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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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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98
추천수 :
1,578
글자수 :
409,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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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5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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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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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3화 강호는 넓다

DUMMY

용운휘는 고민했다. 눈앞에서 사라지는 저자를 놓아줘야 하는가? 그도 아니면 쫓아야 하는가?


하지만 고민은 잠시였다. 강찬운의 움직임은 느려보였지만 그가 발을 한걸음 뗄 때마다 수 장씩 나아가니 그의 모습은 금세 시야에서 사라진 채였다.


“용 소협.”


“아.”


자신을 부르는 말에 용운휘는 옆에 있던 장순명에게 다가가 그의 혈도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용운휘가 내기를 주입하자 장순명은 입을 열었다.


“혈도를 풀 수 있겠소?”


장순명은 내심 놀라 말했다. 내기를 주입해 타인의 혈도를 풀어줄 정도라면 내기의 운용이 상당한 수준에 달했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어지간한 경험이 없으면 좀처럼 하기 힘든 일이기도 했다.


용운휘의 내기가 흘러들자 장순명의 몸에 있던 악유어의 내경이 점차 녹듯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놀랍군.’


중요 요혈이 그대로 찍혀버린 터라 좀처럼 자력으로 풀 수 없었던 점혈이 용운휘의 내기에 순식간에 풀려가고 있었다.


“후우우우우.”


장순명은 풀리자마자 내기를 운용하기 시작했고, 용운휘를 손을 떼고 호법을 서기 시작했다.


“고맙소.”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나저나 칠대악인을 그냥 놓아주었으니...”


“아니. 아니오. 소중유도 그 자는 칠대악인 중에서도 특히나 무서운 자요. 그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에 마음을 놓다가 변을 당한 자가 한 두 명이 아니오.”


“그렇습니까?”


사실 용운휘도 신경 쓰이는 것은 따로 있었다. 확실히 칠대악인이란 자의 측량하기 힘든 역량도 인상적이긴 했지만 칠대악인의 제자라는 악유어가 더욱 인상적이었다. 지금의 자신과 동년배로 보이는데도 그 경공의 빠르기란 정말로 번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이번에는 공손대랑이 남긴 검기혼탈무의 구절로 간신히 승리하긴 했으나 다음에도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악유어의 경공은 놀라운 것이었다. 모용교도 그 빠르기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는데 악유어의 속도란 그조차도 상회하고 있었으니.


‘강호는 정말 넓은 곳이군.’


알 수 있었다. 그녀와 자신의 차이는 그저 의념이라는 것에 발을 디딘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 그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녀가 의념에 도달하거나 그도 아니면 다른 싸움의 전략을 짜낸다면 충분히 뒤집힐 수 있는 정도의 차이.


잠시 생각에 빠진 용운휘를 장순명이 불렀다.


“용 소협.”


“아아. 네.”


“생각이 많은 것 같구려.”


“예 뭐. 강호란 정말 넓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호는 넓다라...거론키에는 너무나 좋지 못한 상대이긴 하지만 그 격언대로군.”


“그보다 제 일행들이 걱정이군요.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아. 혹시 모를 잔당들이 있을지 모르니 나도 따르겠네.”


용운휘와 장순명은 곧장 움직였다. 서로가 나뉘어 수색을 하던 중 용운휘는 기감을 펼쳐 숲을 뒤지던 도중 기감에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사저. 아.”


“사...사제.”


악령화의 목소리에는 당황이 실려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나무위에 정반대로 뒤집혀 묶여 있는 탓에 다리 쪽이 훤하게 노출되어 있는 탓이었다.


용운휘는 바로 돌아섰다.


“뭐야. 역시 형님보다는 내쪽인거지?”


용운휘는 이번에는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몸을 돌린 곳에는 모용교가 악령화처럼 뒤집혀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겁니까.”


용운휘는 말하면서 기감을 펼쳐 두 사람의 상황을 살폈다. 둘 다 똑같은 자세로 발목이 묶여져 있는 상태였다. 그들 정도의 고수가 묶여 있는 것을 볼 때 분명 점혈이 되어있으리라.


“당했지 뭐야. 네가 그 재주꾼과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서 재주꾼들을 추궁했지. 혹시나 그들 전부가 악인촌의 관계자들인가 싶어서 말이야. 하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평범한 이들로 무공 한 자락 얻지 못한 자들이었지. 그래서 그렇게 자리를 떠나려는 순간 그림자 하나가 나타나서 우리 둘을 제압하지 뭐야.”


“...”


용운휘는 말을 들으며 검을 꺼내들었다.


슥!


그의 일검에 모용교가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용운휘는 눈을 감은 채로 모용교를 안아들었다.


“설 수 있겠소?”


용운휘의 질문에 모용교는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아아니. 설 수 없겠는걸. 점혈 당해서 밧줄 하나 풀지 못하는데 어떻게 서?”


“음.”


모용교는 눈을 감고 있는 용운휘에게 안겨 있는 것이 무척이나 즐거운지 부드러운 미소를 계속 머금은 채였다.


