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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마신,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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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그림/삽화
없음
작품등록일 :
2021.05.12 10:54
최근연재일 :
2021.05.19 18:1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419
추천수 :
4
글자수 :
37,399

작성
21.05.14 17:00
조회
48
추천
1
글자
11쪽

제 4화, 돌아오다(4)

DUMMY

- 긴급 퀘스트 <마룡의 기억>이 시작됩니다.

- 마룡의 심장에 남은 사념이 플레이어의 육체를 빼앗고자 합니다.


시스템의 경고는 낯설지 않았다.

잿빛마신 시절에 자주 경험했던 일이었으니까.

포식을 발동하면 경우에 따라서 이런 일이 벌어지곤 했다.

남겨진 상대의 사념이 강할 경우 자신의 육체를 노리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오랜만이라 방심했군.’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일정 경지에 오른 이후 한 번도 죽은 사념에 위협을 당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랬기 때문에 이렇게 안일한 행동을 한 거다.

‘다음부터는 조심해야겠어.’

자신의 안일함을 자책하며 크로우는 주변을 살폈다.

언제, 갑자기 마룡의 습격이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크로우의 예상과는 달리 습격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뭔가 다르군.’

그런 생각과 함께 크로우는 주변의 석상들을 하나씩 둘러봤다.

각양각색의 용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신전의 내부는 크로우의 기억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장소였다.

‘이게 전설로 내려오는 용의 신전인가?’

크로우 역시 책으로만 들었던 전설의 장소.

한 때, 많은 사람들이 용의 시체를 찾아 그곳을 찾았으나 찾을 수 없었던 곳이다.


용의 신전 또는 용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곳.


용들은 이 신전에 딱 두 번만 방문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나는 태어나서 용의 이름을 받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곧 다가올 죽음을 기다리며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

‘아마 후자겠지?’

그런 생각과 함께 크로우는 곧 다가올 무언가를 기다렸다.


쿠오오오오오!!!


갑작스러운 강렬한 마기의 소용돌이와 함께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게 마룡인가?’

마룡으로 추정되는 사내는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를 갖고 있었다.

“마르티안!!”

강렬한 외침과 함께 붉은 불꽃이 신전 안을 채웠다.

불길과 함께 나타난 남자는 붉은 머리와 붉은 눈동자를 갖고 있었다.

“왔나? 헤르.”

“결국 놈들과 손을 잡은 건가?”

“손을 잡다니? 원래 우린 어둠에서 태어난 존재다.”

마르티안의 비웃음에 헤르의 표정이 굳었다.

“적어도 놈들이 하려는 일은 우리 모두를 죽게 만드는 일이다.”

“이미 오래 전, 우리는 존재의 이유가 사라졌다.”

“....”

“진작 오만하게 굴지 않았다면, 우리가 놈들과 손을 잡을 이유도 없었겠지.”

“결국 너와 너희 일족은 놈들에게 배신당할 거다.”

헤르의 경고에 마르티안이 쓰게 웃었다.

그 역시 모르지 않았으니까.

한참을 서로 으르렁거리던 두 사람은 결국 물리적으로 충돌을 벌였다.

승자가 없는 싸움 끝에 헤르가 물러났다.

“....”

멀어지는 헤르의 뒷모습을 보며 마르티안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크로우가 서 있던 장소가 달라졌다.


크아아아아!!


으아아아아!!


살려줘!!!


수많은 이들의 비명이 가득 찬 어느 전장.

그곳에서 살아남은 자는 오직 하나였다.

마룡, 마르티안.

오직 그만이 홀로 시체로 가득한 전장에 고고하게 서 있었다.

잠시 뒤, 그런 마룡의 곁으로 한 사내가 나타났다.

“왔나, 검신?”

마룡은 사내의 방문을 진심으로 반겼다.

“날 부르려고 이 짓을 한 건가?”

“그랬지.”

마룡의 대답에 검신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너 역시 잃는다는 게 뭔지 깨달아야지.”

“마르티안!!”

검신의 분노와 함께 인간과 용의 싸움이 시작됐다.

결과는 일방적인 검신의 승리였다.

숨을 헐떡이며 검신을 올려다보는 마룡의 눈빛은 복잡했다.

그건 검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약속은...지켜라...”

그 말과 함께 눈을 감는 마룡.

