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일반소설

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6,057
추천수 :
396
글자수 :
742,617

작성
22.03.06 22:39
조회
27
추천
1
글자
12쪽

1,000만 솔라리의 남자 -3-

DUMMY

3일이 지났다. 데이지와 조지는 여전히 똑같았다. 가끔 장을 봐오고 서점에 다니는 일상은 변함이 없었다. 데이지는 간혹 밤에 술을 마시긴 했지만, 결코 무리가 갈 정도로 취하지는 않았다. 함께 있고, 식사하고, 서로 보고 들은 것을 농담 삼아 얘기하고. 그런 일상은 그들이 바라는 것만큼은 오래되지 못했다.


“제임스한테 연락이 왔어.”


그날 오후, 콜린의 말에 두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때가 온 건가요.”


콜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자동차 정비소인가요?

“그렇습니다.”

-슬슬 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전화했어.

“음······.”

-문제라도 있나?

“그건 아니고. 생각보다 이른 것 같아서.”


제임스가 잠시 침묵했다.


-괜찮은 것 맞나?

“당연하지. 언제든 상관 없어.”


콜린의 수화기 너머로 얕은 한숨이 들려왔다.


-나도 시간을 더 주고 싶지만 어쩔 수 없어. 긴급 경비태세가 발동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장들은 의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 오히려 찬동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지. 이건 레드 카프와 골든 혼 출신들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어.

“어떻게 할 수 없는 건가?”

-스스로 경비를 강화하는 것까지는 본부에서 막을 권한이 없으니까. 있다고 해도 그 늙은이가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진 않겠지.


회장은 조장의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것이 배신과 반란에 대한 것만 아니라면. 그뿐만 아니라 그 아래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과만 낸다면 그것이 조직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아무런 상관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처리를 해야 한다는 거군.”

-그래. 언제까지 가능할지 묻고 싶은데.

“정보와 장비만 주어진다면 내일이라도 가능하긴 해.”

-장비는 어느 정도 필요하지?

“정보에 따라 달라. 여건만 된다면 달리는 차를 추적해서 바주카로 격추하는 것도 가능하다면 하는 거지.”

-그거 정말 통쾌한 방법이긴 하네. 그런데 자네는 플라스마 포를 장착한 소형정이 있지 않나?

“녀석들이 우리한테 우주선이 있을 거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긴 해. 하지만 아직 그 우주선에 대한 정보는 알려주고 싶지 않아.”


제임스가 작게 웃었다.


-자네가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하는 말인데, 녀석들이 타고 다니는 승합차는 꽤 튼튼하게 만들어졌어. 무슨 말인지 알지? 바주카를 맞으면 물론 차체가 찌그러지고 이리저리 구르게 되고 몇 명은 생명이 위독해질 수도 있지. 하지만 몇 명은 꼭 살아있을 거야. 그리고 지벡이 죽는 쪽이 아니게 된다면 아주 큰 문제가 되겠지.


콜린은 신음했다. 지벡은 승합차를 탄다. 그것도 아주 단단한. 그런 상대를 사람들의 눈이 최대한 닿지 않는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콜린은 생각에 잠겼다.


제임스가 슬슬 ‘이봐, 거기 죽었나?’라고 말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느낄 때였다.


“지벡의 이동 경로에 대한 정보를 좀 알고 싶은데.”

-그거라면 미리 준비해뒀지. 디바이스로 보내줄게.


콜린은 디바이스에 온 메일을 열었다. 상세한 표로 그의 일정이 적혀있었다.


-좀 어떤 것 같아?

“죄 사람이 많을 것 같은 곳들이군.”

-그 녀석은 카지노 사장이야.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할 일은 다른 녀석들이 대신해주지.


일정표를 쭉 보던 콜린이 말했다.


“쓸만한 지점이 하나 있군.”

-그거 다행이군. 어느 지점인데?

“일단 문자로 필요한 장비들을 보낼 테니 확인 좀 해줘.”


간단하게 보낸 문자를 받은 제임스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게 맞나? 이것만으로 가능하다고?

“일단 내 말을 들어 봐. 납득할 수 있을 거야.”


콜린은 제임스에게 떠오른 생각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콜린의 계획을 들은 제임스는 만족했다는 듯 웃으며 감상을 말했다.


-그거 멋진 생각이야. 그런데 자네 계획대로 그 녀석이 움직일 거라는 보장이 있나?

“거래에 쓰일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있는 그 녀석이 추격자를 달고 카지노로 갈 것 같나? 분명 근처 으슥한 곳에서 처리하려고 하겠지.”


제임스는 신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콜린은 그가 긍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좋아. 제대로군. 작전은 이틀 뒤 새벽. 그 안에 장비를 보내주지.

“말을 들어주니 고맙군, 그래.”

-명심해. 절대 부서지거나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걸.

“그 점은 걱정 말라고. 깨끗하게 해서 돌려줄 테니까.”




“다들 준비됐나?”


무전으로 콜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를 들은 조지와 데이지가 말했다.


“OK”

“준비됐어요.”


