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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마신, 돌아오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피글렛.J
그림/삽화
없음
작품등록일 :
2021.05.12 10:54
최근연재일 :
2021.05.19 18:1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421
추천수 :
4
글자수 :
37,399

작성
21.05.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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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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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 5화,돌아오다(5)

DUMMY

수도로 가는 길은 평탄했다.

크로우는 수도로 향하는 마차에 안에서 주변을 바라봤다.

지난 며칠 계속 내렸던 눈은 여전히 거리에 잔뜩 쌓여 있었다.

쌓여 있는 눈을 바라보는 크로우는 과거의 어느 날을 떠올렸다.

‘그때도 이랬지?’

크로우의 시선이 자신처럼 마차 안에서 창밖을 보고 있는 로인에게 향했다.

원래 로인은 말을 타고 갈 생각이었으나 크로우와 함께 마차 안에 머물렀다.

평소 마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로인이었지만 이번엔 어쩔 수 없었다.

스웬 백작과 함께 말을 타고 갈 생각이었던 로인은 스웬 백작의 부재에 마차를 탔다.

함께 수도로 가기로 했던 스웬 백작의 일정이 일주일 뒤로 밀렸다.

갑자기 출몰한 마굴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과거에도 그랬지.’

스웬 백작의 활약으로 마굴은 금방 정리가 됐다.

하지만 스웬 백작의 부재는 누군가에겐 기회였다.

‘오늘이겠지.’

그 때도 오늘이었으니까.

곧 다가올 밤에 그들이 나타나겠지.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정확한 시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밤이었다는 것과 오늘이란 것만 기억이 난다.

그들은 갑작스럽게 테일러 일행을 공격했다.

감히 제국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테일러의 형제들을 노렸던 대범한 놈들.

‘북방의 야만인.’

북방의 숙적들과의 첫 만남이었다.


휘익!!


“습격이다!!!”

호위대장인 가렌의 외침과 함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됐다.

갑작스러운 야만인들의 습격이었음에도 테일러의 기사들과 병사들은 침착했다.

“넌 여기에 있어.”

로인은 크로우의 대답을 듣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크게 달라진 건 없군.’

크로우는 밖으로 나간 로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과거와 현재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이라곤 지하무고에 있던 검신의 유물을 자신이 가졌다는 정도.

혹시라도 이게 훗날 큰 변화를 야기할지도 몰랐지만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었다.

‘뭐, 변화가 생겨도 상관은 없지만.’

현재 자신이 가진 가장 큰 힘은 미래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살려야할 사람과 반드시 죽여야 할 사람들을 정리한 살생부를 완성했다.

‘아직 더 추가될 가능성은 있지만 일단 주요 인물들의 이름은 다 채워놨지.’

살생부가 완성된 후에는 얻어야할 물건들에 대한 정보를 따로 만들었다.

잿빛마신시절의 무위만 회복해도 대륙에 적수가 거의 없을 테지만 크로우는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았다.

‘더 높은 경지에 오를 거야.’

잿빛마신시절의 무위로도 충분히 대륙제일이란 칭호를 얻을 수 있겠지만 크로우는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어렸을 적 꿈만 꾸고 결국 이루지 못했던 경지.

인간으로는 오직 검신만이 도달했다고 알려진 초인의 벽을 넘어선 초월의 경지.


절대자.


신조차 죽일 수 있다는 그 곳에 크로우는 도달하고 싶었다.

그래야만 마신이든 언더로드든 죽일 수 있을 테니까.

‘이제 슬슬 움직여볼까?’

로인은 크로우를 걱정해서 나가지 말라고 했지만 애초에 그건 무리였다.

과거에도 로인은 크로우를 마차에 두었지만 그 탓에 크로우는 큰 부상을 입고 말았다.

‘그 부상 탓에 아카데미 1학기를 거의 통으로 날렸지.’

애초에 사람들과 교류를 할 마음은 없었지만 그 시간은 생각보다 컸다.

아카데미는 작은 제국이라 불릴 정도로 경쟁이 심하고 친목이 주가 되는 무대였다.

그러니 1학기를 통으로 날렸던 크로우가 2학기부터 고립되는 건 당연했다.

물론 그 고립을 주도했던 건 아카데미의 3대 서클의 수장들이었지만.

‘우리 쌍둥이들도 과격했다니까.’

아카데미 재학시절 쌍둥이들이 만든 전설은 고스란히 크로우를 향했다.

