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83,823
추천수 :
1,578
글자수 :
409,810

작성
24.05.18 23:58
조회
451
추천
17
글자
11쪽

51화 제왕검형(帝王劍形)

DUMMY

검절(劍絶)


안휘에 남궁세가에 쌍절이 있으리.


강호에 돌아다니는 남궁세가에 대한 풍문 중 하나였다. 남궁세가의 젊은 고수들 중 으뜸이라고 칭해지는 쌍절 중의 하나. 그것이 검절(劍絶) 남궁욱(南宮旭)이었다.


“숙부님.”


목소리가 울렸다. 조금 전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곳이라는 것을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청각으로 알아차렸다.


십장 밖에서 흐릿하게 보이던 그림자가 휘적휘적 움직이며 금새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남궁무는 가슴을 움켜잡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경맥이 들끓어서 거동은 불편하지만 그 정도의 턱짓은 할 수 있는 정도였다.


“휴우...다행이군요.”


남궁욱은 남궁무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진기를 주입했다.


부우우우욱!


“자, 그럼 그대들의 이름은?”


다른 이에게 내공을 주입하면서 입에는 여전히 내공을 실어 말하고 있었다. 기를 다루는데 아주 능숙하다는 증거였다.


두 가지의 기예를 동시에 펼치는 것을 본 용운휘의 일행들은 모두 그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용운휘.”


“...용운휘?”


남궁욱은 짤막하게 들은 이름을 거론했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근래에 들어본 이름이군. 분명 산서에서 소문난 젊은 친구라고 들었는데. 그래서 본가에 검을 들이댄 이유는?”


“...이거야 원. 누가 누구에게 검을 뽑았는지 모르겠군.”


용운휘의 빈정거림을 들은 남궁욱은 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이 쪽에서 먼저 검을 뽑았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길가다 마주친 자들을 모두 붙잡아 세울 수 있는 곳인가? 남궁세가라는 곳은?”


“...그대들이 여기에 온 이유는?”


“일월신교를 찾기 위해.”


“...”


뜻밖의 대답에 남궁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동시에 남궁욱의 내상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을 느끼고 그에게서 손을 떼었다.


“일월신교라면 그...야채만을 먹도록 전도한다는 끽채교의 다른 이름으로 기억하는데...허나 그 말이 사실이라는 증거는?”


“그 말을 그대로 돌려주지. 그 쪽이 그 남궁세가라는 증거는?”


남궁욱의 말이 잠시 막혔다. 그로서는 이런 식의 말꼬리 잡기는 겪은 적이 없기에 잠시 당황한 탓이었다. 평소에 주로 세가나 격식 있는 무인들만을 만나는 그가 어찌 이런 식의 화법을 겪어보았겠는가.


“산서의 검광경천이라는 이름은 그 화술로 얻은 것인가 보군.”


드물게 비꼬는 것으로 대답한 남궁욱. 그로서는 흔치 않은 감정에 사로잡힌 탓이었다.


“쯧.”


허나 용운휘는 용운휘대로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계속해서 시비가 걸려오니 인간이라면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 잘난 세가의 명성을 이용해 찍어 누르려 하는 그들의 태도에 속박이나 억압 따위를 싫어하는 용운휘로선 더욱더 그러했다.


“가타부타 말만으로 끝낼 생각은 애초에 없었잖아? 재지 말고 검이나 뽑지?”


남궁욱은 천천히 검을 꺼내들었다.


“후회하지 말길 바라네.”


“후회 따위는...-”


용운휘의 신형이 앞으로 쇄도했다.


“그쪽이나 하라고!!!”


챙!


접근하며 뽑아든 용운휘의 검이 남궁욱의 검과 부딪쳤다. 진정한 고수들은 한 합을 나누는 것만으로 상대의 실력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한다. 양 측의 두 명의 머릿속에 동시에 떠오른 것은 상대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양 측 다 절정의 고수인데다 양측의 실력 차는 미미한 차였다.


남궁욱은 바로 근처에 있던 남궁무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것을 본 용운휘가 입을 열었다.


“안심해, 저 쪽에 피해는 가지 않도록 해줄 테니까. 핫!”


용운휘가 청룡탐조를 거칠게 펼쳐 남궁욱을 쭈르륵 밀어냈다.


“큿!”


거세게 날아드는 검초를 막던 남궁욱의 신형이 주르륵 밀려났다. 검압에 밀려날 때도 있었고 검을 피하기 위해 물러나던 순간도 있었다.


용운휘가 상대방의 반응을 그대로 예측하고 검을 뿌린 것이다. 강적들과의 연이은 싸움 속에서 그가 얻은 경험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자. 이제 걸리적거리는 것은 없겠지?”


