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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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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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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8
글자수 :
409,810

작성
24.04.14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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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2쪽

30화 의기충천(意氣衝天)

DUMMY

용운휘, 아니 삼류 무사 이혁망은 꿈을 꾸었다. 강호에 들어서면서 부터였을까? 그도 아니면 더 어릴 적, 매담자들의 이야기에 취하면서부터였을까?


이제 와서 떠올리기엔 너무나도 지난 과거의 일. 흐릿한 과거의 파편들은 이제 와서 들추어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단 한가지만은 알고 있었다.


어두침침한 강호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것도 있다는 것을. 하지만 강한 빛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는 그 빛을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마치 신기루와도 같은 것. 그것이 강호에서의 영광이었다. 손에 들어오면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얻은 자만이 할 수 있는 말.


손에 들어오고 나서의 소회(所懷)는 역시는 당사자가 얻고 난 후밖에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혁망으로서의 시간이 지나가고 어느새 주변의 풍경 또한 바뀌었다. 이혁망이 아닌 용운휘가 되어 있음을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흐릿한 과거보다는 용운휘로서의 시간이 선명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언젠가는 이 또한 색이 바랄지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혁망이었을 때보다는 밝은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허나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빛이었고 다른 풍경이기도 했다. 그것은 조금만 더 가면 보일 것처럼 느껴지지만 한 없이 멀어보였다. 게다가 계속해서 나아가던 자신의 발이 멈춰 있었다.


용운휘는 생각했다. 나아가야 한다고. 적어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끝나버린 것은 한번으로 족하지 않은가. 좌절은 회한(悔恨)으로 변했고, 회한은 집착으로 변했다. 하지만 자신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좌절감이 다시 한 번 찾아오자 무엇인가가 끓어올랐다. 갈망인가? 분노인가? 그도 아니면 망집인가?


자신도 몰랐다. 하지만 일어나야 했다. 이대로 주저앉는다면, 이대로 죽어 버린다면 자신은 그저 줄인형에 지나지 않는다. 두 번이나 실타래가 끊어진 줄인형.


그저 이대로는 포기할 수 없다는 집착이 무수한 상념을 하나로 녹였다. 무수한 상념이 곧 일념이 되고, 일념은 다시 무념이 되었다.


무념은 곧 한줄기 기운으로 화해 용운휘의 상단전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곧 용운휘의 전신을 내달리던 그 기운은 모든 혈도와 경맥을 관통했다.


파앙!! 찌지지지직!


기운이 지나갈 때마다 용운휘는 파열음이 들려오는 것을 무아몽중의 상태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용운휘의 정신은 기운에 모든 것을 맡긴 채 편안한 상태였으나 용운휘의 쓰러진 육신은 파열음이 들릴 때마다 움찔거렸다.


우둑! 우드득!


기운이 지나간 전신 곳곳은 마치 뼈를 새로 짜 맞추듯이 재구성되고 있었다.


파열음이 곧 잦아듬과 동시에 기운의 기세 또한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힘을 발휘해 곧장 용운휘의 가슴으로 모이더니 이내 하후악의 경력을 모두 와해시키고는 책무를 다했다는 듯이 다시 머리로 천천히 돌아왔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무아몽중의 세계에서 끌어내려진 용운휘가 자신의 몸으로 돌아왔다. 용운휘의 눈이 천천히 열렸고, 눈에서는 한줄기 신광(神光)이 뿜어져 나왔다.


“후우우우우우우.”


용운휘는 길게 숨을 내쉬며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잠시 음미했다.


[일어났느냐?]


검 안에서 그저 발만 동동 구르던 적가린이 용운휘의 변화된 상태를 알아차리고 말을 걸어왔다.


‘아아.’


용운휘는 속으로 답하며 움직였다.


우득!


마치 오랜 시간 쓰러져있던 몸이 다시 움직이기라도 하듯이 용운휘가 움직일 때마다 뼈마디에서 뼈 소리가 들려왔다.


앞으로 쓰러져 있던 탓에 전신에 묻은 흙을 팡팡 털자 잠시 전황을 지켜보며 갈 곳을 정하고 있던 하후악의 귀에도 들려왔다.


그의 고개가 곧 용운휘가 쓰러져 있던 곳으로 돌아갔고, 그의 눈은 찢어질 듯이 커졌다.


“...말도 안 되는...”


“여어. 하던 것....마저 해야겠지?”


하후악은 잠시 생각했다. 지금 질이 안 좋은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눈앞에 저놈이 다시 서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후악의 손이 즉시 움직였다. 악몽을 그 스스로의 손으로 지워버리려는 듯이.


촤악! 촤아악!!


순식간에 두 개의 뱀이 덮쳐왔다. 사선으로 그어지는 두 개의 선.


쌍두출곡(雙頭出谷)


일견 그대로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하후악의 초식이었다. 허나 그 초식은 그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


하후악은 용운휘의 신형이 한순간 자신의 기감에서 벗어난 것을 느꼈다. 용운휘의 신형은 이미 채찍의 사정권에서 벗어난 채였다.