검신이 떠나고 그 자리엔 크로우와 마룡만이 남았다.


번쩍.


감겼던 마룡의 두 눈이 떠지며 크로우를 바라봤다.

“어이, 인간.”

“....!”

마르티안의 부름에 크로우가 긴장했다.

지금 자신의 힘으로 과연 저 놈을 막을 수 있을까.

포식은 상대의 영혼을 흡수하면서 강해지는 사기적인 능력이었지만 부작용도 컸다.

상대의 영혼에 먹힐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이지를 상실한 광인으로 살아가다가 비참하게 죽겠지.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어. 여기서 널 제압해봤자, 뭔 의미가 있겠나.”

쓰게 웃으며 마르티안이 말을 이었다.

“오래 기다렸다, 놈의 후예가 찾아오기를. 내가 약속을 지켰듯이 너 역시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

“약속?”

크로우는 마르티안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곧 알게 되겠지. 놈처럼 너 역시 같은 곳에서 왔다면.”

끝까지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마르타인아 사라졌다.

“크윽!!”

자신의 몸에 쌓이는 마기에 크로우가 신음을 흘렸다.


- 마룡 마르티안의 영혼을 흡수했습니다.

- 플레이어의 그릇이 온전한 마룡의 힘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차후 플레이어의 경지에 따라 마룡의 힘이 돌아옵니다.

- 마룡의 능력 ‘겁화’가 플레이어의 스킬로 등록됩니다.

- 마경의 제 1경 ‘불의 권능’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 마경의 스킬 ‘마수’가 플레이어의 스킬에 등록됩니다.


연달아 들려오는 알람을 뒤로 하고 크로우는 마룡의 기억을 정리하는 것에 정신이 없었다.

‘생각 이상의 성과야.’

단순히 마기를 얻기 위해서 내려왔던 지하무고였다.

원했던 테일러 마굴의 싹을 자르진 못했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일단은 놈들이 가져갔을 물건도 손에 넣었으니 훗날 놈들에게 제대로 엿을 먹일 수 있을 테지.

‘우선 못해도 지구에서의 무위를 반은 회복해야 돼. 그래야 놈들과 싸울 최소한의 준비가 끝날 테니까.’

지구에서의 자신은 잿빛마신이라 불릴 정도로 적수가 없었다.

하지만 현 대륙에선 달랐다.

마기를 손에 넣으면서 마경의 문을 열었지만 아직 많은 게 부족한 상태였다.

곧 다가올 난세에선 잿빛마신의 무력이 반드시 필요했다.

단순히 개인의 무위가 다는 아니었다.

가지고 있는 기억들을 바탕으로 놈들의 계획을 하나씩 망칠 필요가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승산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겠지만.’

그게 전부 성공한다고 해도 놈들이 가진 힘은 거대했으니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며 크로우는 감회에 젖었다.

드디어 내일, 모든 게 일그러졌던 무대로 떠나는 날이다.


제국 아카데미.


그 곳에서의 2년은 크로우에겐 지옥과도 같았다.

1학기는 그런대로 버틸 수 있었다.

테일러 가문의 수치로 불렸지만 크로우는 타인에겐 시비를 잘 걸지 않았으니까.

여자로 말썽을 부린 적도 없었고, 자신보다 낮은 계급의 사람들을 괴롭히지도 않았다.

크로우의 문제는 무기력하다는 것이었다.

평생을 노력해도 형과 누나를 따라 잡을 수 없다는 사실과

동생보다 못한 존재가 된다는 사실에 자존감과 자신감이 전부 무너졌던 시기였다.

그 결과 무능함과 함께 무기력해지고, 게을러졌다.

그게 죄 많은 크로우의 삶이었다.

그 시작은 당연하게도 제국 아카데미부터였고.

귀족들의 조롱과 비난은 크로우를 점점 위축되게 만들고 은둔형 외톨이로 만들기 시작했으니까.

결국 2학기에 마굴에 들어가서 마성의 존재를 알게 되고 마굴 출입이 불가능해지면서 크로우는 모든 걸 내려놓게 되었다.

그 시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때와는 모든 게 달라졌지.’

과거와 달리 크로우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었으니까.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도 있을 테고.’

다시 돌아온 후 크로우는 늘 미래를 계획했다.

