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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졸리다

용사시험에서 떨어졌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밤까
작품등록일 :
2017.04.23 16:35
최근연재일 :
2023.06.27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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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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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5.02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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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4. 서로 양보할 때는 이유가(2)

DUMMY

팬 촉이 종이를 긁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린다.

꼭 종이를 갉아먹는 벌레가 쇠로 되었다면 저런 소리를 낼 것 같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어버렸더라?


손목에 차고 있는 수갑이 유난히 더 무겁고 차갑게 느껴진다.

아군 하나 없는 방에 홀로 앉아 내 발끝이나 쳐다보는 이 상황이... 왜...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어버렸더라?


그다지 큰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니 이렇게 얘기할 게 아니라 진짜 정말 굉장히 엄청 사소한 일이었던 게 분명하다.

그러게 옛말에 사람은 깜빡하면 선을 넘어버리니 조심하라고...


"이름."


검 끝처럼 차갑고 날선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아득히 멀어진다.

문득 경비대의 의자는 참 차갑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나무 의자인데도 말이다. 어쩐지 공기도 차가운 탓에 여기서 일하는 사람은 항상 감기를 달고 살지 않을까 그런 걱정도 들었다.


"이름!"


예의 그 목소리는 다시 한 번 들려왔다.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니라 냉혈한일게 분명해.


고개를 들자 차가운 인상의 남자가 날 노려보고 있었다.

쌍꺼풀이 짙어 나른해 보이지만 분명히 노려본다는 걸 인지할 수 있는, 그런 타고남은 재와 같이 인상적인 빛깔.


갑옷은 아니다. 일단 갑옷은 아니지만 고목의 색과 같은 짙은 갈색의 제복이 의미하는 건 익히 알고 있다.

그 사람은 자신을 경비대 소속 기사 기옌 스나이더라고 소개했으니까.


사람은 잘못한 게 없어도 경비대 기사 앞에서는 괜히 찔리기 마련이다.

흔히 생각하는 그런 기사보단 수사관에 가깝지만 엄연히 기사라고 불렸다. 그들의 이름 끝에 '경'을 붙이는 것이 관례다.


"레이크... 레이크 아이힐데른이요..."


나는 겨우 우물거렸다.


"아이힐데른? 지금 거짓말하는 거냐. 지명이잖아. 출신명 뭐 그런 거냐? 유명한 동명이인이라도 있나보지?"


어이가 없는 것인지 기옌 경이 톡 쏘아붙였다. 하지만 사실이다. 그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가끔은 고향을 성처럼 쓰는 경우도 있고.


"아니요... 그런 건 아니지만 진짜로 거기 출신이라서요..."


그는 아무 말도 않고 그저 왼쪽 눈썹만 들썩였다.


"진짜라니까요?"


"그래, 뭐 그런 건 됐어. 사실 네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냐."


좀 믿으라고.

나는 어후, 하고 긴 한숨을 뱉었다.


"중요한건 네가 왜 도서관에서 소란을 피웠냐는 거겠지."


"그러니까, 거기서도 보셨죠? 제 옆에 있던 그, 정령술사요. 걔가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고 싶어 했는데 제가..."


"걘 너 모른다던데?"


"뭐라고요?"


레샤아아아아!

어쩐지 여기 없다 싶더라니 모르는 척해버리고 홀랑 혼자 도망을 가?

이 일은 절대 안 잊을 거다. 절대!

언젠가 너도 그 손에 수갑 찰 일이 있을 거야, 분명히!


"그렇다 치더라도 회원증 만드는데 굳이 칼부림까지 필요했던가?"


당연히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나는 또 약간 위축되었다.

그래도 소란 일으킨 건 사실이지만 무기 얘기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잘은 몰라도 무기가 포함되면 가중처벌이잖아.


"아니! 저는 검 없었잖아요. 검 들고 설친 건 얘죠!"


나는 내 옆에 똑같이 앉아있는 '그 놈'을 가리켰다.

