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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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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dap
작품등록일 :
2020.03.09 00:15
최근연재일 :
2022.05.27 17:16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11,377
추천수 :
438
글자수 :
285,379

작성
20.10.25 17:35
조회
148
추천
4
글자
10쪽

7.비상.(1)

DUMMY

“오빠, 저거, 아빠 목소리 맞지?”

“어, 맞아.”


하늘에 울리는 목소리는 눈물 날만큼 다정하고 따스한 헤르나의 목소리가 맞았다. 유리와 하셀, 세이는 눈을 부릅뜨고 하늘에서 아빠의 모습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날개가 푸득거리며 떨어진 깃털 탓이었을까. 아니면 너무나도 빛나는 태양 빛 탓이었을까. 아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빠아아아!”


그때 세이가 악을 쓰듯이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아빠는 항상 어디선가 우리 목소리를 들으면 날아왔었다. 아직 어린 세이가 울며 바닥을 뒹굴며 더더욱. 그 생각에 세이는 당장에 땅에 드러누워 바닥에 발을 동동 굴렀다.


“아빠, 아빠! 오빠가 때려! 아빠아아!”


아빠를 단번에 부를 수 있는 거짓말도 더 해가며. 그러나 아빠의 익숙한 날갯짓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아빠아! 나 무서워! 아빠!”


가짜 울음이 어느덧 진짜 울음이 되어간다. 무섭다. 아직도 밤마다 아빠의 마지막 모습이 떠오른다. 아빠가 흘린 피가 제 얼굴에 떨어지던 그 순간. 제게 용기를 주기 위한 듯한 따뜻하면서도 단호하던 표정. 너무너무 무섭다. 만약에 자신이 배에 없었더라면. 아빠는 배에서 도망칠 시간이 있었을 거다. 자신이 배로 가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친부모를 찾겠다고 나서지 않았더라면. 아빠가 자신을 거두어두지 않았다라면.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언니와 오빠, 엄마는 용서해줬지만, 그래서 안심했지만, 아빠의 얼굴을 꿈에서 볼 때마다 다시 두려워진다. 그리고.


“미안해! 아빠! 정말 미안해! 다시 안 그럴게! 제발 돌아와! 아빠아아아!”

“세이!”


유리는 바닥에서 발작하듯 울어 재끼는 세이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흐어어엉, 아이의 눈물이 금세 자신의 어깨를 적신다.


-스스로를 구원하세요.


여전히 공간 전체를 울리는 아빠의 목소리에 자신도 울 것 같았지만, 꾹 참아냈다.


“아빠가 아니야.”

“아빠 목소리잖아! 아빠 목소리잖아!”

“세이가 이렇게 우는데 아빠가 돌아보지 않을 리 없잖아.”

“아빠가 나 미워서 안 오는 거잖아!”


아빠는 자신을 미워할 거다. 자기 때문에 날개가 꿰뚫리듯 공격받고 끌려갔으니까. 세이의 피맺힌 듯한 울음에 유리는 이를 악물었다. 이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그것은 아빠를 데려간 레사블에 대한 분노였으며 동시에 세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을 깨닫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책망이었다.


“그런 거 아니야. 저 목소리 아빠가 아니야.”

“아니야!”

“세이.”


유리는 세이를 달래기 위해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물론 아빠가 돌아보지 않을리 없다는 것 역시 사실이긴 하였으나, 아이에게 하듯 말해봤자 믿지 않을 것이 자명했다.


“잘 들어봐.”


유리의 말에 세이는 눈물로 그렁그렁해진 붉은 눈을 깜빡였다. 언니의 말이었다. 우리 가족 중에 가장 똑똑한 언니의 말이니까.


-스스로를 구원하세요.


아빠의 목소리가 분명하다. 그러나.


-스스로를 구원하세요.


너무도 똑같다. 어떠한 존재도 말을 반복한다면 완벽하게 같이 할 수 없다. 그러나, 스스로를 구원하라는 말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반복한다.