“그럴 리가...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하후악은 단 한 수였지만 용운휘가 조금 전까지의 용운휘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동시에 떠오른 하나의 어구.


“네놈이...네놈 따위가...의기충천(意氣衝天)이라고?”


“의기충천이라...확실히. 지금이 되어서야 그 말의 뜻도 어느 정도 알 것 같군.”


“안다고?!! 네놈이 말이냐!!!”


시종일관 냉정했던 하후악의 입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나 자신이 그 경지를 이루고자 했던가. 십년을 넘게 넘을 듯 말 듯 그럼에도 결국 넘지 못한 문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다 죽어가던 저런 애송이가?


인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을 인정해버리면 무인으로서의 자신은 뭐란 말인가.


“의(意)와 기(氣)가 하늘을 찌른다라...누가 지었는지는 몰라도 정말로 잘 표현한 말이군.”


“...”


그도 이해만 했지 몸으로는 이루지 못한 단계에 대한 설명이 들려오자, 하후악은 저절로 용운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집중했다. 무인으로서의 갈망이자 본능이었다. 허나 아직도 인정할 수 없음에 입에서 나오는 말은 부정과 질투였다.


“네놈이 무얼 안다고 그리 논하는 거냐. 어디서 주워들었는지는 몰라도 주제 넘는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내가?”


용운휘는 진심으로 의아한 얼굴로 하후악에게 물었다. 악의 없는 당하는 조롱에 하후악은 머리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의기충천(意氣衝天)이란 말은 곧 하늘이 정한 섭리를 거역하는 것이다. 충만해진 기와 의로써 하늘의 섭리를 철저히 부정하고 자신 안에 하늘을 품음으로써, 자신이 하늘이 되어 무한해지는 것. 그것을 이제 막 약관에 이를 네가 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네놈이 무슨 고금에 다시없을 천재도 아니고.”


“글쎄. 내가 천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군.”


“흥”


용운휘의 말에 하후악이 그것 보라는 듯이 코웃음 쳤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군. 내가 그 섭리를 비틀었다는 것을.”


이어진 용운휘의 말에 하후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확인해 봐야겠군. 자. 좀 전처럼 다시 어울려보자고.”



사방에서 피가 튀고 온갖 고함과 신음이 흘러나왔지만 이 자리에 있는 둘에게 그런 것은 전혀 중요치 않았다.


지금 그들에게는 눈앞의 상대만이 모든 것이었다.


한 명은 자신이 얻은 바를 확인하기 위해, 또 다른 한명은 그것을 부정하기 위해 다시 싸움이 벌어졌다.



***



한편 모용교는 천응원뢰 손원과 일견에는 호각의 승부를 겨루고 있었다. 허나 실제로 들여다보면 내막은 전혀 달랐다.


마문일세가 비록 정사중간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성향은 흑도에 가까운 것. 흑도의 고수들 사이에서 모용교가 회의 위계나 규칙을 반쯤은 무시하며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그녀가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손원과 싸우기 전 망설이는 다른 문파들을 부추기고자 싸움의 축포를 터트린 그녀였다. 이미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상당량의 내공을 사용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무렇지 않는 듯이 손원과의 싸움에서 서서히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음공을 펼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막대한 내공과, 그것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버는 것이다. 음공이란 결국 상대가 듣는다는 행위를 통해서 상대를 해할 수 있는 수법. 하지만 상대가 자신 이상의 고수라면 상대가 다가와 먼저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병장기나 권장법을 공격해 올 때 무력화되기 십상이다.


그런 음공을 주무기로 삼는 이들에게 음공을 제외한 호신책은 목숨줄이나 다름없는 것이었고 모용교 또한 호신을 위한 수단은 당연히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경공이었다.


마문일세 안에서 그 누구도 그녀를 십장 안에서 붙잡을 수 있는 이가 없을 정도로 그녀의 경공은 차원을 달리했다.


그런 그녀가 손원의 공격을 수월히 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이 미꾸라지 같은 년이!!”


손원은 이미 내공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으나, 진원진기를 끌어올리면서까지 거세게 공격을 이어나갔다.


허나 그가 도끼를 휘두를 때마다 모용교는 신형을 몇 개로 나누면서 오히려 몰아붙이고 있었다. 손원은 목숨까지 걸어 힘을 쥐어짜내고 있었지만, 전혀 그만큼의 이득을 얻지 못하고 있는 형세였다.


“크아아아아악.”


성격이 번개처럼 폭급하다고 소문난 그답게 흉성을 터트리며 계속해서 달려들었지만 마침내 내공이 끊기며 빈틈을 드러냈고 모용교는 절정고수답게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모용교의 옥소나 빛을 내며 어지러이 춤추며 손원의 요혈을 찔렀다.


“컥!”


손원은 수많은 급소를 옥소로 찔리고 그대로 피분수를 입으로 뿜어냈다. 한줄기의 신음을 내뱉은 그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 눈을 감았다. 한 평생 다혈질인 성격대로 살아왔던 이답게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일그러지고 사나운 얼굴이었다.


