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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마신, 돌아오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피글렛.J
그림/삽화
없음
작품등록일 :
2021.05.12 10:54
최근연재일 :
2021.05.19 18:1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418
추천수 :
4
글자수 :
37,399

작성
21.05.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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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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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 7화, 괴인(2)

DUMMY

“아카데미는 다닐 만 해?”

크로우는 로인의 질문에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딱히. 예상대로 재미는 없어.”

“여전한 모양이구나, 거긴.”

로인은 크로우의 대답에 알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그와 유리아가 있을 때도 아카데미는 지루했다.

애초에 귀족자제들과 평민들은 함께 하기 힘들었고, 엄격하게 서열이 나뉘었다.

귀족자제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보다 높은 작위를 가진 자들이 아카데미의 최상위권에 머물렀고, 교수들마저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

‘특히 황실의 사람들이 입학할 경우는 더 심하지.’

황실의 사람들을 생각하자 한 여자가 떠올랐다.

‘곧 있으면 만나겠네.’

아직 그녀와 어떤 식으로 인연을 이어가게 될 지는 모르겠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지 뭐.’

“방학 땐 수도에 있기로 했다고?”

“그러려고. 굳이 먼 본가까지 가는 건 시간 낭비잖아.”

“그렇긴 하지.”

“수도에서 뭘 할지도 고민이긴 해.”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이미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오늘 로인과 식사가 기대가 됐던 이유도 이제부터 꺼낼 얘기에 있었으니까.

“형이 방학 중에 몸 담았던 길드 이름이 뭐였지?”

“너...설마?”

로인은 크로우의 질문에 곧바로 방학 중에 하려는 일을 알아챘다.

하기야 모를 수가 없었다.

지금 크로우가 하려는 일은 과거 로인이 이미 해온 일이었으니까.

“말릴 생각은 아니지?”

“...당연히.”

말릴 수가 없었다.

적어도 로인은 그래선 안 됐다.

자신 역시 가문의 반대에도 꿋꿋하게 걸어갔으니까.

“일단 소개는 해줄 게. 큰 기대는 하지 마.”

“그건 당연한 거지. 뭘 믿고 내게 제대로 된 일을 맡기겠어?”

크로우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굳이 입으로 언급할 필요가 없었지만.

“뭐, 네 의지가 확고하다면야.”

“말이나 전해줘.”“알았어.”

그렇게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크로우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넌, 오랜만에 본 형의 안부도 궁금하지 않아?”

“당연히 잘 지낼 텐데, 뭐가 문제야?”

로인은 현재 ‘스칸다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었다.

황실에서 새롭게 만든 기사단으로 이변이 없는 한, 올 겨울에 로인은 최연소 조장으로 승진이 유력한 상태였다.

‘애초에 스칸다 기사단은 놈들을 찾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어.’

그곳에서 로인이 했던 일을 떠올리며 크로우는 살짝 걱정이 되긴 했다.

한동안 로인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던 적도 있었기에.

‘결국 알아서 해결하겠지만.’

스칸다 기사단으로 활약하면서 로인은 많은 기연을 얻었다.

그랬기에 크로우는 걱정이 되면서 로인을 믿었다.

설사 기연이 없다고 해도 로인의 재능이라면 놈들에게 당할 리가 없었으니까.

가족 중에 유일하게 죽는 걸 보지 못한 사람이 로인이었다.

그러니 로인은 괜찮았다.

‘누나도 마찬가지였는데....’

유리아를 생각하니 크로우는 다시 속이 쓰렸다.

결국 자신을 구하려다가 무리한 탓에 죽어버린 바보 같은 누나.

남들에겐 얼음 마녀라 불릴 정도로 차갑고 냉정한 그녀였지만 크로우와 유나에겐 그렇지 못했다.

‘이번엔 그렇게 되게 두지 않아.’

유리아가 이끌었던 테일러 가문은 강했다.

자신이라는 짐이 없었다면, 결코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았을 정도로.

“뭐가 그렇게 심각해?”

굳어 있던 크로우는 로인의 말에 표정을 풀며 웃었다.

“그냥 갑자기 짜증 나는 일이 생각나서.”

“무슨 일?”

