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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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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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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8
글자수 :
409,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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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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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2화 소중유도 강찬운(수정)

DUMMY

“후우...놀랐어. 설마하니 쾌속함을 그런 식으로 받아 칠 수 있다니.”


악유어는 배를 툭툭 털어내며 아무렇지 않은 듯이 일어났다.


‘분명 손에 감촉에 있었는데?’


용운휘는 자신의 검을 힐끔 바라 보았다. 그제야 용운휘는 상대가 검에는 찔렸지만 베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호신기인가...?”


“좀 틀리지. 내가 익힌 기공은 좀 특수해서 말이지. 내 몸은 동피철골에 가깝거든.”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잘린 옷자락을 펼치며 자신의 배를 보였다. 상처 한점 없이 깨끗한 복부였다.


“하지만 방금 그 수법. 사용한 게 처음이거나 그와 비슷한 수준이겠지? 전혀 능숙하지 못하던데.”


“능숙하지 못하다고?”


“그렇지. 어떻게 보면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이화접목과도 비슷한 수법인데. 꽤나 재미있군. 제대로만 펼쳤으면 나도 분명 꽤나 타격을 받고 이렇게 바로 일어나지는 못했겠지. 제대로였다면 말이야.”


“...”


“본인은 모르나 본데 받아넘길 때 동작에 미묘하게 어긋남이 있어. 눈으로 본 것과 몸으로 행하는 것의 불일치. 나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는 자에겐 훤히 보인다고. 아무래도 눈만 빠른 너와, 모든 것이 다 빠른 나. 승부가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이지.”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 너는.”


솨아아아악.


용운휘가 검을 한번 휘둘렀다.


“다시 시작해보자고. 와라.”


“헤에. 바보인가? 아니. 아니지. 머리는 나빠 보이진 않는데. 그렇다고 좋아보이지도 않지만.”


악유어는 느낀 바를 그대로를 솔직히 말했다.


“입으로 싸울 건가?”


용운휘는 다시 한번 악유어를 재촉했다.


“좋아. 그 도발에 넘어가주지.”


악유어가 다시 경공을 발휘하기 위해 자세를 취했다. 금방이라도 앞으로 튀어나갈 수 있는 자세가 마치 시위에 걸린 화살처럼 보일 정도였다.


“자. 간다.”


친절히 날아오는 예고. 악유어는 분명 자신을 과시하고 있었다. 허나 그래도 될 만큼의 실력이, 빠르기가 그녀에게는 있었다.


그녀가 발을 내디디자마자 몸이 곧장 앞으로 튀어 나갔다. 바람을 가르던 그녀의 몸이 이내 하나의 번개로 화했다.


번개 속에서 한 줄기의 섬광이 피어올랐다. 그녀의 손에 앞으로 쭉 내밀어지며 그 끝에는 세워진 손가락이 있었다. 손가락이 노리는 곳은 용운휘의 기도였다.


상대의 호흡을 멈춰 순식간에 무력화시키기 위한 수법이었다.


무슨 생각인지 용운휘는 상대의 공격이 날아오는데도 악유어를 눈에 담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가 뛰어드는 순간부터 무언가 생각에 잠긴 채로 있더니 그녀가 지척에 다가온 순간 눈을 감아버린 것이다.


‘뭐야? 포기한 건가?’


악유어는 순간적으로 눈에 들어온 용운휘의 얼굴을 보고 의아해했다. 허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바로 공격에 집중했다. 이미 화살은 날아서 최고의 속도에 달한 상태.

슈우우우욱!


악유어의 손가락이 바람을 가르며 다가오는데도 용운휘는 눈을 뜨지 않았다. 그저 몸으로 상대의 공격이 들어오는 박자를 가늠할 뿐이었다. 그리고 목이 금방이라도 찔리려는 순간 용운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찰나지간의 순간 서로의 공격이 충돌했다.


충돌음은 없었다. 그저 빗나가서 허공을 찌른 공격과 상대의 몸에 적중한 공격만이 존재할 뿐.


