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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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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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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7화

DUMMY

27.


유리는 우선 말을 맡기고 움직였다.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이 붐볐으나 중앙 상가와 멀어질수록 인파가 줄어갔다.

걷고 걸어 한 낡은 오두막집 안으로 들어갔다.

누더기를 둘러쓴 코볼트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


“안내해.”


유리의 말에 바닥을 일정한 박자로 두드렸다.


똑 똑똑 똑 똑똑똑 똑똑


바닥 아래에서도 똑같은 박자로 소리가 들린 뒤 숨겨진 문이 열렸다.

둘은 지하로 내려갔다.

통로를 걸어가고 검문을 한 뒤 조금 더 걸어 콜크의 방 앞에 도착했다.


“케르륵. 도착. 케르. 했습니다.”


코볼트는 자리로 돌아갔고 유리는 문을 열었다.

콜크가 책상에서 서류를 챙겨보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온 기척에 콜크가 고개를 올리니 유리가 앞에 서 있는 것을 확인했다.

생각지도 못한 등장에 그것의 눈이 크게 뜨였다.


“물어볼 게 있어서 온 거니까 신경 쓰지 마.”


유리는 소파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케르륵. 절름발이에 대해서는 묻지 마.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알아. 그리고 어차피 나중에 찾아올 거야. 다른 것보다 길베르트가 옮긴 가게나 말해.”

“그런 거라면 뭐. 안 그래도 녀석이 며칠 전에 말해주더군. 옛날 가게 근처에 벌집이라는 술집 하나 기억하나?”


그는 머릿속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다섯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 그런 이름을 가진 가게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어딘지 알아.”

“그쪽으로 옮겼어. 지금쯤이면 정리도 다 끝나서 영업을 하고 있을 거야.”

“알겠어. 그리고 그 돌이나 줘.”

“비싼 물건이기는 하지만 해준 게 있으니···.”


콜크는 자그마한 돌 하나를 던졌다.

유리는 돌을 낚아챈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보가 모였을 때쯤 찾아오지.”


유리는 곧장 그곳을 벗어났다.

밖으로 나온 후 돌을 부숴 옷에 배인 강렬한 악취를 지워냈다.

그리고 서둘러 벌집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손님은 없었지만, 바텐더가 유리잔을 닦고 있었다.


“늘 마시던 걸로.”


그리고 나온 술을 마시고 잔을 뒤집어 바텐더에게 건넸다.

그는 잔을 받은 뒤 창고로 들어간 뒤 길베르트와 함께 걸어 나왔다.


“조사는.”

“네가 말한 장비는 없었고 죄다 등에 똑같은 문신은 했더라. 무슨 단서인가 해서 찾아봤는데 알아낸 건 없어.”


‘그게 몸에 새겼다는 주술이군.’


유리는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황도 건설에 관련해서는.”

“내전이 끝난 이후에 지어졌다는 거 말고는 없어.”

“시간은 많이 줬을 텐데.”

“시간을 떠나서 우리가 못 건드려. 너 정도 지위면 열람할 수 있을걸.”


유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보다 정보료는? 조직의 존재 여부니 하는 개소리를 지껄이면 거절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둬.”

“그건 걱정하지 마.”


길베르트는 의심 섞인 눈초리를 보였다.


“그래서 이번엔 무슨 정보가 필요한 건데?”

“납치법 녀석들이 모여 있을 거라고 추측이 되는 장소.”

“너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지?”


그는 화가 나는 것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설마 내가 널 상대로 아무런 생각 없이 협상을 하러 오겠어?”


유리가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


‘너희 같은 뒷골목 정보상이라도 신뢰를 바탕으로 하니 확실한 조사로 이루어진 것도 아닌 추측성 정보를 팔 수는 없겠지.’


그는 길베르트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길베르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빨리 불기나 해. 돈이 될만하니까 조사는 했을 거 아니야. 적으면 6할, 많으면 8할 정도는 들어맞겠지.”


길베르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주먹을 쥔 채 부들거리는 것밖에 없었다.

유리가 어떤 곳의 소속이었고 얼마만큼의 영향력이 있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그것을 유리도 잘 알고 있어 이렇게 나오는 것이기에 더욱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개새끼···.”

“욕을 할 거면 해. 뒷감당은 알아서 하고.”

“우리 사이에 이러기야?”

“너와 나 사이니까 이러는 거야.”


계속되는 강압적인 태도에 길베르트는 감정은 뒤로하고 입을 열었다.


“하나는 북쪽의 폐쇄된 광산. 하나는 동쪽 숲 두 번째 마을 근처 어딘가고 제국과 가까워. 나머지는 그 두 곳의 가운데 어딘가.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이렇게 끝.”