아무렇게나 자란 검은머리나 날카로운 눈매는 찍어 만든 점처럼 갈색 눈동자가 새겨져 있어 몹시도 사나워 보이는 인상의 소년.

지목 당하자 녀석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뭐, 설쳐? 설쳤다고 했냐. 지금!"


"그런 걸 설친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하냐."


나에게 결투를 신청했던 몰상식한 녀석, 아직 이름은 듣지 못했다.

가죽으로 만든 판초를 입은 걸로 보아 얼추 여행자일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결투하잡시고 정말 등에서 롱소드를 꺼냈을 때는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사서가 급히 도움을 요청해 사태가 악화되지는 않았지만.

뭐, 약간의 문제라면 신고내용이 '도서관에 나타난 무장 강도.'가 아니라 '도서관에 나타난 이상한 두 놈.' 이었다는 것 정도?

하하.


"제발 입 좀 다물어라. 지하로 내려가고 싶지 않으면."


또 한바탕 붙을 뻔한 우리를 기옌 경이 제지했다.

선뜻 조용해지자 그는 만족스러운 듯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좋아요, 좋아. 레이크 아이힐데른, 주소는?"


"하늘그림이요. 저어기 큰 보리수가 있는..."


"직업은?"


직업이라.

아... 음... 뭐가 있을까 적당한 단어.

한동안 땅 파는 건 했지만 농부... 는 아니고, 목책에도 잠깐 손댔지만 목수... 도 아니고.

그렇다고 학도... 는 이제 더 이상 아니니까.


"직업 뭐냐고."


"딱히 지금 하는 일은 없는데요..."


쭈뼛쭈뼛 대답하자 난데없이 옆에서 딴지가 들어왔다.


"헹, 한가해서 좋겠네."


나는 수갑이 채워진 양손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쿵!


"야! 이따가 넌 뭐하는 놈인가 꼭 한 번 들어보자?"


"적어도 난 떳떳하다."


"얼씨구, 그런 분이 도서관에서 왜...!"


이번엔 기옌 경이 책상을 두들겼다.


"니들 무슨 네 살이냐? 말을 하면 왜 얼마가질 못 해!"


싸우는 것도 지쳐 난 입을 다물어버렸다.


"좋아요, 좋아. 그럼 공평하게 이쪽에도 물어볼까? 넌 이름이 뭐냐."


명백히 화를 참고 있는 표정으로, 기옌 경은 녀석에게 시선을 돌렸다.


"반 랜드레이."


녀석은 아주 짧게 답했다.


"출신은?"


"스칸달른, 하다호루"


스칸달른이라고...?


"아아, 그래그래. 얼마 전에 문지기 쪽 애들한테 들었던 것도 같네. 외국인이 들어왔다고. 그게 너냐?"


"아마도 그렇겠지."


스칸달른, 왕국 남서쪽에 붙어있는 작은 나라. 산새가 험한 곳이라고 들었는데 하다호루는 수도였던가...

이 녀석 분위기가 조금 위화감이 있다 싶더니 외국인이었구나.


"어이! 누가 나스 좀 불러와봐!"


별안간 기사가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

잠시 침묵. 이내 우당탕, 큰 소리가 나더니 또 다른 기사가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똑같은 제복을 입고 있지만 이쪽은 연갈색 단발머리가 어깨자락까지 닿는 발랄한 여기사였다.


"옙! 나스, 대령했습니다아!"


냉큼 낭랑한 목소리로 경례하는 여기사는 이상하게도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인상도 둥글둥글해서 왠지 차갑던 방 분위기가 한결 풀린 것 같았다.


그 요란한 등장에 도리어 원래 있던 기사가 더 놀란 모양이다.


"뭐야... 너 왜 이렇게 빨리 나타나냐?"


그것도 잠시 그는,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스스로 납득하더니 말을 이었다.


"가서 반 랜드레이의 출입증명서 가져와."


