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가문의 사생아가 되었다

위대한 가문의 사생아가 되었다 (20)

020. 위대한 가문의 사생아가 되었다

키에에에-!

나와 눈이 마주친 황금 고블린이 부리나케 도망친다. 초록색 피부에 공격적인 고블린과 달리 피부색도 노랗고 무기도 없다. 게임에선 보통 좋은 아이템을 떨구는 녀석을 황금 고블린이라 하는데, 여기선 스킬의 사용 횟수를 늘릴 수 있는 마나 회복 물약을 얻을 수 있다.

[스킬 『집착의 손아귀』가 발동하였습니다.]

지능 수치가 높으면 무기의 숙련도와 더불어 스킬의 적응력도 올라간다. 스킬의 실패 확률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마나 5가 소모되었습니다.]

10미터 이상 거리가 벌어지기 전에 황금 고블린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견인 대상으로 지정했다.

키이익?!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도움을 청하려던 황금 고블린이 목줄에 걸린 소리를 냈다.

키긱! 킥! 킥!

뒤꿈치를 브레이크처럼 끌며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다. 대상에 따라 효과가 제한되긴 하지만, 황금 고블린 정도는 예외에 해당하지 않으니까.

슈왕.

녀석이 공격 범위 안으로 들어왔을 때 검을 휘둘렀다.

키엑!

검에 베인 황금 고블린이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고꾸라졌다.

철퍼덕.

[새로운 아이템(마나 회복 물약)을 입수하였습니다.]

[「코어」를 획득하였습니다.]

녀석이 허리춤에 차고 가죽 주머니에서 포션을 꺼냈다. 갈라진 사체의 틈에선 황금 고블린의 희소한 코어를 꺼냈고.

- MP: 75/100

남은 마나의 양은 75. 집착의 손아귀를 다섯 번 사용한 결과다. 덕분에 마나 회복 포션을 다섯 개나 확보했지만.

[새로운 「칭호」 『금맥 탐지기』를 획득하였습니다.]

황금 고블린을 5마리 이상 잡았을 때 뜨는 칭호다.

[「행운」 수치가 증가(+3)하였습니다.]

이제 보스의 방으로 돌아가 나머지 스킬을 사용하면 그만이다.

***

보스의 방은 천장이 아주 높았다. 경비행기 크기의 박쥐 몬스터가 거꾸로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끼이이이-!

찢어지는 울음소리가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퍼드덕퍼드덕.

침입자를 인지한 거대 박쥐가 천장에서 떨어져 정신없이 날아다녔다. 녀석의 공격 패턴은 크게 3가지. 갑자기 날아들어 이빨로 물어뜯거나, 날개 위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발톱으로 찍어버리거나, 상태 이상을 유발하는 초음파 공격을 하거나.

문제는 패턴을 안다 해도 언제 어떻게 공격할지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공중에서 하도 요리조리 움직이다 보니 스킬을 써도 빗나가는 경우가 많고.

탑이 선심을 쓰듯 20퍼센트의 체력만 깎으라고 한 결정적인 이유다.

물론 얍삽하게 치고 빠지는 녀석을 집착의 손아귀로 끌어당긴 뒤 맹독 베기로 공격하면, 그 이상의 성과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끼이이이-!

시끄럽게 울어대던 거대 박쥐가 매서운 속도로 날아든다. 방패가 있지만, 저 크기와 속도로 들이받으면 당해낼 재간이 없기에 일단은 회피하는 게 상책이다. 흡!

최대한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옆으로 몸을 날렸다. 너무 일찍 피하면 방향을 틀 수 있기 때문이다.

퍼드덕퍼드덕.

물고기 사냥에 실패한 새가 수면을 스치며 비상하듯 허탕을 친 거대 박쥐가 천장으로 날아오르려 했다.

[스킬 『집착의 손아귀』가 발동하였습니다.]

녀석이 멀리 달아나기 전에 견인 대상으로 지목했다.

끼이?!

됐다. 예외 대상에 속하지 않은 거대 박쥐가 강한 중력에 끌리듯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쿵!

지금이다.

[스킬 『맹독 베기』가 발동하였습니다.]

[마나 20이 소모되었습니다.]

거대 박쥐의 커다란 날개 일부를 검으로 베어버렸다.

[공격받은 대상이 20초간 상태 이상(맹독)에 빠집니다.]