그들의 선배가 당했던 치욕이 크로우를 향한 날카로운 비수가 됐다.

그 비수들에 크로우는 망신창이가 됐고, 결정적인 사건이 2학기에 벌어진다.

‘그때가 모든 게 달라질 거야.’

아직 오지 않을 그 날을 생각하며 크로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변화의 시작은 오늘 있을 습격을 아무렇지 않게 벗어나는 것부터였다.


스으으으으.


크로우의 손에 작은 불길이 맺혔다.

마룡의 심장을 통해서 얻은 능력, 겁화가 곁들어진 마수였다.

잿빛마신시절 크로우의 상징 중 하나였던 힘이 마침내 엘 대륙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


‘후!’

테이섬은 이번 습격을 책임진 야만인의 대장이었다.

‘빌어먹을!’

사실 테이섬은 이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테일러의 가주도 아니고 고작해야 테일러의 형제들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그 일에 귀중한 야만인 전사들 200명을 사용했다.

‘아무리 봐도 과하단 말이지.’

자신만 해도 충분히 놈들을 죽일 수 있었음에도 족장들은 확실한 성과를 원했다.

그랬기 때문에 테이섬도 불만을 속으로 삭히면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언제부터 우리가 놈의 손에 놀아난 거지?’

테이섬은 이 일이 족장들의 머리에서 나온 게 아님을 알았다.

언제부터인가 야만인들의 대사부라 불렸던 존재.

그에게 무술을 전수받은 족장들은 심하게 그를 따르고 맹신하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도 원래라면 야만인 전사들이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사냥을 통해서 다가올 봄을 대비해야만 했으니까.

‘일단은 따르겠지만, 도가 지나치면 용서하지 않아.’

이미 야만인들 사이에서도 대사부에 대한 여론은 극과 극이었다.

그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자들과 테이섬처럼 반감을 가진 자들로 나뉘었다.

하지만 후자의 사람들은 대놓고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자칫하면 어렵게 통합의 길을 걷기 시작한 야만인 사회가 다시 분열의 길을 걷게 될 테니까.

‘놈도 그걸 노리고 있겠지.’

영악한 놈이었다.

동시에 음흉했다.

겉으로는 야만인들을 위하는 척하지만 그 속내는 달랐다.

테이섬은 언제고 놈을 손봐주기로 하면서 이를 악물었다.

일단은 맡은 일을 확실히 처리해야만 했다.

‘불만은 일을 확실히 한 후에.’

치열하게 싸우는 야만인 전사들과 테일러 기사들 속에서 테이섬이 은밀하게 움직였다.

그의 목표는 처음부터 마차 안이었다.

‘테일러에는 조심해야 할 놈들이 셋이 있지.’

하나는 가주인 스웬 백작.

당연했다.

북방을 넘어서 제국제일검이라 불리는 스웬 백작은 야만인들만이 아니라 제국의 모든 적들이 견제하는 대상이었다.

그 다음이 북방의 꽃이라 불리며 테일러의 차기 가주로 유력한 유리아 테일러.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차갑고 냉정한 손속은 북방의 수많은 전설을 만들고 있었다.

오죽하면 그녀가 테일러의 가주가 되면 스웬 백작보다 더 평화로운 시대를 맞이할 거란 말이 많을까.

반대로 테일러의 적들에겐 한 없이 불우한 미래였다.

마지막으로 로인 테일러.

방랑벽이 심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로인은 그 재능만큼은 대단하다 알려졌다.

최연소로 제국의 기사단의 조장이 될 정도로 그 명성이 자자했다.

애초에 야만인들의 대사부는 그 셋을 건드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들을 죽이려면 꽤 규모가 큰 부대를 움직여야했고, 그렇게 해도 성공을 장담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그들이 노린 건 테일러의 차남, 크로우였다.

한 때는 총명했다고 알려졌으나 어느 날부터인가 외부 활동을 끊어버린 존재.

들리는 소문에는 형과 누나의 재능에 좌절해서 방탕한 삶을 살고 있다는 말도 있었다.

그런 그를 향한 테일러 남매의 애정이 크다는 말도.

‘놈을 죽인다.’

그게 이번 습격의 목적이었다.

늘 야만인들의 뜻을 막았던 테일러를 향한 작은 복수였다.

‘날 너무 원망하지 말도록.’

마차의 문을 열며 테이섬은 생각했다.

적어도 고통은 없이 가볍게 죽여줘야겠다고.

하지만 그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그 때의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너무 늦잖아, 테이섬.”