“각각의 정확성은?”

“북쪽 8, 동쪽 7, 북동쪽 7.”


유리는 머릿속으로 곰곰이 생각했다.


‘동쪽으로 가면서 인근을 돌아다니면 되겠군.’


계획을 세운 다음 한 가지를 더 물어보았다.


“내가 없는 사이에 납치된 아이들의 시체는 얼마나 더 발견됐어?”

“기간은?”

“10일 전부터 오늘까지.”

“10골드.”


10골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2명씩 총 4명. 한번은 9일 전. 한번은 5일 전.”


‘얀의 말대로라면 4일에 한 번씩이니 오늘 또 시체들이 발견되겠어.’


마리아의 모습이 떠올랐지만 애써 흘리며 지금에 집중하기 위해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이곳에서 그 마을까지의 거리는?”

“말을 타고 간다면 대략 반나절.”

“황도에서 납치법들을 본 적은 없지?”

“당연하지.”


필요한 정보는 다 얻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가냐?”

“가야지.”

“그럼 빨리 꺼지고 다시는 오지 마라.”

“한 번쯤은 더 올 수도 있어.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숨거나 옮겨봤자 콜크가 있어서 소용없는 거 알지? 생각 잘해라.”


그 말을 끝으로 유리는 가게에서 나가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좆같은 자식. 그냥 뒤져라.”


한 귀로 흘리면서 가게를 나섰다.


‘네가 말 안 해도 죽을 거야. 지금은 아니지만.’


그리고 곧장 마구간으로 향해 말을 되찾으며 대금을 치르고 동쪽 출입구로 움직였다.


“여러분들 순서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거기 뒤에 분 밀지 마세요!”


오고 가는 사람들을 확인하기 위해 경비병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유리도 보증서를 보여주고 황도에서 나왔다.

황도에서 나오자마자 전속력으로 말을 몰며 달려나갔다.


‘무리를 해서라도 달리면 해가 지기 전에는 도착하겠지.’


빠른 속도로 달리며 첫 번째 마을을 지나쳤다.

중간에 말의 체력을 위해 잠시 쉬어준 뒤 다시 달려나갔다.

그렇게 해가 지기 한참 전에 두 번째 마을에 도착을 했다.

그는 곧바로 말을 맡기고 마을을 빠져나와 숲 안으로 들어갔다.


‘사기와 가깝고 짙어질수록 반응을 한다고 하셨지.’


소크테라의 말을 되새기며 북서쪽을 향해 움직였다.

혹시라도 팔찌의 반응을 못 보고 지나칠까 봐 적당한 속도로 움직였다.


‘내일 해가 뜨기 전에는 발견했으면 좋겠는데.’


유리는 틈틈이 해의 위치로 시간을 확인하며 숲을 돌아다녔다.


‘숲으로 들어왔을 때가 분명히 5시경이었고 일출이 7시. 마을에서 동부의 끝까지는 14시간가량. 빨리 움직인다면 약 11시간. 그럼 14시간 안에 녀석들을 찾고 처리를 한 뒤 마을로 돌아가야 해.’


시간 계산까지 끝내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렇게 1시간, 2시간, 3시간.

팔찌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7할의 확률은 믿으면 안 됐었나···.’


유리는 틈틈이 하늘과 팔찌를 확인하면서 움직였다.

숲 안을 돌아다닌 지 4시간째.


‘드디어!’


팔찌의 나뭇잎이 미세하게 떨렸고 새하얗던 보석은 살짝 검게 변해있었다.


‘방향은 맞게 왔어. 이제 문제는 거리인데. 떨리는 걸 봐서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건 같은데.’


그는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지만, 부지런히 발을 움직였다.

나뭇잎의 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따금씩 방향도 틀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나뭇잎의 떨림이 조금씩 강해졌고 색 또한 조금씩 검게 변해갔다.

그렇게 또 한두 시간을 걸어 이동을 한 지 어언 6시간째.


‘이 근처인데.’


이제 확실하게 느껴질 정도로 떨림이 강해졌고 보석도 새까맣게 변했다.

그런데도 어떠한 흔적조차 보이지 않아 답답할 뿐이었다.


“됐어.”


열심히 숲 안을 돌아다니는 와중 대화 소리가 들려와 몸을 낮추며 기척을 죽였다.

감각을 펼쳐 대화 중인 이들의 기척을 느끼려 해보았지만 어떠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소리만 들렸다.


‘찾았다.’


그가 드디어 찾았다.


“그보다 다음 조까지 얼마나 남았지?”

“얼마 안 남았을걸?”

“그런가. 빨리 들어가고 싶은데.”