[00:00:20]

끼이이이-!

괴로워하던 박쥐가 도망치듯 날아올랐다. 집착의 손아귀엔 10초의 쿨타임이 있어 연속으로 끌어내리기엔 무리가 있지만, 도망치는 와중에도 도트 대미지가 들어가기에 한 번의 공격으로 다섯 번을 벤 효과가 있었다.

[상태 이상이 지속되는 동안 최초 대미지의 20%에 해당하는 피해가 1초마다 들어갑니다.]

한쪽 날개에 상처를 입은 데다 맹독까지 퍼지다 보니 균형 있는 비행이 불가능했다.

- MP: 50/100

마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집착의 손아귀와 맹독 베기의 조합이 25 마나를 사용하니 정확히 두 번 더 대미지를 입힐 수 있다.

[00:00:00]

[상태 이상(맹독)의 지속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도트 대미지 효과가 종료됩니다.]

[보스 몬스터의 체력이 20% 줄어들었습니다.]

스킬 한 번에 목표치를 달성했다. 이제 4번만 더 패턴을 반복하면 된다. 도트 대미지 덕분에 시행 횟수를 줄인 것이다. 물론 갈수록 저항이 거세지겠지만, 보스의 체력을 60%까지 줄인 다음에 물약을 마시면, 무난하게 4층으로 넘어갈 수 있다.

***

결국 생명력이 다한 보스몹이 바닥에 쓰러졌다.

쿵!

[보스 몬스터의 체력이 100% 줄어들었습니다.]

반가운 메시지와 함께 보상이 이어졌다.

[「경험치」를 획득(+1500)하였습니다.]

죽이라고 만든 보스가 아니다 보니 만족스러운 경험치가 주어졌다.

[레벨이 상승(Lv.9)하였습니다.]

[HP가 증가(+200)하였습니다.]

[분배 가능 포인트(+100)가 주어집니다.]

[레벨이 상승(Lv.10)하였습니다.]

[HP가 증가(+230)하였습니다.]

[분배 가능 포인트(+130)가 주어집니다.]

레벨도 무려 두 계단이나 상승했다.

[「코어」를 획득하였습니다.]

거대 박쥐의 코어는 전리품으로 챙겼다. 잡몹들의 코어는 등급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포인트로 환산되지만, 리치, 황금 고블린, 거대 박쥐처럼 희소하거나 보스의 몸에서 나온 코어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3층에서 생존 중인 유일한 등반자가 되었습니다.]

[보스 몬스터의 체력을 20% 이상 줄였습니다.]

[4층에 진입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였습니다.]

세 번째 시련도 무사히 끝마쳤다.

[숨겨진 과제를 달성해 추가 보상이 발생하였습니다.]

[가장 많은 수의 황금 고블린을 사냥하였습니다.]

[보상으로 10포인트가 주어집니다.]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습니다.]

[보상으로 15포인트가 주어집니다.]

[최장 시간 생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15포인트가 주어집니다.]

[스킬의 사용 횟수가 가장 많은 등반자가 되었습니다.]

[보상으로 20포인트가 주어집니다.]

[보스 몬스터(거대 박쥐)를 제거하였습니다.]

[보상으로 30포인트가 주어집니다.]

다음 관문은 마의 4층. 고득점이 어려운 구간인 만큼 3층에서 받은 포인트 전부를 정신력과 방어력에 투자했다.

***

[각성의 탑 『4층』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4층은 10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방의 주제는 5개의 상태 이상과 5개의 속성 공격이며, 입장 순서를 정하는 건 등반자의 의지다. 단, 순서를 정할 수 있을 뿐, 거부할 수 있는 방은 하나도 없지만.

[5가지 상태 이상과 5가지 속성 공격을 최대한 버티시오.]

[2개 이상의 상태 이상과 2개 이상의 속성 공격을 버텨 마지막 층에 도전하세요.]

다섯 개 중 두 개면 무리한 기준이 아니지만, 정신력과 방어력의 도움 없이는 버티는 게 쉽지 않다. 물론 3층까지 받은 포인트로 뒤늦게 대비할 순 있지만, 두 개까진 어찌어찌 극복한다 해도 좋은 점수를 얻으려면 탑에 들어오기 전부터 스탯 관리를 해야 한다. 지유의 말대로 괜히 최다 포기 구간이 아니니까.

