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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거

욘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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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혈거
작품등록일 :
2022.06.04 12:38
최근연재일 :
2022.07.22 09:00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2,373
추천수 :
176
글자수 :
283,716

작성
22.07.03 09:00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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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46

DUMMY

“이 바보야, 타임머신 있다면 미래에선 온 사람이 너부터 죽일걸?”

애들은 이런 식으로 그를 조롱했다. 그 뒤로 그도 꿈을 적는 난에 남들처럼 의사나 판사를 적기 시작했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타임머신 같은 건 영화에서나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는 갑자기 번뜩 타임머신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졌다. 어차피 백수가 된 마당에 이제는 은둔형 외톨이 칭호까지 얻는 것도 조만간이었다. 시간은 남아돌고 굳이 해야 할 것은 없었다. 그는 그 뒤로 인터넷을 뒤적이며 타임머신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타임머신에 관한 정보가 인터넷에 많았다. 물론 대부분이 사실이 아닌 추측성 글들이 난무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타임머신에 관해 관심이 있을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글을 하나둘 읽어가며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해외 사람들의 의견도 일일이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국내에서 타임머신에 관해 여러 가지 자세한 글을 올린 사람을 찾게 되었다. 그나마 이 사람은 신빙성이 있는 글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처럼 보였다. 무엇보다도 그를 웃긴 건 그 사람이 바로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한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이에 대해 그를 조롱할 뿐이었다. 그런데 유튜브에서 그를 인터뷰하는 것을 봤는데 그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 그는 언젠가 자료를 정리해 한번 그녀를 직접 찾아 가볼 계획을 했다.

김준범이 그렇게 집에 박혀서 정보를 모으고 있는데 박규민이 그를 찾아왔다. 이제 막 저녁을 먹을 준비를 하던 차에 그가 갑작스럽게 방문한 것이었다.

“준범아, 아무리 전화를 해도 연락을 받아야지. 왜 연락이 안 되냐 너는?”

박규민은 그의 방까지 들어와 말했다. 그는 뭔가 다급해 보였다.

“무슨 급한 일이 있다고 여기까지 왔어. 아내랑 이혼 소송 중이라 귀찮아서 전화 꺼뒀다.”

“됐다. 요즘 친구들이 너 걱정 많이 한다. 아니면 폰을 새로 파라. 우리한테는 연락해야지. 그보다 우진이 우리 모두 한 번 보잖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 것 같더라.”

준범은 여전히 친구 규민의 말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은 채 타임머신 생각 뿐이었다.

“무슨 심상치 않은 일?”

“자세히는 말 안 해줘서 몰라. 만나면 직접 말해줄 심상인 거 같더라. 근데 하규가 가면 쓴 사내를 봤다고 하더라.”

“뭐?”

“몰라, 뭔가 심상치 않은 일 생긴 건 분명해. 내일 정오에 영배 집에서 모이는 거니까 그렇게 알아둬. 난 이만 가볼게.”

“야, 벌써 간다고? 온 김에 밥이나 먹고 가라. 아니, 근데 왜 하필 영배 집에서 모이는 거냐?”

준범은 영배 집에 가는 게 영 내키지 않았다.

“내일 정오야 꼭 와!”

그는 대답하지 않고 준범의 부모와 인사를 하고 가버렸다. 박규민은 급하게 들렀는데도 불구하고 고기를 사와 그의 어머니에게 드리고 간 모양이었다. 준범은 밥을 먹으면서 또 시작된 어머니의 잔소리를 한 귀로 흘려버리고 있었다. 그는 내일 친구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라도 그는 이제 여기서 그만 발을 빼고 싶었다. 솔직히 그가 생각하기에 그는 이 사건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여겼다. 그는 애당초 가면 쓴 사내든, 손형민이든 만나본 적도 없었다. 그저 우진의 친구라는 것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그는 굳이 자신과 무관한 일에 왜 자신이 참여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그는 그보다 타임머신에 더 관심이 생겼다.

