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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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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44
추천수 :
1,578
글자수 :
409,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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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9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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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0화 곡예단

DUMMY

한없이 심각한 진광혼과 모용교였지만, 용운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어찌보면 이것이 그들과 용운휘의 차이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부분이기도 했다. 의기충천이란 결국 마음, 즉 의지로 자신의 바라는 바를 성취하는 경지이기도 하다.

그 경지에 달한 용운휘가 닥치지도 않은 지금 악인촌을 두려워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벽력일무문의 제자 된 자로서 사숙에게도 말을 안 할 순 없었다. 용운휘의 이야기를 들은 놀라 한순간 말을 잊을 정도였다. 허나 그의 뒤를 은밀히 따라다니는 장순명을 보니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허...칠대악인이라고?’


나이 많은 곽맹 또한 그들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다. 강호의 그 누구도 그들과는 정면에서 싸우려 하지 않는 무법자들.


곽맹은 자신의 사질을 애달픈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죽다 살아난 마당에 하필이면...’


하후악에 이어 악인촌의 칠대악인이라니. 곽맹은 하늘을 보며 한탄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바로 기별을 벽력일무문에 보냈다.


며칠 되지 않아 몇 명의 사람이 객잔으로 내려왔다. 악령화, 백노경, 왕교운 이었다. 다른 이들에 비해 비교적 성취가 빠른 세 사람만이 용운휘를 돕기 위해 내려온 것이다.


“사제.”


“사저.”


악령화는 성취가 제법 있었는지 눈에 기광을 띠고 있었다.


“몸에 아무 일 없지?”


척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녀로서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가족처럼 지내온 자신의 사제와 이렇게 떨어져 있던 적은 처음이었기에. 하물며 그런 사제를 노리는 악인들까지 있는 마당이었다.


“안심해. 내가 쓰러지기 전에 누구도 사제를 상처 입히게 만들진 않을 테니까.”


마문일세와의 일전에서 그저 손 놓고 자신의 사제를 바라보기만 해야 했던 기억은 그녀에게 있어 아픈 상처이기도 했다. 그녀는 지난 몇 달을 침식을 거른 채 새 운기법과 수련에 매진했고, 자신이 목표로 했던 성취를 도달하고 나서야 내려온 그녀였기에 의지가 결연했다.


무림인으로서도, 여자로서도, 대사저로서도 결코 용운휘를 내버려 둘 수 없는 그녀였다.


“형님께서는 안심하세요. 저도 있으니 말이죠.”


옆에서 사형제간의 해후를 바라보던 모용교가 입을 열었다.


“...여전하시군요 선배님은.”


악령화가 냉소 지으며 말했다.


“말씀은 편히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지 않나요? 형님.”


둘 사이의 기묘한 압력이 무섭게 휘몰아쳤다. 그것을 견디지 못한 백노경이 용운휘를 잡고 객잔에서 빠져나왔다.


“휘유. 저러다 누구 하나 죽지 죽어.”


“...”


“오랜만이다 사제.”

“아아. 오랜만이오. 사형.”


“그나저나 저 양반들 골치 아프구나.”


“내가 할 말이오.”


“쯧. 사람이 너무 잘나도 못쓰는 법이라더니.”


“...그게 사제에게 할 소리요?”


용운휘가 살짝 노기를 드러내자 백노경이 넉살좋게 대꾸했다.


“사제니까 이런 말도 하는 것이지. 그래 네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은 누구냐.”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소. 기억을 잃고 정신없이 지내온 내가 그럴 틈이 어디 있었겠소.”


“역시 여자를 겪어보지 못한 탓인가? 좋아. 이 사형이 인심 좀 쓰지. 기루라도 한 번 가보면 너도 여심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게다.”


“저질!!!”


손교아가 빽 소리를 지르자 백노경이 귀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어...사매도 따라 나왔나?”


“그게 사형이 되어가지고 사제에게 할 소리에요?”


“아니 남자가 자신을 향한 여자 정리도 못하고 있는데 당연히 가르쳐야지. 여자들의 시기심이란 무서운 거라고. 사매. 저러다 칼부림이라도 나면 누가 책임질 수 있는데?”


“그러는 사형이야말로 정인이 있어보기는 했어요? 아니 우리 사형제 말고는 제대로 말도 못붙일 주제에.”


“...”


그녀의 일침에 백노경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오랜만이야 사제.”


손교아가 자못 살가운 태도로 용운휘에게 인사했다.


“아...손 사저.”


용운휘는 그녀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 비무였기에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엉거주춤했다.


“뭐야. 천하의 하후악을 쓰러트린 남자가. 쿡.”


그녀는 용운휘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푹 찌르고는 몸의 방향을 다시 뒤로 돌렸다.


“이제 와서 사제에 대해 해묵은 감정 따윈 없으니까. 그건 본문의 누구나가 마찬가지일거야. 굳이 있다고 한다면 고마움뿐이겠지. 그러니...앞으로도 잘 부탁해. 사제.”


