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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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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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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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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4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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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2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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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그들의 신의 -2-

DUMMY

“괜찮으십니까?”


제임스의 귀에 말소리가 들려 왔다. 고개를 들자 남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분명 토니오 조의 사람들은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고 말하러 왔었지. 그런 용건을 알리러 왔던 것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토니오 조장님께서 배치해주신 녀석들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아주 철저하게 감시해주고 있습니다.”


토니오의 남다른 배려로 50명의 조직원이 경비를 위해 차출되었다. 20명밖에 안 되는 제임스 조의 경비원들이 없어도 그들 스스로 충분할 지경이었다.


“얘기해줘서 고마워. 너도 일 봐.”

“네, 알겠습니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는 제임스 옆에 딱 붙어있는 시류를 보고 방을 나섰다. 잘 모시라는 의도였다. 시류 역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 걱정이 크신 것 같습니다.”


시류의 말에 제임스가 담배를 꺼냈다.


“당연한 것 아니겠냐. 내 미래를 담보로 쓰고 있다고.”

“똑똑한 사람 몇 명 뽑아다가 콜린을 돕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지 않았습니까?”


제임스는 라이터의 불을 켜려다 말고 말했다.


“광고할 것도 아니고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고. 믿는 수밖에야 없지.”


시류는 속으로 신음했다. 제임스는 담배에 불을 붙여 깊게 빨아들였다.


“문제는 연락이라고 연락. 지금쯤 연락이 와야 하는데 말이야.”

“콜린으로부터 말입니까?”

“아니. 콜린한테 당하는 쪽으로부터. 연락이 오면 급하다는 것이고 그렇다는 건 콜린이 성공할 거라는 증거니까.”

“아······.”


남색 정장을 입은 부하의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걱정할 리가 없지. 조장 살해자는 오지 않을 테니까. 그런 괴물을 부활시킨 건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다만 기관단총과 투척 무기 몇 개만을 들고 혈혈단신으로 건물을 접수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 걸까? 콜린은 받아들였다.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제임스가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그 점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유능한 남자입니다. 충분히 잘 해낼 겁니다.”

“나도 그러길 바라고 있어.”


제임스가 재떨이에 담배를 비비며 말했다.




콜린은 놀란 기색도 없이 재빨리 총구를 바닥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자신의 발목을 잡은 남자 쪽으로. 회색의 정장을 입은 남자는 옆으로 몸을 틀어 누워있었다. 허공을 응시하며 정신을 못 차리고는 있었지만, 콜린의 발목만큼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 꼭 붙잡고 있었다. 콜린은 죽음이 가까운 이 남자를 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이윽고 남자의 손에서 힘이 풀렸다. 부검을 한다면 사인은 과다출혈이겠지. 그럴 것이다. 콜린은 총알을 낭비하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비상계단으로 향한 콜린은 셈을 해봤다. 건물은 6층까지 있다. 목표 또한 6층에 있다. 권총이 아닌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경호원은 20명 정도라고 했다. 2층까지는 그런 자동화기를 쓰는 조직원은 없었다. 아마 지금인 3층부터는 있을 수 있겠지.


무장한 경호원만 20명이고 권총이나 날붙이 따위로 무장한 녀석들까지 합하면 그래도 50명은 될 것이다. 50명의 적들이 적의를 가지고 나에게 덤벼온다. 뚫어낼 수 있을까. 지금의 내가 가능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하나다. 신속하게 뚫어서 적들이 방어체계를 제대로 구성하지 못하도록 치고 올라간다. 달린다. 달려라, 콜린 스털링. 콜린은 다리에 힘을 줬다. 눈앞에 3층 비상계단의 입구가 보였다. 귀를 대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콜린은 살짝 문을 열었다.


바로 앞에는 꽤 덩치가 큰 조직원이 뒤를 보이고 있었다. 중앙 계단 쪽을 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손에는 회칼이 들려있었다. 상대는 뒤에서 느껴지던 인기척에 곧바로 뒤를 돌아봤다. 콜린과 상대의 눈이 마주쳤다.