낡은 검은색 승용차가 출발했다. 골목을 벗어나 도로로, 그것도 달리는 차들이 드문드문한 곳으로. 어둑한 새벽에 가로등에 의지하여 질주했다. 그러자 검은 승합차가 눈에 띄었다.


“저 차인가 본데?”

“확실할 때 쏴요. 잘못하면 큰일 나니까요.”

“알았어.”


데이지는 망원경으로 차의 번호판을 살폈다. 확실한 지벡의 차였다.


“아주 정확해. 좀 더 가까이 가줘.”


데이지의 말에 낡은 승용차가 속도를 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앞에 있는 승합차와 10m 정도 거리를 유지했다.


“좋아, 이 정도면 됐어.”


말을 마친 데이지가 기관단총을 꺼내 들었다. 조수석의 창문을 다 내리고는 상체를 창문 밖으로 빼내고는 그대로 검은 승합차를 향해 발사했다.


한밤의 도로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두두두두, 하며 총알이 박히는 소리가 들려오는 승합차에선 빠르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었다.


“조장님, 공격받고 있습니다.”


누군가 그렇게 말하기도 전에 지벡은 이미 주먹을 쥐고 부들거리고 있었다.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런 일을 하는가. 화가 났지만 침착하게 중얼거렸다.


“역시 조장들을 노리는 녀석들이 있었구먼. 일단 계속 운전해. 공격이 통하지 않는 걸 알면 물러설 수도 있어.”

“네.”


얼마간 차체를 울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몇몇은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이번에는 둥, 하는 소리가 몇 번에 걸쳐 들리기 시작했다.


“조장님, 이건······.”

“이 차가 방탄이라는 걸 알고 바퀴를 노리는 거야. 이봐, 속도를 올려.”

“네!”


하지만 승합차가 내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었다. 9명이나 되는 이들이 타고 있는 차로서는 3명도 타지 않았을 승용차에 따라잡히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상태로는 따라잡힐 것 같습니다. 어떡할까요?”

“저런 걸 달고 카지노까지 갈 수는 없지. 우리도 무장은 충분하다. 조용한 곳으로 가서 처리해야지. 확실히 이 근처에 우리 처리장이 있었지?”

“레드 카프 쪽에서 쓰던 곳 말입니까?”

“그래. 그쪽으로 유인하자고.”


승합차는 대뜸 차선을 변경해 오른쪽 길로 빠졌다. 승용차는 당연하게도 그를 따라갔다. 빠져나간 도로에는 갓길로 빠지는 곳이 있었다. 사유지이므로 출입을 금한다는 표지판이 있는 그곳을 지나 짧은 비포장도로를 달려 큰 컨테이너가 몇 개 있는 강가에 도착했다. 정차한 승합차는 그곳에서 승용차를 기다렸다.


“도착하면 빠르게 나가서 사격한다. 알겠나?”

“네.”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조직원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이윽고 승용차가 50m 정도 떨어진 자리에 정차했다.


“나가.”


지시가 떨어지자 승합차의 문이 열렸다. 검은 옷을 입은 조직원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왔다.


“사격 개시!”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포탄이 승합차의 열린 문으로 날아 들어왔다. 내부에서부터 강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충격으로 튕겨 나갔다. 그러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 안에 있던 지벡이었다.


컨테이너 옆에 있던 언덕 위에서 콜린은 망원경으로 상황을 살펴봤다. 지벡이 살아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퇴근하자.”


뒤에 세워 둔 오토바이에 바주카를 실은 콜린은 자리를 떴다. 무전으로 그 말을 들은 데이지와 조지 역시 자리를 떴다.




“간만에 운전해보니까 어때?”


조종실에 돌아온 콜린이 조지에게 물었다.


“진이 다 빠지네요. 운전해본 지 3년은 더 된 거 알고 시킨 건가요?”


레몬 소다를 들고 있는 콜린은 웃기만 했다. 맥주캔을 든 데이지가 조종실로 들어왔다.


“놀랐다니까. 난 조지가 우주선에나 관심 있지, 운전을 배운 적은 없었을 것 같았는데.”

“우주선 정비 배우기 전에 차 정비도 했었거든요. 그때 잠깐 배운 거죠.”

“잠깐 배운 것 치고는 매끄럽게 운전하던데? 저기 있는 아저씨랑은 다르게 말이야.”


콜린은 헛웃음을 내었다. 화를 낼 생각은 없어 보였다.


“으엑, 당신 반응이 색다른데?”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아서. 말 그대로 시원하게 날리고 온 참이잖아?”


데이지는 이상한 눈으로 콜린을 보더니, 맥주캔을 열어서 마시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 건 또 끝냈네요. 앞으로는 지금보다 힘들어지겠죠?”


그 말을 들은 콜린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래. 이젠 적들이 우리 존재를 알 테니까.”


그 말에 확실히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데이지는 짐짓 쾌활한 말투로 말했다.


“이렇게 청승맞게 있지 말고 뭐라도 먹는 건 어때? 야식이라도 만들어 올까?”

