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기-12화] 로얄 홀스의 마차
“그럼 결정이다아~!!”
엘리아는 굉장히 신나 보였다.
우리들은 황제 폐하의 갑작스러운 의뢰 취소로 인하여 딱히 할 일이 없어졌다. 때문에 그동안 빡빡하게 살아왔던 것에 대한 작은 보상으로, 가까운 곳으로 여행도 다녀왔었다.
이후에도 황제 폐하는 우리에게 여행 자금을 보내 주셨다. 우리는 당연히 받지 않으려 했지만, 황제 페하는 우리가 그 자금을 꼭 받아주길 원했다.
“모든 일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이게 황제 폐하가 우리에게 남긴 말이다.
“뭐... 어쩔수 없네.”
우리는 결국 황제 폐하의 여행 자금 선물을 받기로 했고, 여행을 다녀오고도 충분히 남을 정도의 돈인 150만 루시를 받아 버렸다.
어쨌든 지금은, 황제 폐하의 여행 자금 지원 덕분에 한 번 더 여행에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3박 4일 정도면 충분 하겠지?”
“에에~? 겨우 3일? 너무 적은 거 아니야? 조금 더 놀자구!”
엘리아는 내가 제안한 3일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이상 더 자고 오면 꽤나 피곤할 텐데...
어쨌든, 우리는 에튀르 마을에서 대략 3박 4일에서 4박 5일 정도 놀다 돌아올 예정이다.
그리고 여행을 가기로 정한 지 하루가 지났다.
“후아아암~”
아침 일찍 일어나려니, 꽤 졸렸다.
“아! 라이넬! 너가 제일 늦게 일어났다구! 벌써 아침 7시라니깐? 얼른 먹어. 음식 식겠다.”
“뭐~ 엘리아. 아침 7시도 꽤 이르긴 하다.”
나를 재촉하는 엘리아에게, 리아가 말했다.
우리들은 오늘 에튀르 마을로 출발하여 숙소를 잡는 것이 목표이기에,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아~ 잘 먹었다. 그럼, 각자 짐을 챙겨서 마당으로 모이자.”
내 말에 애들이 대답했다.
“네~”
“응! 응!”
“알겠다.”
“좋아~ 얼른 챙겨버리자!”
각자의 짐을 모두 챙긴 우리들은, 저택의 마당에 모두 모였다.
“자, 그럼. 가볼까?”
미르가 내 말에 대답했다.
“네! 출발이에요~!”
“꺄아~ 두근거려! 로사! 로사도 그렇지?”
로사가 엘리아의 물음에, 반짝이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응! 응! 로사도 두근거려!”
우리들은 저택의 철문을 열고 곧장 마을로 향했다.
마침 날씨도 굉장히 화창했으며, 마치 여행을 가는 우리들을 배웅하듯 상쾌한 공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하아~ 정말 좋아요! 이런 날씨에 여행을 가다니, 정말 운도 좋은데요?”
“정말 그렇군. 이렇게 날씨가 화창하다니, 기분이 좋아.”
미르와 리아가 말했다.
“음... 우선 마을로 내려가서 바로 마차를 잡아야겠지? 마침 시간도 마차역이 막 열릴 시간이기도 하고. 최고급으로 잡는다?”
내 물음에, 엘리아가 대답했다.
“당연하지! 150만 루시나 받았는데, 일반 마차를 타고 갈 거야?”
“그러내요~ 우리가 언제 그런 최고급 마차를 또 타 보겠어요?”
나는 엘리아와 미르에게 말했다.
“뭐... 예전에 은하수 대 축제에 갈 때도 최고급을 탔었지 않아?”
그러자 리아가 나에게 말했다.
“아마... 그건 그냥 고급 마차였을 거다. 최고급은 그것보다 더 크고, 말의 수도 많지.”
“그런가?”
“최고급! 라이넬! 최고급 마차 타자!”
“하하. 그럼 그럴까 로사?”
“응!”
결국 우리는 최고급 마차를 타기로 했다.
축제를 위한 여행과 최고급 마차를 탈 생각에 들떠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우리들은 벌써 마을의 중심가에 다다랐고, 에튀르 마을 쪽으로 가는 동부 마차 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의 다 왔군. 역시나 아침 일찍 이라, 아직 대기 중인 마차가 많다.”