싸움이 시작된 곳에서 오장이 넘는 거리까지 이동한 용운휘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와 반대로 남궁욱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둘의 차이는 달리 말하면 언제나 격식 있는 비무만을 겪으며 무공을 닦아온 자와 밑바닥에서부터 수없이 목숨을 거는 싸움을 해온 자의 차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싸움은 무공의 고하를 가늠하기 이전에 이미 승패나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남궁욱은 당황해 제 실력을 펼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껏 비무에서는 경험해본 적 없는 강렬한 검세의 검초와 자신감이 넘치는 용운휘의 모습에 남궁욱은 마음과 기세에서 지고 있었다.


마음과 기세에서 밀리면 당연히 펼치는 초식에도 영향을 주는 법.


남궁욱과 검을 맞대고 있는 용운휘가 가장 먼저 그것을 알아차렸다.


‘뭐야 이거.’


남궁욱이 펼치는 초식은 분명 명가의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지켜본 삼류들의 검법과는 확실히 다른 것이 왜 남궁세가가 명문인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검법이라는 것 외에 용운휘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가슴이 떨려오는 강렬함도, 손발이 차가워지는 공포도 느껴지질 않았다. 그저 알맹이 없는 검을 배운 그대로 펼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용운휘는 승부를 오래 끌 생각은 없었다.


용운휘는 순식간에 연환 초식을 펼쳐 남궁욱의 방어를 무너트리기 시작했다. 교묘한 변화를 포함한 변초가 연거푸 펼쳐지자 남궁욱은 서둘러 천뢰중검의 방어 초식을 펼쳤다.


용운휘의 검 끝이 남궁욱의 목을 노리고 찔러 들어왔다. 목은 인체의 가장 중요한 급소 중 하나. 남궁욱이 반사적으로 검을 움직였다. 그 순간 목을 노렸던 검이 순간적으로 변화를 일으켰다. 갑작스럽게 선회한 검끝이 한 바퀴를 빙글 돌더니 남궁욱의 손을 노렸다.


“크으으읍!!”


예상치 못한 변화에 남궁욱이 급하게 전신의 경맥을 개방해 내공을 급히 운용했다.


부우우우우웅!


‘이...건?’


용운휘는 상대방의 전신에서 기를 뿜어내는 것을 느낀 그 순간 시간이 느려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아니군.’


세상이 느려지는 것은 한순간의 착각이었다. 세상이 느려진 것이 아니라 몸과 검이 무거워진 탓이었다.


“...재미있군.”


용운휘는 깨달았다. 이런 재주가 가능한 것은 분명 상대가 의념을 얻었기 때문이고 그 의념의 방향에 따라 이런 결과로 나왔다는 것을.


“후우...후우.”


용운휘의 검이 한순간 느려지는 순간 검에서 손을 뗀 남궁욱은 다른 손으로 검을 잡아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하지만 급하게 펼치는 것만으로 한계에 도달했는지 그의 상태는 누가 보아도 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심각했다.


주르르륵.


그의 입가에서 한줄기 선혈이 흘러나왔다.


“이제야 좀 재미있군. 그래서?”


용운휘가 갑작스레 묻자 남궁욱이 당황했다. 그래서라니? 뭐가 그래서란 말인가? 일촉즉발의 상황에 갑자기 말을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한 남궁욱이 의아한 눈치로 용운휘를 쳐다보았다.


“이걸 역장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결계? 어쨌든 이런 걸 펼쳤으면 분명 뭔가 더 있을 거 아냐. 더 꺼내보지 그래? 더 재미없어지기 전에.”


뿌득.


남궁욱이 이를 악물었다. 상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거슬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급하게 내기를 끌어올리느라 더 이상의 여력은 남아있지 않았지만 이대로는 끝낼 수 없었다. 대 남궁세가의 후예로서. 남궁세가의 무인으로서. 상대를 이겨야만 했다.


다시 한번 이를 악문 남궁욱이 기를 더 끌어올렸다.


부우우우웅!


검에 실린 기가 점점 검 끝으로 모였다.


‘굉장한 집중이군. 기의 밀집도가 장난이 아니야.’


남궁욱이 만들려 하고 있는 것은 검강이었다. 지금의 그가 펼칠 수 있는 기예는 아니었지만 그는 이미 무인으로서의 목숨을 걸고 있었다.


용운휘는 상대방이 기를 끌어 모으는 지금 친다면 확실하게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기다리고 있었다. 상대방의 밑바닥을 보려 하는 것은 무인들의 흔한 습성. 더군다나 자신이 아직 펼치지 못하는 검강을 이렇게 천천히 볼 수 있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선 기회나 다름 없었다.


기의 밀집도가 낮아 검기밖에 되지 못했던 것이 점점 한데 모여 덩어리를 형성해갔다.


“검...강..”


지켜보고 있던 이들도 눈으로 보고 나서야 남궁욱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이해했다. 심상치 않은 기세이긴 했지만 설마 검강을 저런 식으로 발현할 줄이야.


악령화는 지금이라도 사제가 공격하기를 바랐지만 그저 자신의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죽다 살아난 사제는 결코 물러서지도 않을뿐더러 무공광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마치 얻지 못한 무언가를 갈구하듯이 말이다.


‘아니 저것이야말로 예전의 사제가 원했던 모습일지도...’