모용교는 그대로 나름대로 한솥밥을 먹었던 이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기도 전에 발을 옮겼다.


그녀가 왔던 길을 뒤집어 가던 중, 헤어졌던 얼굴들을 다시 만났다. 악령화와 진광혼이었다.평온한 기색의 모용교와 달리 둘은 꽤나 고전한 탓인지, 진광혼의 전신에서는 피가 흘러나왔고, 악령화는 가지런하고 아름다웠던 머리카락은 산발이 되어있었고, 입에선 한줄기의 핏자국이 보였다.


“다들 무사한 것 같군.”


진광혼이 다른 이들을 살피며 말했다.


“운휘는...운휘는 어느 쪽에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그녀가 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놈에게 진 내가 장담하겠는데 쉽게 죽을 놈은 아니오.”


진광혼의 말을 들은 악령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모용교가 입을 열었다.


“상태가 좋지 않다면 물러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모용교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남자의 말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그 말투에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그저 그 말의 진의가 무엇인지 의아하게 여길 뿐이었다.


“무슨 소리죠?”


“...우리가 찾아갈 곳은 위험한 곳이지. 구경 값으로 목숨 정도는 지불할지도 모르는.”


“그래서 나보고 사제를 버리라는 건가요?”


“버리라니 무슨. 그저 당신들을 지켜줄 여유는 누구에게도 없을 거야. 나도 물론이고. 하후악. 그 녀석은... 정말로 강한 녀석이야.”


“그 말은...운휘와 곽지성, 그 사람의 패배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군요.”


“어느 정도는.”


“이해 할 수가 없군요. 그럼 당신은 왜 제 사제에게 가려는 거지요?”


“...”


잠시 입을 다문 모용교가 다시 입을 열었다.


“글쎄. 님을 사지에 몰아놓고 나 혼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다분히 장난스런 어조에 누구라도 그녀가 본심을 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허나 그것을 지적할 틈은 없다고 여긴 진광혼이 재촉했다.


“언제까지 계속 말만 할 거요. 그렇게 위험하다면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은 없을 텐데.”


그 말에 두 여자의 대치는 바로 끝이 나고 일행은 용운휘가 있던 곳으로 향했다.


모용교는 걸어가면서 내기를 가다듬었다. 그녀는 이미 최악의 사태까지 각오하고 있었다. 하후악과의 동귀어진도 각오한 채 걸어가던 그녀와 나머지 두 명은 반 각도 되지 않아 용운휘와 하후악이 싸우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한데 그들의 싸움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헉.헉. 허억.”


그곳에는 언제나 냉정하고 산처럼 군림했던 이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굴욕을 삼키고 있었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쓰던 글이 날아가서 늦어졌습니다. 가능하면 오늘 중으로 한편 더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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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제왕검형(帝王劍形) +2 24.05.18 452 17 11쪽
50 50화 남궁세가 +5 24.05.17 477 14 11쪽
49 49화 팽호 +1 24.05.16 500 16 11쪽
48 48화 황산으로 +1 24.05.13 564 14 13쪽
47 47화 십이사도의 죽음 +1 24.05.11 568 16 11쪽
46 46화 십이사도 +1 24.05.10 563 15 12쪽
45 45화 끽채교의 정체 +1 24.05.09 630 15 11쪽
44 44화 파리 날리는 객잔 +1 24.05.06 758 16 11쪽
43 43화 강호는 넓다 +1 24.05.05 823 17 11쪽
42 42화 소중유도 강찬운(수정) +1 24.05.02 800 18 12쪽
41 41화 칠대악인의 제자 +3 24.05.01 827 20 11쪽
40 40화 곡예단 +1 24.04.29 850 23 11쪽
39 39화 악인촌(수정) +1 24.04.27 913 21 11쪽
38 38화 복수 +1 24.04.26 970 19 11쪽
37 37화 귀검문의 최후 +1 24.04.23 1,040 22 12쪽
36 36화 재회 +1 24.04.22 1,039 18 11쪽
35 35화 살수 +1 24.04.21 1,020 18 11쪽
34 34화 강호인들의 도전 +1 24.04.20 1,048 19 11쪽
33 33화 영육쌍전(靈肉雙全) +1 24.04.17 1,164 18 11쪽
32 32화 다른 풍경이었다. 하지만... +2 24.04.16 1,174 17 11쪽
31 31화 승부의 끝 +4 24.04.15 1,149 23 12쪽
» 30화 의기충천(意氣衝天) +2 24.04.14 1,089 23 12쪽
29 29화 격전 +2 24.04.12 1,105 19 11쪽
28 28화 탈혼악경(奪魂樂經) +2 24.04.11 1,169 21 13쪽
27 27화 습격 +3 24.04.10 1,103 21 12쪽
26 26화 탈각 +2 24.04.09 1,172 20 11쪽
25 25화 모용교 +4 24.04.07 1,201 24 11쪽
24 24화 결착 +4 24.04.07 1,195 24 11쪽
23 23화 재격돌 +3 24.04.05 1,248 24 13쪽
22 22화 투귀 곽지성 +5 24.04.04 1,280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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