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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마신,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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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그림/삽화
없음
작품등록일 :
2021.05.12 10:54
최근연재일 :
2021.05.19 18:1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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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4
글자수 :
37,399

작성
21.05.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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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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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6화, 괴인(1)

DUMMY

테이섬은 크로우의 손을 보면서 믿을 수가 없었다.


마기라니.


어째서 마기가 테일러의 차남에 있을 수 있는 걸까.

물론 마기를 갖고 있다고 해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엄연히 마기 역시 이 대륙의 기운 중 하나였으니까.

다만, 굳이 테일러 가문의 차남이 마기를 고를 이유가 있을까.

게다가 마기를 가진 자는 치명적인 제약이 존재했다.


마굴에 들어가지 못한다.


대륙에 등장한 마굴은 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야만인들 또한 그들의 땅에 등장하는 마굴로 인해서 머리가 아팠다.

다행이 대전사들과 전사들의 힘으로 마굴을 공략할 수 있었지만 그 피해는 심했다.

그래도 마굴을 공략하면서 얻은 전리품으로 야만인들은 이전보다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었다.

‘문제는 그게 독이 되고 있어.’

테이섬은 마굴과 대사부의 등장으로 야만인들의 전통이 무너졌다고 생각했다.

야만인들의 힘은 상대를 향한 공격성에서 나온다.

또한 부족한 것을 탐하고자 하는 욕망이 야만인들의 본성이었다.

하지만 마굴을 공략하면 나오는 막대한 전리품은 야만인들이 더 이상 약탈에 치중할 이유가 사라졌다.

늘 제국의 북방을 호시탐탐 노리면서 제국의 적으로 위엄을 보였던 그들의 위세가 많이 약해진 이유였다.

거기에 더해서 대사부의 등장은 야만인들의 전통이 조금씩 무너지는 계기가 됐다.

대사부가 주는 가르침은 야만인들을 강하게 만들었으나 동시에 나약하게 만들었다.

투쟁이 사라진 야만전사들은 더 이상 과거의 위엄을 보여주지 못했으니까.

‘그 사실을 아직도 모른다면...더 이상 대족장은 존재할 이유가 없소.’

테이섬은 대족장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야만인들을 최초로 통일한다는 대업을 이루었으나 동시에 야만인들의 힘을 약화시킬 존재로 기억될 테니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차!’

크로우의 말에 테이섬은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야만인 사회의 일보다 눈앞의 일이 급했다.

마기에 정신이 팔려 중요한 것을 놓쳤다니.

오늘 따라 자신답지 않았다.

“흥, 고작 그 정도로 날 이길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자신 있게 크로우를 죽일 수 있다고 믿었던 테이섬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놀랍게도 자신이 일방적으로 밀렸다.

“헉...헉...”

잔뜩 지친 테이섬과 달리 크로우는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고작 그 정도로 테일러를 노렸나?”


으득.


테이섬은 자신을 향한 크로우의 조롱 섞인 눈빛에 분노했다.

‘감히...대전사 후보인 날 조롱해?’

“내가 누군 줄 알고!! 봐줬더니, 착각이 심하구나!!”

거칠게 소리친 테이섬이 다시 크로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로우는 마수를 통해서 가볍게 테이섬의 공격을 막아냈다.

‘확실히 과거보단 못하지만 색다른 느낌도 있군.’

잿빛마신시절의 마수였다면 테이섬은 진작 지옥문을 열고 있었을 터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도 당장 테이섬의 심장에 마수를 꽂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크로우는 천천히 테이섬의 실력을 엿보고 싶었다.

‘북방의 야만족 전사의 실력은 미리 경험해둘 필요가 있지.’

훗날 제국의 북방을 노리고 침략하는 그들의 선두에는 야만인 전사들이 있었다.

말을 다루는 솜씨가 매우 뛰어난 그들은 북방의 귀족들에겐 골칫거리였다.

과거에도 몇 차레나 황제들이 야만인들을 정복하려 나섰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들이 가진 날랜 기마술이 문제였다.

야만인들의 습격과 함께 난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테일러 가문은 수트의 반란까지 겹치면서 크게 고전하고 말았다.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지.’

테이섬을 만났을 당시에는 그의 경지를 알아보기엔 자신의 실력이 한참이나 부족했다.

그 뒤로 한동안 전투와 전장에서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크로우였다.

그랬기에 야만인 전사들의 정확한 실력을 알지 못했다.

