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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졸리다

용사시험에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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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까
작품등록일 :
2017.04.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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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7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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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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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49. 오목과 오목(5)

DUMMY

이튿날 나스 경이 일찍이 하늘그림에 와있었다.


분명히 일찍 잔 것 같은데도 이상하게 잠이 부족했던 나는 거의 한나절이 되서야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귀가 먹먹하도록 아픈 머리를 조금 깨워 보자라는 마음으로 내려와 보니 그 나스 경이 자리에 앉아 아주 반갑게 손을 들어 보이는 것이다.


"요!"


의미를 알 수 없는 인삿말도 함께였다.

저게 인삿말이기는 한 건지도 모르겠다.

들리기로는 보기 드문 것을 보았다 같은 감탄의 소리인데.


나스 경이 여기 있는 것은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그렇다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다만 얼굴을 보고나니, 올 수도 있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인사는 다가오는 겨울에게 했던 건가. 나스 경은 허리를 넘는 갈색 코트자락을 펄럭여가며 팔을 흔들었다. 아무리 봐도 날 부르는 것이었으므로 나는 발을 질질 끌어가며 그 건너편에 가서 앉았다.


"아하하, 꼴이 말이 아니네. 아하하하."


나스 경은 늘 그랬던 것처럼 쾌활히 웃으며 안부를 물었다. 나는 기분을 따라가기도 힘에 겨워서 그냥 대충 웃고만 말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나스 경은 클로에를 불러 음식을 주문했다. 그리고는 날 보고 뜸을 들이듯 큰숨을 내쉬었다. 눈치를 보아하니 단순히 반가워서 부른 건 아닌 모양이었다.


"왜요?"


"어제, 괜찮았어?"


나스 경은 은밀히 말하듯 고개를 빼 내밀어 속삭였다.


"뭐... 평소 같았는데요?"


어제 프리실라가 하늘그림에 들어온 것은 특이한 사건이었으나, 돌이켜보면 정말 그것 외에는 평소와 별다를 바가 일상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난 갑자기 기분이 팍 상해버렸다.

이러니 나쁜 기억은 되새겨서 좋을 게 없다고들 말하는 걸까. 이 두통도 마른 눈알도 뻣뻣한 삭신도 전부 다 어제의 기억과 뒤섞여...


"으휴..."


하는 한숨이 나오게 만들었다.


"아하하, 아하하하! 그래 보이네."


나스 경은 격려라도 하듯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나는 지금 죽을 맛인데. 선배는 닦달이지 위병 쪽에서도 난리지."


"시찰이요?"


"그래. 아오, 말도 마. 어제 의장품 관리 안 했던 거 걸려가지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니까? 아하하!"


그다지 웃으면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고생하고 힘들었다는 경험담을, 나스 경은 잘도 웃으며 말했다.


"그 덕에 훈련용품 관리도 허술하다면서 꼬투리 잡히고 어제 정말 장난 아니었어. 아하하하. 나는 모르는 규정도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더라고."


"대체 무슨 규정이었길래. 정식 기사인 나스 경도 몰라요?"


"어? 아아, 방패는 보관할 때 손잡이를 위로 해서 둬야 한다던데?"


"...그게 의미가 있는 거예요?"


"글쎄, 전에 있던 곳에선 거꾸로 하라고 그랬는데? 어디 말을 따라야하는지 모르겠네, 아하하! 그래도 역시 감찰관님 말씀이 맞겠지이? 아하하하."


경비대의 기사라고 해서 다들 그런 규정을 달달이 꿰고 있는 것은 아니구나.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그냥 나스 경이라서 그런 걸 수도 있고.


"거기다가 회심의 슈크림도 소용이 없어서..."


나스 경의 한풀이 비슷한 무언가가 막 시작될까 말까한 그 무렵, 클로에가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테이블로 와 접시 하나를 내려놓았다.


빵 위에 볶은 고기와 야채가 얹어진 그런 아주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될 만한 그런 것. 확인 겸 점심 겸 겸사겸사인가 하였더니 클로에가 가고나자 나스 경은 그걸 내 앞으로 밀었다.


나보고 먹으라는 것 같았다. 그건 무척이나 위화감이 느껴지는 배려였다. 나스 경이 나한테 먹을 걸 준다는 건... 전례를 거의 찾을 수 없는 대사건이었다.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가 기름기로 반짝거리는 빵을 보고만 있자 나스 경은 하하하 웃으며 접시를 좀 더 밀었다. 먹으라는 그 뜻을 더 확고히 보인 것이다. 그런 동시에 나스 경은 자세를 바꾸어 좀 더 바짝 붙어 앉았다.