"그거면 되나요?"


"어."


"알겠습니다아!"


기사가 지시하자 나스 경은 쏜살같이 방을 밖으로 나갔다.


외부인, 특히 외국인은 마을을 오갈 때 일종의 신상명세서를 작성해야했다. 그게 출입증명서다.

강압적이고 통제적인 건 아니고 그저 이런 사람이 왔다. 수상한 사람이 아니다. 라는 것을 서로 인지하기 위한 절차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스 경은 금방 돌아왔다. 손에는 종이 한 장이 들려있었다.

기사는 그걸 받아 한차례 쭉 훑었다. 뭔가 이상한 내용이라도 있는지 긴 시간 서류를 뚫어져라 보던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아요, 반 랜드레이."


아까부터 미세하게 눈가가 떨리는 걸 보니 아무래도 기옌 경이 하는 '좋아요.' 혹은 '좋아요, 좋아.'는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기 위한 방법인 듯싶었다.


"여기에는 네가 미크로셀에 온 목적이 탐험이라고 되어있는데 그게 도서관이랑 무슨 상관일까?"


"도서관은 사람을 찾으러 간 거야."


"사람?"


"그래, 동료... 동료..."


계속 동료를 되뇌던 반이 별안간 버럭 소리쳤다.


"아 생각해보니까 짜증나네! 내가 왜 걔를 찾으려고 이 고생을 하는 거야!"


"다 자업자득이지."


"뭐라고?!"


이번엔 내가 딴죽을 걸자 반이 길길이 날뛰었다.

그렇잖은가 지가 칼 들고 설치니까 이 사단이 난거다.

한 판 붙을 듯 반이 몸을 들이밀자 어느 샌가 나스 경이 사이에 서서 녀석을 밀어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는 둘 다에게 속삭였다.


"가만히 좀 있어. 선배가 화나면 내가 눈치 보인단 말이야. 선배 속이 얼마나 좁은데."


"다 들린다. 나스."


"엥? 그랬어요? 아하하, 아하하하!"


웃음으로 대충 넘어가려는 나스 경.

참 이상하게 짝을 이루는 페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해보면 사람을 찾으려고 도서관에 갔는데 우연찮게 시비가 붙어서 결투를 하게 됐다고? 니들 진짜 살고 싶은 대로 사는구나."


"뭐, 그렇지."


"백수의 장점이죠."


드물게도 이번엔 반과 내 의견이 합치했다.


"좋아요..."


또 나왔다, 기옌 경의 말투.


"나도 더 이상 문제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적당히 끝내자고. 애들은 원래 싸우면서 크는 거잖아."


"그런데 선배님이랑 저는 왜 맨날 싸우는 걸까요?"


"나스, 넌 나중에 보자."


아무래도 내 생각에 그건 전적으로 나스 경의 잘못이 아닐까 싶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방금 전에 기옌 경이 한 말이었다.


"그거 그럼 그냥 봐주신다는 거죠, 그죠?"


"글쎄, 그럴까 말까?"


아아, 확실히, 이 사람도 성격이 정상은 아니네.


기분 나쁠 정도로 여유로운 미소를 짓던 기옌 경은 뒤통수를 긁으며 먼 산을 보았다.

아무래도 말하기 싫은 눈치다.


"반 랜드레이."


반 랜드레이는 호명하는 목소리에 대답대신 고갯짓으로 응했다.


"가도 좋다, 훈방이야. 다음엔 이러지 말고 착하고 바른 시민이 되서 얼굴 보지 말자고요?"


"걱정 마, 나도 왕국 도움 받을..."


"와! 그럼 나 집에 가도 되는 거예요. 이제?"


나는 냉큼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다려라 레샤!

지금 간다... 지금 간다고...!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해줘야 할까! 으흐흐흐흐! 으하하하...!

화려한 복수를 꿈꾸며 악의적 웃음을 흘리던 나는.


"아니, 넌 기다려."


들리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니 왜요!"