‘게다가 그 놈의 재주를 받은 놈들도 궁금하니까.’


북방의 대사부.


그의 존재가 알려지는 건 아직 먼 훗날의 일이었다.

하지만 크로우는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현 야만인 부족의 대족장의 사부가 그였다.

‘마퀸’

한 때는 촉망받던 제국 마탑의 유망주는 어떤 이유로 타락의 길을 걸었다.

그의 실험은 마탑의 탑주에게 인정받지 못했고, 그를 향한 비아냥과 시기는 도를 넘어섰다.

급기야 사랑했던 약혼녀가 그를 배신하자 마퀸은 참지 못했다.

마탑의 후계자 중 하나로 장래가 촉망받았던 약혼녀의 남자를 직접 죽인 마퀸이었다.

그 후로 마퀸은 제국의 공적이 되어 사라졌다.

‘놈이 제국에 품은 한은 크지. 결국 놈 때문에 북방이 꽤 시끄럽게 됐으니까.’

북방은 제국의 내부보다는 외부의 적들로부터 위협이 많았다.

몬스터 랜드와 인접해 있고, 야만인들의 땅 역시 북방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니 제국의 황제들은 북방을 크게 경계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방패로 여기는 게 맞았다.

처음엔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북방의 귀족들과 제국의 황실이 멀어진 이유였다.

그렇다고 북방의 귀족들이 귀족파들과의 관계가 좋으냐.

‘그건 또 아니지.’

중앙 귀족들을 중심으로 단단하게 뭉쳐 있는 귀족파는 수도 밖의 귀족들을 멸시하는 태도가 많았다.

북방의 귀족들 역시 정치 싸움과 자기 밥그릇에만 관심을 갖는 중앙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결국 그 모든 원인이 난세의 시작과 함께 제국이 급속도로 흔들린 원인이었다.

‘거기까지 건드는 건 나중의 일이고.’

어차피 그들의 삶과 선택은 크로우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테일러 가문의 영광스런 미래에 있었다.


지키지 못했던 이들을 지켜내고, 소중한 사람들이 지금의 웃음을 잃지 않게 만드는 것.


그게 크로우가 원하는 목표였다.


털썩.


“크...개자식...”

테이섬은 지친 얼굴로 무릎을 꿇었다.

그의 몸 여기저기에는 크로우의 마수로 인해서 그을린 흔적이 가득했다.

“빌어먹을...세상이 속고 있구나!”

테일러 차남은 검술이 형편없다고 들었다.

실제로 그 소문은 북방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 있는 상태였다.

월등한 재능을 갖고 태어난 테일러의 축복이라 불리는 쌍둥이들.

그리고 그 그늘에 갇힌 채로 조롱의 대상이 되는 차남.

그게 크로우였다.

하지만 막상 본 크로우는 뛰어난 파이터였다.

고작 맨 손으로 주먹으로 자신의 검을 모조리 막아냈으니까.

물론 테이섬은 몰랐다.

크로우의 진짜 모습은 검을 들었을 때만 나타난다는 것을.

‘굳이 널 상대로 검을 꺼낼 필요도 없고.’

“잘 가. 널 여기로 보낸 대사부란 놈을 너무 원망하진 말고.

“....!”

테이섬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크로우가 대사부의 존재를 안다는 사실이 놀라웠기 때문에.

“너...”

대체 정체가 뭐야!

그렇게 물어보고 싶었던 테이섬의 뜻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걱!


어느새 날아온 로인의 검이 테이섬의 심장을 갈랐기 때문에.

“괜찮아?”

걱정스러운 로인의 표정에 크로우는 씩 웃었다.

“물론이지.”


고작 이 정도로 다칠 리가 없잖아.

내가 누군데.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마치며 크로우는 가볍게 웃었다.

그렇게 야만인의 대사부, 마퀸이 계획했던 습격은 허무하게 끝났다.

크로우는 자신이 만든 이 작은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아직 알지 못했다.

사실 알았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


“하아.”

한숨과 함께 크로우는 자신에게 배정된 방의 침대에 드러누었다.

벌써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에 크로우가 한 일은 크게 없었다.

이미 한 번 배웠던 과목들은 크로우의 관심을 끌기 매우 부족했다.

게다가 이미 겪었던 서클 간의 갈등 역시 크로우의 시선을 끌긴 어려웠다.

