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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83,895
추천수 :
1,578
글자수 :
409,810

작성
24.05.16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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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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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9화 팽호

DUMMY

날 선 목소리였다.


‘여자인가?’


일행은 목소리로 상대방이 여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지나가는 과객이오.”


용운휘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기자 목소리는 더욱 날카로워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수많은 사람들이 납치됐을 뿐만 아니라 파공음의 진원지로 향하고 있으면서 그따위 말을 믿으라고?”


납치라는 영문도 알 수 없는 말에 일행의 몸이 잠시 굳었다.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군. 파공음이 들렸던 곳으로 가는 것은 맞지만 그저 우연히 들려왔기에 호기심에 향하던 것뿐이오.”


“호기심? 호기심이라고?”


목소리의 주인공은 호기심이라는 말에 무언가를 느꼈는지 그 말을 꼬집어왔다.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도를 꺼내들었다.


“너희들 모두 여기서 갈 수 없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꺼내든 검으로 용운휘와 일행을 겨누었다. 달빛을 머금은 검이 움직이며 빛을 비추었다.


“하아.”


‘짜증나는군.’


[이것저것 재지 말고 그냥 질러]


곽지성의 전음에 용운휘가 인상을 찌푸렸다.


[시끄러]


용운휘가 전음으로 답변을 보내왔음에도 곽지성은 그저 즐겁다는 듯이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둘의 대화가 오가는 사이 무기를 꺼내든 여자는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뭐야 이건?’


용운휘가 상대의 검초에서 벗어나면서 든 생각이었다. 어딘가 조잡한 것이 검식이라기보다는...


‘도를 쓰는 것 같은데?’


도식을 검식으로 억지로 펼칠 것인지 초식에선 정교함을 하나도 느낄 수 없을뿐더러 힘에 맡긴 엉성한 기세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 조잡함에 용운휘는 긴장감이 그대로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검은 보통 병기 중의 군자라고 한다. 그렇기에 검은 보통 기세와 힘에 맡긴 초식만을 연달아 펼치지는 않는다.


허나 눈앞의 여자가 펼치는 초식은 하나같이 강맹함 위주의 초식뿐인데다 초식의 흐름 또한 매끄럽지가 않아 맞아줄래야 맞아줄 수도 없는 초식이었다.


‘딱 좋은 기회군.’


용운휘는 눈을 감고 기감만으로 상대의 공격을 피하기 시작했다. 어딘가 위태위태한 구석이 있었지만 양자 간에 존재하는 실력 차 때문에 용운휘가 상대의 공격에 맞는 일은 없었다.


‘이...이게 무슨?’


검을 휘두르는 여자는 놀랐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도광이 번쩍일 때 상대의 얼굴이 눈에 안 들어 올 수가 없었다. 용운휘가 눈을 감은 채로 자신의 검초를 그대로 피해내고 있다는 사실에 그녀의 마음속에서 여러 가지 감정이 솟구쳤다.


처음 피어오른 감정은 경악과 모멸감이었고 그 감정은 이내 분노와 살의로 변했다.


자신이 무공을 배우며 떠올렸던 것은 결코 이런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무시받기 위해 무공을 배워온 것이 아니었다.


검을 휘두르고 있는 그녀에게 침착함이나 이성이 조금만 남아있었다면 상대와의 실력 차를 깨달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무리였다.


“이야아아아아아앗!”


그저 눈앞에 있는 상대의 얼굴에 한 칼이라도 먹이지 않으면 앞으로 강호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녀는 전신의 공력을 끌어올렸다.


그녀의 얼굴이 시퍼렇게 달아올랐다. 전신의 혈맥이 튀어나와 자세히 살펴보면 흉측할 정도였다.


용운휘는 상대방의 소리와 심상치 않은 기세에 눈을 떴다. 눈에 들어온 상대의 모습에 용운휘는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쯧.’


고작 일류 정도 되는 상대방의 막무가내의 공격을 맞아줄 생각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저 공격을 억지로 끊기에도 애매했다. 이미 공력을 억지로 끌어올린 이상 내기의 운행을 억지로 끊어버린다면 십중팔구 경맥에 손상이 와서 죽거나 주화입마가 올 확률이 높았기에.


사소한 오해 때문에 서로 죽고 죽일 마음은 없었기에 용운휘는 자세를 잡았다. 자세를 잡자마자 검이 가로막는 모든 것을 꿰뚫을 것처럼 날아들었다.


용운휘는 상대가 일초에 집중시킨 검격을 자신의 검으로 그대로 받아내었다. 힘의 흐름에 거스르지 않고 상대방도 자신도 다치지 않는 절묘한 수법. 무야시경을 펼치고 있는 용운휘에겐 멈춘 것이나 다름없는 속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은 상대의 난폭한 검격을 부드러운 솜으로 받아낸 듯한 모습이었다. 검과 검이 부딪쳤음에도 마치 손으로 딱 붙잡은 것처럼 상대방의 흐름을 다른 방향으로 제어해 기세를 그대로 방출하도록 흘려 넘겼다.