“아빠의 목소리는 맞아. 그런데 아빠가 저기서 우리에게 소리를 내는 게 아니야.”


또한, 유리와 세이는 하늘에서 아빠가 자신들을 향해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당연히 공간의 위치가 달라지면 소리가 어떤지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이 소리는 하늘에서 들린다기보다는 평지에서 들리는 듯한 느낌이다. 즉, 목소리로 나는 소리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아마도 마법 따위.


“아빠는······. 저기 없어.”


세이는 유리만큼 사고할 수는 없었지만, 느낌으로는 유리의 말을 이해했다. 세이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 천족들은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저 멀리 날아갔다. 햇빛 가득한 하늘에 하얀 날개의 흔적만이 눈처럼 떨어질 뿐이었다. 울음은 저 흔적이 닦아 갔을까. 어느덧 울음을 뚝 그친 동생은 언니에게 묻는다.


“그럼, 아빠는 어디 있어?”

“몰라. 찾아가야지.”


-스스로를 구원하세요.


스스로 찾아내야지. 유리 역시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천족들, 따라가면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때 하셀이 유리의 어깨를 붙들며 말했다. 유리는 고개를 저었다. 하늘을 나는 천족이 갈 수 있는 길과 두 발로 걷는 존재의 길에는 많은 차이가 있으니까.


“벌써 저쪽은 산을 넘어가는 것 같은데. 쫓아가도 못 쫓아.”

“아······.”


하셀은 유리의 말에 금방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유리가 주었던 천족거주지로 가는 길을 다시 곱씹어 보았다. 온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 저 날개의 흔적을 찾아가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그리고 저만한 무리가 움직이니까, 우리가 쫓아가지 않아도 목격자들의 이야기를 모을 수는 있을 거야.”

“응.”


그럼에도 미련이 시선에 남아 하늘을 보게 되었다. 정말로 다정한 아빠의 목소리였는데. 그런 아빠의 목소리가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니 오히려 가슴이 서늘해졌다.


“레사블······.”

“응?”


유리의 중얼거림에 하셀이 돌아보았다.


“아빠를 데려간 놈. 대체 아빠한테 무슨 짓을 한 걸까?”


죽여버릴 테다. 분명히 저런 식으로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나오게 하는 마법 따위는 들어본 적 없다.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게 분명하다.


“아빠의 아빠인데······.”


하셀의 미련 섞인 중얼거림에 유리는 미간을 확 좁힌다.


“말했잖아. 그건 아무 상관없다고.”


맞는 말이지만 동의하기는 싫어 하셀은 입을 닫아버렸고, 유리는 그런 하셀을 무시하고 세이의 엉망이 된 얼굴을 소매로 닦아주었다.


“짐 챙기고 가야 할 방향을 찾아 나보자고. 우리 여기 계속 있지 말라고 아빠가 부른 소리 같았으니까.”

“응······.”


팡팡, 마지막으로 세이의 엉덩이에 묻은 흙까지 다 턴 유리가 세이의 손을 잡고 시장 쪽으로 한발 옮겼다. 이제 존재들은 저 기이한 현상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듯했다. 평화롭고 활기차던 도시에 괴상한 불안함이 내려앉았다. 미지의 것은 항상 불안을 안겨주지. 어느 날 갑자기 어깨를 마주하고 걷던 존재가 괴상한 소리를 듣고 하늘로 올라간다면, 사라진다면. 당연한 공포. 세이는 다시 그 공포가 전염되는 듯하자 언니의 손을 꼭 잡았다.


“괜찮아.”

“응.”


유리는 반나절도 안 되어 바뀐 세상의 풍경에 헛웃음을 냈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던 도시도 잠시의 기현상에 공포로 물든다. 결국, 사는 곳의 문제가 아닐 테다. 유배자의 섬, 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척박한 곳이었어도 아빠, 엄마가 있······.


“엄마!”

“응?”