“이런 시간에 요리를 해준다고요?”

“요리까진 아니고. 해시브라운, 냉동만두, 냉동 새우튀김 정도나 튀겨서 가지고 오려고. 콜린 말대로 시원하게 날리고 온 참이니까 그 정도는 즐겨줘야지.”


콜린이 어이가 없다는 듯, 하지만 불쾌하지는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냉동식품이 무슨 만찬이나 된다는 듯 말하지 마. 거기다가 이 야밤에 왠 튀김이야?”

“당신이 요리하고 정리하는 거 아니잖아? 어쨌든 해올 테니까 먹기 싫으면 말고.”

“그럴 리가 있나. 바싹하게 튀겨 오라고.”


데이지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다음 날 오후, 시류가 바질 리브스 호로 찾아왔다. 간밤에 콜린과 데이지가 썼던 기관단총과 바주카를 회수하러 온 것이었다. 총기들의 상태를 보던 시류는 그것들의 상태에 놀라며 말했다.


“상당히 깨끗하게 손질해주셨군요.”

“그쪽이 이걸 몰래 손질하는 건 힘들 것 아닙니까. 되도록 빨리 원래 있던 상태로 가져다 놓는 것이 이쪽한테도 좋을 테니까 말이죠.”


시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두 화기의 케이스를 덮고는 일어났다.


“승용차와 오토바이는 어차피 대포 차량이니까 가지고 계셔도 무방합니다만, 저라면 폐차시키는 쪽을 권합니다.”


그렇게 말한 시류는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탁자에 놓았다.


“저희 조직 산하 폐차장입니다. 일에 쓰였다고 하면 알아서 처리해줄 겁니다.”

“철두철미하군요.”

“증거는 되도록 남기지 않는 쪽이 좋으니까요. 가니메데에서는 되도록 그 차들을 안 쓰시길 바랍니다.”

“물론이죠.”


시류는 콜린 옆에 앉아 있는 데이지와 조지를 흘겨봤다. 신경을 쓰는 듯한 눈치였다.


“혹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그것은 분명 콜린에게 묻는 것이었다.


“시간이요?”

“네. 조장님께서 괜찮으시면 그 카페에서 만나고 싶다고 하셔서요.”


아마도 멋대로 대장 격인 사람을 자기들의 구역에 데리고 가는 것을 신경 썼으리라.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데이지와 조지는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또한 빅풋 카페는 공권력의 구역이었지, 어느 조직의 구역은 아니었다. 콜린은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얘기할 것이 남았나 보군요. 좋습니다.”


시류는 안심하며 답했다.


“그럼 차로 모시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7 서로 알아가는 과정 -5- 22.04.29 19 1 12쪽
106 서로 알아가는 과정 -4- 22.04.27 21 1 13쪽
105 서로 알아가는 과정 -3- 22.04.19 18 1 12쪽
104 서로 알아가는 과정 -2- 22.04.12 20 1 12쪽
103 서로 알아가는 과정 -1- 22.04.06 22 1 13쪽
102 그들의 신의 -5- (完) 22.04.05 19 1 15쪽
101 그들의 신의 -4- 22.04.03 20 1 11쪽
100 그들의 신의 -3- 22.03.30 21 1 14쪽
99 그들의 신의 -2- 22.03.28 34 1 12쪽
98 그들의 신의 -1- 22.03.26 22 1 13쪽
97 조직의 박동 소리 -4- (完) 22.03.23 22 1 11쪽
96 조직의 박동 소리 -3- 22.03.18 22 1 12쪽
95 조직의 박동 소리 -2- 22.03.16 33 1 13쪽
94 조직의 박동 소리 -1- 22.03.13 25 1 11쪽
93 1,000만 솔라리의 남자 -4- (完) 22.03.10 23 2 12쪽
» 1,000만 솔라리의 남자 -3- 22.03.06 28 1 12쪽
91 1,000만 솔라리의 남자 -2- 22.03.02 23 1 12쪽
90 1,000만 솔라리의 남자 -1- 22.02.24 25 1 11쪽
89 썩은 살을 도려내는 건 -5- (完) 22.02.18 24 1 15쪽
88 썩은 살을 도려내는 건 -4- 22.02.17 25 1 12쪽
87 썩은 살을 도려내는 건 -3- 22.01.24 26 1 12쪽
86 썩은 살을 도려내는 건 -2- 22.01.21 27 1 12쪽
85 썩은 살을 도려내는 건 -1- 22.01.20 25 1 12쪽
84 속죄하는 법 -4- (完) 22.01.19 24 1 16쪽
83 속죄하는 법 -3- 22.01.17 23 1 11쪽
82 속죄하는 법 -2- 22.01.14 25 1 12쪽
81 속죄하는 법 -1- 22.01.12 26 1 13쪽
80 그 뒤 한 주 -3- (完) 22.01.11 25 1 11쪽
79 그 뒤 한 주 -2- 22.01.10 32 1 12쪽
78 그 뒤 한 주 -1- 22.01.07 28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