안돼. 머리 좀 있어야 해. 무슨 막노동 하는 것도 아니고.”

“내 머리가 어째서?”

동민은 약간 실망한 듯 목소리가 낮아졌다.

“됐다. 이제 가자. 더 있다가는 애들 때문에 또 부부싸움 나겠다. 저것들 아바타 소리만 지금 며칠째다. 그냥 사주든가 해야지.”

“저기 보니까 헤드기어 있던데 너희는 하면서 애들은 못 하게 하는 거야?”

“나는 애들이 해도 상관없다는 데 마누라가 굳이 반대해서 이러고 있다.”

하규는 더 말을 않고 안방에서 나왔다. 그는 지갑과 먹을 것을 챙기고 애들을 불러 내려갔다. 동민도 예지와 함께 내려갔다. 그들은 각자 차를 타고 영화상영관으로 향했다. 도착해서는 팝콘을 사서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애들은 처음에는 그렇게 싫다고 하더니 막상 팝콘을 사주니 조용해졌다. 애들도 타이타닉은 막상 볼만했던지 더는 아바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근처 한강 공원으로 이동해 도자기를 피고 잠깐 예지가 싸 온 샌드위치를 먹었다. 5월이라 날은 선선했고 하늘은 맑았다. 남매 둘은 같이 노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예지는 애들 옆에서 같이 놀아주고 있었다.

“야, 너는 회사 일이 얼마나 많은 건데?”

아까 일이 많다는 말이 기억나 캔맥주를 한잔 마시며 물었다.

“요새 바쁘지. 요즘 어디 로봇 없이 돌아가는 데가 있냐? 사방이 드론에 로봇에, 어휴 보기만 해도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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