박규민은 준범의 집을 나서면서 엊그제 있었던 일을 떠올려 보았다. 그는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오랜만에 아내와 단둘이 마술쇼를 보러 갔었다. 이제 마술 공연도 가상세계로 인해 인기가 시들시들해졌다. 덕분에 표를 싸게 구할 수 있어서 그가 전부터 보고 싶었던 마술쇼를 아내와 단둘이 볼 수 있게 되었다. 막상 마술쇼를 보러 가보니 정말 예전이 비해 관객 수가 많이 줄어 있었다. 사람들 대부분이 이제 마술쇼보다는 가상세계에서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환상을 좇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마술쇼를 하는 마술가는 관객 수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자신의 마술을 맘껏 뽐냈다. 박규민이 가장 좋아하는 마법은 카드 마법이었다. 그도 어렸을 때는 카드로 마법을 한두 개 정도 할 줄 알았다. 그는 아내에게 프러포즈할 때도 마법을 이용해서 반지를 선물했었다. 그의 아내도 그가 마법에 관심 있다는 것을 알고 같이 마술쇼를 보러 온 것이었다. 마술쇼는 1시간가량 진행되었다. 박규민은 마술이 끝나자 못내 아쉬웠다. 이제 앞으로 이렇게 직접 보는 마술쇼는 사라지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여러분, 제 마술쇼를 이렇게 직접 감상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 무대가 제 마지막 마술쇼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떠나기 전 한마디만 하고 떠나겠습니다. 실은 저는 마술을 시작한 지 이제 2년 차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전까지는 신기하게도 밖에서 장사나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강간범에게 딸을 잃었습니다. 제 딸은 잔혹하게 살해당했지요. 생전 딸이 무척이나 좋아했던 게 마술쇼여서 저는 딸을 잃고 마술을 배웠습니다. 저는 더는 이제 이 세상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처음 딸을 잃었을 때만 해도 단 하루도 술 없이는 버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 스승을 만나고 저는 모든 원망을 잊고 이 허황한 마술처럼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일어섰습니다. 비록 진짜 마법은 아닐지라도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이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게 아닐까요?”

그는 이 말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왔다. 그가 내려가지 조명은 꺼지고 스크린에 이상한 글귀가 비췄다.

‘본래 선악은 하나였으니, 그 본질을 버려라··· 그럼 하나가 될 수 있다.’

박규민은 그 글을 보고 무인도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라버렸다. 그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예언은 끝난 게 맞을까. 그는 아내를 먼저 차에 보내고 무대 뒤로 향했다. 그는 거기서 화장과 의상을 벗고 있는 마술쇼 진행자를 보았다. 거긴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이었지만 그는 무시하고 마술쇼 진행자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아까 마술쇼 재밌게 봤습니다.”

그는 거울에 비친 규민을 바라보며 뒤돌아서서 인사를 했다.

“아, 죄송한데, 실은 한가지 여쭤볼 게 있어서 여기까지 찾아왔습니다.”

“네. 편하게 말씀해보세요.”

“다름이 아니라, 저기 스크린에 있는 글귀가 참 마음에 와닿아서요. 혹시 어디 종교를 믿으시는 건가요?”

그는 그 말에 웃음을 짓더니 다시 돌아가서 마저 화장을 지웠다.

“당신도 이미 아실 겁니다. 설마 모르신다고 하시는 건 아니죠? 본질을 꿰뚫어 본다. 그게 당신들 모토 아니었습니까?”

“네?, 설마···”

“박규민 씨 당신도 여기까지 온 거 보면 대충 짐작하고 온 거잖아. 예언으로부터 도망쳐도 소용없어. 이미 예언은 당신 코앞까지 다가왔으니까.”

박규민의 그가 정색하며 한 말에 기겁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우습구먼. 그 잘난 아이와 마누라랑 마지막 최후를 만끽하도록 해.”

그는 그 말을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박규민은 그만 놀라서 뛰쳐나왔다. 그는 어서 차로 달려갔다. 다행히 아내는 차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박규민은 차에 올라타서도 여전히 심장이 빨리 뛰어서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외면해 왔던 예언이라는 것이 아직도 진행 중이었단 말인가. 그는 아내의 손을 잡았더니 조금 진정이 되었다. 그는 집으로 향해 친구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규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동민은 하규와 함께 있는 것 같았다.

“하규야, 큰 문제가 생긴 거 같다.”

“야, 너도 혹시 가면 쓴 사내를 본 거냐?”

하규의 말에 그는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 가면 쓴 사내?”

“뭐야, 그게 아니라면 무슨 큰 문제? 안 그래도 동민이랑 우진이 만나고 왔다. 우진이 다 같이 한 번 봤으면 한다.”

박규민은 마술쇼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고, 김하규는 한강 공원에서 있었던 일과 군 관련 로봇이 대량으로 생산 중인 것, 조우진과 만남에 대해서도 짧게 말했다. 그들은 다시 한번 더 이 사건에 빠져들고 있었다.

박규민은 다시 그 마술사와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았다. 딸을 잃었다던 마술사나 그리고 손형민, 모두 보면 큰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었다. 사회 제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상처받은 자들, 그들에게 욘더랜드는 위안이 될 수 있었다. 그는 마술사가 자신의 정체까지 알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추종자들이 정말 넓게 펴져 있다고 믿었다. 마술사는 딸을 잃은 아픔에 결국 욘더랜드 사상에 빠져버리고 말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상처를 외면한다고 상처가 아물지는 않았다. 어쩔 땐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일도 있었다. 박규민도 어머니에 대한 아픔이 있었다.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의 어머니는 그를 버렸다. 그도 어머니를 외면한 적이 있었다. 모든 여자를 외면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한 여자를 만났고 그에겐 이제 아이도 있었다. 그는 그 아이만큼은 결코 자신과 똑같은 삶을 살게 하지 않게 하리라고 맹세했다. 그는 가족사진을 꺼내 보며 가족만큼은 꼭 지켜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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