“사제!!!”


“네.”


악령화의 급하고도 날카로운 목소리에 용운휘가 대답했다. 그녀는 모용교가 용운휘의 품안에서 안겨있는 모습을 보자니 가슴 안에서 불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언제부터였을까?


마냥 어리기만 했던 아이가 이제는 남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느낀 것은?


문파 내에서의 언제나 천시받던 아이가 비무에서 자신의 가치를 드러냈을 때?


그도 아니면 자신을 쓰러트린 이를 쓰러트렸을 때?


자신에게 반말을 하며 충고하던 때?


꼭 짚어 말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시선이 변한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도. 하나 확실한 것은 저 나이 많은 여자는 자신의 사제와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녀의 많은 생각은 그저 찰나에 이루어졌고, 말은 바로 흘러나왔다.


“견정혈을 중심으로 족소양담(足少陽膽)의 경맥을 풀어주면 아마 혈도가 풀릴 것 같아.”


“아 네.”


용운휘는 즉시 모용교의 견정혈을 짚어 점혈을 풀기 시작했다. 점혈의 시전자가 칠대악인이라 그런지 악어화의 수법보다는 훨씬 난해하고 어려웠다.


용운휘의 순청지기가 강찬운의 내경을 풀려고 기를 써도 내경은 한동안 요지부동이었다. 마치 얼음 기둥처럼 버티고 있던 내경은 수 차례의 시도 끝에 흩어지기 시작했다.


“됐군.”


“쯧.”


용운휘가 다소 기뻐하는 것에 비해 모용교는 혀를 찼다. 모처럼 점혈을 핑계 삼아 안겨져 있던 것이 마음에 들었던 그녀였기에 악령화의 재빠른 지시가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사제. 그럼 이번엔-”


악령화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모용교가 나섰다. 그녀는 곧장 경공을 펼치며 뛰어오르더니 소매에 있던 옥소를 꺼내 악령화의 발이 매달린 나뭇가지를 부러트렸다.


“앗!”


그대로 머리부터 떨어져 내리는 악령화가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에 용운휘가 뛰어들려고 했지만 모용교는 이미 이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녀가 악령화의 다리를 잡고 한 바퀴 돌리자 악령화는 그대로 자신의 발로 대지를 밟았다. 하지만 전신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그녀는 이내 주저앉았고 모용교는 그런 그녀를 받아내며 바닥에 앉혔다.


“제 혈도가 풀렸으니 형님의 혈도도 풀어드리지요.”


모용교가 냉소를 날리며 말했다. 용운휘는 그제야 기감으로 살피던 것을 멈추고 모용교가 하는 것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으...’


내심 이번에는 자신이 안길 차례라고 생각했던 악령화가 모용교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노려봄에 모용교는 전혀 기가 죽지 않고 눈을 그대로 마주치면서 악령화의 견정혈에 손을 올렸다.


부우우우.


모용교의 심후한 내력이 악령화의 몸에 들어가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라?”


모용교는 의아함에 소리를 내었다. 용운휘가 내기를 불어넣어 해혈할 때는 세네번 정도에 금방 풀렸건만 자신이 풀려고 하자 심어져 있는 내경은 요지부동이었다.


“...해혈할 실력도 없으면 물러나시지요 선배님.”


“...”


악령화의 비웃음과 도발에 모용교가 이를 살짝 악물었다.


“내가 하-”


“내가 한다!”


모용교가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고집을 부렸다. 이 두 사제가 붙어 있는 꼴을 보기 싫기도 했지만 악령화의 도발에 오기가 솟구쳐 오른 탓이었다.


“훗.”


악령화가 비웃자 모용교가 전력으로 내기를 끌어올렸다. 내공의 심후함이라면 어디 가서지지 않는다 자부하는 그녀가 전력으로 내기를 끌어올리자 경기가 흩날렸다.


“해혈하다가 남의 몸을 터트릴 셈이야?”

“지켜보고 있어.”


모용교는 손끝에 내기를 집중시켰다. 심후한 내력이 한데 모이자 그 기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모용교는 내경이 심어진 곳으로 손을 옮기고 그대로 흡자결을 운용했다.


“하!”


좀처럼 흩어지지 않는 내경을 흡자결로 뽑아 자신의 몸에서 흩어버리기 위한 수법이었다. 그녀가 머리를 굴린 그 수법은 효과가 충분해 악령화의 혈도는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


“후우우우.”


모용교는 빨아들인 내경을 흩어버리고 호흡을 조절했다. 모로 가도 목적지에만 도착하면 된다라는 생각 하에 벌인 일이었지만 충분한 효과를 발휘했기에 그녀는 내심 의기양양했다.


“이제 스스로 일어나실 수도 있으시겠죠?”


“...”


악령화는 아무 말도 없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순간-


“어멋.”


악령화의 다리가 꼬인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그대로 넘어지며 앞의 용운휘를 붙잡았다.