유리의 비명 같은 외침에 하셀이 깜짝 놀라 어깨를 들썩이며 반문했다. 유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방금 하늘에서 들었던 아빠 목소리. 엄마도 아마 들었을 텐데.”


인어의 청력은 인간보다 뛰어나다. 하물며 그런 아빠의 목소리를 홀로 물속에 있을 엄마가 들었을 텐데.


“일단 엄마한테 가보자.”


울고 있지 않을지. 그리하여 그 강가가 진주로 가득하지 않을지. 세 남매는 시장으로 가려던 발을 돌려 에이나나가 쉬고 있을 강가를 향해 열심히 달렸다.

풍덩!


그러나 강가는 진주는커녕 자갈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에이나나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가 다시 물로 들어가기를 반복하며 물만 잔뜩 튀었다. 풍덩, 풍덩, 풍덩, 세 남매는 흠칫했다. 저것은 엄마가 몹시 화가 났다는 의미였다.


“엄마! 엄마!”

“어머니!”


세 남매가 달려오자 에이나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 안에 들어갔다가 다시 솟아올라 나왔다. 탕, 꼬리가 수면을 친다.


“어머니도 아버지 목소리 들으신 거죠?”


에이나나가 화날 일이라면 그것뿐. 에이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뱃전을 쥐고 있는 손등에 힘줄이 돋아 있었다.


-나아아아쁘브으으은 마버버버어어어업.


“네?”


그러나 단지 아빠의 목소리이기 때문에 분노한 것이 아닌 듯했다. 에이나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마구 떠들어댔고, 세 남매는 안타깝게도 단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결국, 유리가 강에 머리를 박아야 했다.


“헤르나의 목소리가 그렇게 나오는 거, 마법이야.”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거니까.


“옛날에 인간들이 다른 존재를 지배하려고 만들었던 마법일 거다. 정확히는 모른다. 저런 소리를 끊임없니 내보낸다고 들었다. 우리 인어족도, 저 소리에 이끌려 착취당했다고 들었어.”


그렇기에 사라졌다고 알려진 마법을 아직도 기억하는 것. 진주 농장에서 도망쳤던 인어들이 자손과 자손들에게 노래로 남겼다. 귀를 믿으렴, 머릿속에서 들리는 노래는 환상에 불과하단다. 인어들을 그래도 물속으로 물속으로 깊은 물 속으로 도망쳤다. 인간은 하늘도 날지 못하고 바닷속도 들어오지 못하건만, 마법을 넘어서 모든 존재의 우위에 선다. 그러나, 그것 역시 한계가 있기에 심해 속까지 하늘 끝까지 그 힘은 닿지 않았다. 그러하나.


“그런데 천족은 마법을 몸으로 쓰지는 못해.”


마법의 힘은 오로지 무능하디 무능한 인간족에게 내려진 축복. 그리하여 레사블 역시 헤르나 를 납치할 때 마도구를 사용했다.


“어떻게 된 건지 모르지만, 정상적인 방법은 아닐 거야.”


그것은 유리 역시 동의하는 바였다. 유리는 물에서 고개를 빼내었다. 푸하, 하는 거친 숨소리에 분노가 스며든다.


-스스로를 구원하세요.


아빠의 목소리를 빌어 그들이 획책하는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를 구원하세요.


모두에게 들리는 목소리. 한 때는 이종족 착취를 위해서 사용하던 목소리 마법. 그렇다면 아마도.


“선동.”


-스스로를 구원하세요.


스스로를 구원하라는 선동. 그 목소리에 살려달라는 아빠의 비명이 묻어나는 것 같다. 진실로 다정하고 따뜻하게 스스로를 구원하라 보듬어 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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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8.사냥.(3) 20.12.31 164 5 11쪽
41 8.사냥.(2) 20.12.23 129 4 10쪽
40 8.사냥.(1) 20.12.15 15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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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7.비상.(4) 20.11.16 194 6 11쪽
35 7.비상.(3) 20.11.05 156 5 11쪽
34 7.비상.(2) 20.10.31 14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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