그녀가 객잔으로 들어갈 때까지 백노경은 얼빠진 채였다.


“...젠장.”


정신을 차린 백노경이 갑자기 화를 냈다.


“좋은 일 좀 하려다가 이게 무슨...”


“나 좋은 일이 아니고 사형 좋은 일 아니오?”


“뭐...라고?”


“쯧 기루 가서 여자들하고 말하고 싶은 거면 혼자 가시오. 난 지금도 충분히 심란하니까.”


용운휘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사라졌다. 그리고 곧 자리를 떠나 객잔으로 떠나갔다.


“....비....빌어먹을.”


백노경의 한탄만이 자리를 맴돌았다.



***



시간은 조금씩 흘렀지만 좀처럼 악인들에 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장순명의 지시로 무림맹의 일원들이 탐색에 나섰음에도 들려오는 것이 없었으니 기괴한 일이었다.


“혹시 딴 곳으로 가버린 건 아닐까?”


객잔에서 밥을 먹으며 얘기를 하던 중에 백노경이 털어놓은 말이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애초에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니.”


“틀렸소.”


옆에서 잠자코 밥을 먹던 장면순이 단호하게 말했다. 짤막하고 낮은 목소리였지만 귀에 와서 꽂히는 것이 그의 내력의 심후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밥을 먹던 일행들의 시선이 장순명에게 꽂혔다.


“그들에게 그런 상식 따위는 의미가 없는 것이오. 그렇게나 사람들을 괴롭히며 용소협에 대해 캐물었는데 그들이 쉽게 물러날 리가 없소.”


“하지만 그 후로 거기서부터 이쪽 지역까지 흔적이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들은 올 거요. 그들의 행사는 언제나 예측 불능이긴 했으나 목표로 삼은 자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이들이니까. 그렇기에 악인촌의 사람인 것이오.”

“후우...”


보이지도 않는 적을 기다린다는 것은 꽤나 심력을 소모하는 일이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고 보름쯤 되면 사람이 지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지쳐있는 이들에게 사람들의 이야기 들려왔다.


“그렇게 재주가 좋다는데?”


“곡예꾼들이 이런 곳까지 웬 일이래? 그래. 한 번 가보자.”


객잔에 있는 이들이 모두 몰려 나갔지만 일행은 그저 아무 말도 없이 식탁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곽지성이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지겹군. 지겨워. 먼저 방에 올라가지.”


곽지성을 시작으로 모두가 각자 방안에 들어갔다. 방안에 들어간 이들은 마음을 다스리거나 운기조식을 취하며 각자 시간을 보냈다.


시간은 계속 흘러 오일의 시간이 또 지났다.


객잔의 사람들은 점심 무렵에 찾아오는 곡예꾼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또 다시 몰려나갔다. 얼핏 듣기로는 이미 십일이나 계속된 공연이었다.


“공연이나 보러가야겠군.”


무료함을 달래지 못한 곽지성은 이미 요 며칠 사이 곡예를 보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는 중이었다.


“곽 소협. 같이 가자구.”


백노경도 곽지성의 뒤를 따라 나섰다. 이미 정신적으로 지친 둘은 공연으로 시간을 보내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이 되었다. 용운휘는 검기혼탈무의 못 깨우친 구절들을 되씹어 보다 진전이 없어 자신이 묶는 방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잠시 걷던 중 악령화와 마주쳤다.


“나왔어?”


“네.”


“오늘도 앉아서 참선을 한거야?”


“예에. 사조께서 남기신 무공이 워낙 난해해서 좀처럼 진척이 없군요.”


“그렇지. 언제나 어둠 속을 헤매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걷고 있는 길이 맞는 것인지 항상 의심하고, 다시 길을 찾고...힘든 일이지.”


똑같은 무공을 익힌 이로서 동병상련의 아픔을 잘 이해하고 있는 악령화였다.


“사저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갑니다.”


용운휘의 말에 악령화가 따듯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 몰두하는 것도 좋지 않아. 너무 팽팽하게 당겨진 실은 끊어져버리니까. 그러니까...”


“사저?”


악령화의 뒷말이 들려오지 않자 용운휘는 이상하다 싶어 그녀를 불렀다.


“그러니까...그...”


그녀의 고개는 점차 숙여졌고, 그녀의 말 또한 계속 줄어들어 끝에 가서는 알아들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녀가 갑작스레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곡예단이나 마을 구경이라도 하러 가지 않을래?”


그녀는 붉게 상기된 얼굴을 한 채 용운휘의 입을 응시하고 있었다.


“좋..-”


“그거 좋은 생각이군요. 저도 따분한 참이니 따르겠습니다.”


용운휘의 대답이 들리려는 순간 모용교의 서늘한 음성이 먼저 앞질렀다.