리아의 말 대로였다. 동부 마차 역에는 대기 중인 마차들이 즐비해 있었고, 그 중에서도 최고급의 느낌이 풍기는 마차가 딱 한 대 서 있었다.
“앗! 딱 한 대 남았어요! 벌써 누가 한 대를 타고 간 것 같은데요? 원래 두 대잖아요!”
“뭐 해 라이넬! 빨리 가서 표 끊어!”
엘리아와 미르는 나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아, 알았어!”
나는 다급히 매표소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에튀르 마을에서 열리는 얼음 축제를 구경하러 가는 사람들일까.
“우와... 그 잠깐 사이에 사람들이 엄청 모이네...”
내가 혼잣말을 하며 매표소 앞에 서자, 매표원이 나에게 말했다.
“에튀르 마을에서 열리는 얼음 축제 때문이에요~ 그 축제, 엄청 아름답거든요! 혹시, 모험자 분께서도 얼음 축제를 보러 가는 것인가요?”
“네. 처음이라 기대가되네요~”
내가 대답하자, 매표원이 말했다.
“기대하셔도 좋을 거 에요!”
“네... 뭐. 아, 참. 내 정신 좀 봐. 표를 끊어야 되는데... 최고급 마차로 네 장 주세요.”
“네~ 최고급 마차, 표 다섯 장이요! 가격은 장당 6만 루시입니다. 총 30만 루시 주시면 되요~”
“여기 있어요.”
“네~ 감사합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내가 표를 끊음과 동시에, 애들이 나에게로 걸어왔다.
“라이넬! 표 끊었어?”
“당연하지~”
“우와~ 라이넬! 좋은 타이밍이었어요! 이 짧은 시간 사이에 줄이 엄청 길어졌는데요?”
나는 미르의 말에, 뒤를 돌아서서 대기 줄을 살펴보았다.
“으, 으엑?! 그 사이에 이렇게나 많이...?” 마차의 표를 사기 위하여 줄을 선 사람들은 굉장히 많았다. 어림잡아서 대략 30명은 거뜬히 넘었으니까.
“최고급 마차로 끊은 것인가?”
리아가 나에게 물었다.
“아, 응. 분명 예전에 마차 표를 구했을 때는 좀 비쌌던 것 같은데... 뭐, 상관없지만.”
“이게 표야?”
로사가 내 손에 들려 있는 최고급 마차의 표를 유심히 보더니, 궁금했던 것인지 나에게 물었다.
“응. 한 장씩 나눠 줄게.”
나는 로사의 말에 대답하며 애들에게 표를 한 장씩 나눠 줬다. 다들 최고급 표는 처음 보는지라 마차로 걸어가면서 표를 살펴보았다.
최고급 마차의 표는 검정색이었다. 그리고 ‘로얄 홀스’ 라는 글씨가 표의 전면에 금색의 멋있는 글씨체로 크게 쓰여 있었다.
뒷면을 살펴보니, 표에 관한 정보와 매표소에서 구매한 표임을 증명하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
“에... 그러니까... 최고급 마차가... 아, 저기 있네.”
우리가 탈 최고급 마차는 마치 차고를 연상케 하는 공간에 서 있었다.
예전에 은하수 대 축제에 갈 때 타고 갔었던 마차보다 약 두 배 정도 컸었고, 말 또한 네 마리가 달려 있었다.
“저기... 이 최고급 마차의 마부이신가요?”
나는 최고급 마차의 근처를 돌며 마차를 살피는 사람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대답했다.
“네~ 반갑습니다! 이 마차의 표를 구매하셨나요? 총 몇 분이시죠?”
나는 순식간에 두 가지를 물어보는 마부에게 대답했다.
“아, 네. 표는 저희 모두 한 장씩 구매 했고, 5명이에요.”
“네~ 네~ 표 확인 후, 마차에 탑승해 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들은 마부에게 표를 건네어 확인 한 후, 차례대로 마차에 올라 탔다.
문은 양쪽에 달려 있었으며, 마차가 워낙 큰지라 짐은 마차의 객실 안에 보관했다.
“우와~ 엄청 좋아요! 아예 의자 자체가 침대인데요?!”
“푹신푹신해! 기분 조아!”