대화의 내용과 목소리에 집중한 채 조금씩 그들이 있을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검은색 로브를 두른 그들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는 거리까지 이동했다.


‘일단 최소 두 명. 놈들 뒤쪽에 있는 동굴이 숨어있는 장소 중 한 군데인 것 같은데.’


주변까지 확인을 마친 유리는 그들을 제압하려 했으나.


“그런데 그 새끼는 요즘 뭐하냐?”

“누구?”

“절름발이 새끼.”


절름발이라는 말에 움직임을 멈췄다.


“야 미쳤어!”


동료는 그 말에 깜짝 놀라 황급히 손으로 그의 입을 막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혹시라도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목소리도 최대한 낮췄다.


“상관없잖아. 솔직히 몇몇 고위 간부 빼고는 다들 말 안 듣잖아. 일 처리도 봐봐. 기사들을 죽이지도 않고. 그러니 이상한 날파리들이 꼬이지.”

“그건 제국 기사를 손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그런 거고.”

“그래서 애매하게 손을 댄 덕에 우리만 고생이잖아. 윗 대가리들이 생각 없이 행동하고 그 뒤치다꺼리를 하며 갖은 고생을 하는 건 우린데.”

“그래도 폐하의 최측근인데 다 생각이 있으니까 그런 거겠지.”


‘폐하?’


유리는 그들이 말하는 폐하가 자신이 생각하는 게 맞는지 생각을 하며 얘기를 귀담아들었다.


“에휴···. 이렇게 얘기해봤자 우리 입만 아프지. 다음 조가 올 때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까 빨리 돌아가서 쉬기나 하자.”

“그래?”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낯선 음성에 험담을 늘어놓던 이가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끝까지 돌아가지 못하고 신체에서 목이 떨어지며 머리가 공중에 떠올랐다.

툭 떨어지며 피가 얼굴에 튀고 나서야 남은 이가 상황을 파악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소리도 지르려 했다.


“으읍!”


그러나 재빠르게 녀석의 입을 막아 소리를 내지 못하게 했다.

품에서는 작은 단검을 꺼내 어깻죽지 뒤쪽에 깊숙이 찔러 넣고 무릎으로 강하게 복부를 찍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바닥에서 몸을 웅크린 채 고통을 진정시키는 게 다였다.


“소리를 내면 죽는다. 함부로 움직이면 죽는다. 내 말에 따르지 않아도 죽는다. 이해했지?”


그의 사나운 기세와 어깨 그리고 복부의 통증에 겁을 먹어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천천히 일어나”


남은 이는 여전히 입막음을 당한 채로 일어났다.

유리는 뒤로 이동해 단검의 손잡이를 잡고 왼손을 그의 입에서 떨어뜨렸다.


“이거!”


왼손을 때자마자 움직이려 해 재빨리 입을 막고 단검을 더 깊게 찔러 넣었다.


“움직이면 죽인다 했을 텐데. 네 친구처럼 목이 날아가야 정신을 차리나?”


남은 이가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죽기 싫으면 내 말을 들어. 우선 네 친구 시체부터 챙겨.”


힘을 줘 단검을 살짝 비틀자 남은 이가 황급히 시체로 다가갔다.


“숲 안에 던져.”


그는 동료의 신체와 머리를 수풀로 던졌다.

유리가 배낭에서 보라색 액체가 담긴 병을 건넸다.


“시체가 있는 곳에 반 뿌리고 나머지는 피가 묻은 자리에 골고루 뿌려.”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그러자 주변의 피 냄새와 핏자국이 사라졌다.


“빈 병은 땅에 소리 안 나게 조심히 내려놔.”


땅에 놓인 빈 병을 유리가 발로 차 멀리 굴려 보냈다.


“다음 조는 언제 오지.”

“아마 5···5분 정도면 오···올 겁니다.”

“절름발이랑 폐하는 뭐지?”

“그건···.”


어색하게 뜸을 들이길래 유리는 다시 한번 단검을 비틀었다.


“저···절름발이는 폐하의 최··최측근인 데다 오른 다리를 절뚝거려 그렇게 부릅니다. 폐하는 간부들이 그렇게 부르기에 저희도 따라 부르는 겁니다.”

“그게 다인가?”

“예···. 저 같은 말단은 더···더 이상 아무것도 모릅니다. 제발,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그건 네 행동에 따라 다르지. 다음 조가 오면 항상 하던 대로 행동해.”


남은 이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거렸다.

유리는 시체의 로브를 벗겨 자신이 입고 있던 것과 바꿔 입었다,

잠깐 기다리고 있으니 동굴에서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특이사항은?”

“없어.”

“그래.”


둘은 동굴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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