***


그렇게 나선 세 사람이었다. 분명 나서자고 말 할 때에는 온화한 분위기였거늘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용운휘가 속으로 한숨을 터트렸다.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느낌에 그냥 다시 객잔으로 돌아가 수련이나 하고 싶은 용운휘였다.


“사제. 저 재주꾼이 굉장하네.”


그런 사제의 기색을 읽은 탓에 악령화가 용운휘의 팔을 잡으며 곡예꾼들의 공연을 가리켰다.


“다가가서 보자.”


용운휘는 자신의 사저가 이끄는 대로 발길을 옮겼다. 물론 그들의 뒤를 모용교는 물론 멀리 있는 장순명 역시 뒤따랐다.


“헤에.”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한 젊은 사내가 재주를 넘는 모습이었다.


“굉장하네!!”

“역시 재주왕이야!!”

“하하 더 해봐 더!”


곡예를 지켜보는 이들은 모두 흥분한 상태였다. 흥겨운 나머지 돈을 던지는 이들도 있고, 박수를 치는 이들도 있었다.


관중들의 호응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곡예꾼의 재주넘기가 점점 빨라졌다.


‘응?’


용운휘는 무언가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기묘한 감각. 굳이 꼽자면 하후악과 마주쳤을 때의 느낌? 무언가 이상했다. 그저 재주를 넘는 이일뿐인데.


기감으로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막연한 느낌이었지만 눈앞의 재주꾼에게서 무언가 기묘한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재주꾼의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재주가 마침내 끝이 났다.


탁!


“헉헉”


수백 번의 재주를 넘은 그의 입에서 숨소리가 흘러나왔고, 주변에서는 환호성이 끊이질 않았다.


그를 응시하는 용운휘와 고개를 들어올린 재주꾼의 눈이 마주쳤다.


‘고수!!’


상대가 무공고수임을 직감적으로 느낀 용운휘의 눈에 재주꾼의 웃음이 들어왔다.


[재미있네? 날 알아보겠어?]


용운휘의 뇌리에 전음이 들려오고 동시에 그의 몸에 전율이 한 차례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재주꾼이 경공을 밟으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 방향은 용운휘가 있는 자리였다.


“합!!”


기합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퇴법이 용운휘의 사방을 뒤덮었다.


‘칫.’


용운휘는 자신의 옆에 있던 악령화와 모용교를 밀어내며 재주꾼과 맞붙었다.


콰직!!


작가의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오늘 중으로 한편 더 올리겠습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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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제왕검형(帝王劍形) +2 24.05.18 452 17 11쪽
50 50화 남궁세가 +5 24.05.17 476 14 11쪽
49 49화 팽호 +1 24.05.16 499 16 11쪽
48 48화 황산으로 +1 24.05.13 564 14 13쪽
47 47화 십이사도의 죽음 +1 24.05.11 568 16 11쪽
46 46화 십이사도 +1 24.05.10 563 15 12쪽
45 45화 끽채교의 정체 +1 24.05.09 630 15 11쪽
44 44화 파리 날리는 객잔 +1 24.05.06 758 16 11쪽
43 43화 강호는 넓다 +1 24.05.05 823 17 11쪽
42 42화 소중유도 강찬운(수정) +1 24.05.02 800 18 12쪽
41 41화 칠대악인의 제자 +3 24.05.01 827 20 11쪽
» 40화 곡예단 +1 24.04.29 850 23 11쪽
39 39화 악인촌(수정) +1 24.04.27 913 21 11쪽
38 38화 복수 +1 24.04.26 970 19 11쪽
37 37화 귀검문의 최후 +1 24.04.23 1,040 22 12쪽
36 36화 재회 +1 24.04.22 1,039 18 11쪽
35 35화 살수 +1 24.04.21 1,020 18 11쪽
34 34화 강호인들의 도전 +1 24.04.20 1,048 19 11쪽
33 33화 영육쌍전(靈肉雙全) +1 24.04.17 1,164 18 11쪽
32 32화 다른 풍경이었다. 하지만... +2 24.04.16 1,173 17 11쪽
31 31화 승부의 끝 +4 24.04.15 1,149 23 12쪽
30 30화 의기충천(意氣衝天) +2 24.04.14 1,088 23 12쪽
29 29화 격전 +2 24.04.12 1,105 19 11쪽
28 28화 탈혼악경(奪魂樂經) +2 24.04.11 1,169 21 13쪽
27 27화 습격 +3 24.04.10 1,103 21 12쪽
26 26화 탈각 +2 24.04.09 1,172 20 11쪽
25 25화 모용교 +4 24.04.07 1,201 24 11쪽
24 24화 결착 +4 24.04.07 1,195 24 11쪽
23 23화 재격돌 +3 24.04.05 1,248 24 13쪽
22 22화 투귀 곽지성 +5 24.04.04 1,280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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