[단, 기대 이하인 등반자는 그 즉시 추방됩니다.]

이지에서 노멀 모드로 넘어가면 종류가 유지되는 대신 강도가 세진다. 마치 온탕이 열탕으로 변하는 것처럼.

【불】 【물】 【바람】 【전기】 【얼음】

원형으로 이루어진 로비 중앙에서 시계 방향으로 돌며 방의 이름을 훑어봤다. 역시나 만만한 방은 없다.

【맹독】 【공포】 【마비】 【저주】 【환각】

참고로 이곳에선 맨몸으로 도전이 이루어진다. 메두사의 원형 방패에 속성 공격 대미지를 감소시키는 특성이 붙어 있어도 꺼내 들 수 없고, 지금은 없지만, 리치의 저주에서 벗어날 때처럼 특수한 물약을 섭취할 수도 없다. 칭호, 스킬, 방어구, 포션 등의 도움 없이 오직 정신력과 방어력으로만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다.

【전기】

정신도 바짝 차릴 겸 전격 속성을 다루는 방에 들어섰다.

콰과과광!

문을 열자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비바람을 동반한 천둥 번개가 쉴 새 없이 지면으로 내리치는 이름 모를 초원. 하늘은 깜깜했지만, 마치 수명을 다한 전구처럼 주기적으로 번쩍였다.

[속성 공격(전기)에 대한 저항력을 시험합니다.]

공격은 단 한 번이며, 정신을 잃거나 죽어버리면 온전히 치유된 상태로 로비에서 눈을 뜨게 된다. 때문에 두 발이든 네발이든 내 힘으로 문을 열고 나가야 버틴 것으로 인정된다. 물론 네발로 기어나가는 것보단 두 발로 걸어 나가는 게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번쩍!

주위가 환하게 밝아지더니 이내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나며 벼락이 내리쳤다.

콰과과광!

“컥!”

괴롭다. 살면서 이런 고통을 겪은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괴롭다. 비명조차 지를 수 없다. 선 채로 굳어버린 사지가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기분이다.

[‘정신력’ 수치가 속성 공격(전기)의 피해를 일정 부분 완화하였습니다.]

[‘방어력’ 수치가 속성 공격(전기)의 피해를 일정 부분 완화하였습니다.]

그래도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정신줄을 붙잡았다는 증거다. 스탯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인내심이다.

[속성 공격(전기)에 대한 저항력이 확인되었습니다.]

[로비로 돌아가 남은 방에 도전하세요.]

됐다. 성공을 알리는 탑의 메시지가 떴다. 크윽. 꼴이 말이 아니지만, 저 문만 열고 나가면 온전히 회복될 수 있다.

덜컥.

최대한 무릎을 굽히지 않은 채 가까스로 문을 열었다.

[상처가 치유되었습니다.]

거짓말처럼 고통의 여운이 가셨다. 후우. 다른 방에 들어가는 게 살짝 꺼려지지만, 추가 보상으로 면역이나 저항을 얻으려면 우수한 점수로 마의 4층을 돌파해야 한다.

【맹독】

따라서 지금은 그 어떤 맹독보다 더 독해져야 한다.

***

덜컥.

“끄아하아.”

마지막 10번째 방을 필사적으로 뛰쳐나왔다.

[상처가 치유되었습니다.]

드디어 보상의 시간이다.

[2개 이상의 상태 이상과 2개 이상의 속성 공격을 버텼습니다.]

[마지막 층에 진입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였습니다.]

[숨겨진 과제를 달성해 추가 보상이 발생하였습니다.]

[가장 많은 시련을 버틴 등반자가 되었습니다.]

[보상으로 50포인트가 주어집니다.]

[다섯 종의 상태 이상을 모두 인내했습니다.]

[보상으로 50포인트가 주어집니다.]

[다섯 종의 속성 공격을 모두 인내했습니다.]

[보상으로 50포인트가 주어집니다.]

열 번 다 죽다 살아나서 그런지 포인트가 아주 후하다.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 숨겨진 보상이 발생하였습니다.]

나왔다!

[상태 이상에 대한 ‘면역’이 예외적으로 주어집니다.]

[속성 공격에 대한 ‘저항’이 예외적으로 주어집니다.]

[행운 수치가 ‘랜덤 확률’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행운 수치가 ‘보상의 개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뭐? 개수에도 영향을 미쳤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