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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가문의 사생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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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CH글로벌
작품등록일 :
2024.05.22 12:32
최근연재일 :
2024.06.14 15:26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717
추천수 :
168
글자수 :
123,993

작성
24.06.11 12:31
조회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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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1쪽

위대한 가문의 사생아가 되었다 (22)

DUMMY

022. 위대한 가문의 사생아가 되었다



기대 이하인 등반자는 그 즉시 탑 밖으로 추방된다. 들어간 시점은 비슷해도 나오는 시점이 제각각인 이유다. 그러다 보니 일찌감치 떨어진 녀석들은 고개를 숙인 채 머쓱하게 자리를 피하고, E등급에 턱걸이라도 한 이들은 고개를 빳빳하게 세운 채 사람들의 시선을 즐긴다. 물론 자신보다 상위 등급이 나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겸손한 태도를 보이지만.


지이이이잉.


등반자가 나타나는 위치엔 마법진이 먼저 생성된다.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면 혼란이 생길 수 있기에 피할 시간도 줄 겸 소환 지점을 알리는 것이다. 마법진의 색깔을 각성 등급에 따라 달리해 기대감을 주는 용도도 있고.


- “어! 보, 보라색이다!”


- “보라색? 어디! 어디!”


들려온다. 아직 소환을 마치지 않았는데도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S등급의 등장에 흥분하는 목소리가.


아아, 이 해방감. 이 성취감. 죽음을 면하고 쐬는, E등급의 운명을 뒤바꾸고 쐬는 상쾌한 바깥바람이 코와 입으로 밀려들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2층에서 만난 좀비 떼보다 더 빠르고 경쟁적으로 모여든 기자들이 정신없이 플래시를 터뜨렸다.


- “자기소개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총대를 멘 한 기자가 모두의 궁금증을 대표로 질문했다.


“이준영입니다. 열여덟 살이고요.”


소환을 마친 마법진은 사라졌고, 내 몸에서 피어나는 보라색 오러만이 S등급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 “아직까진 유일한 S등급이신데 소감이 어떠십니까?”


기자의 질문으로 미루어 보아 예나를 비롯한 경쟁자들의 등급이 A 이하란 걸 알 수 있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등급이 나와서 기쁩니다.”


- “각성의 탑은 어떤 식으로 준비하셨습니까? 구체적인 학원명은 광고가 될 수 있으니 개인적인 루틴이나 층별 대처법 등에 대해 간단하게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독학으로 준비했습니다. 학원은 따로 등록한 적이 없고요.”


심 원장의 학원에 가 본 적은 있지만, 체력 테스트만 했을 뿐, 따로 등록을 하진 않았으니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


- “네?”


질문자를 비롯한 모든 취재진이 일순간 술렁였다.


- “사교육의 도움 없이 혼자서 모든 걸 준비하셨다는 말씀입니까?”


“네.”


연습용 탑도 체험만 했을 뿐 예나나 최 사부로부터 특별한 노하우를 배운 건 아니었기에 혼자서 극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예나 입장에서도 1년 내내 연습용 탑을 드나든 자신보다 고작 한 번 들어간 게 전부인 내가 더 좋은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을 테고.


- “······?!”


두 귀를 의심한 기자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수군대기 시작했다.


- “와아, 오랜만에 초대형 신인 하나 나왔네.”


- “그러게. 이름이랑 얼굴을 잘 기억해 둬야겠는데? 앞으로 인터뷰할 일이 많겠어.”


놀라워하는 사람들도 있고.


- “아니, 저게 독학으로 가능한 거였어? 오늘 온 명가 자식들도 최고가 A등급이잖아.”


- “S등급을 아슬아슬하게 달성했나? 안에서 얼마나 잘한 건지 알 수가 있어야지.”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고.


- “이준영 씨, 각층에서 어떤 활약을 하셨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구체적인 증거가 있으면 더 좋고요. 예를 들면, 보스몹의 코어처럼.”


보라색 오러보다 더한 증거는 없지만, 불쾌할 이유는 없다. 기자들은 층별 성취도를 통해 다른 S급과의 우열을 정하고 싶어 하고, 그건 나 또한 바라던 바니까.


