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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마신,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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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그림/삽화
없음
작품등록일 :
2021.05.12 10:54
최근연재일 :
2021.05.19 18:1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417
추천수 :
4
글자수 :
37,399

작성
21.05.13 13:00
조회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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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 3화, 돌아오다(3)

DUMMY

“그곳이라면 마기를 얻을 수 있겠지.”

크로우가 생각한 곳은 과거 테일러 가문의 멸망을 야기했던 장소였다.

아무도 몰랐지만 테일러 가문에는 마굴이 존재하고 있었다.

훗날 테일러 가문의 멸망을 이끌었던 마굴은 마리엘을 비롯한 수많은 테일러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문제는 그게 지금도 존재할까?’

마굴의 위치는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이 났다.


테일러 가문의 직계만이 들어갈 수 있는 지하 수련장의 지하무고.


‘그 안에 마굴이 자라나고 있었지.’

그래, 문제가 있다면 테일러 마굴은 지금까지 알려진 마굴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

현재까지 알려진 마굴의 유형은 두 개였다.


하나는 오리지널 마굴.


오리지널 마굴은 입구도 하나고, 마굴 안의 주인과 문지기, 마물들도 구성된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마굴이다.

처음엔 마굴 사냥에 많은 피해가 있었지만 차츰 공략법이 알려지면서 그 피해가 줄어든 상태였다.


다른 하나는 변형 마굴.


기존의 마굴처럼 입구는 하나이나 일정 시간이 흐르면 마굴의 등급이 올라가는 특이한 마굴이었다.

현재 대륙에 등장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상태로 변형 마굴의 공략법은 많지 않았다.

변형 마굴의 등장으로 인해서 기존의 마굴 사냥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높은 등급의 사람들만이 마굴에 들어갈 수 있도록 권장하는 추세였다.


‘테일러 마굴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 또 다른 유형의 마굴이었어.’

일명 성장형 마굴이라 불리는 변형 마굴에서 조금 더 발전된 형태의 마굴.

10년 뒤, 대륙전쟁의 시작과 함께 세상에 등장한 마굴이다.

성장형 마굴은 말 그대로 마굴이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한다는 점이다.

처음엔 마굴이 생겨난 지도 모를 정도로 미약한 마굴의 문이 열리고, 그 문을 통해서 마굴이 점점 성장하게 되는 특이한 성질을 지녔다.

이 성장형 마굴의 첫 등장은 테일러 가문이었다.

‘이후 각 국의 수도와 주요 요충지에 성장형 마굴이 등장했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등장한 성장형 마굴에 대륙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이제까지의 마굴에 비해서 최소 3배는 더 강력한 마물들이 가득 했고, 문이 열리자마자 마물이 외부로 쏟아졌으니까.

‘운이 좋으면 그걸 미리 방지할 수도 있겠지.’

그 생각과 함께 크로우는 결단을 내렸다.

지하 수련장에 있는 지하무고로 조금 일찍 내려가기로.


*


“....”

지하무고를 살피는 크로우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그의 기억과 달리 지하무고에는 마굴의 입구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아직 생성이 안 된 걸까?’

당장은 그것 밖에는 떠오르는 답이 없었다.

‘허탕인가.’

한숨과 함께 크로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역시나 마굴의 입구로 추정되는 공간은 없었다.

‘이건 또 뭘까.’

마굴은 포기했지만 크로우는 다른 무언가를 느꼈다.

‘분명 마기란 말이지.’

그것도 질적으로 상당히 좋은 마기였다.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잿빛마신이라 불렸던 자신이었다.

마기에 있어선 훗날 등장할 놈들보다 훨씬 더 익숙했다.

그 정점에 올라 마기의 극에 도달했었으니까.

그래서 의문이었다.

‘어째서 테일러 가문에 마기가 있는 거지?’

크로우의 기억 속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마기였으니까.

‘미래가 바뀐 걸까?’

만약 그렇다면 이건 꽤 심각한 문제였다.


자신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다가올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


‘미래는 결국 바뀔 수밖에 없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모를까, 이미 미래를 바꾸기로 마음 먹은 크로우였다.

그러니 어느 순간부터 미래가 바뀌는 건 당연했다.

다만, 시작부터 미래가 꼬이는 건 달갑지 않았다.

아직 아무것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기 때문에 크로우는 지하무고의 마기에 마음이 복잡했다.


원했던 마기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과 이 마기는 대체 뭘까.