"그건 그렇고 프리실라 말이야. 어제 괜찮아 보였어?"


"네? 뭐... 본인은 괜찮아 보였는데요."


"그래? 아하하. 너도 알다시피 여기 사람들이 기가 좀 세잖아?"


글쎄 그건 몇몇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 같았지만 난 그냥 그러려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혹시나 적응을 못 하는 건가 싶었거든. 다행이야 여긴 레이크가 있어서."


저건 칭찬이라고 해야 할까. 그다지 칭찬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무슨 사람을 친구 만들기 전문가로 봐요?"


"아하하! 아하하하!"


나스 경은 아니라고 하는 게 아니라 웃기만 했다.


"원래 경비대에 데리고 있던 것도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정상적인 곳에 있었으면 좋겠어서. 같이 지내보니까 정말 좋은 애거든? 옷도 고쳐주고 단추도 새걸로 달아주고..."


말하면서 내 얼굴을 슥 살펴보던 나스 경은 또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잡일꾼으로 부린 건 아니니까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보지마. 아하하."


내 얼굴은 그렇게 티가 많이 나는 걸까. 모르겠다.

나스 경은 프리실라에 대해 묻기 위해 그 요금으로 이 고기고기빵을 내게 준 모양이었다.

요금... 같기도 하고 뇌물 같기도 한 그 꺼림칙한 빵을 난 손으로 한 입 뜯어 먹었다.


맛있다. 짧고 간단한 감상이었다. 그러게 아무리 생각해도 클로에는 요리를 굉장히 잘하는 거 같은데 왜 그렇게 벌벌 떨었던 걸까. 하긴, 내가 귀족 혓바닥을 가져본 게 아니니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만약 여기마저 안 되면... 아르헤타 경은 다른 걸 생각하시는 것 같아."


"다른 건 또 뭔데요?"


이번엔 또 어느 집으로 보내려고.


"아무래도 수감을 하는 거겠지? 아하하..."


그런데 나스 경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또, 스스로 웃으면서도 조금 멋쩍어하는 것 같았다.

수감이라. 감옥에 넣는다는 거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정말 죄수 취급을 하는 건 아닐 거야. 단지, 전처럼 창고를 빌려주는 그런 예외적인 편의를 봐줄 수는 없겠지. 쉬는 시간이 같이 수다를 떨 수도 없겠고. 대장님도 이번엔 대장님이 경솔했다고 하기도 했고 말이야. 선배는 원래도 반대했었지만... 그래도 난 프리실라가 있어서 재밌었는데. 아하하."


나는 나스 경의 이야기를 들으며 계속 빵만 뜯어먹었다.


그러니까 이래저래 많았던 사족과 잔털을 빼면 프리실라가 이런저런 문제없이 하늘그림에 잘 적응했으면 좋겠고 그 첫 날 하루는 어땠느냐는 것이다.


"어..."


나는 말을 고르게 되었다. 원래는 이상한 녀석이 끼어들었다고 그 녀석들은 프리실라를 만나려고 한다고 말하려 했다. 아주 간단한 일이다. 한 마디... 로는 안 되고 네다섯 마디만 하면 되는 거였다. 어쩌면 더 길게.


뭐, 길이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가 염려하는 건, 아니 내가 신경 쓰이는 건 그저 지금 내 말 몇 마디로 프리실라의 처우가 바뀐다면... 그리고 그게 감옥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그게 나 때문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얄팍하거나 옹졸하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그냥 내 탓이라는 원망 듣고 싶지 않다는 것이 속마음이었다.


...얄팍하고 옹졸하네.


"반짇고리..."


난 그렇게 말했다.

내 생각에도 뜬금없었으니 나스 경은 어땠으랴.


"반짇고리?"


나스 경이 되물었다. 그러니 나는 내가 마치 의미심장한 열쇳말이라도 한 것 같아서 무안한 기분이었다.


"아니. 프리실라가 반짇고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아, 그래서. 혹시 그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반짇고리가 필요하다고 밤에 귀신처럼 돌아다니고 그랬어?"


그건 또 무슨 해괴망측한.


"...경비대에선 그랬어요?"


"올 해 들어 경비대 최고의 불가사의 중 하나였지? 아하하."


소탈이 웃던 나스 경은 대뜸, 그래서, 하며 말을 이어붙였다.


"오늘의 프리실라는 어때. 잘 적응한 거 같아?"


결국 묻고자 하는 건 그거였다.

그건 아주 어려운 질문이었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묻는다는 건 항상 그랬다. 엄밀히 따져보면 어제의 프리실라도 많이 안 봤는데 오늘의 프리실라라고 제대로 알까.

