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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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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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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8
글자수 :
409,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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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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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9화 악인촌(수정)

DUMMY

봄이 지나가려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벽력일무문의 사업체 준비는 생각보다 지지부진했다. 그 덕에 곽맹은 매일같이 앓는 소리를 할 정도였다.


“에이. 그 장부를 공개만 하지 않았어도.”


매일같이 말로 심통을 부리는 곽맹이었지만 내심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벽력일무문의 이름이 천하에 울리고 있는데 돈이 문제겠는가?


명예, 협의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니 곽맹 또한 자신들이 무엇을 얻은 건지는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아울러 용운휘의 그릇이 더 없이 넓다는 것조차 깨달았으니 그가 보는 벽력일무문의 미래는 그저 서광만이 비칠 뿐이었다.




“왜 그 돈을 꿀꺽 삼키지 않았지?”


자리에서 일어난 용운휘와 비무를 하던 모용교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었다.


“내 것이 아니니까.”


“...후.”


모용교는 짧게 숨을 내쉬며 기를 가다듬었다. 옥소는 이미 소매에 넣은 상태였다.


“뭐야. 벌써 끝인가?”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지.”


“흠...”


모용교는 의미심장하게 용운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를 정면에서 받은 용운휘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뭐야.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걱정이다. 네가.”


“나를? 왜?”


“너는 물론이고 네가 속한 문파도 언젠가는 분명 맹과 마주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렇게 물러서야...”


“...당신은 분명 맹에도 협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 그들에게도 협은 있지. 허나 그들에게 그것만 있지 않다고도 말했지.”


“...말하고 싶은 게 뭔데.”


“너무 착해지지 마라. 하후악 그 녀석과는 정반대의 이유로 위태해 보이는 게 너다.”


“...사서 걱정이군. 늙어서 그런가?”


“뭐...뭣?”


용운휘는 그녀의 마음 씀에 멋쩍어 그저 가볍게 그녀의 나이를 입에 담았다. 하지만 그 반응은 심상치가 않았으니. 그녀의 얼굴이 서서히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용운휘는 왠지 모를 압박감에 그녀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다.


“저...모용 소저?”


“방금 한 말은 취소다. 비무를 내 마음대로야 끝낼 수야 없지. 승부도 나지 않았는데 말이야.”


“...저기 눈이...눈이 무섭다고 당신.”


“검. 들어라.”


모용교의 재촉에 다시 시작된 비무는 정오를 지나 주변에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



객잔에서 묶으며 자신을 따라온 세 명의 빈객과 계속해서 비무로 시간을 보내는 용운휘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의외의 손님은 개방의 후개인 사공헌이었다.


“다시 뵙게 되었소. 용 소협.”


“본 지 오래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무슨 일이오.”


용운휘는 사공헌 뒤에 서 있는 이에 눈길을 주며 물었다.


“소협에게 좋은 일을 가져왔소. 인사하시구려. 이쪽은.”


사공헌의 말에 뒤에 있던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포권했다.


“안녕하시오. 소문난 검광경천을 보게 되어 반갑소. 무림맹 현무단 단주 장순명이라 하오.”


중년의 사내는 의기견정한 외모와 태도로 정중히 인사하고 있었다. 얼핏 그저 평범한 이로 보일 법도 했으나 그는 결코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강호의 사마외도의 무리라면 누구나 치를 떠는 현무단의 단주를 맡고 있는 이였기 때문이었다.


그의 명성은 이미 오래도록 강호에 회자되고 있었으니 그의 명성과 위치를 생각하면 그의 태도는 전혀 어울리지 않음이니, 이것으로 그의 인물됨을 단편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다른 것에는 관심을 일절 두지 않고 그저 사마외도를 잡기 위해 온 강호를 횡행하는 그였으니 악인들은 물론 뒤가 켕기는 이들이 그를 더욱 두려워 하는 이유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용운휘라 합니다.”


“음. 나도 강호의 신성을 만나 모처럼 기분이 좋소. 허나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음이니 바로 용건을 말하도록 하겠소.”


“무슨...?”


용운휘는 만나자마자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살짝 당황했다. 허나 장순명은 전혀 거리낌 없는 태도로 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던 악인촌이 갑작스럽게 준동하기 시작했소.”


“악인촌?”


용운휘는 처음 듣는 단어에 고개를 갸웃했다.


“소협의 나이면 모를 수도 있소. 간단히 설명하자면 강호상에 온갖 악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되오.”


“그렇군요.”


용운휘는 상대의 말에 맞장구치며 귀를 기울였다.


“강호의 금역 중 한 곳인 그곳은 요 몇 년 동안은 잠잠했지만 갑작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소. 몇 명이 나온 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그들이 지나가면서 이미 꽤나 강호인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오. 그들이 산동을 가로질러 이미 산서에 지척에 이르렀다고 나는 보고 있소.”