‘끈질긴 놈들.’

크로우는 오늘 아침까지 지겹게 달라붙던 이들을 무시한 채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역시 쉽진 않아.’

크로우가 아카데미 도서관에 발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도 몰랐지만 아카데미 도서관에는 고대의 유물이 잠들어 있었다.

과거 그 유물을 손에 넣은 같은 존이라는 소년이었다.

몰락한 귀족자제인 존은 가진 돈을 몽땅 털어서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중소 귀족의 후원까지 받으면서 아카데미에 들어온 존은 우연한 계기로 고대의 유물을 손에 넣었다.

‘그게 불행의 시작이었지.’

고대의 유물을 손에 넣고 밝은 미래를 꿈꾸던 존은 아쉽게도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2학기부터 시작되는 토벌행의 첫 임무에서 싸늘한 시체로 돌아오고 말았으니까.

당시 많은 사람들은 그 사건이 존의 무지에 나온 것으로 알았다.

실제로 존이 맡았던 임무는 그의 능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크로우는 그 날의 진실을 알고 있었다.

존은 다른 귀족자제의 계략에 빠져 죽었다는 것을.

‘게다가 애초에 그건 네가 쓰긴 어려웠으니까.’

존이 손에 넣은 고대의 유물은 ‘검은 장미의 축복’이라 불렸다.

반지의 모양으로 도서관 어딘가에 잠들어 있는 그 유물엔 ‘마기’를 숨겨주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크로우가 ‘검은 장미의 축복’을 탐하는 이유였다.

아무리 크로우의 경지가 높아진다고 해도 결국 마기를 쌓는 걸 알게 되면 제약이 심해질 테니까.

남들은 아무런 제약도 없이 들어갈 마굴에 크로우는 결코 들어갈 수 없을 터.

그건 크로우가 강하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크로우가 강할수록 마굴에 들어가는 건 더욱 어려웠다.

누구도 자신보다 강한 마인이 마굴에 함께 들어갈 바라지 않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크로우는 마기를 숨겨줄 능력이 필요했다.

마경의 어떤 능력도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주진 못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게 바로 ‘검은 장미의 축복’이었다.

‘포식으로 그걸 흡수하면 쉽게 해결이 되겠지.’

포식은 단순히 죽은 시체의 영혼만 흡수하는 게 아니다.

물건의 깃든 사념 역시 흡수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사념이 미약하다면 효율이 떨어졌다.

하지만 ‘검은 장미의 축복’에 깃든 사념은 생각보다 강한 자아를 갖고 있었다.

유물을 손에 넣은 존이 이전과 달리 성격이 거칠어지고 흉성이 강해진 것도 같은 이유였다.

‘어차피 얼마 못가서 죽었을 거야.’

존의 죽음은 같은 귀족자제의 습격이 원인이었지만 크로우는 확신할 수 있었다.

존이 오래 살긴 어렵다는 것을.

결국 자신이 가진 유물의 힘이 마기의 은신에 있다는 걸 깨달으면 오히려 크게 절망할 테니까.

가문의 부흥을 이끌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있는 존에겐 특히 가혹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그 사실을 모르고 죽은 게 다행이랄까.

‘일단 첫 번째 목적은 달성했고.’

원래는 일주일이면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찾지 못하면서 생각보다 장기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방학 전까지만 찾으면 되긴 했지만. 결국 찾긴 했네.’

조금 전부터 느껴지던 미약한 마기에 크로우는 작게 웃었다.

1층과 2층을 전부 둘러보고 얼마 전부터 3층을 돌아다녔던 그였다.

3층에도 없다면 4층까지 가야하나 싶었는데, 다행이도 3층에 있었다.

조금 전부터 미약하게 느껴지는 마기를 향해 크로우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런 곳에 있었으니 찾기 어렵지.;

책장 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반지를 보며 크로우는 혀를 찼다.

나름 고대의 유물임에도 그 가치가 얼마나 형편이 없는지를 보여줬으니까.

“뭐, 나로선 다행이지만.”

일단은 얼른 유물의 사념을 흡수하고 저녁 약속에 나가야만 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형인 로인과 식사가 잡혀 있으니까.

“서둘러 볼까?”

반지를 주워 주머니에 넣은 크로우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어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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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 돌아오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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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 2화, 돌아오다(2) 21.05.12 68 0 12쪽
1 제 1화, 돌아오다(1) 21.05.12 13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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