"넌 기다려. 나스, 저 녀석 수갑 풀어줘라."


"옙!"


"나는 왜 안 되는데요? 우리 같은 사람 아니에요? 쟤랑 나랑 뭐가 다른 건데!"


항의하거나 말거나 기옌 경은 손목을 어루만지고 있는 반 랜드레이에게 말했다.


"밖에 그... 일행이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 얼른 나가."


"챠라야."


"뭐?"


"챠라라고 댁이 말한 일행의 이름."


"알았으니까 좀 가라 제발. 너희 같은 애들이랑 있다간 제명에 은퇴 못할 거 같으니까. 응?"


질려버린 듯 손사래 치는 기옌 경에게 내가 다시 끼어들었다.


"그럼 나도 보내 줘야죠!"


그래야 앞뒤가 맞는 거 아닙니까?

뒤이어 나는 나스 경에게 몸짓으로 억울함을 표해봤지만. 하지만 그 사람도 열쇠를 들고만 있을 뿐 곤란한 표정으로 기옌 경의 눈치만 살폈다.


털썩, 나는 의자 위에 주저 앉아버렸다.

그리고 넋두리 넋두리 넋두리...


"오늘 무슨 날이야? 나한테 왜 이래...?"


"아니... 내가 뭐 그렇게 큰 잘못을 저질렀냐고..."


"전생에 나라라도 팔았냐...!"


"그냥 좋은 일 한 번 하려고 하다가... 응? 좀 이렇게 의도치 않게 될 수도 있는 걸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잖은가?


"안 그래요?! 예?!"


눈을 치뜨고 대들자 기옌 경이 이 사이로 바람소리를 냈다.

상당히 기분이 언짢아 보였다.


"너 왜 애가 생긴 거랑 다르게 진상이냐."


뭐야? 그래 댁도 한 번 해보자는 거지!

이렇게 차별당할 바엔 한 번 질러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질 찰나, 기옌 경이 말했다.


"나스. 얘도 풀어줘라."


찰칵, 나스 경이 열쇠를 넣고 돌리자 수갑은 허망하게도 금방 풀렸다.


어... 아니... 이게... 이런 감상이 들면 안 되는데 허무하다고 할까 이럴 거면 대체 왜...


"너랑 반 랜드레이를 같이 풀어주면 또 싸울 거 아냐. 그럴 바엔 이러는 게 낫지. 안 그러냐?"


의표를 찌르는 기옌 경의 말.

차마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순 없어서 나는 그의 눈을 피했다.


"그리고 말이야. 너야말로 나한테 큰 절해야 할 거다. 너 반 랜드레이가 뭐하는 녀석인지 알아?"


"뭔데요, 유명한 도적단 끄나풀이라도 되요?"


나중에 내가 보복이라도 당할까봐?

도적단이라는 대답이 뭐가 그리 우스운 건지 기옌 경은 처음으로 소리 내서 웃었다.


"반 랜드레이, 두 달 전에 출사식을 한 스칸달른의 용사다."


"흐예?"


목구멍이 고장 난 걸까, 에인지 예인지 헤인지 뭔지 모를 소리가 새어나왔다.


"나도 긴가민가했는데 출입증명서 보니까 알겠더라. 요즘은 뭐 용사라고하면 초국가적으로 행정 처리를 해주니까."


용사라고... 그 자식이?


"하도 투덜거리니까 얘기해주는 거야. 어디 가서 떠벌리지 마라? 뭐, 말한다 해도 누가 믿겠냐만은."


용사라고... 그 자식이?


"넌 모르겠지만 이게 외교문제가 되면 여러모로 귀찮단다. 과거에도 악의적인 방해공작이 있었던 적이..."


글쎄...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 녀석이 용사라...

용사는 그렇게 생겨먹었구나.

아아... 그렇구나.


"그럼... 저 이제 집에 가도 되요?"


"그리고 또... 응? 어 그래. 가도 돼."


