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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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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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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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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13.


“으으으읍!!!!!”


허벅지를 통해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끔찍한 고통에 남자는 격하게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밧줄로 묶여 있어 이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

유리가 검을 뽑자 끈적한 피가 딸려왔다.


“길베르트, 가서 물 떠와.”


분위기에 압도당하고 있던 길베르트는 어느 정도 숨을 쉴 수 있겠다 싶어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유리는 단검에 묻은 피를 닦고 성냥을 켜 다시 검신을 달궜다.


“읍! 으읍!!”

“몇 번 더 하고 얘기를 들어줄 테니까 조용히 있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성냥을 끄고 상처 부위에 단검을 찔러넣었다.


“으으으읍!!!!!”


길베르트는 물을 가져오다 말고 남자의 외침에 어깨를 흠칫 떨었다.

유리는 다시 검을 뽑고 검신을 달궜다.


“기절은 못 할 거야.”


그리고 또 질러넣었다.

그렇게 4번째, 5번째, 6번째 마지막으로 12번째까지.

남자의 손목과 발목은 밧줄에 쓸린 탓에 피와 함께 진물이 흘러나왔다.

눈과 코에는 흐르던 물이 굳은 자국만이 남아있었다.


“물 뿌려.”


졸도하기 직전인 남자를 향해 길베르트가 물을 뿌렸다.

겨우 정신을 차린 그의 허벅지 위에 유리가 차가운 검신을 가져다 댔다.

남자는 아직 찌르지도 않았는데 몸을 심하게 떨었다.


‘이제야 공포심이 자리를 잡았네.’


유리는 단검을 거두며 입을 열었다.


“수건 빼줘.”


바텐더가 수건을 빼주자 남자의 입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유리는 진정하지 못하는 그의 허벅지 위에 단검을 올리고 얼굴을 붙잡아 눈을 맞췄다.

남자는 쥐 죽은 듯이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며 유리의 푸른 안광과 마주했다.


“그럼 내 질문에 빠짐없이 대답해.”


유리가 단검으로 상처 부위를 건드릴 때마다 남자는 몸을 움찔거렸다.


“첫 번째. 미끼한테 왜 주술이라는 단어를 흘렸어?”


남자는 머뭇거렸다.

유리는 다짜고짜 허벅지에 단검을 쑤셔 박았다.

남자가 소리를 치려 하자 유리는 그의 복부에 강하게 주먹질을 했다.

남자는 소리를 치지 못하고 몸을 웅크렸다.


“왜 미끼한테 주술이라는 단어를 흘렸지?”

“···저희 같은 말단들의 입이 가벼워 일어난 일입니다.”


말단이라는 말에 유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넌 간부가 아닌 거야?”

“예. 길거리에서 깡패 노릇을 하다 힘과 돈을 준다길래 따라갔습니다.”

“그럼 저 가면은 뭐야. 너만 쓰고 왔는데.”

“간부를 포함한 측근들과 저처럼 힘을 받은 이들을 구분하기 위한 것입니다.”


힘을 받았다는 그의 말이 유리의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힘을 받았다는 건 뭐야.”

“방법은 모르지만 마나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방법을 어떻게 몰라. 옆에서 봤을 거 아니야.”

“제가 본 거라고는 지팡이를 들고 중얼거리는 마법사들밖에 못 봤습니다.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나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답답하기는 했으나 자신에게는 확실한 답을 얻을 방법이 있기에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두 번째. 너희 조직에 절름발이가 있나?”

“있습니다. 근데 듣기만 했지, 본 적은 없습니다.”

“세 번째. 주술이 뭔지는 알고 있지?”

“입에 오르내리기는 하지만 뭔지는 모릅니다.”

“네 번째. 납치된 아이들이 있는 장소.”

“모릅니다. 그 일을 하는 이들만 알지 나머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누군지도 모릅니다.”


말단, 없습니다, 모릅니다.

일관된 남자의 태도에 유리는 상처 부위에 냅다 검을 찔러넣었다.

남자는 몸을 들썩이며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내질렀다.


“다섯 번째. 너희 조직에 대해서 말해.”


유리가 다시 검을 뽑기는 했으나 상처 부위에서 거두지는 않았다.


