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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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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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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8
글자수 :
409,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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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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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1화 칠대악인의 제자

DUMMY

퇴법은 무척이나 쾌속했다. 거기에 더해 재주꾼이 움직일 때 사용한 경공은 워낙 빨라 용운휘는 미처 검을 꺼내지도 못하고 받아내야 했을 정도였다.


‘큿...’


순식간에 팔은 물론이고 상반신 곳곳을 가격당한 용운휘는 인상을 찡그렸다. 퇴법이 너무나도 빨리 마치 채찍에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빠르다. 정말로 빨라.’


살면서 봐왔던 그 어느 누구보다도 빨랐다. 검을 들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용운휘는 계속해서 달려드는 발을 피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잠시 후 어느 사이에 곡예를 구경하던 장소에서 꽤나 떨어진 곳까지 와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숲인가?’


주위를 둘러보니 나무들이 꽤나 빽빽하게 들어선 곳이었다.


‘이 정도라면...’


딱히 의도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주위 환경이 자신에게 유리한 곳이었다. 용운휘는 날아오는 발을 피하며 발차기의 궤도 사이에 나무들을 끼워넣기 시작했다.


콰직!

쾅!

으지지직!


재주꾼의 발의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재미없게 나오는군.”


‘음?’

“너...”


용운휘는 발을 멈추고 손을 들어 재주꾼을 가리켰다.


“뭘 그렇게 당황해?”


재주꾼은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여...여자?”


“내가 언제 남자라고 말했던가?”


재주꾼은 얼굴과 목에 변장했던 것들을 털어내며 말했다.


“휴 시원하군.”


재주꾼이 변장을 모두 털어버리고 두건까지 벗어던지나 긴 장발이 흘러나왔다. 한순간에 잘생겼던 재주꾼이 요염한 미녀로 탈바꿈한 것이다.


“...”


용운휘는 사람이 한순간에 변신하는 모습에 잠시 넋을 잃을 정도였다. 인피면구도 없이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도 있는 것인가 하는 감상이 잠시 머리를 지배할 정도였다.


“악인촌에서 온 건가?”


“후. 후후. 아니라고 잡아떼고 싶긴 하지만 오는 길에 너무 요란하게 굴긴 했군. 내 대답은 그래 맞아 라고 해주지.”


이름 모를 여자는 악동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천진난만한 웃음이었지만 출중한 미모 덕분인지 어딘가 요염함을 품고 있었다.


“나는 악인촌의 사람들과 원한은커녕 일면식도 없는 것 같은데?”


용운휘의 말에 여자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계속 웃고만 있을 따름이었다. 웃고 있던 여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강호에 신성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더니 이거야 원. 멍청하군.”


“무슨 뜻이지?”


“조금만 더 상상력을 발휘해봐. 사람이 꼭 누군가를 알아야만 해코지하던가? 오히려 모르기 때문에 더 악한 짓을 할 수 있는 게 사람이지.”


악인촌의 거주자다운 말이었다. 용운휘는 상대의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목적은?”


“목적이라...”


“굳이 날 보려고 여기에 오진 않았을 텐데. 내가 정파 쪽이기 때문인가?”


“음...사부님들이 말을 하지 말라고 당부하긴 했지만 그래서야 재미가 없지. 나의, 아니 우리 악인촌의 목적은 너를 악인으로 만드는 거야!”


“...나를 사파로 만들겠다고? 미친...”


용운휘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대답에 저절로 욕이 흘러나왔다. 허나 용운휘의 반응이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여자는 흥에 겨워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지난 23년 동안 악인촌은 거의 은거 상태였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의 으뜸인 이유를 뽑는다면 이 몸 악유어(惡游魚)가 칠대악인들의 손에서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지. 허나 이 몸이 자라고 보니 악인촌은 물론 세상은 너무나 재미가 없었어. 악인촌의 사람들도 대부분 지루함에 몸서리를 쳤고. 그 와중에 내 머리를 치고 가는 화제가 있었으니 바로!!”


“바로?”


“천하제일의 악인은, 가장 사악한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었지.”

“...”


용운휘는 어이가 없어 그녀가 말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천하제일의 악이란? 악인촌에서 가장 사악한 이란 누굴까 하는 물음이었지. 이 이야기를 거론하니 수십 아니 수백일 동안 악인촌의 모두가 입씨름도 하고 싸우기도 했지.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런 소모적인 일만으로 진정한 악을 깨닫거나 결론지을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선택한 것이.”


그녀가 말을 멈추고 손을 들어 올린 후 손가락으로 용운휘를 가리켰다.


“너 인거야.”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의 연속에 용운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악유어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악 중 악. 정파에서도 소문난 신진고수를 악에 물들여 사파로 타락시킨다면 그야말로 천하제일의 악인이라 할 수 있는 법이지.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첫 번째로 나선 것이 이 몸이고.”