촤아악!!


조금의 변화도 없는 강맹한 검초가 그대로 바닥을 갈랐다.


“우웨에에엑!!”


하지만 역시나 억지로 공력을 끌어올린 탓에 경맥이 진탕되었고 내상을 입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시뻘건 피가 땅을 물들였다.


“후우...”


용운휘는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상대방의 등으로 돌아가 명문혈에 손을 대고 내기를 주입했다.


부우우우욱.


순청지기가 그대로 여자의 몸을 내달렸다.


‘으읏.’


여자는 입을 떼지도 못하고 속으로 신음을 흘렸다.


“집중하시오. 아차하면 폐인이 될 수 있으니.”


용운휘의 내기가 진탕된 경맥 안을 도도한 강물처럼 흐르자 경맥은 금세 가라앉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숨소리와 경맥이 어느 정도 안정된 것을 느낀 용운휘가 손을 떼었다.


“후우...”


‘이게 뭔 짓인지.’


용운휘는 아닌 뜻하지 않은 밤중에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


‘그나저나 납치라니. 도대체 무슨 일인-’


“왠 놈들이냐!”


용운휘의 상념을 가로막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사내가 분노한 기색으로 용운휘가 가부좌를 틀고 운기요상하는 여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타난 사내의 이름은 팽호. 자신의 동생의 입가와 상의에 핏자국이 있는 모습만으로 분노에 떨고 있었다.


“뭔가 오해를-”


“시끄럽다.”


팽호는 허릿춤의 그대로 도를 꺼내 휘둘렀다.


‘하아...또냐.’


똑같은 일을 두 번씩이나 당하고 있으니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한 용운휘였다. 용운휘는 도검천을 사용해 뒤로 물러나며 상대의 공격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저기 운기요상 하는 이와 무슨 관계지?”


용운휘가 팽호에게 물었다.


“내 동생이다!”


팽호는 다시금 달려들어 도를 휘둘렀다.


“하아, 정말이지 짜증나는군.”


용운휘는 의도적으로 살기를 뿌렸다.


“...”


팽호는 전신의 살갗이 베이는 듯한 느낌에 잠시 도를 멈추고 세 걸음을 물러났다. 직감적으로 용운휘가 흔히 볼 수 있는 고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그였다.


“마지막으로 말하지. 남매 둘이서 멋대로 상황을 이해하려 드는데. 뭘 생각하던 아니니까. 그 도. 뽑으면 그냥 끝나지는 않는다.”


“...웃기-”


“오해...에요.”


“설아!”


팽호는 자신의 동생이 부르는 목소리에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급하게 다가갔다.



***



팽수련은 운기요상을 마치고 있었던 일을 그대로 털어놓았다. 자신이 공격을 먼저 시도했던 것과 용운휘가 치료해준 일까지.


“...오해했나 보군. 미안하오.”


팽호는 정중히 포권을 취하며 사과를 입에 담았다.


“앞으로는 상대를 좀 더 살피도록 하시오.”


용운휘가 잠깐 치솟았던 짜증과 화를 삼키며 말했다.


“...친인을 납치당한 터라 경황이 없었소. 용서하시오. 혹 실례가 안 된다면 물어봐도 되겠소?”


“...용운휘.”


“용운휘...용운휘라면 그 산서의?”


“다른 용운휘가 또 있는 게 아니라면.”


“이...이거 실례했소. 그 하후악을 꺾은 이를 몰라보았구려.”


“오해는 풀렸소?”


“아...물론이오.”


“그럼.”


용운휘는 일행과 함께 떠나기 위해 몸을 돌렸다. 파공음은 이제 들려오지도 않고 해서 객잔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팽호는 그런 용운휘를 지켜보다 잠시 입술을 깨물더니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용 형.”


“...?”


자신을 부르는 말에 용운휘가 고개를 돌렸다.


“사람을...가족을 찾고 있는데 도와주지 않겠소?”


“...굳이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부탁할 필요가 있겠소?”


용운휘는 황산에 놀러온 것도 아니었고 딱히 내키지가 않기에 완곡한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부탁하오.”


팽호는 정중히 고개와 상반신을 굽혀 예를 표했다.


용운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일행들을 둘러보았지만 딱히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후우...이야기를 들어보고 나서.”


“고맙소.”


팽호가 손을 내밀자 용운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맞잡았다. 잠시 용운휘의 손을 양손으로 잡고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한 팽호가 얼굴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사내가 꺼내놓은 이야기는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안휘 부근의 임신부들이 대부분 납치되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면 누가 쉽게 믿을 수 있을까.

하물며 무가의 임신부까지 사라졌다 함은 그만큼 보통의 일이 아니라는 방증이었다.


도대체? 누가? 왜?


의문의 소용돌이가 용운휘와 일행들의 머릿속에서 피어올랐다.


“처음에는 시집간 누님의 행방을 찾는 것뿐이었는데 무아지경으로 행방을 쫒다 이 일이 우리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내었소. 우리 팽가의 사람뿐만이 아니고, 안휘성 곳곳에서 임신부들만을 노려서 누군가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안 이후부터는 주변의 임신부들을 뒤에서 엄호했고, 납치한 이의 뒤를 밟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소.”