“이...이런 말도 안 되는.”


악유어가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그녀의 배에는 검에 꽤나 깊게 찔렸는지 피가 듬뿍 배어나왔다.


“후우...”


용운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몸에선 공격을 보지 않고 반격한다는 것에 상당한 심력을 소모한 탓인지 몸 곳곳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어떻게. 보지도 않고. 그게 가능하다고?”


악유어. 머리로는 악인촌 으뜸을 자랑하는 그녀답게 찰나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금방 파악했다. 허나 그것을 알았다고 해서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눈으로 보지 않고 기감만을 의지해 너의 공격을 무위로 돌린 것이다. 요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장순명이 통쾌한 듯이 입을 열었다. 혈도를 잡힌 탓에 아직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그였지만 지금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다. 마치 자신이 이기기라도 한 듯한 기분이었다. 강호의 신진고수가 저만큼 까다로운 악인을 제압하다니.


그로선 강호의 미래가 밝다고 느껴졌고, 그것이 참을 수 없이 즐거웠다.


“닥쳐. 그딴 건 네가 말해주지도 알아.”


악유어가 거칠게 말했다. 그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방금 전 눈을 감았던 것은 처음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애초에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았을 리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을 바로 성공한다고?


똑똑한 그녀였지만, 아니 똑똑했기에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백 번 해서 백 번 모두 실패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천 번을 한다고 하면 고작 한 번의 성공일 것이다. 그 정도의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시도하고 또 성공한다고?


“어떻게!!”


풀리지 않는 의문에 그녀가 진각을 강하게 밟았다.


기감을 펼쳐서 자신의 공격을 받아냈다는 것은 바로 안 그녀였지만 그것을 성공시킨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무림인의 감각이란 정밀기관과도 같은 것. 눈으로 보고 기감으로도 본다고는 하지만 그 둘은 상호보완에 가까운 관계이다. 상황이나 간격을 눈과 기감을 사용해 파악하던 것을 연습도 하지 않고 다른 감각을 덜어낸 채 한 가지만을 이용해 파악하는 것은 한 없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면 누구나가 눈을 쓰지 않고 기감으로 세상을 보고 다니지 않겠는가?


머리로는 천하에서 으뜸간다고 자부하는 그녀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 무엇도 두렵지 않고, 그 무엇도 자신의 머리로는 쓰러트릴 수 있다고 자부해왔건만 저런 머리도 좋지 않은 녀석의 요행에 자신이 한 방 먹었단 말인가?


“큭.”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 믿고 싶지도 않았다. 허나 그녀의 배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이것이 현실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디선가 호탕한 웃음이 들려왔다. 자리에 있던 세명의 얼굴이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돌아갔다. 그곳에서는 뚱뚱한 체구의 남자가 몸을 떨며 걸어오고 있었다.


“항상 자신이 천하제일이라고 으스대던 망아지가 이번엔 아주 임자를 제대로 만났구나.”


“강숙부!!”


악유어의 입에서 강숙부란 말이 흘러나왔다. 장순명은 그 말을 듣자마자 짚이는 것이 있었다.


“소중유도(笑中有刀) 강찬운(姜餐雲)??”


그로서도 말로만 듣던 칠대악인 중의 한 사람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오. 내 이름을 알고 있는 녀석도 있나? 이 몸이 강호에서 활동을 하지 않은지 꽤나 시간이 지났을 텐데.”


“...당신의 이름은 잊혀질 수가 없지. 강호가 아무리 넓다곤 하나 당신 같은 이는 또 없을 테니까.”


“호?? 그런가? 나는 그냥 평범한 늙은이일 뿐인데 말이야.”


강찬운은 겸양을 떨며 악유어에게 다가갔다. 장순명 그런 강찬운을 보며 치를 떨었다.


“웃기는군. 평범? 식탐에 미쳐서 사람까지 입에 담은 자가 뭐가 어째?”


“흐으.”