“모른다는 대답을 하면 어떻게 될지는 알고 있겠지.”


그는 허벅지에 감도는 쇠의 감촉에 몸을 떨었다.

그래도 살고자 하는 의지 하나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측근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저와 같은 이들입니다. 그리고 모두가 폐.”


그게 끝이었다.

갑자기 게거품을 물며 발작을 하더니 눈을 까뒤집고 코에서 피를 흘리며 숨을 멎었다.

재빨리 남자를 바닥에 눕히고 심장에 압박을 가했는데도 숨은 돌아오지 않았다.

유리는 표정을 구긴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길베르트. 어떻게 해서든 시체에서 단서를 찾아.”

“어차피 그럴 생각이야. 옮겨줘.”


바텐더는 군말 없이 시체를 들쳐메고 창고로 옮겼다.


“그래서?”

“어? 뭐가?”

“주술에 관해서 이리저리 뭐? 어쨌다는 건데.”


유리의 살벌한 분위기에 길베르트는 잔뜩 겁을 먹은 상태였다.

갑자기 향한 질문에 눈을 피하며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쫄지 말고 대답해. 내가 너를 잡아먹어?”

“잡아먹을 생각이었어?”


유리의 표정이 굳어지자 길베르트는 더욱더 안절부절못했다.

유리는 끓어오르는 화를 진정시키고 최대한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에도 길베르트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이 자식은 다 좋은데 겁이 너무 많으니.’


오래 봐온 만큼 잘 알고 있었으나 이 점에 대해서는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빨리 대답해. 무슨 말을 하려던 거야?”

“안 때릴 거지?”


유리가 조용히 주먹을 들어 올리자 길베르트는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

그와 오래 붙어 다닌 만큼 진짜 때릴 수도 있는 놈인 것을 알고 있으니까.


“조사하고 있다고. 주술이란 걸 처음 듣다 보니까 뭐부터 손을 대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

“이젠 아니지?”


주먹이 날아오지 않는다는 게 확인이 되자 그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일단은? 그런데 어떻게 된 거야?”

“뭐가?”

“기사단 나왔어? 요즘 네가 정보 길드부터 해서 흥신소까지 들락날락하니까. 이쪽에서 네가 발견됐다고도 하고. 내 부탁 이후로 이쪽으로는 털끝 하나 넘어오지 않았잖아.”


부탁이란 말에 유리의 얼굴이 찌푸려졌으나 곧바로 풀어졌다.

더 이상 신경 쓸 일도 아니고 이제는 의미도 없으니까.

그리고 곧 있으면 퍼지게 될 얘기이기에 유리는 감흥 없이 기사단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나갈 거야. 대신 말하고 다니지나 마.”

“말 안 해. 어차피 퍼져나갈 텐데. 이제 어떻게 하려고?”

“일단 4단장님한테 가야지. 그다음에는 콜크놈한테 가고.”


방금 나눈 대화에서 길베르트는 무언가 떠오른 것인지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


“유리, 그 이제 기억난 건데.”

“빨리 말해. 나 급해.”

“4단장 성 알지?”

“기디엘 요르.”

“정신이 없는 바람에 까먹었지만, 그 4단장한테 가보라고도 말하려 했었어?”


단테가 주술을 쓴다는 것을 길베르트가 알 리가 없었다.

유리조차 그가 주술을 쓴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됐으니까.

그렇기에 그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은 유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왜?”

“주술이라는 게 옛날 말인가 해서 고서적들을 살펴봤는데 기디엘 요르가 몇 번 언급이 되더라고.”


유리는 수상함을 느끼며 길베르트에게 물었다.


“그게 뭔데?”

“무슨 가문이래. 몇 안 되는 제자들이 명맥을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나 봐. 또 이 제자들은 인간이 아니야.”

“이종족일 수도 있다는 거야?”

“맞아. 머더러즈 때 기억나는 거 있지?”

“이종족 사냥?”

“어. 그거.”


유리는 옛날 기억을 떠올렸다.

이종족 사냥은 머더러즈에 의해 이루어지던 사업이었다.

황제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음지에서 움직였고 그로 인해 많은 이종족이 깊이 숨어들었다.