악령화는 여러 상념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상황을 주시했다.


“위험할지도 모르겠군.”


잠자코 지켜보던 진광혼이 입을 열었다.


“위험은 무슨.”


곽지성은 턱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게 쉽게 볼일이 아니야. 강기라는 것은...”


진광혼이 말을 멈춘 것은 말이 거기서 끝났기 때문이 아니었다. 떠올랐기 때문이다. 용운휘가 검기로 하후악의 편강을 꺾었던 것을.


“저런 몸으로 펼치는 검강이든 검기든 그게 무슨 문제야? 저런 식으로 기를 쓰다가는 제 놈이 알아서 쓰러질 텐데.”


곽지성이 말하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명검이 손에 들려있다 한들 그것을 맞추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는 것이기에.


“후우우우우.”


남궁욱이 마침내 만들어진 검강을 용운휘에게 겨누었다.


“고...맙다고 해야...되나? 기다려주어서.”


남궁욱은 들끓는 기혈을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기에 말을 더듬고 있었다. 힘이 달린다는 증거였다.


“아니. 내가 기다리고 싶었을 뿐이니까. 이제 됐겠지?”

“...패배...는 생각지도 않는군...그것이 자신인가...자만인가는 곧 알게 되겠지.”


용운휘는 말은 필요 없다는 듯이 검을 휘리릭 움직이며 남궁욱을 향해 겨누었다. 그 순간 남궁욱이 움직였다.


지금 펼쳐진 기의 결계, 기권(氣圈)은 남궁세가의 비기라 불리는 기예였다.


제왕검형(帝王劍形)


남궁세가의 비기라고도 불리는 제왕검형 속에서의 격돌.


용운휘는 자신이 움직이자마자 결계에서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거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수로는 무리군.’


그렇게 느낀 용운휘가 연거푸 초식을 퍼부었다. 눈부신 검광들이 한줄기 선명한 검강에 그대로 충돌했다.


파바바바밧!


수많은 검광이 그대로 흩어져 사라져갔다. 용운휘가 간과한 것은 하후악과 싸우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상대의 결계 속이라는 점이었다.


자신의 속도는 물론 자신의 기와 의념까지 약화되고 있어 그의 검광은 허무하게 사라져갔다. 용운휘의 손이 한층 더 빨라졌다.


연환된 초식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질이 아니라 양으로 이기겠다는 듯이 검광이 계속 두드렸고 마침내 검기로 덮인 검과 검강으로 덮인 검의 충돌이었다.


콰와와와아앙!


천지개벽을 방불케 하는 충돌음이 장내를 뒤흔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51화 제왕검형(帝王劍形) +2 24.05.18 452 17 11쪽
50 50화 남궁세가 +5 24.05.17 476 14 11쪽
49 49화 팽호 +1 24.05.16 499 16 11쪽
48 48화 황산으로 +1 24.05.13 564 14 13쪽
47 47화 십이사도의 죽음 +1 24.05.11 568 16 11쪽
46 46화 십이사도 +1 24.05.10 563 15 12쪽
45 45화 끽채교의 정체 +1 24.05.09 630 15 11쪽
44 44화 파리 날리는 객잔 +1 24.05.06 758 16 11쪽
43 43화 강호는 넓다 +1 24.05.05 822 17 11쪽
42 42화 소중유도 강찬운(수정) +1 24.05.02 800 18 12쪽
41 41화 칠대악인의 제자 +3 24.05.01 827 20 11쪽
40 40화 곡예단 +1 24.04.29 849 23 11쪽
39 39화 악인촌(수정) +1 24.04.27 913 21 11쪽
38 38화 복수 +1 24.04.26 970 19 11쪽
37 37화 귀검문의 최후 +1 24.04.23 1,040 22 12쪽
36 36화 재회 +1 24.04.22 1,039 18 11쪽
35 35화 살수 +1 24.04.21 1,020 18 11쪽
34 34화 강호인들의 도전 +1 24.04.20 1,048 19 11쪽
33 33화 영육쌍전(靈肉雙全) +1 24.04.17 1,164 18 11쪽
32 32화 다른 풍경이었다. 하지만... +2 24.04.16 1,173 17 11쪽
31 31화 승부의 끝 +4 24.04.15 1,149 23 12쪽
30 30화 의기충천(意氣衝天) +2 24.04.14 1,088 23 12쪽
29 29화 격전 +2 24.04.12 1,105 19 11쪽
28 28화 탈혼악경(奪魂樂經) +2 24.04.11 1,168 21 13쪽
27 27화 습격 +3 24.04.10 1,103 21 12쪽
26 26화 탈각 +2 24.04.09 1,172 20 11쪽
25 25화 모용교 +4 24.04.07 1,201 24 11쪽
24 24화 결착 +4 24.04.07 1,195 24 11쪽
23 23화 재격돌 +3 24.04.05 1,247 24 13쪽
22 22화 투귀 곽지성 +5 24.04.04 1,280 2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