장순명의 말에 은은한 노기가 서려있다는 것을 모를 이도 아니었지만 강찬운은 그저 좋다는 듯이 웃었다.


“너무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고 생각하는데. 친구. 짐승 중 사람이 못 먹는 것이 있나? 있으면 한 번 말해보게나. 그 중에 사람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지. 인간이란 그런 존재야. 욕망의 노예일 뿐이라고. 그리고 사람을 탐하는 것은 딱히 나뿐인 것도 아니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양각양(兩脚羊)이란 말이 존재하겠나.”


“...그런 이들을 가리켜 비인외도(非人外道)의 길을 걷는 자라고 하지.”


장순명은 말을 마치며 이를 갈았다. 혈도가 짚이지 않았다면 금방 금방이라도 도를 휘둘렀으리라.


강찬운은 그런 장순명에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악유어의 복부를 주물렀다.


“으음 대충 살펴보니 다행히 중요한 곳은 베이지 않은 것 같다.”


쿡. 쿡


강찬운이 악어화의 배의 중요 요혈을 짚자 점차 악유어의 출혈이 멎어갔다.


“그래요?”


악유어는 그 말을 듣자마자 용운휘에게 고개를 향했다.


“어이. 멍청이. 다시 해보자. 방금 전의 요행은 다시는 없을 테니까.”


“잠깐, 잠깐. 유어야. 아무리 그래도 지금의 상태로는 무리가 아니겠니?”


“무슨 소리에요 숙부. 제가 저런 얼간이에게 당하기만 하고 물러나야겠어요?”


“돌아가서 광의 녀석에게 한번은 보여야지. 우리 귀염둥이의 몸인데 말이야. 하하.”


“아무리 그러셔도 저는 이 자리에서 끝을 봐야겠어요.”


“하아아.”


강찬운은 땅이 꺼질듯이 한숨을 내쉬더니 곧장 손가락을 치켜들더니 바로 옆에 있는 악유어를 향해 내질렀다.


탁. 탁. 탁!


악유어는 이미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손가락을 피해내며 강찬운에게 퇴법을 날렸다.


“어이쿠! 우리 망아지가 이러다 숙부까지 잡아먹겠구나.”


“숙부, 말리지 마세요.”


두 명은 서로가 날린 공격을 피하며 뒤로 물러났다.


“이거야 원. 이미 읽고 있었던 게냐. 역시 우리 유어답구나.”


“흥. 잠자코 지켜보고 있으세요. 저 녀석을 바로 제압해서 악인촌으로 데려갈 테니.”


“하지만 아직은 멀었구나.”


강찬운이 입 꼬리가 길게 늘어졌다. 악유어는 그 웃음을 보자마자 오싹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주저앉았다. 다리가 순식간에 풀린 것이다.


“이...이게?”


그녀는 황당하다는 듯이 자신의 하반신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거 오늘 이 숙부의 밑천이 또 하나 털리는구나.”


“어...어떻게 하신 거죠?”


“하하. 우리 똑똑한 유어가 한번 맞춰봐라.”


“으으.”


악유어는 능글맞은 웃음을 짓는 강찬운이 괘씸하다는 듯이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곧장 자신의 몸을 관조하기 시작했다. 바로 운기행공을 하며 자신의 몸을 살피자 악유어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진기 덩어리? 이건 설마...”


“그래. 내 진기가 너를 제압한 게지.”


“...”


“머리 좋은 너라면 알겠지? 내가 장군을 잡았으나 너는 멍군을 외칠수 없다는 것을 말이야.”


“어떻게.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죠? 분명 조금 전까지 제 안에 침투한 내공은 가만히 머물고만 있었는데. 한순간에 잠잠히 있던 내공이...”


“의념이다.”


“의념...”


“의념이란 절정에 달한 이들이 얻어야 하는 이른바 열매와도 같은 것이지. 의념이라는 열매를 얻지 않고 나아갈 수는 없음이니. 의념이라는 실체에 도달하게 되면 이윽고 육신은 환골탈태를 하게 된다.”


“...”