곧 다가올 난세를 헤쳐 나가기 위해선 한순간의 방심도 있을 순 없었다.

기억 속의 정보를 토대로 철저한 계획을 갖고 준비해야만 그나마 가능성이 있었다.

‘일단 난세가 시작되기 전에 허무하게 죽은 놈들부터 살려보자.’

크로우는 결코 혼자서 모든 걸 하겠다고 마음을 먹지 않았다.

그건 오만이란 것을 역사가 알려주었으니까.

아무리 대륙에서 가장 강한 초인이 된다고 해도 그 홀로 모든 것을 막을 순 없는 법이다.

크로우가 원하는 가족들의 안전이었으니 그걸 위한 세력이 필요했다.

‘문제는 그게 쉽지 않겠다는 거지만.’

북방은 춥고 늘 야만인과 크고 작은 전투를 벌이는 곳이다.

거기다 마굴까지 언제 나올지 모르는 터라 수도에서 인재들이 북방으로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형과 누나도 열심히 인재 모집을 하려고 했지만...거의 실패했지.’

그나마 유리아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그마저도 힘들었을 테지만.

‘일단은 가장 먼저 손에 넣어야 할 것들은....’

크로우는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해야할 일을 하나씩 정리했다.

이미 몇 번을 수정하고 검토했던 내용이었지만 조금의 실수도 없어야만 했으니까.


똑똑.


“도련님.”

한참을 그렇게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고 있을 때, 문 밖에서 크로우를 찾았다.

“다들 모였어?”

“네. 도련님만 가시면 돼요.”

마리의 말에 크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모처럼 온 가족이 늦은 아침을 함께 하기로 한 날이었다.

오늘 이후로 다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날은 꽤 시간이 흐른 후였다.

유리아와 마리엘, 유나는 테일러 가문에 남겠지만 그 외의 테일러의 세 남자들은 가문을 떠나야만 했으니까.

크로우의 경우는 곧 아카데미 입학을 위해서 수도로 떠나야만 했고.

수도의 신생 기사단의 단원인 로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의외의 인물은 스웬 백작이었다.

본래라면 유리아와 함께 가문에 남아야했지만 스웬 백작은 두 아들과 함께 수도로 가기로 했다.

현 황제인 신성왕의 정중한 초대 때문이었다.

‘아마 아버지가 수도의 새로운 기사단의 자문이 되었지?’

검의 명가라 불리는 테일러 백작가였다.

제국제일검이란 이명을 가진 스웬 백작을 향한 신성왕의 총애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오래 전부터 수도로 와서 재능 있는 인재들을 가르쳐주길 바랐던 신성왕의 부탁에 수도로 향하는 그였다.

늘 거절했던 스웬 백작은 차기 후계자인 유리아의 모습을 보면서 결심을 굳혔다.

‘그건 대외적인 이유고. 사실은 놈들의 꼬리를 밟았기 때문이지.’

현 황제인 신성왕의 시대는 평화의 시대로 불렸다.

이전까지 황족들의 암투와 귀족들의 권력다툼으로 제국은 상당히 흔들렸다.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된 암투를 물리치고 철혈의 군주가 황위에 오르게 됐다.

황자 시절부터 공정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철혈의 황제는 황위에 오른 후에도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그의 변화와 함께 제국은 새로운 미래를 향한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그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귀족들은 여전히 황제의 권위에 도전했고, 철혈의 황제는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들을 용서하지 않았으니까.

서서히 황제가 광증에 시달리며 미쳐가고, 제국 전역에 흑마법사들이 난리를 쳤다.

혼란에 빠진 제국을 지키고자 현 황제인 신성왕이 검을 빼든 게 피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국의 역사였다.

‘뿌리를 뽑지 못했고, 결국 그게 큰 실책이었지.’

크로우는 곧 다가올 미래를 떠올리며 표정이 굳었다.

수도에 가면 아무래도 그들부터 조사를 할 필요가 있었다.

‘놈들의 마수는 아카데미에도 있었지?’

수도 전체를 장악했던 놈들을 찾는 건 어려웠지만 아카데미에 숨어있는 벌레들을 잡을 순 있을 테지.

크로우는 아카데미에서 할 일을 하나 더 추가하면서 한동안 보지 못할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수도로 향하는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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