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허리에 양팔을 대고는 으스대었다.


“이야기는 끝났나?”


용운휘는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아아. 너만 무릎 꿇린다면 분명 일곱의 사부들도 나를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 칠대악인 위에 있는 악유어를. 제비뽑기에 수작을 부려서 첫 번째로 나오길 잘했어.”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에 도취되어 혼잣말을 하는 동안 용운휘는 허리춤의 검을 이미 빼어든 상태였다.


“더 이상 미친 소리는 못 들어주겠군.”


“미쳤다니. 너무하는군. 그저 우리는 남들보다 욕망에 조금 더 솔직할 뿐이라고. 인간인 이상 욕망에서 자유로울 순 없어. 그것을 억지로 정의라는 이름 아래 묻어두고 위선을 떠는 정파들보단 자유로운 우리가 보다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 그렇게 떠들다 죽-”


용운휘가 말을 하다 말고 도검천을 사용했다. 극쾌의 극치. 순식간에 악유어의 지근거리에 도달한 용운휘가 검을 옆으로 휘둘렀다.


“어라”


솨악!!


용운휘의 검이 공기를 갈랐다. 분명 악유어가 있던 자리를 정확히 벤 검이었지만 베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고명하신 정파의 신성께서 기습도 하는군 그래.”


악유어의 목소리가 나무 위에서 들려왔다.


“내려와.”


용운휘가 어느 사이에 위로 올라간 악유어를 향해 말했다.


“쯧쯧.”


악유어를 혀를 차더니 돌연 몸을 옆으로 회전시켰다. 그녀가 좀 전까지 서 있던 자리를 도가 베고 지나갔다. 분명 한순간만 늦었다면 베어졌을 순간이었다.


“기습을 하려면 좀 더 신중히 했어야지.”


그녀의 말이 향한 상대는 용운휘가 아닌 위에서 떨어져 내린 장순명이었다.


“처음부터 뒤를 따라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냥 베여줄 리가 없잖아?”


땅에 착지한 장순명은 다시 도를 잡고 자세를 취했다.


“네 년. 칠대악인의 공동전인이냐?”


“음? 뭐. 그렇겠지? 그 분들에게 무공을 배웠으니.”


“...”


장순명은 마음이 무거웠다. 칠대 악인도 아닌 이가 자신의 기습을 가볍게 피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제자도 저러할진대 칠대 악인이 나선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


장순명이 마음속으로 결심을 하고 도를 고쳐 잡은 순간, 나무 위에 있던 악유어가 운공을 하며 긴 숨을 토했다.


으득. 으드득.


악유어의 몸 곳곳에서 뼈 소리가 들리며 몇몇 골격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후우우.”


“...축골공?”


살짝 놀란 장순명이 축골공을 입에 담았다.


“시원하군. 아무래도 남자 체형으로 싸우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거나 다름없어서 말이야. 능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그녀가 시원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부터가 진짜다.’


장순명과 용운휘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악유어가 움직였다.


퍼퍼퍼퍽!!


신속과도 같은 속도로 접근한 그녀가 수십 개의 지법으로 용운휘와 장순명의 혈도들을 공격했다.


“큭..!!”


채앵!!


악유어가 펼친 공격들을 제대로 피해내지 못한 장순명이 도를 떨구며 무릎을 바닥에 댔다.


좀 전까지의 공격까지는 피해낼 수 있었지만 축골공으로 체형을 원래대로 돌린 악유어의 속도는 말 그대로 바람이고 번개였다.


사람이 어찌 바람을 피하고 번개를 피할 수 있겠는가.


결코 장순명이 방심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녀의 속도가 그의 예상과 반응을 웃돌았을 뿐이었다.


용운휘 또한 혈도를 찍히는 것은 피했지만 그렇다고 좋은 상황도 아니었다. 기를 담은 지법 은 그것만으로 충분히 무서운 공격이었다.


번개처럼 파고든 지법들이 지나간 후의 고통으로 용운휘의 팔이 떨려왔다. 용운휘가 떨리는 팔로 검을 다시 고쳐 잡았다.


“헤에...”


용운휘의 모습을 보던 악유어가 감탄성을 터트렸다. 분명 두 명 다 요혈을 노리고 들어갔으나 한쪽만 공격이 제대로 들어간 탓이었다.


“보이긴 하나보지?”


“다시 와봐.”


용운휘는 손의 떨림을 숨기고 악유어를 도발했다.


“방금 전과 같은 운이 언제까지 따라줄지 한번...볼까?”


악유어가 신형을 여러 개로 나누며 다시 용운휘에게 달려들었다.


캉. 캉. 카앙!!


미리 무아시경을 펼치고 있던 용운휘가 가까스로 악유어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


어느 순간에서도 멈출 것 같지 않았던 악유어의 공격이 제대로 된 피해도 주지 못하고 멈추었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의 공격이 그렇게 싸구려였던가? 아니. 아니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무언가 있었다.