악유어는 말을 멈추고는 잠자코 자신의 내기로 강운찬의 내기를 몰아내려고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강운찬의 내기는 마치 자신의 몸에 박힌 철기둥처럼 요지부동이었다.


“읏차.”


강운찬은 악유어에게 다가가 그녀를 들어올리더니 자신의 등에 업었다.


“그럼 가자꾸나. 이 숙부랑 같이.”


“으으.”


악유어는 잠시 싫다는 듯이 진저리 치더니, 이내 단념하고 용운휘에게 고개를 돌렸다.


“야!”


용운휘는 그녀의 부름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눈만을 맞췄다.


“기다려. 다시 온다. 오늘 같은 행운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야.”


“...얼마든지.”


용운휘의 단호한 대답에 악유어는 이를 악물었다. 그런 그녀의 기색을 느낀 강찬운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천적이구나. 천적.”


“당신은 그냥 갈 거요?”


용운휘가 웃음을 터트리던 강찬운에게 물었다.


“응? 그러면?”


“...”


“설마하니 내가 자네에게 손을 쓰기야 하겠나? 내 등 뒤에 있는 망아지가 치켜뜬 눈을 부라리고 있는데. 이 망아지가 쉽게 포기할 것 같지도 않고 말이야. 자네는 이제 이 녀석에게 물린 거나 다름없으니 매사가 신통치 않을 걸세. 내 애도를 표하지. 흐흐흐.”


“...”


“하하하하하. 그럼 이 몸은 이만 가지. 자네의 일행은 숲 어딘가에 있을 터이니 잘 찾아보도록 하게나. 흐흐흐하하하하하하하.”


떠나가는 강찬운의 웃음이 숲을 뒤흔들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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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화 남궁세가 +5 24.05.17 477 14 11쪽
49 49화 팽호 +1 24.05.16 500 16 11쪽
48 48화 황산으로 +1 24.05.13 564 14 13쪽
47 47화 십이사도의 죽음 +1 24.05.11 568 16 11쪽
46 46화 십이사도 +1 24.05.10 563 15 12쪽
45 45화 끽채교의 정체 +1 24.05.09 630 15 11쪽
44 44화 파리 날리는 객잔 +1 24.05.06 758 16 11쪽
43 43화 강호는 넓다 +1 24.05.05 823 17 11쪽
» 42화 소중유도 강찬운(수정) +1 24.05.02 801 18 12쪽
41 41화 칠대악인의 제자 +3 24.05.01 828 20 11쪽
40 40화 곡예단 +1 24.04.29 850 23 11쪽
39 39화 악인촌(수정) +1 24.04.27 913 21 11쪽
38 38화 복수 +1 24.04.26 970 19 11쪽
37 37화 귀검문의 최후 +1 24.04.23 1,040 22 12쪽
36 36화 재회 +1 24.04.22 1,039 18 11쪽
35 35화 살수 +1 24.04.21 1,020 18 11쪽
34 34화 강호인들의 도전 +1 24.04.20 1,048 19 11쪽
33 33화 영육쌍전(靈肉雙全) +1 24.04.17 1,164 18 11쪽
32 32화 다른 풍경이었다. 하지만... +2 24.04.16 1,174 17 11쪽
31 31화 승부의 끝 +4 24.04.15 1,149 23 12쪽
30 30화 의기충천(意氣衝天) +2 24.04.14 1,089 23 12쪽
29 29화 격전 +2 24.04.12 1,105 19 11쪽
28 28화 탈혼악경(奪魂樂經) +2 24.04.11 1,170 21 13쪽
27 27화 습격 +3 24.04.10 1,103 21 12쪽
26 26화 탈각 +2 24.04.09 1,173 20 11쪽
25 25화 모용교 +4 24.04.07 1,201 24 11쪽
24 24화 결착 +4 24.04.07 1,195 24 11쪽
23 23화 재격돌 +3 24.04.05 1,249 24 13쪽
22 22화 투귀 곽지성 +5 24.04.04 1,280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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