상대가 문을 박차고 밀었다. 콜린은 살짝 뒷걸음질해서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남자는 칼로 콜린을 찌르려 했다. 콜린은 과감히 손에서 총을 놓았다. 그리고 등 뒤로 돌려 방해가 되지 않게 했다. 그 다음 자신을 찌르려는 남자의 손을 붙잡았다. 한순간이라도 삐끗하면 옆구리를 베일 수 있었다. 상대는 뒤로 빼려 했지만, 팔이 단단히 잡힌 상태에서는 콜린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콜린은 상대의 오른팔을 잡은 오른손을 비틀고는 왼손으로 상대의 팔꿈치를 올려 쳤다. 우두둑, 하는 뼈가 꺾이는 소리는 상대의 비명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상대의 뒤틀린 손에 들린 무기를 뺏은 콜린은 그것으로 고통 때문에 저항하지 못하는 상대의 심장을 찔렀다. 부들부들 떨며 덩치 큰 남자가 비상계단으로 굴러떨어졌다. 칼은 그런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한 바퀴씩 구를 때마다 계속 깊게 파고들었다.


적들은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벌컥 하는 소리와 함께 비상구의 문이 열렸다. 들어온 남자의 눈에는 콜린과 피를 흩뿌린 채 쓰러져있는 동료가 보였다. 남자는 즉시 들고 있던 권총을 콜린에게 내밀었다. 콜린은 지체없이 달려들어 남자의 오른팔을 잡고 들어 올렸다. 목표를 잃은 권총이 천장을 향해 수차례 발사되었다. 콜린은 힘에 밀려 뒷걸음질 치던 남자의 다리를 걸었다. 바닥에 허리를 부딪치며 넘어진 남자는 그 충격에 잠깐 일어나지 못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콜린은 등에 메고 있던 기관단총을 다시 잡고는 남자를 쐈다.


연이은 총성 덕분인지 다시 비상문이 열렸다. 역시 권총을 든 사람들이었다. 대여섯 명 되는 남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콜린을 봤다. 콜린에게는 다행인 일이었다. 이미 들고 있던 기관단총을 즉시 발사했다. 모여있는 과녁과 다름없는 그들은 속절없이 쓰러졌다. 넘어진 시체 덕분에 문은 닫히지 않았다. 콜린은 시체를 밟고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앞에는 중앙 계단 쪽이 보였고, 왼쪽에는 사무실들이 있는 복도였다. 콜린이 조심스럽게 발을 뗄 때였다. 중앙 계단에서 갑자기 기관단총을 든 적이 튀어나왔다. 정확히는 적의 총만이.


상대는 제대로 조준하지 않았다. 그저 무기의 화력을 믿고 마구잡이로 사격했을 뿐이었다. 콜린은 덕분에 피해를 입지 않고 왼쪽 복도로 피할 수 있었다. 파일에서 봤던 대로 3명의 적이 중앙 계단 앞에 대기하고 있을 것이었다. 콜린은 얼굴을 살짝 내밀어 상황을 봤다. 아무래도 먼저 나올 요량은 아닌 것 같았다. 이대로 있으면 시간이 점점 소모되는 상황이다. 콜린은 우선 중앙 계단 쪽을 향해 총을 몇 발 쐈다.


