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83,886
추천수 :
1,578
글자수 :
409,810

작성
24.04.07 02:39
조회
1,195
추천
24
글자
11쪽

24화 결착

DUMMY

“누...누구시오?”


“음...일단 그 무서운 것은 거두지.”


의문의 여자는 진광혼의 도를 손으로 가리키며 느긋하게 말했다.


“...누구냐. 너는.”


“딱딱하군. 딱딱해.”


“...멈춰!”


우뚝.


발걸음을 옮기던 여자가 살짝 멈추었다. 진광혼에게서 풍겨오는 살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헤에...”


여자는 두려워하는 기색도 없이 그저 재밌다는 듯한 표정으로 감탄했다.


“너, 마문일세냐?”


“응.”


무거운 중압감속에서도 여자는 가볍게 대답했다.


챙!


여자의 대답에 백노경 또한 검을 빼들었다.


“잠깐, 그만두지.”

여자가 손을 내밀자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중압감이 느껴졌다. 뛰어나게 아름다운 미모, 우아한 몸짓이었으나 그 단순한 동작에 두 사람은 일순 움찍할 정도였다.


“지금 여기서 싸울 마음은 없어.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저 싸움이 끝날 때까지는 기다려줄 테니 가만히 있지 그래?”


사박.


여자가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 순간,


“핫!!!”


솨아아악!


진광혼의 도가 바람을 가르며 여자가 있던 공간을 갈랐다. 하지만 곧 진광혼은 자신의 도가 아무것도 베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에 닿는 감촉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는 바로 직감적으로 보법을 밟아 신형을 뒤로 돌렸다.


“위험하네, 위험해.”


그녀의 목소리가 좀 전까지 진광혼의 뒤였던 곳에서 들려왔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진 채였다.


‘...피할 수 있었을까?’


진광혼은 방금 전 그녀가 피하면서 공격을 했다면 자신이 반격할 수 있었을지 자문했다. 그만큼 그녀의 보법은 놀라운 것이었다.


“당신 정도라면 알 텐데, 내가 공격할 마음이었다면 당신도 어느 정도 손해는 각오했어야 했다는 것을?”


“...”


내심 진광혼도 동의하는 바였다. 하지만 그도 최선을 다해 펼친 초식은 아니었다. 자신의 쾌도식과 그녀의 보법, 어느 것이 빠를까? 그가 양 쪽을 재는 동안 그녀가 자신의 소매를 뒤지며 짜증을 내뱉었다.


“아아 정말이지.”


그녀는 곧 소매 안에서 하나의 물건을 빼더니 진광혼 앞에 던졌다.


터억.


하나의 옥소가 공중에서 아름다운 호를 그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내 무기야. 내가 당신들과 적대할 마음은 없다는 것은 그 정도면 증명되지 않겠어?”


“...”


진광혼은 바로 앞에 떨어진 옥소를 살폈다. 확실히 범상치 않아 보이는 물건이기는 했으나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옥소가 무기라고?”


“무인의 생명과도 같은 무기를 바닥에 내던졌어. 더 이상을 바란다면 나도 참지는 않지.”


그녀에게서 살벌한 기세가 흘러나오자 진광혼이 한 발짝 물러서기로 마음먹었다.


“...당신은 누구지?”


진광혼은 도와 기세를 거두며 물었다.


“붕혼지음(崩魂之音) 모용교(慕容嬌)”


‘...모용교?’


진광혼은 그제야 여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마문일세의 절정 고수 중 유일한 홍일점. 그것이 바로 모용교였다. 옥소가 그녀의 애병이라는 사실은 확인되었지만 진광혼의 마음속에선 의혹이 더욱 피어올랐다. 그런 그녀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런 짓을 한다는 말인가?


설마하니 자신들이 만검문의 참상과 관련이 없다고 여기는 것인가? 아니, 그렇다면 왜 여기까지 쫓아왔겠는가? 다른 곳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인가? 그렇다면 아까 한 말은?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 때문에 진광혼이 생각에 빠진 사이 용운휘와 곽지성의 싸움은 점입가경에 접어들고 있었다. 용운휘의 인피면구는 이미 다 찢어진 상태였지만 그것을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쓰고 있는 장본인이나 상대하고 있는 곽지성 둘 다.


“어엇!”


지켜보던 백노경의 입에서 신음이 튀어나올 정도로 말이다.



용운휘는 자신이 이해한 검기혼탈무의 초식을 모두 펼치기 시작했으며, 곽지성 또한 자신의 무공을 십분 펼쳐내고 있었다.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검기혼탈무의 진가는 그야말로 놀라운 것으로 강호의 어느 검법에 비추어도 손색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기이한 내공까지 더해진 지금은 신공절학으로 분류될 무공이리라.