“헤헤~ 이래서 최고급 마차를 타는 거지~”
엘리아와 리아와 로사는 굉장히 좋아 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의자 겸 침대는 총 네 개 뿐이었으므로, 미르와 로사는 같이 사용하기로 했다.
“좁지 않아?”
리아가 미르에게 물었다.
“아니요~ 의자가 되~게 커서 괜찮은 걸요?”
“나두 괜차나!”
‘그나저나... 꼭 캠핑카처럼 생겼네.’
어디서 이런 모습을 많이 봤다 했다. 그래. 이건 캠핑카와 너무나도 흡사하다.
비록 캠핑카에서의 요리하는 자리는 벽으로 막혀있고 문이 잠겨 있었지만.
“자~ 여러분. 그럼 이제 목적지를 말씀해 주시겠어요?”
마부가 객실의 문을 열고, 한껏 들떠있는 우리에게 물었다.
“음~ 에튀르 마을로 가 주세요! 거기서 엄~청 아름다운 축제를 구경 할 거거든요!”
엘리아가 들뜬 모습으로 마부에게 말하자, 마부가 자신의 마차에 대해 소개하기 시작했다.
“네~ 목적지는 에튀르 마을로 정해 졌습니다! 저희, ‘로얄 홀스’ 의 마차를 이용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지금은 한정 이벤트 기간으로, 마차를 이용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모든 식사를 제공 중이니, 참고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출발 합니다!”
마부는 소개를 마치고, 객실의 문이 안전하게 잠긴 것을 확인하고는 앞자리 쪽으로 갔다.
“드디어 출발이군.”
“신나요!”
말 네 마리의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우리가 탄 마차는 천천히 속도를 올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헤헤~ 아침부터 저녁 까지 전부 제공 해 준데! 완전 최고잖아?”
“그렇네. 한정 이벤트라고 하던데.”
나는 엘리아의 말에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동안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 생길까.
그러다 문득, 무언가가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이 문 건너편이 요리 하는 곳 같던데. 원래는 우리가 해 먹어야 되는 거였나 보네.”
내가 문 건너편에 있는 부엌에 대해 이야기 하자, 리아가 대답했다.
“뭐... 그럴 것이다. 이벤트라고 했으니.”
“그나저나, 로사가 조용한데... 벌써 자는구나?”
“네. 피곤했나 봐요~”
역시 로사는 아직 어린 아이인 지라, 아침 일찍 일어난 것이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로사는 벌써 미르의 무릎을 베고 잠에 들어 있었다.
-3시간 뒤-
“흐음... 심심하네...”
마차는 꽤나 심심했다. 최고급 마차여서 그런 것인지, 승차감은 굉장히 좋았다. 마치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마치 마차가 정지해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에 놀라했지만, 객실 안의 책자를 읽고 나자 그 비밀이 풀어졌다.
책자에는 무속성의 가공된 마력 원석이 마차의 객실 의 밑면과 바닥 사이에 부착 되어 있어서, 마차의 흔들림을 잡아준다고 쓰여 있었다.
“마력 원석이라... 꽤 좋긴 하네. 전혀 흔들림이 없어서”
“그렇네~ 항상 마차 진동 때문에 잠에 들기도 힘들었는데.”
엘리아는 내 말에 동의하며 침대에 드러누웠다.
“하아~ 난 잘 테니까, 점심 식사 시간 때 깨워 줘~”
“알았어.”
엘리아가 누운 후로 약 30분이 더 흘렀다. 그리고 나는 슬슬 심심함을 참는 것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으으... 심심해 죽겠네. 아그네스. 뭐 가져온 거 있어?”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리아에게 물었다. 그러자 리아가 마차에서 일어나, 자신의 짐을 뒤적거리기 시작 했다.
“아, 읽을 만한 책들은 가져왔다. 어디... 라이넬에게 꼭 추천 해 주고 싶은 책이 있어.”
리아는 자신의 짐에서 책을 찾기 시작했다. 과연... 리아는 무슨 책을 줄까? 설마 또 이상한 책은... 아니겠지.
“아, 찾았다. 여기, 라이넬.”
“아, 응... 고마워.”
나는 리아가 주는 책을 받아 제목을 읽어 보았다.
“현명한 자의 어리석은 선택...? 뭐야 이 책?”
- 작가의말
리아가 라이넬에게 건낸 책! 과연 그 책의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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