그러자 적들도 응사했다. 산발하는 총알들이 벽과 천장 이곳저곳에 박히기 시작했다. 이미 죽어 쓰러져있는 같은 조직원의 시체를 훼손하기도 했다. 폭발적인 총성에 숨은 채 콜린은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미음 자로 생긴 이 층에서 오른쪽으로 두 번 꺾는다면 중앙 계단의 오른쪽에 자리할 수 있었다. 그곳에 다다른 콜린은 조심히 밖을 살폈다. 중앙 계단 문 뒤에서 숨어있는 3명의 적들이 보였다. 하지만 시야가 좁아서 함부로 나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콜린은 잠시 생각했다. 적들은 자신이 중앙 계단의 왼편, 비상계단 쪽에 아직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수류탄을 써야 할까? 수류탄은 3개 밖에 남지 않았다. 위에 얼마나 삼엄한 경비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이상 더 쓰는 것은 좋지 않았다. 신음하던 콜린은 가방에서 수류탄을 꺼냈다. 그리고는 안전핀을 뽑지 않은 채 비상계단 쪽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수류탄이 구르는 소리에 반응한 적들이 총구를 안으로 들이밀며 다시 사격했다. 비상구 쪽에 있었다면 총구밖에 보이지 않았겠지만, 반대편에서 볼 땐 달랐다. 충분히 넓게 드러난 그들의 등이 콜린의 눈에 포착됐다. 콜린은 즉시 몸을 드러내어 뒤를 보이고 있는 적들을 저격했다. 머뭇거릴 시간은 없었다. 콜린은 비상구 쪽으로 달려가며 쓰지 않은 수류탄을 집어 든 후 비상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큰일 났습니다!”


제임스는 고개를 들었다. 노크도 없이 그의 방문이 열리는 것은 참 드문 일이었다. 남색 정장을 입은 남자는 사색이 되어 있었다.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한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 무기는 들고 있지 않았다. 제임스 앞에 가기 위해 두고 온 것으로 보였다.


“로보 행동대장.”


제임스가 그를 부르자 로보가 고개를 숙였다.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제임스의 말에 로보가 긍정했다.


“그렇습니다. 방금 저희 조가 공격을 받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공격이라니? 누구한테서?”


제임스는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정보는 없습니다만, 적은 한 명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금방 해결될 일 아닌가.”

“그렇지도 않습니다. 급하지 않으면 연락이 올 일도 없었을 겁니다. 상황을 모르는 저희로서는 그 조장 사냥꾼이 침입한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남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끼어들었다.


“그 녀석들은 여기를 습격한다고 예고하지 않았나? 왜 그쪽을 가겠냐고.”

“레오.”


제임스가 남색 정장을 입은 남자를 제지했다.


“레오, 시류. 잠깐 비켜주겠어?”


그 말에 시류와 레오는 방을 나섰다.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던 레오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걱정이 클 거라고 이해하고 있어. 별일이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일단 위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로보는 난색을 표하며 말했다.


“3층까지 경호하고 있는 인력은 복귀하라는 명령이었습니다.”

“그걸 말하러 왔군.”


제임스는 긴 한숨을 쉬었다. 3층까지는 30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5층까지의 전 인원을 복귀시키지 않는 것은 지금 토니오 조를 습격하고 있는 사람이 그들이 알고 있는 조장 사냥꾼이라는 보장이 있는 것이 아니었고, 또한 경호 인력이 빠져나간 틈을 타 제임스를 노리려는 양동 작전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리라.


“가는 데에만 차로 30분이 걸려. 늦지 않겠나?”

“늦고 말고는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조장님께는 그걸 알리러 온 겁니다.”


제임스는 신음을 흘렸다. 경호 인력이 줄어드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 노려지고 있는 것은 그의 은인이자 조직의 권력자였다. 도움을 내미는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네들 돌아갈 차가 없지?”


로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우리 차를 빌려주지. 9인승 승합차가 2대 있어. 30명 전부는 무리지만 20명 정도라면 될 것 같군. 그 점은 내가 자네들 윗선하고 얘기할게.”


갈 수 있는 사람은 20명으로 줄었지만, 걸어간다고 걸어갈 거리는 분명 아니었다. 30명이나 되는 인상 험악한 남자들이 몰려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것도 그리 좋진 않을 것이었다. 로보는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조장님.”

“자네 윗선하고 바로 연락해줄 수 있겠나?”