하나도 몰랐다.


내가 대답을 못하자 나스 경은 그 의미를 알아차린 것 같았다.


"아하하, 아하하하! 그러면 안 되지. 이 맘 때는 다 관심이 필요한 법이라고."


"이 맘 때가 무슨 때인데요. 다 큰 사람이..."


것도 다 크다 못해 과도하게 큰 사람을.


"이제 막 이사 온 시기지 언제겠어. 위에 있지? 지금이라도 올라가 보자. 자, 일어나. 이미 클로에의 요리 솜씨는 검증이 끝났어. 여전히 잘 하네!"



대체 어느 쪽이 주 업무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나스 경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프리실라의 방으로 갔다.

프리실라의 방이라곤 해도 나에겐 여전히 여기가 닫혀 있는 방이나 혹은 로스의 방이라는 편이 더 익숙하게 느껴졌다.

적응이 필요한 건 프리실라 본인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문을 두드리자 의외로 금방 대답이 돌아왔다.

의외? 의외라고는 할 수 없었고 주변에서 염려하던 바와 다르다고 할까.

꽤나 착실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프리실라. 나야 나! 나스!"


꽤나 친하게 지냈었던 것인지 나스 경은 스스럼없이 문을 두드렸다.


-"아. 나스? 조금만 기다려 봐?"


이내 문을 열어주려는 듯 프리실라의 나긋하고 느린 목소리도 들렸다.


잘그락 잘그락.

잘그락 달그락.

달그락 잘그락.


이어지던 쇳소리는 금방 멈췄다.


-"어..."


그 다음은 프리실라가 골머리를 앓으며 내는 신음이었다.


음...

어...

아...


저쯤 되면 그냥 모르는 게 아닐까.


-"이상하네... 밤에 레이크가 알려줬을 때는 됐는데... 조금만 더 기다려봐?"


기다리긴 뭘 더 기다려.


"아니 뭐가 그렇게 복잡하다고 그래요! 그냥 당기고 빼고 하면 되는 거지!"


어제 잠 걸러가며 가르쳐줬던 그 장본인인 나는 문고리에 대고 소리쳤다. 생고생도 그런 생고생이 없었는데 이제 와서 그게 전부 물거품이었다고?

세상이 그럴 수는 없는 법이었다.


-"어? 레이크구나...! 어... 잠깐만... 어..."


안 쪽에서 들리는 쇳소리가 더 다급해졌다.


"아니 천천히 잘 생각해 봐요. 어제 여러 번 해봤잖아요."


-"어어. 걱정하지 마. 누나 안 잊어버렸어."


그렇게 말한 것 치고는 약간의 시간이 더 지난 후에야 프리실라는 겨우 문을 열 수 있었다.


무사히 잠금을 풀어낸 프리실라는 기뻐마다 않고 활짝 웃는 얼굴로 고개를 내밀었다.


"봐. 안 잊어버렸지?"


차마 거기다 대고 싫은 소리를 할 수는 없어서 그냥 입맛만 다셨다. 그게 나름대로 참겠다고 참은 거였는데 다른 사람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특히 프리실라에게.


"어... 화났구나... 누나가 답답해서 미안해..."


프리실라는 금방 위축되어 양손의 손가락 끝을 마주 댔다.


"아하하! 아하하하! 뭐 고작 자물쇠 가지고 화를 내고 그래. 아하하."


그것도 모자라 나스 경도 어깨동무를 하고선 날 마구 흔들어댔다.

내심 생각은 해도 밖으로 내뱉지는 않은지라 그런 취급을 받는 건 억울한데.


"누가 들으면 그거 하나 제대로 못 하냐고 구박이라도 한 줄 알겠어요."


나는 성가시게 구는 나스 경을 풀어내보려고 했지만, 언제 그랬듯 목에 감겨 얹어진 팔은 아무리 떨쳐내려 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어... 그런데 나스는 어쩐 일이야? "


그 모습을 지켜보던 프리실라가 조심스레 말했다. 지켜보는 눈빛이 상당히 걱정스러워 보이는 게 나스 경한테 내 목이 부러지진 않을까 하고 염려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나야 프리실라가 잘 지내나 보러 왔지."


"아아. 으음... 어, 그럼... 잠깐만."


라고 말한 프리실라는 문을 닫고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나올만한 채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이런 거 보면 가끔 아무 차림으로나 돌아다니는 야우라보다 훨씬 나은 거 같은데. 참 이상하게 어설픈 사람이었다.