곽지성 역시 그런 검기혼탈무에 맞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라고 해서 용운휘의 순청지기와 부딪칠 때마다 경락에 피해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정면으로 검기혼탈무의 무공과 맞서는 것과 동시에 계속해서 몸 안으로 파고든 상대의 공력을 몸 밖으로 방출하고 있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그가 익힌 수선공(修仙功) 덕택이었다. 신선이 되기 위한 무공이라는 이 수선공은 기이하게도 호신에 탁월한 효능이 있어, 부딪칠 때마다 쏟아져 들어오는 순청지기의 경력을 그대로 방출하고 있었다.


둘의 싸움은 일견 그야말로 좀 전에 벌어졌던 싸움의 재현으로도 보이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 내용은 전혀 달랐다.


그 증거로 용운휘의 입에서 흘러나왔던 내상의 흔적이 지금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검기혼탈무로 쌓아올린 순청지기는 좀 전에 벌어졌던 내상에 대해 복수라도 하는 듯이 쉼 없이 움직이며 용운휘의 몸을 회복시켜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순청지기가 무적의 창과 무적의 방패를 지닌 꼴이라면, 수선공은 무적의 방패만을 지닌 모양새였다. 일견 비등해 보이는 승부였지만 저울은 계속해 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곽지성의 공격은 순청지기가 만들어낸 호신기를 뚫지 못하고 있었으나, 용운휘의 공격은 서서히 수선공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


순청지기는 토납법의 내기가 검기혼탈무와 만나 만들어진 것. 초식을 사용할 때마다 단전에서 진기가 일어나는 기이한 공능이 있어 용운휘의 진기는 쉼 없이 이어지고 있었으나, 곽지성의 내기는 서서히 말라붙고 있는 탓이었다.


“하아....하아.”


곽지성의 입에서 단내가 흘러나오고 내기가 점점 끊어지기 시작했다. 허나 그의 얼굴에서는 결코 웃음이 떠나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광인의 표상이었다. 아니, 결국은 그것이 무인의 귀감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곽지성’


‘쓰러트려야 할 적.’


‘왜 싸우기 시작했지? 이유는 이제 와선 모르겠다. 허나..’


‘피한다.’


용운휘는 가속된 사고 속에서 날아오는 주먹을 보고 고개를 비껴 피해냈다. 곧 이어 이어지는 장법도 검을 들어 쳐냈다.


카앙!!

‘막아낸다. 그리고 다음은...옆으로.’


용운휘는 그대로 도검천을 사용해 파고들었으나, 곽지성의 팔꿈치가 가슴을 찔러오고 있었다. 그것을 느끼자마자 용운휘는 들고 있던 손을 내리며 칼손잡이로 팔꿈치를 막아내었다.


‘큭.’


‘빠르다.’


용운휘와 곽지성은 똑같이 세 발자국씩 물러났으나, 용운휘는 근접전에서 곽지성이 자신보다는 공격의 연환이 빠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검만을 사용하는 자와 전신을 무기로 사용하는 자의 차이였다. 거기다 곽지성 특유의 야성으로 펼쳐지는 초식의 배합은 너무나 다양해 쫓아가기 힘들 정도였다.


용운휘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던 것은 순청지기의 우위와 무아시경 덕택이었다.


‘강하다. 무공만이 아니고, 몸도, 마음도.’


‘허나 질 순 없다.’


물러난 용운휘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크....크크큭. 너 정말로 강하구나.”


곽지성이 웃으며 말했다.


‘너야말로.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네가 나보다 강하다는 것은 인정 못해.”


‘나야말로.’


말을 끝마친 곽지성이 바로 용운휘를 향해 뛰어들었다. 더 이상 승부를 끄는 것은 불리하다고 여겼기에 던진 수였다.


‘승부!’


곽지성의 손이 수십 개로 늘어났다.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손의 그림자. 그의 절초 중 하나인 천수지공(千手指功)이었다. 아직 대성하지 못했으나 지금 여기서 꺼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곽지성이었다.


가공스러운 손의 그림자는 그야말로 공격의 폭풍이나 다름없었다. 용운휘는 평범한 초식으로는 감당할 수 없음을 직감하고 손의 그림자의 가운데로 뛰어들며 검을 찔렀다.


검기혼탈무 속에서도 가장 쾌속함을 뽐내는 청룡파미(靑龍把尾)였다. 허공에 그어진 검의 궤적은 그야말로 뇌전(雷電)과도 같았다.


천수지공의 수많은 공격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곽지성의 가슴이 갈라졌다. 왼쪽 배부터 시작해 오른쪽 어깨까지 생겨난 큰 검흔 속에서 피가 솟구쳤다.


“제...길.....”


‘뭐였지?’


곽지성은 순간 놓친 일격에 대해 떠올리는 사이 용운휘는 숨을 몰아쉬었다. 용운휘가 곧 바로 무릎을 꿇었다. 그도 한계였다.


“하아....하아.”


내기를 있는대로 끌어 모아 청룡파미를 펼친 덕에 숨을 몰아쉬던 용운휘가 곧 검과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소리를 내질렀다.


