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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계의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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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dap
작품등록일 :
2024.06.01 21:52
최근연재일 :
2024.06.24 14:42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59
추천수 :
8
글자수 :
45,991

작성
24.06.01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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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쪽

0.만남

DUMMY

아이는 힘겹게 눈을 떴다. 매캐한 연기가 주변에 넘실거렸다. 불이 났던 것 같은데. 하지만 알 수 없었다. 아이는 비틀비틀 일어나 주변을 바라보았다. 연기 때문에 보이는 것은 별로 없었다. 다만 피 냄새가 묻어났다. 아이는 피 냄새를 아주 잘 알았다. 가까이에 아무것도 없는데 피 냄새를 이만큼이나 맡을 수 있다는 것은.

“힉.”

아이는 놀라 히끅거리며 주변을 살피는 것을 그만두고 제 몸을 살펴보았다. 평소보다 더 엉망진창이 될 거라고 생각은 못 했는데, 더 심한 꼴이 될 수도 있구나. 아이는 그러다 제 왼 손목에 끼여진 낯선 것을 발견했다.

푸른색 구슬로 이루어진 팔찌.

이게······어디서 났더라.

-잘 간직하고 있으렴.

아, 생각났다. 마지막에 누군가 자신을 구해줬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끼워주었던 것 같은데.

-모든 저주에서 너를 보호해 줄 거란다.

그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아이는 팔찌를 만지작거리다가 흠칫 놀라 손을 뗐다. 재와 피로 엉망이 된 손이 푸른 구슬을 까맣게 만들었기에.

아이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단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이 연기를 해치고 나가야 한다. 어디로든.

쿠당!

그러나 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아이는 땅에 넘어졌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다리가 부러진 걸까. 아프지는 않는데. 아이는 일어날 생각도 안 하고 한동안 그렇게 길게 엎어져 있었다.

따닥, 따닥, 따닥.

눈이 가물거릴 때 즈음, 낯선 소리가 들렸다.

“저런.”

눈을 가늘게 뜨고 앞을 보았다. 지팡이, 그리고 신발 두 개. 아이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늙은 여자가 지팡이를 짚은 채로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이는 주춤거리며 뒤로 기어갔다. 지팡이로 때릴지도 몰라.

“얘야.”

하지만 늙은 여자는 지팡이로 때리는 대신 몸을 숙이고 몸을 숙이고 아이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말을 걸었다. “······아, 안녕하세요.”

아이의 말에 늙은 여자는 뭐가 좋은지 웃음을 터트렸다. 폐허와 연기 속에서 늙은 여자의 호탕한 웃음이 멀리 번져나갔다.

“일어날 수 있겠니?”

여자는 손을 뻗어 아이의 손을 붙잡았다. 아이는 주춤거리며 일어났다. 여자는 한동안 제 손을 잡고 있는 아이의 손을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

“음······. 혹시 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니?”

“······죄송해요, 모르겠어요.”

아이는 거짓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붉었다가 까매졌다가 다시 붉어진 것밖에 기억하지 못했으므로. 늙은 여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톡, 톡, 톡, 그저 지팡이를 잡은 손 끝을 두드렸을 뿐이었다. 아이는 혹시 저 지팡이가 언제 날아들지 몰라 움찔거리며 늙은 여자가 입을 열기 바랐다.

“응, 그래······. 혹시 갈 곳은 있니?”

아이는 가만히 주변을 보았다. 연기는 어느덧 가라앉아 주변이 어스름하게 보였다. 그러나 사실 상관없는 문제였다. 주변이 어떻게 된 것은. 모든 것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저에게는 갈 곳은 없었다.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럼 나랑 갈래?”

아이는 고개를 들었다. 늙은 여자는 손을 내밀고 있었다. 깜빡, 깜빡 아이는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여자의 손을 잡았다.

“갈게요······.”

“그래.”

여자의 낮은 웃음 소리가 머리 위를 올렸다.


작가의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처음 만나 뵙게 된 분들도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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