“아, 증거요.”


인벤토리를 연 뒤 입수한 순서대로 기자들 앞에 공개했다.


“아시다시피 1층에선 보스가 따로 없었습니다. 이건 2층에서 리치를 잡고 얻은 코어고요.”


리치를 잡았다는 소식에 더 놀란 건 기자들이 아닌 도전자들이었다.


- “야, 들었어? 2층에서 리치를 잡았대.”


- “리치를? 코어 3개만 얻으면 되는데, 굳이 공동묘지까지 가서 리치를 잡았다고?”


- “간 게 문제가 아니라 잡은 게 미친 거지. 너 전에 학원 형들 말 못 들었어? 리치고 뭐고 좀비랑 해골 병사가 바닥에서 끝도 없이 나와서 접근할 수도 없다잖아. 무시하고 달려들어 봤자 저주 마법에 걸려서 바로 아웃이고.”


- “아니, 그럼 어떻게 잡은 거야? 랜덤 아이템을 로또급으로 맞았나?”


- “아무리 아이템이 좋아도 피지컬이 딸리면 못 버텨. 너도 해 봐서 알잖아. 2층에선 템빨로 비비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소문이 어찌나 빨리 퍼지는지 오러를 발산하는 이들이 삽시간에 기자들을 둘러쌌다. 자신들도 생생하게 경험했던 난관이라 더 큰 관심을 보인 것이다.


“그리고 이건 거대 박쥐의 코어입니다.”


물론 리치보단 거대 박쥐의 코어가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란 눈치였지만.


- “뭐? 거대 박쥐를 잡았다고? 난 20퍼센트 체력도 겨우 깎았는데?”


- “아니 그걸 어떻게 잡아? 스킬을 100퍼센트 적중시켜도 마나가 100밖에 없어서 50퍼센트도 힘들잖아.”


- “설마 황금 고블린을 잡았나? 그럼 마나 회복 포션으로 시전 횟수를 늘릴 수 있으니까.”


- “황금 고블린? 보스의 방이 코앞인데 그걸 구하러 뒤로 갔다고? 그러다 광산에서 미아 되면 보스도 못 보고 끝이잖아. 게다가 황금 고블린은 찾는 것보다 잡는 게 더 어려워서 쫓아갈 수도 없다는데.”


- “그것도 그렇지만, 설령 포션을 얻었다고 해도 그 정신 나간 패턴을 버틴 게 더 대단한 거 아니야? 위에선 날아들고 바닥에선 찍어대고, 심지어 멀리 있을 땐 초음파로 공격하잖아. 일단 접근 자체가 안 돼. 치고 빠지는 걸 붙잡아 둘 수도 없고.”


- “리치를 잡은 게 우연이 아니었네. 지금까지 나온 S급 중에 박쥐를 잡았다는 애들은 거의 못 본 거 같은데.”


- “당연하지. 죽이라고 만든 보스가 아닌데.”


같은 거대 박쥐라도 탑에서 잡은 거대 박쥐의 코어는 그 희소성이 어마어마했다. 큰돈이 되는 건 아니지만, 올림픽 메달의 가치가 재룟값이 아닌 상징성으로 기억되듯 3층 보스몹의 코어 또한 S등급의 우열을 가리는 재능의 척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것도 3층에서 얻은 황금 고블린의 코어고요.”


리치와 거대 박쥐의 코어를 집어넣고 황금 고블린의 코어를 꺼내 들었다.


- “맞네. 황금 고블린 잡은 거.”


- “어쩐지 마나 100으로는 절대 100퍼센트를 못 깎지.”


갸웃하던 도전자들이 그제야 이해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사실 4개가 더 있는데, 어차피 중복이라 하나만 꺼낸 겁니다.”


물론 그러한 고갯짓이 멈추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 “뭐야, 그럼 다섯 마리나 잡았다는 거야? 그 빠른 황금 고블린을?”


- “아니, 잡는 건 고사하고, 그 복잡한 광산에서 어떻게 다섯 마리를 찾아내? 뭐 미니맵이나 내비게이션이라도 있나?”