“....!”

자신을 보며 담담하게 웃고 있는 소년을 본 순간 테이섬은 소름이 돋았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의 주변에 시체 탄 냄새가 나는 걸 깨닫지 못할 정도로.


*


‘역시 놈이 왔군.’

테이섬의 얼굴을 보는 순간 크로우는 안도했다.

적어도 자신이 마룡의 심장을 손에 넣은 걸로 미래가 바뀌진 않았다.

그 사실을 확인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일전의 무위를 회복한다면 놈들이 어떤 간계를 부린다고 해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나올 가정에 불과했다.

되도록 자신이 세력을 만들기까지는 미래가 크게 바뀌지 않는 게 좋았다.

그래서 이번 습격을 기다렸다.

자신이 알고 있는 미래가 바뀌었는지,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결과는 그의 예상대로였고.

“뭘 그렇게 당황해?”

“알고 있었나?”

“당연하지. 너희가 날 노릴 거라는 건.”

“생각보다 똑똑한 모양이군.”

테이섬의 말에 크로우는 작게 웃었다.

지난 1년 동안 크로우는 거의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무위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뭐든 힘이 있어야 일을 꾸밀 수 있는 법이다.

힘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크로우였다.

그래서 1년 동안 지하 수련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나름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었지만.

‘예상보다 빨리 마경의 2장을 열었어.’

잿빛마신 시절에도 마경의 문을 연건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포식의 도움을 받아서 수많은 영혼을 삼키면서 강제로 열었던 지난 날과 달리 이번엔 오직 깨달음을 통해서 문을 열었다.

그 차이는 확연했다.

그 당시에는 몰랐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알게 되는 시간이었으니까.

‘그때보다 더 강해질 수 있겠어.’

그 사실을 깨달은 크로우는 모든 게 즐거웠다.

시스템과 포식을 통해서 강해지는 것보다 더.

그렇다고 가진 힘을 쓰지 않은 건 아니었다.

가문에 숨어있던 쥐새끼들을 은밀하게 제거하면서 놈들의 영혼을 먹어치웠다.

그들이 가진 미약하고 조잡한 마기도 크로우에겐 필요했으니까.

‘너에겐 갚아줄 빚이 있지.’

과거 크로우는 테이섬에게 크게 당했다.

지금처럼 마차로 들어온 테이섬은 단 두 번의 공격으로 크로우를 빈사상태로 만들었다.

그 뒤에 공포에 질려 벌벌 떠는 자신을 구하려다가 로인이 상처를 입었다.

그 상처가 아니었다면 로인은 예정대로 기사단에 복귀해서 최연소 조장이 되었을 텐데.

‘물론 그래봤자 2학기가 시작할 무렵엔 조장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6개월의 차이는 컸다.

당시에는 그 사실에 열등감을 가진 채로 축하해주지 못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로인이 가져야할 영광을 돌려줘야만 했다.

‘그 역시 빚이야.’

자신으로 인해서 많은 것을 포기했던 가족들.

끝내 목숨까지 내놓아야했던 마리까지.

그 모든 것을 돌려줄 것이다.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날 수 있도록.

‘모든 더러움은 내가 가져가지. 그러려고 돌아왔으니.’

그 시작은 테이섬부터였다.

“생각과 다르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겠지.”

“그럴까?”

“언제까지 그리 여유로울지 보자.”

비릿한 웃음과 함께 테이섬이 달려들었다.

그의 날렵한 몸놀림과 성이 난 기형의 검이 크로우를 노렸다.

‘두 번은 가만히 봐주마.’

그땐 고작 두 번의 공격에 사경을 헤맸지만.

이번엔 네가 죽을 차례니까.

“이게 다야?”

“...빌어먹을. 정보가 잘못 된 건가?”

테이섬은 자신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 크로우의 모습에 혀를 찼다.

‘대사부도 모르는 게 있군.’

늘 미래를 보는 것처럼 굴더니 이런 변수가 있을 줄이야.

‘돌아가면 이걸로 한 소리 할 수 있겠는데?’

여전히 테이섬은 자신이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그저 빨리 크로우를 죽이고 돌아가 대사부의 명성에 흠을 낼 생각이었다.

“돌아갈 수 있을까?”

“네 놈의 운이 언제까지 갈 거라고...”


스으으으.


테이섬은 말을 끝까지 맺지 못했다.

크로우의 손에서 피어난 불길한 불꽃에 테이섬의 두 눈이 흔들렸다.

“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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