우리는 우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도 그럴 게 프리실라가 자물쇠 여는 방법을 잊어버렸다는 것은 여태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고 그렇다는 건 곧 해가 뜬 이래 아니 어제 저녁 이후부터 프리실라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클로에가 긴가민가하게 쳐다보는 것만 해도 무엇을 아차 싶어서 저렇게 놀란 표정을 짓는 것인지는 알만했다.


나스 경은 웬만한 단골보다도 더 익숙하게 손을 들고 음식을 시켰다.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어 보이는 클로에는 평소보다도 더 빨리 음식을 내놓았다.


아까 내가 먹은 것과 같은 거였다. 사실은 이거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골랐다기보다는 그냥 나스 경이 좋아하는 거 아닐까. 좋아하는 거니까 남들한테 추천한답시고 먹이는 거 아닐까.


내가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프리실라는 포크에 나이프까지 들고 아주 우아하게, 공들여 구운 질 좋은 고기라도 받아은 것처럼 식사를 했다.


그 누구도 저 사람이 방금 전에 문 자물쇠를 못 열어서, 아니 그보다도 애초에 나올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 할 것이다.


"그래서 프리실라는 오늘 뭐 하기로 했어?"


나스 경은 자연스레 프리실라에게 물었다.

왠지 나를 끌고 다니길래 무슨 얘기를 하려나 싶더니 별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거라 김이 팍 새버렸다.


"어어... 딱히 생각해둔 건 없는데?"


프리실라는 식사하느라 분주히 움직이던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말했다.


"그럼 안 돼지. 내가 아침에 일어나면 꼭 생각해두라고 저번에도 말했잖아."


"어... 그런데... 여기선 생각나는 게 없어서... 필요한 게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몰라. 잠자리도 좋고. 다들 친절하고."


라던 프리실라는 갑자기 아아! 하며 놀랐다.


"그렇다고 경비대가 안 좋았다는 건 아니고... 내 말은..."


"아하하! 아하하하! 또 뭘 그래. 괜찮아. 프리실라 말이 맞아. 당연히 경비대보다야 여관이 훨씬 낫지. 그런 곳에 있어봐야 땀내 나는 아저씨들이나 들락날락하고 말이야. 아하하하!"


...땀내 나는 아저씨들에겐 심심한 위로를 보내고 싶다.


그즈음 나는 하품을 한 번 하게 되었다.

밥 먹는 자리 앞이니 나름대로 참겠다고 참고 있던 건데 졸음이란 장사도 못 이겨, 내 턱 힘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높은 턱이었다.


"그래도 레이크가 있으니까 다행이지?"


그러다가 나스 경의 입에서 내 이름이 튀어나오자 기가 막히게 퍼뜩 입이 다물렸다. 새삼 느끼지만 난 참 간사한 사람이었다.

예로부터 칭찬을 하는 사람은 혀 밑에 바늘을 숨기고 있다고 했으니 긴장을 하는 것이다.


"어? 어어... 응..."


어쩐지, 그렇다고 하면서도 프리실라는 거듭 날 힐끗 보았다.


처음엔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다. 뭔가 프리실라가 불편해할만한 행동을 해서 저렇게 마지못해 말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 두고 보니 그건 날 흘겨본다기보다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대체 왜 그럴까 잠잠히 보고 있으니 눈이 마주치자 슬쩍 시선을 피하기도 했다.


갑자기 왜 저러는 걸까.

스스로 말하기 조금 민망하지만, 프리실라는 날 굉장히 좋아하는 줄 알았다.


"반짇고리도 사다주기로 했다며, 아하하."


그래. 나스 경의 말대로 부탁한 물건을 사다주기까지 한다는데...

아. 설마 그거 때문인가?.


그러고 보면 프리실라는 반짇고리를 사달라고 한 게 아니라 사러 가자고 했었다.


과연 프리실라는 클리펜즈에서 나온 이후로 제대로 된 외출을 해본 적이 있을까. 아니면 적어도 마음 편히 쉰 적이 있을까.

낯선 곳에선 잠이 잘 안 온다는 사람이었다.

사람의 모습을 갖춘 인형이라곤 해도 그런 것들을 사람처럼 대하며 항상 함께 했던 사람이...


잘 모르겠다.

우리 집은 고르자면 시끄러운 축에 속했다. 외로워질 시간 따윈 없었고 갓 미크로셀에 왔을 때는 그런 걸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


"어... 그 반짇고리 있잖아요."


했던 말을 바꾸는 것만큼 면이 서지 않는 게 없기에 나는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그냥 같이 사러 갈까요?"


작가의말

여러분은 건강관리 조심히 하세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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