둘러댄 말이었기에 당장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로인은 대충 무슨 얘기인지 제멋대로 판단을 내린 모양이었다.

“역시 서클 놈들이 귀찮게 구는 거지?”

‘그놈들도 있었지!’

로인의 말에 크로우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서클에 들어오라는 권유로 꽤나 귀찮은 상태였으니까.

열심히 거절하고 있었지만 놈들은 집요하게 크로우를 찾아왔다.

가문의 차남이 받을 대우와 미래를 언급하면서 열심히 크로우를 설득했다.

하지만 크로우는 그 이면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놈들은 갖고 싶은 거다.

제국 최고의 검술을 보유한 테일러 가문의 피가 흐르는 기사를 자신들의 검으로.

그 사실을 과거에도 알았다.

다만, 그 때는 아무런 힘도 없었기에 이리저리 휘둘렸지만.

결국 자신의 재능이 보잘 것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의 태도는 돌변했다.

그동안 테일러라는 이름에 짓눌려 있던 이들의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다 2학기에 사건이 터졌다.

자신의 몸에 마성이 존재하며, 마굴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시를 깨닫게 되는 사건.

그 사건 이후로 크로우는 아카데미에서도 대다수의 수업에서 배제되었다.

기본적으로 현 아카데미는 마굴과 관련된 수업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재밌겠어.’

2학기가 기다려지는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그땐 경험해보지 못했던 수업들.

기대만큼 거창하진 않겠지만 아카데미의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엔 충분한 이유가 되겠지.

“적당히 거절하고 있어. 일단 서클 대표들이 아카데미에 없는 것도 크지.”

“하긴, 대표들이 있었으면 더 귀찮았을 거야.”

이미 아카데미 시절에 겪어본 적이 있는 로인이었다.

“알아서 잘 하겠지만, 놈들은 꽤 집요해. 어떻게든 제 뜻을 이루려고 할 테니까.”

“알아. 정 안 되면 힘으로 굴복시켜야지.”

“오,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지.”

로인은 크로우의 행동이 무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과 유리아는 알고 있었다.

크로우의 무위가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을.

딱히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자신과 유리아 역시 힘으로 3대 서클에 대항했었기 때문에.

“우리가 만든 건 아직 잘 있어?”

“몰라. 거긴 접촉해오지 않아서.”

“하긴, 어쩌면 사라졌을 수도 있지.”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애초에 그거 누나가 장난으로 만든 서클 아니야?”

“맞아.”

유리아가 만든 4번 째, 서클 레퀴엠.

3대 서클에 대항하려고 만든 게 아니라 그저 서클에 들어오라는 권유에 홧김에 만들었다는 서클.

유리아와 로인, 그 이후까지는 나름 활발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활동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다른 3대 서클과 달리 그 어떤 후원도 받지 않은 채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아무튼 잘 지내고. 다음에 볼 때는 대련이라도 할까?”

“나야 좋지.”

안 그래도 오늘 로인과 검술을 주고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환경이 좋지 않았다.

두 사람이 검을 나누기에는 수도는 많은 이들의 시선이 존재했으니까.

굳이 피할 건 없었지만 괜한 소문의 중심이 될 필요도 없었다.

“아쉽지만 다음에.”

서로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렇게 로인과의 저녁 식사가 끝났다.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아카데미 입학이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덧 내일이면 여름 방학이었다.

오늘 방학식이 끝난 아카데미는 썰렁했다.

대다수의 1학년들은 본가로 돌아가 마지막일지도 모를 편안한 방학을 보내기로 했으니까.

하지만 크로우처럼 아카데미에 남아 있는 이들도 있었다.

대부분은 딱히 돌아가서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 주로 남았다.

아니면 가문으로 돌아가도 환영 받지 못할 사람들이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피하고자 남는 경우도 있었다.

“내일이면 한동안 자유롭겠어.”

아카데미에 남아 있다고 해도 방학 동안은 자유롭게 행동이 가능했다.

굳이 아카데미에 들어오지 않아도 될 정도로.

크로우는 대부분의 시간을 로인이 소개해준 길드에서 보낼 생각이었다.

방학 마다 가문으로 돌아왔던 유리아와 다르게 로인은 거의 본가로 돌아오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로인이 방학 동안 수도에 있는 길드에서 용병으로 활동했다는 말이었다.