용운휘는 장순명이 무슨 말을 꺼내려 하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악인촌 때문에 이렇게 자신을 찾아온 것인가 하고 말이다.


“이런저런 피해자들의 증언을 살펴보았을 때 그들이 노리는 것은 소협인 것 같소.”


“저를 말입니까?”


“그렇소.”


용운휘는 묘한 감흥이 들었다. 무엇 때문에 자신을 노린단 말인가?


“저는 그들과 일면식은 물론 원한관계도 없습니다만...”


“그들을 보통의 상식이나 규범으로 재단하려 하지 마시오. 그들이 괜히 강호의 골칫거리로 수십 년을 살아온 게 아니오. 우리의 잣대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오.”


“흠...그렇다면 단주께서는.”


“그렇소. 당분간 소협의 뒤를 따라다니고 싶소. 자네의 곁에 있으면 그들이 나타날지도 모르니까.”


“저...한 가지 여쭤 봐도 괜찮겠습니까?”


“물론. 오히려 내가 소협의 양해를 구해야 할 입장이니 개의치 않아도 좋소.”


“그 악인촌 이라는 곳을 토벌했으면 되는 일이 아닙니까?”


“...음.”


용운휘에게서 예상하지 못했던 장순명은 짧은 신음을 흘렸다. 어떻게 보면 협의에 살아가는 그의 신념을 정확히 찌르는 질문이기도 했다.


“아픈 곳을 찌르는군.”


“...”


용운휘는 잠자코 그의 말을 기다렸다.


“악인촌이 금역이라 불리는 것은 이유가 있소. 그들은 강하오. 그렇지 않고서야 악인으로 오랫동안 강호를 횡행할 수 있을 리가 없지.”


“...”


“이미 나라에서도 그들의 패악질에 토벌하려 한 적도 있으나 여러 차례 실패했소.”


“무림맹이라면 조금 다르지 않겠습니까?”


“음. 맹에서도 여러 차례 나서려고 했지만 이런저런 사정 때문이 있어서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소. 특히나...”


장순명은 말을 흐렸다. 무림맹에 속한 이로서, 강호의 협객으로서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는 칠대악인이 있소. 악인촌의 우두머리 뻘로 그들의 무공은 하나같이 절세적이라 맹으로서도 부담되는 측면이 있소.”


“그 정도 입니까?”


“음. 그래서 소협의 곁에 있으려는 거요. 누가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혹시나 칠대악인 중 한 명이라도 나왔다면 바로 맹에 연락을 취해야 할 판국이니 말이오.”


용운휘는 왠지 모를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무림맹의 주요 인사와 만난 것도 왠지 모를 감흥이 느껴졌지만 그것에 앞서 무림맹의 요인이 절세적이라고 할만한 이들이 자신을 노린다는 데에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후우...”


그 망설임을 고민으로 받아들인 장순명이 사공헌에게 눈짓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고민이 될 법도 하지만 피해자들의 증언들 중에 검광경천을 캐물었다고 하는 증언이 있었소. 고민이 끝나거든 말씀해 주시오.”


장순명은 그 말을 끝으로 객잔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흐음...”


“나쁜 이야기는 아니오. 장순명 저 분처럼 순수한 사람은 맹에 또 없다고 해도 좋으니까.”


“그 쪽이 이 이야기를 가져온 건가?”


용운휘의 말에 사공헌이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저분은 이렇게 찾아왔을 거요. 단지 같은 맹 소속으로서 도와주고자 내가 접선의 역할을 맡은 것이고. 뭐 내가 소협을 설득 할 수 있다는 말도 나서서 하긴 했지만서도...”


“나를?”


“맹세컨대 소협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오. 아니 오히려 소협에게 이득이 되면 되었지 나쁜 일은 아니라는 데에 내 신물을 다시 걸 수도 있소. 악인촌이라는 곳은 소협의 생각보다 훨씬 무시무시한 곳이오.”


진중한 어조에 용운휘는 사공헌의 말이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


“장순명 그분이야 그렇다 치고, 그쪽은 나를 왜 보호하려고?”


“말하지 않았소.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고.”


“이유는?”


“...솔직히 말하겠소. 나에게도 이득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오. 당신은 지금 강호의 돌풍과도 같은 존재. 그런 존재와 연을 맺어두면 나에게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겠소? 정보도 좀 얻어서 방주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도 있고.”


사공헌은 괜한 거짓을 섞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자신을 이용하려는 자를 싫어하는 용운휘였기에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만을.


“꽤나 정보에 집착하는군. 후개들 중에 하나라면서 무공수행을 하는 게 빠르지 않겠나?”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소만...개방은 좀 특수한 곳이라 말이오.”