"안녕히 계세요."


그래도 마지막은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뜨자 뭔가 홀가분해진 것 같았다.


"쟤 왜 저래?"


"모르겠는데요, 빵이라도 줄까요?"


"빵? 무슨 빵. 너 또 사무실에 빵 숨겨놨냐?"


"에? 그럴 리가요! 아하하, 아하하하!"


등 뒤로 들리는 두 사람의 목소리에도 딱히 대꾸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저 진절머리 날 것 같은 여길 뜨고 싶을 뿐.



그리하여-


나는 무사히 하늘그림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무사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장은 아무 일 없었지만 이런저런 걱정들은 남아있었다.

혹시 기록에 남진 않겠지? 소문이 나진 않겠지? 일간지에 나진 않겠지?


결과적으로 그런 걱정들이 통하는 건 고향에 알려질지 아닐지가 중요한 문제였다.

아... 설마 그 시골까지...


애써 그렇게 마음을 진정시켜가며 힘차게 현관문을 여니 레샤가 홀로 한가운데의 탁자에 앉아있었다.

공기가 이상하다.


어수선 하달까. 분명히 아무도 없는데도 그렇게 느껴졌다. 아직 밝은 대낮에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도 참 이상하다.

그렇지만 정돈되지 않은 의자와 테이블. 클로에 성격에 저걸 가만히 둘리가 없는데 말 그대로 이건 이상하다.

근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레샤아아아ㅏ!"


내가 달려들자 레샤는 벌떡 일어나 도망치기 시작했다.


"흐이이익! 뭔가요, 갑자기!"


"갑자기? 갑자기라고? 사람을 두고 도망가 놓고서 그런 말이 나와?!"


금방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던 레샤는 용케 테이블 사이를 요리조리 뛰어다니며 내 손아귀를 피했다.


"그게 왜 내 잘못입니까, 레이크 잘못이지...!"


"뭐어?!"


"도서관에서 떠든 건 레이크잖아요...!"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드디어 레샤를 구석까지 모는데 성공해 우리는 이제 하나의 테이블만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게 되었다.

내가 왼쪽으로 가면 레샤도 왼쪽으로 레샤가 오른쪽으로 가려고 하면 내가 오른쪽으로 움직여 끝나지 않는 원을 그리고 있었다.


"나는 널 위해 도서관까지 갔는데!"


나는 기습적으로 테이블을 넘었다. 그 움직임을 눈치 챈 레샤는 도망가려고 했지만 결국 후드가 내 손에 걸리고 말았다.


"모르는 사람이라고오?!"


그 다음엔 곧장 정수리를 잡고 연신 아래로 내리 눌렀다.

누르는 힘을 못 견디고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게 되었는데도 레샤는 테이블을 잡고 버티며 끈질기게 버텼다.


"아아! 아아아...! 그만하시죠....! 키 줄어들면 책임질 거예요? 레이크가 책임질 거냐구요오...!"


"그건 내 알바가 아니지! 모르는 사람인데!"


"아아...!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다고요...! 안 그럴게요... 다신 안 그런다고요... 안 그런다니까 이 백수 자식아...!"


끝 부분이 살짝 거슬렸지만 원하는 말을 전부 들은 나는 레샤를 놔주었다.

그 애는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을 잠깐 흘리더니 이내 매무새를 가다듬고 후드를 쓰더니 언짢은 눈으로 날 사납게 노려봤다.


뭐, 그러든 말든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했으니 그 다음은.


"근데 가게가 왜 이래? 클로에는?"


그러자 깜빡하고 있던 게 생각난 듯 경계심을 풀고 말했다.


"클로에 씨는 나갔어요."


"왜?"


"실은 그거 때문에 제가 여기 있는 건데... 그 엘프있죠? 나가기 전에 봤던."


"어, 그 사람이 왜?"


"돈을 안내고 도망갔데요."


뭔 소리야 이건 또?


작가의말

목표는 하루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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