당시 그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은 로인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다.

설마 테일러 가문의 장자가 용병 길드에서 활동하고 있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로인은 자신의 선택에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방학 동안의 꾸준한 용병 활동은 로인의 검술을 한층 더 안정되게 만들어줬기 때문에.

과거에는 그런 로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성장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은 실전에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건 싸움을 원하는 것도 같은 이유였다.

하지만 무모하게 목숨을 걸기만 해서는 죽기 쉬웠다.

로인은 적당한 조율을 할 줄 알았고, 덕분에 아카데미 4년 동안 적수가 없는 검사가 되었다.

그 성장으로 현재 스칸다 기사단에 가장 먼저 초대 받은 유망주였다.

‘강철 길드라...’

로인이 소개해 준 길드는 제국의 수도 발렌티에서도 꽤 유명한 길드였다.

크로우는 강철 길드의 길드장인 기욤을 떠올렸다.

원래 기욤은 황실기사단의 소속된 장래가 기대되는 기사였다.

성급한 성격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으로 이름을 알렸던 그다.

‘그 못지않게 기행으로도 유명했지만.’

엘리트 코스를 밟는 기사들과 다르게 기욤은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다.

귀족들의 전유물로 여기던 기사와 마법사는 마굴의 등장과 함께 넓은 범위를 자랑했다.

그 수혜를 입은 게 기욤이었다.

마굴에서 얻은 유물은 기욤의 가문이 순식간에 기사의 가문이 되도록 만들어줬으니까.

할아버지의 유언으로 기사가 된 기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기사단을 나왔다.

그렇게 차린 게 지금의 길드인 ‘강철 길드’였다.

기욤은 자신의 길드의 주요 사업으로 마굴 사냥을 택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기사로 다양한 마굴에 들어갔던 기욤은 마굴 사냥을 통해서 빠르게 길드를 확장시켰다.

그 배경에는 기욤이 기사단을 나오면서 데려온 몇몇 기사들의 도움이 컸다.

보통 용병 길드가 ‘마굴 사냥’을 나설 때는 주로 뒤에서 뒷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애초에 마굴에 들어가기 위해선 어느 정도 수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욤의 길드는 달랐다.

기사 출신들의 용병들이 주를 이뤘던 기욤의 길드는 빠르게 수도에서 자리를 잡았으니까.

‘궁금하단 말이지, 소문의 그가.’

수도에서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들 중 한 명인 기욤을 만나게 될 생각에 크로우는 기분이 좋았다.


*


“흠.”

‘대단하군.’

기욤은 로인의 소개로 찾아온 크로우를 내심 우습게 여겼다.

로인은 길드에 꽤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지만 기욤의 생각은 달랐다.

로인의 졸업 이후 많은 사람들이 로인처럼 그의 길드를 찾았다.

그들의 목표는 로인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금방 실망하고 떠나가던 아카데미 학생들을 떠올린 기욤은 크로우도 비슷할 걸로 여겼다.

‘조금은 다를지도 모르겠지.’

적어도 그 형의 그 동생이라면.

‘나쁘지 않군.’

크로우는 기욤이 자신을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 역시 기욤을 평가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무패의 기사라는 별명답게 기욤은 제법 탄탄한 체구를 갖고 있었다.

‘이 정도 경지를 가진 기사가 왜 용병이 되었을까.’

여기 오기 전에는 그저 마굴에 들어만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미 공략된 마굴에 들어가는 것도 마기를 흡수하긴 좋은 환경이었으니까.

하지만 기욤을 만난 지금 크로우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분명 뭐가 있어.’

인재에 대한 욕심이 대륙 전역에 자자한 현 황제다.

그런 황제가 기욤의 대해서 모를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출신 성분의 한계로 황제가 기욤의 존재를 몰랐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그 인간이 그럴 리가 없지.’

과거 한 번 만났던 황제라면 어림도 없는 소리다.

‘어쩌면 황제의 밀명을 받았을 지도 모르겠어.’

궁금하긴 했지만 크로우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까.

설사 그게 아니라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

자신이야, 이 길드에서 원하는 것만 얻고 떠나면 그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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