한참을 고민하던 크로우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 이미 가져갔을 수도 있지.’

크로우가 이곳에 내려오는 건 약 10년의 시간이 흐른 뒤다.

그 사이에 지하무고를 방문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다.

‘문제는 우리 가족은 아니란 소리지.’

그의 기억 어디에도 마기를 품었던 가족들은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누굴까.


누가 감히 테일러 가문의 직계 혈통만이 오갈 수 있는 장소에 함부로 발을 들인 걸까.


‘....그 빌어먹을 놈들인가?’

한숨과 함께 크로우는 곧장 범인들을 떠올렸다.


수트 테일러와 그의 자식들.


그들 역시 테일러의 피를 이은 자들이었다.

그러니 이 안에 들어올 자격은 충분했다.

‘만약 놈들이 이 마기를 손에 넣으려고 했다면...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테일러의 피가 흐르는 자와 손을 잡는 걸 테지.’

마신의 강림을 꿈꾸던 미치광이들이 이 마기의 정체를 알았다면, 테일러 가문에 욕심이 큰 수트는 손쉬운 먹잇감이었을 터.

크로우는 이제야 수트와 그의 자식들이 놈들과 손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놈들과 손을 잡지 않았다면 수트는 결코 반역을 꿈꾸지 못했을 테니까.

‘대체 저 안에 뭐가 들었기 때문에.’

번거롭게 수트와 손을 잡은 걸까.

‘어쩌면 테일러 가문의 마굴 역시 놈들이 만들었을 지도 몰라.’

아직까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마굴을 만들었다는 말은 없었다.

하지만 지구에선 그런 놈들이 존재했다.

그들의 존재로 지구도 꽤 혼란에 빠졌었지.

그러니 엘 대륙이라고 다를 리가.

‘내가 갖도록 하지.’

애초에 크로우의 계획 중 하나는 놈들의 뜻대로 굴러가지 않게 하는 것.

그러니 놈들이 원했던 상자를 자신이 가지는 것도 당연했다.

크로우는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마기를 보며 상자를 열었다.


스으으으으!!


상자가 열림과 동시에 예상보다 훨씬 강렬한 마기가 크로우를 덮쳤다.

‘큭!’

생각보다 강한 마기의 존재감에 당황했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게 크로우를 기다렸다.

‘지구에서 죽였던 마왕보다 더 강해!’

정확한 비교는 어려웠지만 마기의 농도나 품질만큼은 확실히 상자 안의 마기가 훨씬 좋았다.

크로우는 당혹스러운 마음으로 상자를 살폈다.

대체 뭐가 있길래, 이 정도 마기가 존재하는 걸까.

상자 안에는 검은 빛이 감도는 구슬과 함께 작은 편지가 있었다.

마기는 구슬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크로우는 구슬에 눈이 가지 않았다.

크로우의 눈빛은 편지를 보며 흔들렸다.

“대체...한글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절대 있을 수 없는 문자가 그 안에 또렷하게 자취를 드러냈으니까.


*


[그대가 이 글을 읽을 수 있다면, 내가 기다렸던 후예가 마침내 가문에 태어났다는 소리겠지.]


편지는 그렇게 시작됐다.

마치 크로우가 이 상자를 발견하기를 기다렸던 것처럼.

‘아니 날 기다렸던 게 맞겠지?’

정확히는 다시 돌아온 크로우겠지만.

복잡한 생각은 잠시 뒤로 한 채로 크로우는 편지를 계속 읽었다.


[이곳에서 내 이름은 루트라고 한다. 이름보다는 검신이란 말이 더 어울리겠지.]


‘역시 검신의 유물이었나?’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테일러 가문의 역사 속에서 이 정도 마기를 제압할 수 있는 존재는 그 뿐이었으니까.

다만, 그가 어째서 한글을 알고 있는 걸까.

그 의문의 답은 이어진 문장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이 아닌 원래 내가 살던 세계에서 내 이름은 이학이라고 한다.]


“....!”


이학!!


크로우는 그 이름을 곧바로 잿빛마신 시절 꾸준히 들었던 이름이었으니까.

강우가 이름을 알리 전까지 한국 최고의 플레이어는 바로 그였다.

지구에서도 이학은 검제라 불릴 정도로 자질이 뛰어났다.

당시 한국은 세계플레이어협회에서 힘이 없었지만 그의 등장과 함께 달라졌다.

그런 그가 돌연 사라졌던 건, 한국에선 큰 아픔이었다.