로보는 디바이스를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것을 그대로 제임스에게 건네줬다.


-여보세요.

“제임스 조장입니다. 받으신 분은 누구입니까.”

-질리오네 지부장입니다.

“오랜만이야, 질리오네. 지금 많이 급하다고 들었어.”

-어떤 녀석인지 몰라도 장난 아닙니다. 벌써 4층까지 침입했어요.

“한 명이라고 하지 않았나?”

-프로 솜씨입니다. 조장 사냥꾼이라고 추측하고 있어요.

“잘 들어. 지금 우리가 차로 20명을 보내줄 수 있어. 어차피 30명 인원을 전부 빠르게 그쪽에 보내기엔 무리잖아. 어떻게 생각해?”

-차를 빌려주신다면 고맙죠. 최대한 빠르게 부탁드립니다. 인원 공백이 많아서 상대하기 힘들어요.

“알겠어. 바로 가겠네.”


제임스는 디바이스를 끊고 로보에게 건네줬다.


“2층 이하에 있는 녀석들을 주차장에 집합시켜. 같이 갈 테니까.”

“같이 가신다는 말입니까?”

“여기 있으나 너흴 따라가나 위험한 건 똑같아. 토니오 조장님이 걱정되는 건 나도 마찬가지고.”


로보는 고개를 숙이고 방 밖으로 나갔다. 곧 시류와 레오가 들어왔다.


“시류, 나갈 준비 해. 나랑 같이 토니오 조로 간다.”


레오는 놀라며 물었다.


“가신다고요?”

“그래.”


제임스가 재킷을 입으며 말했다.


“내가 가지 않으면 안 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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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서로 알아가는 과정 -4- 22.04.27 2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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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서로 알아가는 과정 -2- 22.04.12 20 1 12쪽
103 서로 알아가는 과정 -1- 22.04.06 22 1 13쪽
102 그들의 신의 -5- (完) 22.04.05 19 1 15쪽
101 그들의 신의 -4- 22.04.03 20 1 11쪽
100 그들의 신의 -3- 22.03.30 21 1 14쪽
» 그들의 신의 -2- 22.03.28 34 1 12쪽
98 그들의 신의 -1- 22.03.26 22 1 13쪽
97 조직의 박동 소리 -4- (完) 22.03.23 22 1 11쪽
96 조직의 박동 소리 -3- 22.03.18 22 1 12쪽
95 조직의 박동 소리 -2- 22.03.16 33 1 13쪽
94 조직의 박동 소리 -1- 22.03.13 25 1 11쪽
93 1,000만 솔라리의 남자 -4- (完) 22.03.10 23 2 12쪽
92 1,000만 솔라리의 남자 -3- 22.03.06 27 1 12쪽
91 1,000만 솔라리의 남자 -2- 22.03.02 23 1 12쪽
90 1,000만 솔라리의 남자 -1- 22.02.24 25 1 11쪽
89 썩은 살을 도려내는 건 -5- (完) 22.02.18 24 1 15쪽
88 썩은 살을 도려내는 건 -4- 22.02.17 25 1 12쪽
87 썩은 살을 도려내는 건 -3- 22.01.24 26 1 12쪽
86 썩은 살을 도려내는 건 -2- 22.01.21 27 1 12쪽
85 썩은 살을 도려내는 건 -1- 22.01.20 25 1 12쪽
84 속죄하는 법 -4- (完) 22.01.19 24 1 16쪽
83 속죄하는 법 -3- 22.01.17 23 1 11쪽
82 속죄하는 법 -2- 22.01.14 25 1 12쪽
81 속죄하는 법 -1- 22.01.12 26 1 13쪽
80 그 뒤 한 주 -3- (完) 22.01.11 25 1 11쪽
79 그 뒤 한 주 -2- 22.01.10 32 1 12쪽
78 그 뒤 한 주 -1- 22.01.07 2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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