“괜찮습니까 사저?”


용운휘가 악령화를 부축하며 물었다.


“아. 발목이 묶여있었던 탓에 한순간 다리가 저려서 말이야. 잠시만”


“예.”


용운휘는 그대로 악령화를 붙잡고 서 있었다. 악령화는 용운휘의 품속에서 고개를 돌려 모용교를 보며 혀를 살짝 내보였다.


‘저...저것이.’


모용교가 속으로 역정을 내던 중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있었군 그래.”


장순명이었다. 그의 옆에는 진광혼과 곽지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아. 네. 모두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용운휘가 일행을 살피며 말했다.


“다행은 무슨. 그런 늙탱이한테 여기 있는 네 명이 죄다 제압당했는데.”


“...그 늙탱이가 강호의 이름 높은 칠대악인이오.”


“쯧.”


곽지성은 기분이 나쁜지 장순명의 말에 혀를 찼다.


“후우. 칠대 악인과 마주하고 무사한 걸 기뻐해야 하는 것인지.”


장순명은 자신의 실패에 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용소협.”


“네.”


“사실 이 일은 맹의 단에서 맡을 일이 아니었소. 칠대악인은 최소한 당에서 맡아야 할 일이나 맹의 중요 인사 어느 누구하나 맡으려고 하지 않아, 내가 다른 임무를 핑계 차 나왔을 뿐. 이 근처에 있던 단원들은 모두 제압 당한 상태이기도 하고 맹에 다시 들러 윗사람들에게 다시 건의를 해볼 참이오.”


“그렇습니까?”


용운휘는 담담히 말을 받았다.


“음.”


용운휘의 담담한 모습에 장순명은 이리 젊은 인재가 망가지거나 죽지 않기만을 빌 뿐이었다.


“단원 한 명을 사공헌에게 붙여둘 터이니 위급하면 언제든 나를 찾아도 좋소.”


장순명은 그 말을 끝으로 일행을 떠나갔다.


“젠장.”


곽지성은 자신의 무력함을 참지 못하고 욕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기도 했다.


절정의 고수라면 어느 지역에 가도 알아주는 경지의 고수다. 이 자리에 있는 누구 하나 절정 아닌 자가 없었지만 그런 그들이 장난감처럼 농락당한 것이다.


칠대 악인의 아무렇지 않은 한수에 제압당한 이들로서는 보다 높은 경지를 갈구할 수밖에 없었다.


“강호는 정말 넓고도 넓군.”


진광혼의 말에 모두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며칠 잠을 제대로 못잤더니 그대로 뻗었습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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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제왕검형(帝王劍形) +2 24.05.18 453 17 11쪽
50 50화 남궁세가 +5 24.05.17 478 14 11쪽
49 49화 팽호 +1 24.05.16 501 16 11쪽
48 48화 황산으로 +1 24.05.13 564 14 13쪽
47 47화 십이사도의 죽음 +1 24.05.11 568 16 11쪽
46 46화 십이사도 +1 24.05.10 563 15 12쪽
45 45화 끽채교의 정체 +1 24.05.09 630 15 11쪽
44 44화 파리 날리는 객잔 +1 24.05.06 758 16 11쪽
» 43화 강호는 넓다 +1 24.05.05 824 17 11쪽
42 42화 소중유도 강찬운(수정) +1 24.05.02 801 18 12쪽
41 41화 칠대악인의 제자 +3 24.05.01 828 20 11쪽
40 40화 곡예단 +1 24.04.29 850 23 11쪽
39 39화 악인촌(수정) +1 24.04.27 913 21 11쪽
38 38화 복수 +1 24.04.26 970 19 11쪽
37 37화 귀검문의 최후 +1 24.04.23 1,040 22 12쪽
36 36화 재회 +1 24.04.22 1,039 18 11쪽
35 35화 살수 +1 24.04.21 1,020 18 11쪽
34 34화 강호인들의 도전 +1 24.04.20 1,048 19 11쪽
33 33화 영육쌍전(靈肉雙全) +1 24.04.17 1,164 18 11쪽
32 32화 다른 풍경이었다. 하지만... +2 24.04.16 1,174 17 11쪽
31 31화 승부의 끝 +4 24.04.15 1,149 23 12쪽
30 30화 의기충천(意氣衝天) +2 24.04.14 1,089 23 12쪽
29 29화 격전 +2 24.04.12 1,105 19 11쪽
28 28화 탈혼악경(奪魂樂經) +2 24.04.11 1,170 21 13쪽
27 27화 습격 +3 24.04.10 1,103 21 12쪽
26 26화 탈각 +2 24.04.09 1,174 20 11쪽
25 25화 모용교 +4 24.04.07 1,201 24 11쪽
24 24화 결착 +4 24.04.07 1,196 24 11쪽
23 23화 재격돌 +3 24.04.05 1,249 24 13쪽
22 22화 투귀 곽지성 +5 24.04.04 1,280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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