‘어떻게든 날 영입하려고 했던 협회도 늘 이학만 있었으면 나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을 거라고 했지.’

자신을 죽이려던 이들 중 가장 적극적이었던 한국협회장을 떠올린 크로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설마 그 이학이 검신이란 이름으로 엘 대륙에 있었을 줄이야.

‘이게 과연 우연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학이 이 세계로 온 것과 자신이 이학의 세계로 간 것.

그 모든 것이 정말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뭔가 찜찜하단 말이지.’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당장은 알 수가 없었다.


[놈들을 몰아내고 제국을 세웠으나 대륙의 위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마룡과의 만남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땐 이미 놈들은 대륙에서 사라진 후였지.]


[한동안 놈들을 찾아 대륙을 떠돌았으나 어느 날, 깨달았다. 놈들을 막는 것은 내 사명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훗날을 위해서 이것을 남겼다.]


미래를 보았다는 걸까.

하기야 신의 경지에 올랐던 그라면, 아니 가이아 시스템을 활용했을 그라면 그에게도 ‘업적의 보상’이 내려졌을 테지.

자신이 지구의 마지막 던전의 보스와 플레이어협회장들을 죽이고 이곳으로 돌아왔듯이.

그 역시 비슷한 일을 겪지 않았을까.


[대륙에 다가올 위기를 맞을 자는 그대이다. 부디 내가 남긴 이 작은 물건이 놈들을 막는 것에 일조하기를 바란다. 그리고...이 심장을 기꺼이 내게 준 마룡의 마지막 바람도 그대가 들어주길 바란다. 마룡이라는 오명을 쓰며 놈들과 끝까지 대적했던 그의 뜻을 잊지 말고.]


“마룡의 바람?”

하지만 마룡의 바람에 대해서는 편지에 적혀 있지 않았다.

그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란 말이 전부였다.

대신 검신이 남긴 다른 유물들의 위치가 적혀 있었다.

편지를 내려놓은 크로우의 마음은 복잡했다.

어쩌면 이 편지가 닿아야할 인연은 자신이 아니라 테일러 쌍둥이가 아니었을까.

그들이 가진 재능이라면 검신의 강림이 더 빨랐을 수도.

‘아니 애초에 그건 무리겠지?’

그들이 여기서 이 상자를 발견했다고 해도, 이 편지를 읽을 수 없었을 테니.

복잡했던 머릿속을 비우며 크로우는 검신이 남긴 구슬을 바라봤다.

‘마룡의 심장이라....’

이 작은 구슬이 설마 하니 마기에 의해서 타락했던 용의 심장일 줄이야.

많은 사람들이 용의 심장을 손에 넣길 바라나 용의 심장은 인간에겐 독이었다.

끝없는 무한한 마력은 인간의 몸이 담기엔 너무도 거대했기에.

그러니 이 안의 마기 역시 마찬가지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먹는 순간 한줌의 재가 되어 사라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크로우는 달랐다.

이것만 있으면 마경을 열기 위한 마기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놈들 역시 이걸 원했을 테지만, 아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열었으면 상자가 사라졌을 거야.’

검신이라면 충분히 그 정도 안배를 해뒀을 것이다.

게다가 마룡과 함께 이 상자를 만들었다면 더욱더.

‘그럼, 기꺼이 먹어볼까?’

검신과 마룡의 약속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했지만 당장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면 마음 편히 눈앞의 과실을 먹으면 됐다.

“포식.”

마경과 함께 잿빛마신이란 위명을 얻게 해준 또 하나의 능력이 엘 대륙에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 포식이 마룡의 심장을 삼킵니다. 강렬한 마기가 플레이어의 몸을 침범합니다, 마룡의 잔재가 플레이어를 잠식하고자 합니다.


‘어림없는 짓.’

크로우는 포식으로 마룡의 심장을 삼킴과 동시에 마경의 문을 열었다.

크로우의 몸을 빼앗으려던 마룡의 마기가 서서히 크로우의 손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마룡의 심장다운데? 지금까지 먹은 마기 중에서 가장 좋아.’

크로우는 제 몸에 흐르는 마기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이 정도 마기면 생각 이상의 성과를 얻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런 크로우의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 마룡의 마기가 플레이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시스템의 경고와 함께 크로우는 강렬한 두통을 느꼈다.


쿠아아아아아!!!


마룡의 울부짖음과 함께 크로우의 의식이 점점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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