‘강호의 신성이라더니.’


그녀는 내심 반기고 있었다. 쉽게 얻어 봐야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사냥감이 더욱 거칠고 날뛰어야 재미가 있는 법.


“후우...후우.”


용운휘는 무아시경에 빠져든 채 그녀의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다시 공격이 쏟아졌다.


이번에는 지법뿐만이 아닌 퇴법까지 더해진 연계 초식이었다. 광풍과도 같은 그림자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마침내 한줄기 번개를 만들어냈다.


콰앙!


악유어의 발과 검집이 공중에서 충돌했다. 악유어는 자신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바로 물러났다.


확실했다. 악유어는 확신했다. 상대는 분명 지금 확실히 자신의 속도에 점차 따라오고 있었다.


‘조금만...조금만 더.’


종박부앙(從拍府仰) 유아독재(唯我獨在). 용운휘는 두 가지 구결을 머릿속에서 새기며 움직이고 있었다. 공손대랑이 남긴 구결 중 가장 이해가 가지 않았던 구절이었다.


박자를 따르고 우러러볼지어다. 그리하면 곧 나 혼자만 존재할지니.


분명 악유어는 용운휘 자신보다 빨랐다. 허나 상대가 만드는 흐름에 거스르지 않고 따르는 순간 이 세상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자신 뿐.


여태껏 가장 빠른 적과 마주한 다음에야 신법에 대한 구절임을 깨달아가는 용운휘였다.


‘지금!!’


용운휘는 자신에게 얼굴로 날아드는 퇴법에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흐름에 올라탔다. 상대의 퇴법이 만들어낸 흐름에 자신의 흐름까지 실어 그대로 공중에서 한 바퀴 돈 용운휘가 그대로 검초를 펼쳤다.


이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그 어느 것보다도 빠른 검초가 그대로 악유어를 꿰뚫었다.


푸우우우우욱!


검초의 위력 탓인지 악유어는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후우우.”


용운휘는 날아간 악유어를 지켜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이긴 건가?’


그 어느 때보다 심력을 많이 소모한 싸움이었다. 자신보다 빠른 상대의 공격의 흐름을 읽어 이용한다니. 단 한순간의 실수로 언제든 자신이 당할 수도 있는 신법의 사용방법이었다.


용운휘가 장순명에게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귓가에 말이 들려왔다.


“어이. 설마 벌써 승부가 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용운휘의 몸이 움찔했다.


작가의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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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제왕검형(帝王劍形) +2 24.05.18 452 17 11쪽
50 50화 남궁세가 +5 24.05.17 477 14 11쪽
49 49화 팽호 +1 24.05.16 500 16 11쪽
48 48화 황산으로 +1 24.05.13 564 14 13쪽
47 47화 십이사도의 죽음 +1 24.05.11 568 16 11쪽
46 46화 십이사도 +1 24.05.10 563 15 12쪽
45 45화 끽채교의 정체 +1 24.05.09 630 15 11쪽
44 44화 파리 날리는 객잔 +1 24.05.06 758 16 11쪽
43 43화 강호는 넓다 +1 24.05.05 823 17 11쪽
42 42화 소중유도 강찬운(수정) +1 24.05.02 800 18 12쪽
» 41화 칠대악인의 제자 +3 24.05.01 828 20 11쪽
40 40화 곡예단 +1 24.04.29 850 23 11쪽
39 39화 악인촌(수정) +1 24.04.27 913 21 11쪽
38 38화 복수 +1 24.04.26 970 19 11쪽
37 37화 귀검문의 최후 +1 24.04.23 1,040 22 12쪽
36 36화 재회 +1 24.04.22 1,039 18 11쪽
35 35화 살수 +1 24.04.21 1,020 18 11쪽
34 34화 강호인들의 도전 +1 24.04.20 1,048 19 11쪽
33 33화 영육쌍전(靈肉雙全) +1 24.04.17 1,164 18 11쪽
32 32화 다른 풍경이었다. 하지만... +2 24.04.16 1,174 17 11쪽
31 31화 승부의 끝 +4 24.04.15 1,149 23 12쪽
30 30화 의기충천(意氣衝天) +2 24.04.14 1,089 23 12쪽
29 29화 격전 +2 24.04.12 1,105 19 11쪽
28 28화 탈혼악경(奪魂樂經) +2 24.04.11 1,169 21 13쪽
27 27화 습격 +3 24.04.10 1,103 21 12쪽
26 26화 탈각 +2 24.04.09 1,172 20 11쪽
25 25화 모용교 +4 24.04.07 1,201 24 11쪽
24 24화 결착 +4 24.04.07 1,195 24 11쪽
23 23화 재격돌 +3 24.04.05 1,249 24 13쪽
22 22화 투귀 곽지성 +5 24.04.04 1,280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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