“납치자는?”


용운휘가 묻자 팽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경공을 펼치며 뒤를 쫓았지만 누군가를 업고도 경공의 빠르기가 여간이 아닌지라 이 부근에서 놓친 참이오.”


“...그 와중에 나와 마주친 것이고?”


“...부끄럽지만 그렇소이다.”


“...도대체가 알 수 없는 일이군. 미모의 여자들을 납치한 것도 아니고 임신부만을 노려 납치한다니.”


용운휘의 말에 일행들도 내심 동의하는 바였다. 용운휘는 다시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하겠소. 나와 일행은 그저 산서에서 일월신교라는 무리와 충돌이 있었기에 그들이 말하던 황산으로 온 것뿐이오.”


“일월신교?”


“아시오?”


용운휘의 말에 팽호가 잠시 생각하다 말을 꺼냈다.


“불교와 비슷하면서도 뭔가 전혀 다른 신흥 종교라는 이야기는 들었소. 요새 그들의 세가 장난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들었소만...”


“그들의 간부 중 한명이 죽어가며 말하기를 황산이 근거지인 것 같았소.”


“...그건 모르겠구려. 이 근방이 우리 팽가의 땅인 것도 아닌지라. 그저 사돈댁이 있는 곳일 뿐이오.”


“혹 복장에 금빛의 무늬는 없었소?”


“으음...”


팽호는 멀리서 보았던 납치자의 복장을 떠올리기 위해 눈을 감고 인상을 찡그렸다.


“금색은 모르겠는데...복식자체가 기이하긴 했소. 마치 중원의 것과는 다른...서역의 옷같다고 해야 될까?”


팽호의 말에 용운휘가 일행들을 살폈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맞군.”


“무슨 소리요? 혹 그가 일월신교와 연관이 있다는 소리요?”


“일월신교의 일반 교도가 아닌 간부에 해당되는 이들이 그런 복장을 하고 있었소. 제사장은 물론 십이 사도라는 간부들이 말이오.”


용운휘의 말을 들은 팽호의 얼굴이 잠시 일그러졌다.


“이...빌어먹을 것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임신부들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욕이라도 보이려는 것인지. 완전 사교도가 아니오.”



“그럴지도. 좀 더 알아봐야 하겠는데 그들을 어디서 놓쳤는지 기억하고 있소?”


용운휘의 물음에 팽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잠을 계속 줄이다 보니 체력적으로 버티질 못하고 늦어지네요. 오늘 중으로 한편 더 올려보겠습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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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제왕검형(帝王劍形) +2 24.05.18 453 17 11쪽
50 50화 남궁세가 +5 24.05.17 478 14 11쪽
» 49화 팽호 +1 24.05.16 500 16 11쪽
48 48화 황산으로 +1 24.05.13 564 14 13쪽
47 47화 십이사도의 죽음 +1 24.05.11 568 16 11쪽
46 46화 십이사도 +1 24.05.10 563 15 12쪽
45 45화 끽채교의 정체 +1 24.05.09 630 15 11쪽
44 44화 파리 날리는 객잔 +1 24.05.06 758 16 11쪽
43 43화 강호는 넓다 +1 24.05.05 823 17 11쪽
42 42화 소중유도 강찬운(수정) +1 24.05.02 801 18 12쪽
41 41화 칠대악인의 제자 +3 24.05.01 828 20 11쪽
40 40화 곡예단 +1 24.04.29 850 23 11쪽
39 39화 악인촌(수정) +1 24.04.27 913 21 11쪽
38 38화 복수 +1 24.04.26 970 19 11쪽
37 37화 귀검문의 최후 +1 24.04.23 1,040 22 12쪽
36 36화 재회 +1 24.04.22 1,039 18 11쪽
35 35화 살수 +1 24.04.21 1,020 18 11쪽
34 34화 강호인들의 도전 +1 24.04.20 1,048 19 11쪽
33 33화 영육쌍전(靈肉雙全) +1 24.04.17 1,164 18 11쪽
32 32화 다른 풍경이었다. 하지만... +2 24.04.16 1,174 17 11쪽
31 31화 승부의 끝 +4 24.04.15 1,149 23 12쪽
30 30화 의기충천(意氣衝天) +2 24.04.14 1,089 23 12쪽
29 29화 격전 +2 24.04.12 1,105 19 11쪽
28 28화 탈혼악경(奪魂樂經) +2 24.04.11 1,170 21 13쪽
27 27화 습격 +3 24.04.10 1,103 21 12쪽
26 26화 탈각 +2 24.04.09 1,174 20 11쪽
25 25화 모용교 +4 24.04.07 1,201 24 11쪽
24 24화 결착 +4 24.04.07 1,196 24 11쪽
23 23화 재격돌 +3 24.04.05 1,249 24 13쪽
22 22화 투귀 곽지성 +5 24.04.04 1,280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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