물론 유리는 살인 쪽으로만 훈련을 받다 보니 그쪽과 연관될 일이 없었지만.


‘너무 옛날 일인 데다 정신이 없어서 바로 눈치채지 못했어. 정말로 이종족이면 힘들어지는데. 게다가 엘프이기까지 한다면.’


유리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자 길베르트는 안 되겠다 싶어 입을 열었다.


“그래도 네가 머더러즈였다는 게 들킨 건 아니잖아. 그러니 여태까지 생활한 거고.”

“그건 그렇지.”

“그러니 걱정 마. 내가 장담하는데 네가 작정하고 연기하면 아무도 모를걸?”


유리의 머릿속은 달랐다.


‘진짜 이종족이면 연기가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건 안심되네. 그것보다 저 녀석 얼마나 걸릴 것 같아?”


길베르트는 잠시 고민하다 검지를 펼쳐 보였다.


“하루도 안 걸려.”

“알았어. 그리고 나머지 5구도 확실히 살펴봐. 특수한 장비가 있는지도 살펴보고.”

“무슨 장비?”

“마나와 기척을 숨겨줘. 그리고 황도가 언제 만들어졌는지도 조사해봐. 시간 날 때 가지러 올게.”


이제 움직이려 했으나 길베르트가 불러세웠다.


“콜크한테도 간다 그랬지?”

“어. 문제 있어?”

“최근에 그쪽 분위기가 좀 어수선해.”

“무슨 일이라도 있어?”

“몇 일 전에 이상한 놈들이 그쪽을 덮쳤나 봐. 게다가 어떻게든 영역을 더 갈아먹으려고 해서 제대로 일을 못 하고 있거든. 그 덕에 콜크 녀석 이를 잔뜩 갈고 있을 거야.”

“참고할게. 그리고 여기는 들켰으니 청소 확실히 하고 이동해. 장소는 콜크한테 전령 보내서 알려주고.”


그 말을 끝으로 유리는 가게를 벗어났다.


“저러다 죽지는 않겠지?”


***


라이라의 집에 도착한 유리는 회귀 전과 마찬가지로 상황 설명을 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 앞으로의 행동, 부탁과 약속 등등.


“너는 술집에서 나온 나를 본 적이 없어. 그리고 해가 뜨고 난 이후에 검을 단장님께 전해.”


마지막으로 정신조작까지 마쳤다.

그리고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씻으러 갔다.

욕실에 비치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몹시 지저분했다.

피와 흙먼지로 더럽혀진 모습,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 지저분한 머리카락까지.


‘마리아가 봤으면 뭐라 했겠네.’


유리는 그 생각에 짙은 상실감을 느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찬물로 온몸을 말끔히 씻었다.

면도도 하고, 머리 손질도 하고.

그제야 어느 정도 사람다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빨리 가자.”


욕실에서 나온 후 물기를 닦고 옷을 꺼내 입었다.

그리고 로브를 두르고 곧장 단테의 집을 향해 움직였다.


‘가물가물하지만 대충 이쪽이었을 텐데.’


희미한 기억을 더듬으며 단테의 집으로 향했다.

추측일 뿐이지만 정말 이종족이라면 길ㄷ의 물건을 챙겨갔을 때 알아볼 위험성이 있기에 그쪽으로 가지는 않았다.

얼마 안 가 기억 속에 남아있는 집 한 채가 유리의 눈에 들어왔다.


‘단장님이 계셔야 할 텐데.’


유리는 문 앞으로 걸어가 노크를 했다.

문 너머에서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시죠?”

“단장님, 2부, 유리 리버스입니다.”

“잠시 대기.”

“알겠습니다.”


잠시 기다리고 있자 문을 열고 단테가 나타났다.


“이른 시간인데 죄송합니다.”

“괜찮다. 잠은 잘 못 자는 편이니까. 그보다 무슨 일이지.”

“혹시 잠깐 얘기 가능하십니까?”

“들어와라.”

“그럼 염치 불구하고. 감사합니다.”


단테에게 인사를 하고 유리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잠기는 소리도 같이 들려왔다.

곧이어 등 뒤에서 강한 살기를 느꼈다.

그래서 유리는 고개를 돌렸다.

한 자루의 검이 유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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