“우......으으으으으으우우우우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승리자의 포효였다.


무림인으로서의 당연히 가져야 할 호승심과 자존심. 아무리 삼류 문파의 삼류 무사로서 살아왔던 용운휘였지만 그것이 없을 수는 없었다.


곽지성의 광기어린 투지를 바로 앞에서 접하자 공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것들이 들끓은 것이다.


그 모습을 보던 모용교가 입을 열었다.


“멋진 녀석이군. 여자로서 끌리는군. 반할지도 모르겠어.”


“....?”


백노경이 놀란 표정으로 모용교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면 그런 결론에 이른 것인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와 달리 진광혼은 이해할 수 있었다. 무인이라면 저 정도의 승부를 보고 마음이 동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모용교의 말은 그런 무인으로서의 의미보다는 남녀관계에 대한 의미였지만, 그가 그것을 깨닫는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그렇게 포효를 지르던 용운휘가 포효를 멈추고 이내 허물어지듯 앞으로 털썩 쓰러졌다. 마치 모든 힘을 다 써버린 것처럼.


격전을 연달아 치른 몸과 마음이 휴식을 절실히 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쓰러진 용운휘가 다시 일어난 것은 사일이 지난 후였다.



***



용운휘는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끼며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뭐지??’


삐리리리.


‘퉁소...소리인가?’


아직은 몽롱한 머리로 용운휘는 조금씩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여기는 어디지?’


간신히 뜬 눈에 익숙한 천장이 들어왔다. 귓가에는 계속해서 퉁소가 들려왔다.


“으큭..”


용운휘가 침상을 짚고 일어나려 했다. 사일 동안 굳은 몸은 무겁기 짝이 없었다. 용운휘가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고개를 돌리자 웬 미녀가 퉁소를 불고 있었다.


용운휘는 계속해서 들려오는 퉁소 소리에 몸이 이완되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후우...”


등을 침상에 기대로 소리를 계속 듣던 중 옥소가 멈추었다. 퉁소로 불던 곡이 끝났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일어났나?”


번쩍.


몽환적인 목소리에 용운휘의 눈이 다시 뜨여졌다. 처음 듣는 목소리에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미녀는 무엇이 그리 기쁜 것인지 활짝 미소 짓고 있었다.


“기다렸어. 우리 낭군님이 깨어나기를 말이야.”


미녀가 배시시 웃으며 용운휘에게 살갑게 말했다.


“‘!!!!???”


일어나자마자 생각지도 못한 단어를 들은 용운휘는 아연실색했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오늘 중으로 한 편 더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1 51화 제왕검형(帝王劍形) +2 24.05.18 452 17 11쪽
50 50화 남궁세가 +5 24.05.17 477 14 11쪽
49 49화 팽호 +1 24.05.16 500 16 11쪽
48 48화 황산으로 +1 24.05.13 564 14 13쪽
47 47화 십이사도의 죽음 +1 24.05.11 568 16 11쪽
46 46화 십이사도 +1 24.05.10 563 15 12쪽
45 45화 끽채교의 정체 +1 24.05.09 630 15 11쪽
44 44화 파리 날리는 객잔 +1 24.05.06 758 16 11쪽
43 43화 강호는 넓다 +1 24.05.05 823 17 11쪽
42 42화 소중유도 강찬운(수정) +1 24.05.02 801 18 12쪽
41 41화 칠대악인의 제자 +3 24.05.01 828 20 11쪽
40 40화 곡예단 +1 24.04.29 850 23 11쪽
39 39화 악인촌(수정) +1 24.04.27 913 21 11쪽
38 38화 복수 +1 24.04.26 970 19 11쪽
37 37화 귀검문의 최후 +1 24.04.23 1,040 22 12쪽
36 36화 재회 +1 24.04.22 1,039 18 11쪽
35 35화 살수 +1 24.04.21 1,020 18 11쪽
34 34화 강호인들의 도전 +1 24.04.20 1,048 19 11쪽
33 33화 영육쌍전(靈肉雙全) +1 24.04.17 1,164 18 11쪽
32 32화 다른 풍경이었다. 하지만... +2 24.04.16 1,174 17 11쪽
31 31화 승부의 끝 +4 24.04.15 1,149 23 12쪽
30 30화 의기충천(意氣衝天) +2 24.04.14 1,089 23 12쪽
29 29화 격전 +2 24.04.12 1,105 19 11쪽
28 28화 탈혼악경(奪魂樂經) +2 24.04.11 1,170 21 13쪽
27 27화 습격 +3 24.04.10 1,103 21 12쪽
26 26화 탈각 +2 24.04.09 1,173 20 11쪽
25 25화 모용교 +4 24.04.07 1,201 24 11쪽
» 24화 결착 +4 24.04.07 1,196 24 11쪽
23 23화 재격돌 +3 24.04.05 1,249 24 13쪽
22 22화 투귀 곽지성 +5 24.04.04 1,280 2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