용운휘는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뭐 좋아. 앞으로도 종종 잘 부탁하지. 단주가 말하는 것도 받아들이겠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알겠소.”


용운휘의 시원한 대답에 사공헌의 웃음소리가 객잔 한구석을 울렸다. 사공헌이 미소를 지은채로 객잔을 나가 장순명을 데려왔다.


“잘 부탁하오. 소협.”


“제가 해야 할 말이군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용운휘는 받아들이긴 했지만 자신의 목숨을 누군가에게 맡길 생각은 없었다. 단지 악인촌의 악인들, 그들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기 위해서였을 뿐이다.


‘칠대악인이라?’


기묘한 감흥에 젖은 용운휘가 생각에 젖었다. 듣도 보도 못한 강호의 불문율과 만났다는 사실이 그에게 흥미는 물론 도전하려는 마음까지 불러일으켰다.



***



객잔에 돌아온 용운휘는 돌아와 세 명의 일행들에게 먼저 이 사실을 알렸다.


“악인촌이라고?”


“악인촌이 뭔데?”


“이런...”


진광혼, 곽지성, 모용교 각자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놀라는 진광혼과 달리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하는 곽지성이었다. 모용교는 무엇을 걱정하는지 말을 듣자마자 고민에 빠진 상태였다.


“아시오?”


용운휘는 곽지성을 내버려두고 진광혼에게 말했다. 용운휘의 질문에 진광혼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정도의 연배 쯤 되면 한 번씩 들어보기는 했을 거야. 강호의 불문율과도 같은 곳이니까. 오죽하면 무가의 집안에서도 어린 아이들이 울면 칠대악인이 잡아간다고 아이들을 겁주며 용기를 키우게 할까.”


진광혼이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 표정으로 그가 이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용운휘는 무공광인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니 그들이 온다면 자신이 어떻게 얼마만큼 대적할 수 있을지 말이다.


“재미있군.”


“뭐?”


진광혼과 모용교가 아연하여 용운휘를 쳐다보았다.


‘나는 무림인이다.’


용운휘는 칼 끝에 산다는 강호의 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이 또한 무사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정신없이 검무를 추고 깨어나던 말, 자신이 갈 곳은 이미 정해져있었기에. 다른 풍경을 볼 때까지는 죽어도 죽을 수가 없었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20분 전에 잘못올라간 글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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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제왕검형(帝王劍形) +2 24.05.18 451 17 11쪽
50 50화 남궁세가 +5 24.05.17 476 14 11쪽
49 49화 팽호 +1 24.05.16 499 16 11쪽
48 48화 황산으로 +1 24.05.13 564 14 13쪽
47 47화 십이사도의 죽음 +1 24.05.11 568 16 11쪽
46 46화 십이사도 +1 24.05.10 563 15 12쪽
45 45화 끽채교의 정체 +1 24.05.09 630 15 11쪽
44 44화 파리 날리는 객잔 +1 24.05.06 758 16 11쪽
43 43화 강호는 넓다 +1 24.05.05 822 17 11쪽
42 42화 소중유도 강찬운(수정) +1 24.05.02 800 18 12쪽
41 41화 칠대악인의 제자 +3 24.05.01 827 20 11쪽
40 40화 곡예단 +1 24.04.29 849 23 11쪽
» 39화 악인촌(수정) +1 24.04.27 913 21 11쪽
38 38화 복수 +1 24.04.26 970 19 11쪽
37 37화 귀검문의 최후 +1 24.04.23 1,040 22 12쪽
36 36화 재회 +1 24.04.22 1,039 18 11쪽
35 35화 살수 +1 24.04.21 1,020 18 11쪽
34 34화 강호인들의 도전 +1 24.04.20 1,048 19 11쪽
33 33화 영육쌍전(靈肉雙全) +1 24.04.17 1,164 18 11쪽
32 32화 다른 풍경이었다. 하지만... +2 24.04.16 1,173 17 11쪽
31 31화 승부의 끝 +4 24.04.15 1,149 23 12쪽
30 30화 의기충천(意氣衝天) +2 24.04.14 1,088 23 12쪽
29 29화 격전 +2 24.04.12 1,105 19 11쪽
28 28화 탈혼악경(奪魂樂經) +2 24.04.11 1,168 21 13쪽
27 27화 습격 +3 24.04.10 1,103 21 12쪽
26 26화 탈각 +2 24.04.09 1,172 20 11쪽
25 25화 모용교 +4 24.04.07 1,201 24 11쪽
24 24화 결착 +4 24.04.07 1,195 24 11쪽
23 23화 재격돌 +3 24.04.05 1,247 24 13쪽
22 22화 투귀 곽지성 +5 24.04.04 1,280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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