- “야, 쟤 독학했다는 거 거짓말 아니야?”


- “근데 황금 고블린이 있다는 건 커뮤니티만 뒤져 봐도 알잖아. 명가나 학원에서 광산 지도를 제작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도 없고.”


그렇다. 난 게임 중에 제공되는 지도를 바탕으로 황금 고블린의 출몰 지역을 외우고 있었다. 앞으로 플레이할 핵심 게이트의 내부 지리도 빠삭하게 알고 있고.


“마지막으로 이건 5층에서 얻은 스톤 골렘의 코어입니다.”


- “이준영 씨, 그럼 탑에 존재하는 세 마리의 보스몹을 모두 잡았다는 말씀입니까? 등반자들은 그걸 그랜드 슬램이라 부르던데요?”


“그런 용어가 있다는 건 몰랐지만, 쉽지 않은 기록이라 하니 기분은 좋네요.”


손에 든 코어를 도로 수납한 뒤 다음 질문을 받았다.


- “부모님께서 상당히 기뻐하실 것 같은데, 가족분들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가족처럼 돌봐주신 원장님께선 오셨지만, 제가 보육원 출신이라 부모님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다 보니 질문을 한 기자나 듣고 있던 사람들 모두 리액션이 고장 난 얼굴이었다.


- “아, 그러시군요. 독학으로 탑을 준비하셨다고 해서 좀 의아했는데,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내신 그 재능과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내 의도대로 단점이라 여겨지던 지난날이 지금의 성공 신화를 더욱 빛나게 하는 인간 승리의 사례로 승화됐다.


- “이준영 씨, 직업은 어떤 걸로 정하셨습니까?”


“검사를 선택했습니다.”


이자윤의 관심을 얻고, 태산이씨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선 검을 들기로 한 결심을 공개적으로 어필해야 했다.


***


기자들이 물러간 자리는 스카우터들이 차지했다.


- “안녕하세요, 이준영 씨. 명성 길드에서 나왔습니다.”


- “이준영 씨, 저희는 불사조 길드라고 합니다. 대한민국 5대 길드. 자주 들어보셨죠?”


- “이준영 씨, 길드의 규모 말고, 계약 조건과 앞으로의 잠재력을 봐주세요. 저희 EX 길드에선 신입 헌터가 받을 수 없는 업계 최고 대우로 모시겠습니다.”


어찌나 사방에서 명함을 들이미는지 스카우터의 얼굴을 눈에 바를 시간조차 없었다.


“네, 감사합니다. 한번 고민해 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다수의 제안을 받은 상태에서 최대한 선택을 미뤄야 몸값이 상승한다. 특정 길드를 암시하는 순간 경쟁도 그치고, 화제성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굳이 명함을 돌리지 않아도 알아서 인재들이 모인다는 태산 길드가 자존심을 꺾고 만족스러운 제안을 할 때까지.


- “야, 쟤 우리 뒤에 있던 애 아니야? 아까 신분 확인할 때.”


- “어! 맞는 거 같아.”


예나를 쳐다봤던 녀석 둘이 스카우터들의 어깨 너머로 날 부러운 듯이 쳐다보고 있다. 한 명은 노란색 오러, 다른 한 명은 각성 실패.


- “와아, 굇수 중의 굇수를 코앞, 아니, 뒤통수에 두고도 못 알아봤네.”


- “그러게. 정작 태산이씨 딸은 A등급이 나왔던데.”


- “천하의 태산이씨가 제대로 망신을 당했네. 원래 S급이 뜨면 나머진 다 들러리잖아.”


- “기자나 스카우터나 누가 주인공인지 귀신같이 아니까. 봐봐. 5대 길드고 뭐고 서로 명함을 못 줘서 난리잖아.”


- “진짜 승자독식이 따로 없네. 난 딸랑 좋소 길드 명함 하나 받았는데.”


- “야, 넌 각성이라도 했지. 난 내일부터 다시 취업 준비해야 돼.”


역시 예나는 게임에서와 마찬가지로 A등급인 게 확실해졌다. 물론 진짜 확인하고 싶은 정보는 따로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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